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390 챕터

제291화

집안일을 하는 고용인들이 증언했다. 인영에게 과일을 갖다 주러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인영은 욕실에서 샤워 중이었고 그때 잠깐 말을 나눴다고 했다.하지만 리은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인영은 그 시간에 납치 현장에 있었다.그렇다면 어떻게 동시에 집에서 샤워를 하고, 고용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가장 가능성 높은 답은 하나였다.고용인들이 이미 매수되었고, 미리 입을 맞췄다는 것.‘사람의 증언은 돈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그렇다면 반대로, 그 지점을 파고들 수도 있지 않을까?’리은의 생각을 유한의 말이 끊었다.“허인영이 그렇게 대놓고 네 앞에 나타난 데는 이유가 있어. 이미 준비를 다 해 놨다는 뜻이야. 적어도 당분간 경찰 쪽에서는 더 나올 게 없을 거야.”시선을 돌려 유한을 보는 리은의 눈빛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스쳤다.“이번엔 왜 허인영 편을 안 들어? 무슨 생각이야?”“내가 언제 인영이 편을 들었어? 내가 정말로 인영이 편을 들었다면, 나하고 결혼한 사람은 네가 아니었겠지.”“나랑 결혼한 거, 내가 임신했기 때문이잖...”말을 하다 리은은 문득 중요한 걸 떠올렸다. 몸을 바로 세우며 유한을 똑바로 바라봤다.“예전에 내가 말했지. 너한테 약 먹인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 그때마다 안 믿었잖아. 근데 만약 내가 말해주면 어떡할 거야?”리은은 숨을 고른 뒤 한 번에 말을 쏟아냈다.“그때 너한테 약 먹인 사람은 허인영이야. 원래 너랑 같이 있어야 했던 사람도 허인영이었어.”“근데 그날 네가 거기 있는 걸 안 내가 참지 못하고 찾아갔어. 그래서 네가 나를 붙잡으면서 약이 풀린 거야.”“내가 재수 없게 끼어들었다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욕이랑 비난을 내가 다 뒤집어쓴 거라고.”말이 끝났지만, 유한의 표정에는 동요가 없었다.놀람도, 부정도 없었다.“다 말했어?”그 반응에 리은의 손이 저절로 굳어졌다.‘왜 이렇게 태연해? 설마...’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리은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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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선호의 말에 리은의 눈빛이 잠시 멈췄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이렇게 오래된 일을 이제야 알았다고?’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그런데도 정말 최근에서야 알았다는 게 말이 될까?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설명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허명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갑자기 끊은 것.그 시점부터 유한의 태도가 달라진 것.‘설마...’‘인영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그때부터 갑자기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함께 잘 살아보자는 말까지 꺼냈던 이유.이렇게 맞춰 놓고 보니 전부 이어지는 것 같았다.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꺼림칙했다.분명히 뭔가 어긋나 있는데, 정확하게 집어낼 수가 없었다.“도대체 언제 알았어?”“얼마 안 됐어.”“얼마 안 됐다는 게 언제인데?”“며칠 전.”리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그래서 그게 이유야? 갑자기 나한테 태도 바꾸고, 이혼 안 하겠다고 한 거.”유한은 대답하지 않았다.침묵은 사실상 긍정처럼 느껴졌다.그 순간, 리은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그때는 내가 너한테 약을 먹여서 두 집안의 혼사를 망쳤다고 생각했잖아. 그래서 그동안 나랑 루이한테는 신경도 안 쓰고, 나를 마치 없는 사람처럼 굴었잖아.”리은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졌다.“근데 이제 그 대상이 허인영으로 바뀌니까, 왜 이렇게 잠잠해? 그때 나한테 보이던 그 차가움은 다 어디 갔어?”“아니면 그냥 사람 봐가면서 대하는 거야? 너의 냉정함이랑 무관심은 오로지 나한테만 적용되는 거였어?”유한은 리은을 바라봤다. 깊은 눈빛에서는 감정을 쉽게 읽을 수가 않았다.“방금 통화 들었잖아. 허씨 집안의 허명그룹이랑은 전부 끊었어. 너도 알 거야, 그게 의미하는 게 뭔지.”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런데 더 뭘 바라는데?”리은은 입을 열려고 했지만 곧바로 다시 다물었다. 정작 자신도 뭘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유한은 리은을 아내로 맞았고, 무시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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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리은의 머릿속에서 가장 또렷한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경계였다.인영이 품고 있는 감정은 단순히 자신을 향한 증오가 아니었다.유한과 함께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존재를 향한 적의였다.그 안에는 리은뿐 아니라, 강덕순과 루이도 포함돼 있었다.‘허인영에게는... 장애물이 너무 많아.’이번 납치는 실패로 끝났다.그 사실을 인영도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한 번 실패한 사람은 다음엔 더 조심한다. 그리고 더 비열해진다.