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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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점점 더 바빠졌어요. 주 대표님도 아시겠지만 창업 초기가 제일 힘들잖아요.”“여기저기 사람 만나고, 거래처 뛰어다니면서 접대도 피할 수 없었고요. 어느 정도 형식적인 자리도 있었고요...”여기까지 듣던 유한이 그제야 곁눈질로 허광윤을 바라봤다.“바람피운 거예요?”광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일은 없었어요. 하지만 믿지 않더군요.”유한은 광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지금의 조건이라면 먼저 다가오는 여자들도 적지 않을 터였다.광윤은 말을 이었다.“그런 오해들이 쌓이면서 관계가 점점 식었어요. 처음에는 크게 싸웠고, 나중에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말이 없어졌죠.”안경을 고쳐 쓰며 차분히 덧붙였다.“부부 사이에서 대화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그 결혼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겁니다.”“창업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솔직히 말해 집에 있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여유도 없었어요.”“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고 혼자 집에 있으면서 느끼는 불안이나 의심, 그런 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죠.”“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투지도 않더군요. 소리치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터뜨리지도 않고요. 그냥 조용해졌어요. 그리고 먼저 이혼을 제기했습니다.”“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하고 맹세하고, 접대는 불가피한 거라고 말해도, 이해는 하겠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계속 이런 식으로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살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래서 이혼하자고 했어요.”“그때는 저도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책임질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받아들였습니다. 이혼 후에도 아이는 함께 키우고, 가끔 밥도 먹고 영화도 봅니다.”“다만 다툼은 완전히 사라졌죠. 그리고 이혼하고 나서 아내는 오히려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표정도 밝아지고, 밀크티 가게도 하나 열었고요.”유한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다시 합칠 생각은 해보셨어요?”“해봤어요. 아이에게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으니까요. 애초에 사랑이 식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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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리은은 병실 문을 나와 몸을 돌리자마자 벽에 기댄 유한을 발견했다.리은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아직 안 갔어?”리은은 당연히 유한이 이미 떠난 줄 알고 있었다.잠시 말을 멈췄다가 병실 쪽을 한 번 돌아봤다.“수술은 이미 끝났어. 모레면 퇴원이고, 이틀 정도는 나 혼자 있어도 충분해. 병원까지 계속 올 필요는 없어.”유한의 시간은 늘 귀중했다.이 정도로 몇 번이나 병원에 들르고, 하룻밤을 새워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적어도 과거의 무관심과 무시를 떠올리면, 이 정도 변화는 분명 큰 차이였다.‘사람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거야.’리은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날 자신이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미련 없이 놓아버렸다면, 이유를 따지지 않고 물러섰다면.자신이 조금만 더 이성적이었다면, 지금의 얽힘도 없었을 것이다.유한은 자신과 맞는 결혼을 하고, 리은 자신도 평범한 삶을 살았을 테니까.하지만 세상일은 늘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리은 혼자의 힘으로 성빈을 돌보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최고의 의료진과 의료 환경 역시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결국 다 정해진 일인가 봐.’유한은 말없이 리은을 바라보고 있었다.착 가라앉은 눈빛은 움직이지 않았다.침묵이 길어지자 리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더 할 말 있어?”할 말도 없이 밖에서 기다릴 유한이 아니다.“진리은.”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리은은 잠시 멈췄다.“왜? 말하려면 그냥 말해.”유한의 태도가 묘하게 낯설었다.“진짜로 이혼하고 싶어?”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리은은 유한의 얼굴을 한 번 더 살폈다.유한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솔직한 대답.”