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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71 - チャプター 280

390 チャプター

제271화

루이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리은을 바라봤다.리은 역시 루이를 바라보면서, 모녀는 말없이 시선을 마주했다. 그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정했다.유한도 그쪽을 바라봤다.유한 역시 루이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남자의 시선으로 보자면, 보미는 분명 매력적인 여자다.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시선을 끄는 유형이었다.루이는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유한을 바라봤다.“아빠, 아빠가 보기엔 엄마랑 작은 고모 중에 누가 더 예뻐요?”유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요 어린 녀석이.’이 나이에 벌써 화살을 피할 줄 아는 건가 싶었다.보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유한을 돌아봤다.표정에는 기대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반면 리은은 유한을 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천천히 호박죽을 떠먹고 있었다.유한이 뭐라고 대답하든, 관심 없다는 태도였다.유한은 그런 리은을 슬쩍 바라본 뒤, 조용히 말했다.“사람 눈엔 자기 사람만 보이는 거야. 나한테는 네 엄마가 제일 예뻐. 누구도 못 따라와.”루이는 눈을 크게 떴다.“진짜요?”잠시 숟가락을 멈춘 리은도 고개를 들어 유한을 봤다.유한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리은을 보고 있었다.리은이 곁눈질로 보미의 표정을 보니 잠시 굳어 있는 모습이었다.‘연기네.’리은은 그렇게 판단했다. 굳이 맞장구칠 생각도 없어서 못 들은 척했다.“루이, 밤 먹을 땐 밥만 먹어야지.”루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유한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커피를 들었다.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보미가 웃으며 말했다.“오빠랑 언니는 정말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 역시 밖에서 도는 얘기들은 다 소문이었나 봐요.”하지만 그 말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보미는 다시 눈을 깜빡이며,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언니는 오빠 믿으시죠?”자신에게 묻는 말에 리은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리은은 보미를 바라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형식적인 대답이었다.“그럴 줄 알았어요.”보미는 환하게 웃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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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보미는 막 자리에 앉으려던 참이었다.유한의 말이 떨어지자, 보미는 잠시 굳은 듯 그대로 멈췄다.“네...?”리은도 유한을 바라봤다.유한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바로 선호를 불렀다.“장 비서.”“네, 주 대표님.”“앞으로 매일 점심은 네가 루시하고 같이 구내식당에서 먹어.”선호는 보미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보미는 혼혈이라 본명이 꽤 길었다. 해외에 있을 때는 줄곧 ‘루시’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번에 어머니의 나라로 오면서 어머니가 지어준 ‘보미’라는 한국 이름을 쓰기로 했다.“보미 씨, 저하고 같이 가시죠.”보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표정이 곧 미묘하게 변하더니, 상처받은 기색이 분명해졌다.“오빠, 언니... 혹시 제가 불편하신 건가요?”리은이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유한이 먼저 말했다.“눈치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야. 비서라면 기본 중의 기본이지.”리은은 헛기침을 했다. 유한의 말은 너무 직설적이었다.하지만 유한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라에르 몬테라 파크에 있는 집에 보미를 들인 것만 해도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퇴근 후에는 몰라도, 회사에서까지 이렇게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오빠?”보미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유한을 바라봤다.유한은 담담했다.“비서로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길 바랄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자리로 옮길 수도 있어.”그 말에 보미의 태도가 바로 달라졌다.소파에서 일어난 보미는 허리를 똑바로 세우면서 말했다.“알겠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보미는 고개를 숙였다.“그럼 장 비서님이랑 식당에 다녀오겠습니다.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보미가 돌아서자, 선호도 어쩔 수 없이 뒤따라 나갔다....대표실을 나선 뒤에야 보미는 발걸음을 멈췄다.선호를 돌아보며 보미가 물었다.“장 비서님.”“궁금한 거 있으세요?”“우리 오빠랑 우리 새언니는... 원래 항상 저렇게 사이가 좋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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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한 명품 브랜드 매장 앞.“언니, 이 구두 어때요? 예쁘죠?”리은은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예뻐.”“그럼 이건요?”“네 마음에 들면 됐지.”리은은 모든 질문에 답은 했지만, 어떤 선택도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의견을 주지 않으면서도 무시하지 않는 딱 그 정도의 거리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무려 세 시간을 쇼핑몰 안에서 보냈다.보미가 충분히 만족한 표정을 짓고서야 돌아가자고 했을 때, 리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리은은 원래 쇼핑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쇼핑이 이 이상 이어졌다면, 리은의 인내심이 먼저 바닥났을지도 몰랐다.“언니, 오늘 저랑 쇼핑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저녁 살게요.”리은은 시간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이미 늦은 시간이라서, 밖에서 먹고 들어가는 게 맞았다.식당에 도착해 주문을 마치자, 보미가 말했다.