어쩌면 다음 목표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노인이나 아이.그 가능성만으로도 리은은 용납할 수 없었다.“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조치할게. 걱정하지 마.”유한의 말에도 리은은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강덕순은 대부분 본가에 머물렀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가끔 산책을 나가더라도 단지 내에서만 움직였고, 경비와 동행이 항상 붙어 있었다.문제는 루이였다.루이는 매일 유치원에 가야 했다.“앞으로 루이 등하원은 내가 직접 할게.”“알겠어.”유한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리은이 어떤 요구를 하든, 지금의 유한은 전부 받아들이고 있었다.그게 죄책감 때문이라는 걸 리은도 알고 있었다.오랜 오해에 대한 보상처럼.하지만 리은은 그걸로 마음이 흔들리거나, 고마움을 느끼지는 않았다.“이제 집으로 갈 거야, 아니면 회사로 갈 거야?”리은은 조금 전 선호의 전화를 떠올렸다.허씨 집안 사람들이 회사로 찾아왔다는 말.“회사로.”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리은의 생각쯤은 이미 읽고 있다는 듯이.“그래.”...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예상대로 허 회장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은 유한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다가왔다.“유한아, 갑자기 왜 허명그룹이랑 모든 협력을 끊는 거냐? 이렇게까지 하면 허명그룹은 정말 끝이야.”지금의 허명그룹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주강그룹의 지원 덕분이었다.유한이 손을 떼는 순간, 허명그룹은 버틸 힘이 없었다.유한은 두 사람을 차분히 바라봤다.“이유를 정말 모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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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그 말을 끝으로 허 회장 부부의 굳어버린 표정을 확인한 리은은, 유한의 팔짱을 끼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허 회장 부부는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탄 뒤에야, 허 회장과 한영숙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이게... 이게 말이 돼?”“유한... 유한아...”한영숙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허 회장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여보, 방금 진리은이 한 말이 사실이야? 5년 전에 약을 먹인 사람이 진리은이 아니라 우리 인영이라는 거... 그게 정말이야?”허 회장의 표정은 이미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굳어 있었다.“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유한이 갑자기 허명그룹이랑 모든 협력을 끊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허 회장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집에 가자. 그동안 우리 몰래 무슨 짓을 해왔는지, 오늘은 반드시 따져봐야겠어.”한영숙은 이미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라진 두 사람의 방향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다급히 허 회장을 따라 나섰다.“여보, 여보 좀 기다려!”...한편, 집으로 돌아온 인영은 거실에 불이 꺼진 걸 보고 걸음을 멈췄다.부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용인에게 물은 뒤에야 두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급하게 외출했다는 걸 알게 됐다.뭔가 급한 일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급한 일이라고요? 무슨 일이요?”“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가씨.”인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어젯밤 인영이 경찰서로 끌려갈 때 핸드폰을 소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드는 순간, 화면에 떠 있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대부분 태현이었다.‘이렇게 많이?’‘뭔가 일이 터진 거야.’순간, 인영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쳤다.‘설마... 그 사람들이 잡힌 거야?’그 생각이 들자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인영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태현 오빠, 나한테 이렇게까지 전화한 거 보면... 그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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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아빠, 엄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어젯밤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 왜 저를 때리세요?”“어젯밤 일이 너랑 상관없다면, 유한이가 왜 갑자기 허명그룹이랑 모든 협력을 끊었겠어? 그것도 네 일이랑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어?”인영은 이를 악물고 소파에서 일어섰다.“전부 진리은 그 년이 꾸민 짓이에요. 분명히 진리은이 유한 오빠한테 뭔가 말했을 거예요. 