무슨 의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위협이나 압박은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답을 듣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리은은 더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짧고 분명한 대답이었다.유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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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갑자기야?”유한을 바라보는 리은의 눈에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갑작스럽지 않다면 무엇이 갑작스러운 거야?’그동안 유한은 리은을 있는 듯 없는 듯 대했고, 리은과 루이는 늘 시야 밖의 존재였다.그런데 방금 유한은 함께 잘 살아보자고 말했다.리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한은 드물게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리은의 얼굴을 짚고 있던 손은 어느새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왜 말이 없어?”리은은 빠르게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입술을 다문 뒤,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진심이야?”고개를 숙인 유한이 리은과 눈높이를 맞췄다.다른 한 손으로 리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어떻게 해야 진심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겠어?”리은은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고 했지만, 유한의 손에는 더 힘이 들어갔다.몇 번 더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리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깊고 어두운 유한의 눈빛을 마주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지만, 리은이 조용히 되물었다.“왜?”유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왜라니?”“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야?”리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떠오른 생각을 바로 덧붙였다.“혹시 할머니가 말한 그 일 때문이야? 주식이랑 재산 때문이라면, 이럴 필요 없어. 난 이미 자발적 포기 각서도 쓰겠다고 말했잖아. 굳이...”유한은 리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의미를 알아차렸다.재산과 지분 때문에 자신이 이런 말을 꺼냈다고 생각한 거였다.유한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몸을 곧게 세우면서 조용히 말했다.“그런 거랑 상관없어.”이번엔 리은이 미간을 좁혔다.“그럼 왜야? 넌 5년 동안 날 무시했어. 네 눈에는 루이랑 나는 그저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리은의 질문이 이어질수록 유한은 점점 더 깊게 미간을 찌푸렸다.“끝까지 캐묻고 싶은 거야?”사실 리은은 답을 꼭 듣고 싶은 건 아니었다.이혼을 결심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다만 유한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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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리은은 몇 번 숨을 고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런 날들이 재미있어? 너는 정말 그렇게 느껴?”‘이 5년을 내가 어떻게 견뎌왔는데...’유한의 시선이 더 깊게 가라앉았다.“왜 재미없어? 나는 꽤 괜찮은데.”리은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더 말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그런 리은을 잠시 바라보던 유한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그대로 품에 끌어안았다.리은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안겨 있었다.‘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빨리 바뀔 수 있는 걸까?’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을 조르면서 자신을 모욕하고, 위협까지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변덕스러운 여자는 들어봤어도 이렇게 변덕스러운 남자는 유한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연애하자고 먼저 말한 것도 유한이었고, 헤어지자고 먼저 돌아선 것도 유한이었고, 이제 와서 잘 살아보자고 말하는 사람도 여전히 유한이었다.리은은 유한을 제대로 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아니, 이렇게 여러 얼굴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제대로 알 수 있겠어?’“이혼 생각은 다시 하지 마. 난 동의 안 해. 이혼은 절대 못 해.”유한은 말하며 팔에 힘을 줬다. 어딘가 불안한 기색처럼 보였다.리은은 숨이 막힐 듯해서 몸을 움직이려다가 유한의 말을 들었다.“예전에 쌓인 일들은 다 지나간 걸로 하자. 앞으로는 제대로 살아보자.”리은의 몸이 굳어졌다.‘지나간 걸로 하자니. 얼마나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야?’리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품에 안긴 채 침묵을 지켰다.하지만 리은은 알고 있었다.5년, 천 일이 넘는 버거운 시간들은 유한의 한마디로 사라질 수 없다는 걸.이미 생긴 상처가 아물어도 흔적은 남는다....