“언니,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같이 가 주실래요?”리은도 마침 화장실에 갈 생각이 있던 터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시 자리에 돌아왔을 때, 보미의 핸드폰이 울렸다.주은미의 영상 통화였다.“응, 마미. 안녕. 저녁 드셨어?”[지금 먹고 있어.]보미는 말을 하다 말고 리은을 바라봤다.“언니하고 여기서...”리은이 식당 이름을 말해 주자, 보미는 그대로 핸드폰에 대고 반복했다.“응, 쉬는 날에 본가에 갈게. 할머니도 뵙고. 응, 바이바이. 쪽.”통화를 끊은 뒤, 보미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유한과 리은이 어떻게 만났는지 따위의 가벼운 뒷이야기들이었다.리은은 적당히 넘기며 대답했다.그러다 보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근데요, 언니. 제가 들은 얘기로는... 언니가 임신해서 오빠랑 결혼했다던데, 그거 진짜예요?”리은은 속으로 숨을 고르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굳이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인데.’리은은 차분하게 말했다.“그게 궁금하면 나한테 묻지 말고 오빠한테 물어봐. 오빠의 말이 답이겠지.”“아...”보미는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급히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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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리은은 바로 누군지 알아차렸다.그래서 더 충격이었다.‘허인영?’‘허인영이 내게 약을 먹이고, 납치까지 했다는 말이야?’‘이건 상식 밖이야. 미친 거야?’“그만 눈 감고 있어. 이미 깬 거 다 알아.”그제야 리은은 천천히 눈을 떴다.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역시 너였네.”인영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더니 아무렇지 않게 리은 앞에 쪼그려 앉았다.리은이 이렇게 묶여 있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드는 듯했다.“어떻게 알았어? 내가 한 거라는 거.”리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이 몇 년 동안 최대한 조용히 살았다.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라곤, 인영 말고는 없었다.“허인영.”리은은 최대한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이게 범죄라는 건 알고 있지? 납치는 명백한 불법이야.”인영은 갑자기 어깨까지 들썩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알지. 그게 뭐?”말을 하며 인영은 상체를 기울였다. 그리고 리은의 뺨을 거칠게 잡아챘다.날이 선 손톱이 살을 파고들자, 리은은 고통에 숨을 들이마셨다.“진리은, 요즘 기분 좋았지?”인영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유한 오빠가 다시 너한테 마음을 돌린 것 같아서. 그렇지?”리은은 미간을 찌푸렸다.“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거짓말하지 마.”인영은 이를 악물었다.“넌 지금 이기고 있다는 얼굴이었어. 다 가진 사람처럼 굴었잖아.”리은은 알았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인영은 믿지 않을 거라는 걸.“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인영은 혼잣말처럼 웃었다.“내가 뭘 할 것 같아?”그러다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난 정말 이해가 안 돼. 넌 이미 유한 오빠 눈엔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널 못 놓는 거야?”인영의 눈에 서린 리은에 대한 반감이 점점 짙어졌다.“왜?”인영은 리은을 노려봤다.“네가 나보다 뭐가 나은데? 얼굴 말고 뭐가 더 있어?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네가 가져가? 너한테 그런 자격이 있어?”리은의 심장이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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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리은은 인영의 손에 실린 힘이 점점 강해지는 걸 느꼈다.인영의 눈에 담긴 증오가 갈수록 짙어졌고, 이대로라면 정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이제야 분명해졌다.인영은 단순히 감정이 격해져서 교훈을 주려는 게 아니었다.이미 오래전부터 리은을 증오했고, 없애고 싶어 했다.리은은 그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그래,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알아. 하지만 약은 내가 먹인 게 아니야. 정말로 너희를 망칠 생각은 없었어.”리은을 똑바로 바라보던 인영이 갑자기 웃었다.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후... 하하하...”리은은 그 웃음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날 밤 약을 네가 쓴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아.”눈빛이 단번에 굳어진 리은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설마... 그 약을 네가 먹인 거야?”인영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내가 했어. 그래서 뭐?”“너...”리은의 숨이 거칠어졌다.“유한 오빠랑 이미 끝났잖아. 오빠도 널 버리고 헤어졌는데도 왜 이렇게 집착해? 왜 그렇게 뻔뻔해?”인영의 말은 날카로웠다.“눈치가 있으면 진작 물러났어야지. 그날 네가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유한 오빠는 이미 내 남자가 됐을 거야.”리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래서... 네가 약을 먹이고,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넘긴 거야?”인영은 비웃듯 말했다.“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내가 약을 안 먹였으면 유한 오빠가 너한테 손을 대기나 했을까? 네가 임신할 일도 없었고, 사모님 자리에 앉을 일도 없었어. 그런데 지금 와서 무슨 순진한 척이야?”리은은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가슴 속에서 감정이 뒤엉켰다.한참이 지나서야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가 약을 먹이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은 시작조차 안 됐어. 네가 저지른 일인데, 왜 내가 대신 욕을 먹어야 해?”‘그것도 몇 년 동안이나... 비난과 멸시를 나 혼자 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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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갑자기 나타난 세 명의 남자를 본 리은은 곧바로 정신이 아찔해졌다.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몸이 먼저 굳어버렸다.“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허인영, 정신 차려. 이런 식으로 해도 아무 소용없어.”리은의 태도가 급격히 바뀌면서,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차오른 걸 본 인영은 오히려 흡족한 듯 웃었다.“왜 소용이 없어?”인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너 하나 망가지는 것뿐이잖아. 네 꼴이 세상에 다 드러나면, 계속 집착하던 강덕순 그 늙은이가 여전히 너한테 매달릴까?”리은의 심장은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몸 안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에 숨이 막혔다.리은은 인영이 장난으로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지금 인영은 정말로 선을 넘을 생각이었다.“내 말 좀 들어봐. 난 널 속인 적 없어. 나 정말로 이혼할 생각이야. 주유한을 너한테 돌려줄 마음도 있어. 다만 지금은 내가 주씨 집안에서 나갈 방법을 아직 못 찾았을 뿐이야...”“알아. 그래서 내가 도와주러 온 거잖아.”인영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너도 이혼하고 싶다며? 유한 오빠가 이혼합의서에 도장 안 찍어준다고 했지? 그럼 내가 도와서 이 결혼 끝내주면 되잖아. 좋지 않아?”‘뭐가 좋다는 거야?’‘이런 식의 공멸로 끝내는 이혼을 누가 원해?’인영의 눈에 비친 들뜬 기색과 기대를 본 리은은 더 이상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가슴속에서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그래, 네가 이런 방식으로 나를 망가뜨려서 할머니도 네 뜻대로 날 포기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너도 법을 피하진 못해. 납치에 강간은 중범이야. 내가 사라진다고 해서 네가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정말 그럴 가치가 있어?”“그런 건 이제 상관없어!”인영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네가 이런 짓을 하면 주유한도 너 다시는 안 받아줘!”리은의 말에 인영은 시선을 고정한 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그 눈에 쌓인 증오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괜찮아. 지금 나한테 제일 큰 걸림돌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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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리은은 뒤로 물러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발걸음이 자꾸만 뒤엉키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오지 마. 너희 다가오지 마. 나는 주유한의 아내야. 너희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면 절대 무사하지 못해.”“전에 나한테 약 먹이고 나쁜 짓 하려던 사람은 이미 감옥에 들어갔어. 돈이 목적이면 내가 줄 수도 있어. 두 배로 줄게.”“나를 풀어주기만 하면 너희를 신고하지도 않을게. 굳이 인생 전부를 걸 필요 없어.”리은의 말을 들은 남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잠시 말이 없어졌다.“형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이 여자가 나중에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우리 어쩌죠?”인영의 얼굴이 굳어졌다.인영은 이를 악물고 말 많은 리은을 노려봤다.“너희가 누구 돈 받고 왔는지 잊었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끝내고 나가.”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남자 하나가 리은을 향해 말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도 돈 받고 움직이는 입장이라서요.”앞장선 남자가 말하자마자 눈짓을 보냈다.그 모습을 본 인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해서 손마저 떨릴 정도였다.“빨리, 빨리 이 년 옷 다 벗겨! 인생 끝장내 버려야지. 평생 고개 못 들고 살게 만들어!”“꺼져, 오지 마. 나한테 손대지 마. 꺼지라고!”그때 갑자기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이미 바지를 벗고 있던 남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씨X, 경찰차다!”“경찰이다! 빨리 튀어!”인영도 멍해졌다.‘경찰’이라는 말이 들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찰이 어떻게 와...?”“허인영 씨, 그런 거 따질 때 아닙니다. 빨리 도망가요. 잡히면 끝이에요!”인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아직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리은을 노려보다가 결국 세 사람을 따라 급히 자리를 떠났다.리은은 그들이 허겁지겁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심장은 계속해서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즈음, 누군가 리은을 불렀다.“리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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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말하자면 정말 우연이었다.하나는 그저 차를 몰고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런데 마침 리은이 누군가에게 붙잡혀 차 안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하나는 그때 바로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그래서 리은을 태우고 사라진 그 흰색 밴을 멀리서 따라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차 안에는 하나 혼자뿐이라서, 너무 가까이 붙을 수는 없었다.차가 점점 외진 쪽으로 향하자 하나는 더더욱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결국 한 번은 시야에서 놓치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 일대는 길이 한 개뿐이었다.공터가 넓기는 했지만 갈 수 있는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하나는 혹시라도 눈에 띌까 봐 헤드라이트를 끈 채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결국 목적지로 보이는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창고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이건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명백한 납치였다.확신이 들자 하나는 즉시 차 안에서 행동에 옮겼다.