며칠 뒤, 루이는 퇴원했다.유한이 직접 운전해서 병원으로 데리러 왔다.“아빠!”유한을 보자 루이는 환하게 웃었다.유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조심스럽게 루이를 안아 들었다.그리고 배 쪽을 내려다봤다.“이제 안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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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그 모습을 본 강덕순의 눈에 가볍게 미소가 스쳤다.“너희 둘도 참... 루이가 아팠다는데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리은은 목소리를 낮춰 설명했다.“큰일은 아니었어요. 괜히 말씀드리면 더 걱정하실까 봐요.”강덕순은 다시 곁에 서 있는 유한을 바라봤다.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강덕순의 시선에, 괜히 불편해진 유한은 고개를 돌리고 손등으로 코를 한번 스쳤다. 헛기침도 곁들였다.“왜 그렇게 봐?”강덕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만 흘렸다.“흠.”리은은 그 모습을 보다가 옆에 선 유한을 슬쩍 바라봤다.고개는 돌리고 있었지만, 귓가가 묘하게 붉어져 있었다.‘갑자기 왜 저렇게?’강덕순은 속내를 굳이 드러내지 않은 채 말을 꺼냈다.“루이야, 증조할머니랑 며칠 여기서 지내자. 유치원 등하원은 기사랑 영옥 아줌마가 책임질게.”리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가 갑작스러운 입원과 수술 때문에 강덕순이 마음을 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며칠 곁에 두고 보살피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래서 올 때는 셋이 왔지만, 돌아갈 때는 두 사람만 남았다.본가에는 필요한 물건이 모두 갖춰져 있어 생활용품을 챙길 필요도 없었다.“루이, 아빠랑 엄마한테 인사해야지.”루이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빠, 엄마 안녕히 가세요. 증조할머니랑 며칠 있다가 다시 갈게요.”리은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말 잘 듣고 상처 조심해야 해. 알겠지?”루이를 본가에 두자 리은은 내심 안심이 됐다. 본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심했고, 당분간 유치원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서 낮에는 회사에 있어야 하는 리은에게도 그 편이 나았다.“안녕히 가세요, 아빠 엄마.”차가 서서히 멀어지자 강덕순은 고개를 숙여 루이에게 물었다.“우리 착한 증손녀, 아빠가 요즘 너한테 이상한 말 한 건 없고?”“이상한 말이요?”루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저한테 동생 갖고 싶냐고 물어봤어요.”강덕순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장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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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리은의 시선을 마주한 유한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저녁 약속에 하나 같이 가.”리은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전화는 인영에게서 온 거였다.그런데 거기에 자신까지 동석하라는 말인가?리은은 거의 생각할 틈도 없이 잘라 말했다.“안 가.”유한은 예상했다는 듯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말투에는 묘하게 사람을 달래는 듯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말 잘 들어.”리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침묵은 삼십 초 가까이 이어졌다.“가고 싶지 않아.”유한은 고개를 돌려 리은을 바라보더니, 손을 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가기 싫어도 가야 해. 아직 내 아내인 거 잊지 마. 해야 할 역할도 있고 책임도 있어.”리은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책임? 역할?’자신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유한과 다른 여자가 만나는 자리에 본처가 동석해 겉모습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라면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저녁 약속이 잡힌 탓에 본가를 나온 뒤, 유한은 그대로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리은은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어차피 회사에 가야 할 일도 있었다.하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던 리은은 곧바로 다른 엘리베이터로 끌려 들어갔다.“뭐 하는 거야?”유한은 대답하지 않고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리은을 데려갔다.“지금 오후 1시야. 여기 있어. 5시에 나가.”리은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정해 버리는 유한을 바라봤다.“나도 일이 있어. 나도 일해야 해.”“사흘 휴가 처리해 놨어.”리은은 할 말을 잃었다.유한은 재킷을 벗고 자연스럽게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리은은 더 이상 예전처럼 순순히 따를 생각이 없었다.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유한의 목소리가 들렸다.“지금 나가면 바로 발표할 거야. 결혼 사실 공개하고, 결혼 사진도 회사 홈페이지에 올릴 거야.”