차량 오디오를 켜고 음량을 최대로 높인 뒤, 선루프를 열어 경찰 사이렌 소리를 재생했다.예상은 정확했다.사람들이 나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창고 뒤편에서 그 밴이 급히 떠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하나는 차 안에서 조금 더 기다렸다.완전히 사람들이 떠났다고 판단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에서 하나는 손과 발이 묶인 채로 있던 리은을 발견했다.하나는 자신이 갑자기 틀어버린 사이렌 소리에 놀란 납치범들이 달아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설령 뒤늦게 속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해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었다.누군가 자신들을 봤다고 생각했을 테고, 그런 상황에서 돌아오는 건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제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리은 씨가 끌려가는 걸 봤어요. 그래서 몰래 따라왔는데... 정말 납치당했을 줄은 몰랐어요.”리은은 하나가 지나가다 자신을 본 게 얼마나 다행인지 절실히 느꼈다.‘만약 그때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임하나 씨, 정말 감사합니다. 임하나 씨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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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임하나 씨, 만약 주유한이 오늘 밤 납치를 허인영이 벌인 짓이라는 걸 알게 되면, 주유한이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하나는 리은이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잠시 말을 잃었다.“제가 아는 주유한이라면, 개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처리할 거예요. 오늘 일은 인영이가 선을 넘은 정도가 아니예요. 경찰에 신고하든 다른 방식으로든 책임을 묻는 게 맞다고 생각할 거예요.”“그런데 허인영 씨는요.”리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이어갔다.“자기가 이런 짓을 해도 주유한은 자기한테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임하나 씨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하나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그리고 리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왜냐고요...?”리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리은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확신을 가지는 거지?’‘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리은 씨... 경찰에 신고하실 건가요?”리은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물병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저한테 그런 비열한 짓을 했는데, 당연히 신고해야죠.”잠시 말을 고르던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게 맞아요. 리은 씨는 명백한 피해자니까요.”리은은 고개를 살짝 돌려 하나를 바라봤다.“어쨌든 오늘 정말 감사해요, 하나 씨. 임하나 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하나는 고개를 저었다.“별말씀을요. 정말 작은 일이었어요.”그러다 문득 리은의 머릿속에 보미의 모습이 스쳤다.리은은 상체를 바로 세우며 미간을 좁혔다.“그런데 임하나 씨, 혹시 금발 머리 여자애는 못 보셨어요?”하나는 고개를 저었다.“못 봤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리은은 정신을 잃기 전 보미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는 게 떠올랐다.하지만 창고 안에서도, 이후에도 보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허인영의 목적은 나뿐이었을 거야.’‘보미는 주유한의 사촌이니까... 설마 거기까지는 안 했겠지.’그때 하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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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한편 인영은 굳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을 급히 벗어 던지고 갈아입은 뒤, 인영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실패했어요.”전화기 너머에서 즉각 반응이 돌아왔다.[실패라니? 사람은 이미 데려갔다고 하지 않았어?]인영은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사이렌 소리는 분명히 들렸지만, 정작 경찰차는 보이지 않았다.어두운 공터였다면 경찰차가 들어오는 즉시 눈에 띄었을 터였다.‘설마... 속은 건가?’‘경찰은 없었는데, 누군가 일부러 경찰이 발견한 척 연출한 건가?’그 가능성이 떠오르자 인영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제가... 속았어요!”전화기 너머에서 냉소가 흘렀다.[그러니까 네가 쓸모없다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오래 붙어 있으면서도 자리 하나 못 잡은 거고.]핸드폰을 꽉 움켜쥔 인영의 눈에는 노골적인 적의가 드러나 있었다.“다음엔 절대 이렇게 끝내지 않을 거예요.”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통화는 그대로 끊겼다....주은미는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끊긴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정말 멍청한 년이지. 다 잡은 걸 놓쳐 버리다니. 이번 기회가 얼마나 귀한데.”주은미는 지체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보미야, 어디야?”[엄마, 나 병원이야. 어떻게 됐어?]“말도 마. 허인영이 그런 멍청한 짓을 해놓고도 일을 망쳤어.”[뭐?]보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속았다고 하더라. 누구한테 속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 버렸어. 이번에 리은이 건드린 걸로 이미 눈치를 챘을 텐데, 다음엔 같은 방법 쓰기가 쉽지 않을 거야. 전부 인영이 탓이야.”[엄마, 그러면 허인영이 들킨 거 아냐? 이 일 때문에 우리까지 엮이는 건 아니겠지?”주은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설마 그렇게까지 멍청하겠어?”[만약에 진짜라면...?]“지금 바로 물어볼게. 혹시 뭐라도 흘린 게 있는지.”[네.]주은미는 다시 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실패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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