리은은 그대로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려 유한을 바라봤다.“처음에 비공개하자고 한 건 너잖아.”유한은 눈썹을 살짝 들었다.“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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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매일 텅 빈 집과 딸을 지키며 같은 하루를 반복했다.[번호는 안 바꿨어. 그냥 잘 안 들어와. 너는 요즘 잘 지내?][난 괜찮아. 아, 맞다. 나 해성시로 돌아왔어. 너 아직 해성시에 있어? 시간 되면 한번 볼래? 우리 몇 년 만인데.]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오자 리은은 잠시 멈칫했다.그러다 대학 시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만큼은 조금 숨이 트였던 시절이었다.[있어. 언제 괜찮아? 난 시간은 다 돼.][오늘은 고객 미팅이 있어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내일은 어때? 내일 저녁에 같이 밥 먹자.][그래요.][그럼 그렇게 하자. 근데 내일 되면 또 연락 안 되는 거 아니지?][아니야. 이 번호 그대로야. 전화해도 돼.][알겠어. 번호 저장할게. 나 지금 기획안 마무리해야 해서, 내일 보면서 얘기하자.][그래, 일 잘 마무리해.]짧은 근황 인사를 끝으로 리은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누워서 창밖을 바라봤다.며칠 동안 병원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몰려왔고,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졌다.언제 잠이 들었는지 리은 자신도 알지 못했다.유한이 중간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유한은 침대 옆에 앉아서 깊이 잠든 리은을 바라봤다. 손을 들어 리은의 뺨을 가로지르는 잔머리를 살짝 정리했다.노을이 통유리를 넘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 숨을 쉬기 좋은 공기.주황빛 노을이 리은의 얼굴 위에 내려앉으면서, 유한은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유한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리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왜 하필 너였을까?’처음부터 유한이 깊이 사랑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다만 첫 만남에서 리은이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두 번째 만남에서는 정확하게 이름을 불렀다.리은의 외모, 성격도 모두 유한의 취향에 맞았다.일에 치여 살던 시기였기에, 유한은 연애쯤은 부담 없이 시작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리은은 그저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었다.유한에게는 ‘고백’ 개념은 없었다. 뜻을 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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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대표님, 오늘 저녁에 사모님이랑 다른 일정 있으십니까?”유한은 리은을 한 번 보고는 말했다.“너는 있다가 바로 퇴근해.”그 말을 듣자마자 선호의 눈이 반짝였다.드디어 야근 없이 퇴근할 수 있다는 기대와 기쁨이 그대로 드러났다.그 표정이 너무 노골적이라 리은도 자신도 모르게 한 번 더 쳐다봤다.퇴근 확정을 받은 선호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바로 한마디를 덧붙였다.“네, 대표님.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 모두 즐거운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별다른 지시가 없으면 먼저 퇴근하겠습니다.”유한은 그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 선호를 힐끗 보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제야 선호는 만족한 얼굴로 돌아섰다.문을 나서기 직전, 리은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마치 오늘 일찍 퇴근하게 된 공이 전부 리은에게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리은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선호가 나간 뒤 문이 닫히자, 결국 참지 못하고 리은이 입을 열었다.“혹시 비서 한 명 더 둘 생각은 없어?”허광윤만 해도 남자 비서와 여비서를 각각 한 명씩 두고 있었다.그런데 유한 옆에는 오랫동안 선호 한 명뿐이다.물론 선호의 능력은 충분히 검증되어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래 유한의 곁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말을 꺼내자마자 리은은 살짝 후회했다.비서를 더 뽑든 말든, 사실 리은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방금 전 선호의 반응에 괜히 감정이 옮은 탓이었다.같은 직장인으로서 공감이 갔을 뿐이었다.유한의 비서는 낮에는 회사 일을 처리하고, 퇴근 후에도 개인 일정까지 챙겨야 했다.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저 정도면 지칠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몇 년씩이나 저렇게 버틴 걸까?’리은의 생각을 읽은 듯 노트북을 덮은 유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월급은 2천만 원이야. 성과급이랑 연말 보너스는 따로고.”리은은 고개를 돌려 유한을 봤다.“월급이 2천만 원이라고?”그 정도면 상당히 고액 연봉이었다.허광윤의 비서는 세후 6백만 원대였다.여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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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여긴 왜 데려온 거야?”“밥 먹으러.”리은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몇 초 뒤, 다소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집 사람들... 내가 같이 오는 거 모를 텐데?”인영이 리은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리고 허 회장 부부가 리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리은은 잘 알고 있었다.당시 두 집안의 혼사를 깨뜨린 장본인이 리은이었고, 그 일로 허씨 집안이 리은을 달가워할 이유는 없었다.‘도대체 왜 굳이 나를 데리고 온 거지.’‘허씨 집안을 불편하게 하려는 건지, 아니면 나를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려는 건지.’“내려.”먼저 내린 유한이 차문을 열어 주며 손을 내밀었다.리은은 그 손을 보지 않은 척하고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유한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리은의 손을 잡았다.그때 허씨 저택의 도우미가 나와 맞이하다가, 두 사람을 보고는 얼굴의 미소가 그대로 굳어졌다.유한이 리은을 데리고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도우미조차 이런 표정이라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했다.그 순간 리은은 더욱 확신이 들었다.‘역시 일부러야.’유한은 리은이 곁눈질로 보내는 시선을 느끼고 물었다.“무슨 생각 해?”“아무것도.”유한은 더 묻지 않았다.리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뒤에 남은 도우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유한 오빠, 왔어...”집에서 나오면서 반갑게 맞으려던 인영은 유한 옆에 선 리은을 보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금방이라도 말을 내뱉을 듯한 표정이었다.“진리은, 왜 여기 있어? 누가 오라고 했어?”리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오고 싶어서 온 자리가 아니었다.인영은 말을 내뱉고 나서야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인영의 얼굴은 곧바로 하얗게 질렸다.“인영아, 왜 밖에 서 있어? 안 들어오고.”그때 허 회장 부부도 함께 나왔다. 웃고 있던 표정은 리은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졌다.유한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아내랑 같이 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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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요리가 모두 차려진 뒤에야 허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자, 유한아. 우리 집 주방장이 직접 준비한 거야. 네 입맛에 맞춰 만든 거니까 한번 먹어 봐.”한영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그래, 유한아. 맛이 어떤지 한번 보렴.”유한은 젓가락을 들었지만, 불고기와 잡채, 호박전을 차례로 집어 리은의 그릇에 올려 놓았다.리은은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입맛이 전혀 돌지 않았다.“먹어 봐. 좋아하는 거잖아.”유한의 그 한마디에 허 회장 부부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인영이 리은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이 선 칼날 같았다.‘이건 분명 일부러 그러는 거야.’리은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유한이 의도적으로 이 자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허씨 집안과 사이도 나쁘지 않았잖아.’‘허명그룹이 지금까지 버틴 데엔 주유한 영향이 컸고, 허 회장 부부도 해외에 계신 동안 유한이 매년 찾아갔는데...’‘그런데 왜 굳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식사 분위기는 점점 숨이 막히듯 답답해졌다.“점심을 좀 많이 먹어서 아직 배가 안 고파요. 당신이 먹어요.”리은의 말에 허 회장 부부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이 상황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오늘 자리는 원래 유한의 속내를 조심스럽게 떠보려는 목적이었다.하지만 유한이 리은을 데리고 올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러면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한단 말인가?인영은 두 주먹을 꽉 쥔 채 리은을 노려봤다.유한이 고른 음식들이 유한을 위한 게 아니라 리은을 위한 거였다는 사실이 인영을 더욱 자극했다.‘왜 이런 거야.’‘두 사람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일이 생긴 거야?’인영은 속으로 다짐했다.‘반드시 갈라놓을 거야.’‘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알아내고 말겠어.’“아빠, 엄마. 일단 식사부터 하세요. 음식 다 식겠어요.”“그래, 그래. 먹자.”말은 그렇게 했지만, 식탁에 앉은 사람들 중 제대로 음식을 먹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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