그래서 오빠가...”“아직도 변명하는 거야? 내가 딱 하나만 묻겠다. 그때, 유한이한테 약 먹인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그 말에 인영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이걸... 깜빡했어?’‘그럼 유한이 갑자기 허명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끊은 이유가...’“아, 아니에요. 제가 한 거 아니에요. 그건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아빠, 엄마... 저 믿어 주세요.”어젯밤 리은에게 했던 말들이 그대로 떠올랐다.하지만 인영은 마음을 다잡았다.어젯밤 집을 나간 적이 없다는 사실만 증명되면, 리은이 무슨 말을 했든 전부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그래서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아빠, 엄마 믿어 주세요. 정말 제가 한 거 아니에요. 분명 오해가 있어요. 제가 유한 오빠를 직접 만나서 다 설명할게요. 지금 바로 가볼게요.”허 회장이 감았던 눈을 뜨면서 조용히 말했다.“거기 서.”“아빠...?”인영은 왜 자신을 막는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허 회장을 바라봤다.허 회장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나하고 네 엄마도 이제 나이가 많아. 회사 일도 예전 같지 않아. 그래서 회사를 너한테 넘길 생각도 했지. 근데 넌 지난 몇 년 동안 대체 뭘 했냐?”“저... 회사 잘 운영해 왔잖아요.”“그게 네 실력이었어? 네가 뭘 했는데? 유한이 아니었으면 허명그룹은 진작에 망했어.”허 회장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어떻게 회사를 자립하게 할 생각은 안 하고, 남자 하나만 붙잡고 매달려서 그 주변만 맴돌아. 네 머릿속엔 나랑 네 엄마도 없고, 회사도 우리 집안도 없어.”그 말에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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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허인영 씨, 죄송하지만 예약이 없으면 올라가실 수 없습니다. 규정입니다.”“비켜. 너희가 뭔데 나를 막아? 당장 비키라고 했잖아, 안 들려?”“허인영 씨,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약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더 이상 곤란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성큼 다가간 인영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안내데스크 직원의 뺨을 후려갈겼다.“내가 비키라면 비켜!”인영의 갑작스러운 폭행에, 맞은 안내데스크 직원은 놀람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외쳤다.“허인영 씨, 저희는 규정대로 근무할 뿐이에요. 왜 사람을 때리세요?”“왜냐고? 너희가 나를 막았잖아. 내가 누군지 몰라? 감히 나를 못 올라가게 막아? 너희가 뭔데?”“그럼, 우리가 막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차분한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 고개를 돌렸다.리은이었다.안내데스크 직원들은 리은을 보자마자 억울함을 참지 못한 표정이 되었다.“사모님, 저희는 주 대표님 지시에 따라 근무했을 뿐인데 허인영 씨가 갑자기 손을 댔어요.”인영은 리은을 보며 비웃듯 말했다.“네가 있다고 해서 내가 못 올라갈 것 같아?”리은은 인영을 바로 보지도 않았다. 대신 맞은 직원 앞으로 다가가서 조용히 말했다.“손 내려 봐요. 얼마나 맞았는지 보게요.”안내데스크 직원이 손을 내리자, 붉게 남은 손바닥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그제야 울음을 참지 못한 듯, 직원은 눈물을 흘렸다.“사모님, 저희가 안내데스크 직원이라고 해도 정식 직원이에요. 허인영 씨가 무슨 권리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는 거죠? 재벌 딸이면 다 되는 건가요?”“그러니까요. 오늘 뉴스 안 본 사람이 어디 있어요. 주 대표님이 허명그룹하고 모든 거래를 끊었다고 난리인데, 이런 상황인데도 자기가 무슨 대단한 아가씨인 줄 아는지 모르겠네요.”“맞아요. 이렇게까지 선을 그은 걸 보면 중요한 사람은 아닌 거잖아요. 현실을 못 보는 거죠.”“진짜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이런 일 자체가 벌어졌겠어요? 그냥 자기 혼자 착각하는 거죠.”“...”사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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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말을 마치자 인영은 그대로 리은 쪽으로 다가오려고 했다.하지만 안내데스크 직원들이 즉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았다.“사모님께 가까이 오지 마세요!”모두가 리은을 감싸듯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인영은 거의 미쳐 버릴 것 같았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여자들은 자신에게 공손하기만 했다.그런데 이제는 전부 리은 편이었다.‘어디서 감히...’한때 회사 출입조차 금지됐던 리은.그런 리은이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진리은이 왜?’“허인영 씨, 경찰 부르기 싫으면 다른 방법도 있어. 합의로 끝내는 거지.”인영은 이를 악물고 리은을 노려봤다. 다시는 경찰서에 가고 싶지 않았다.“그래, 어떻게 합의할 건데?”리은은 그제야 인영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 밑에는 다크 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지금은 법치 사회야. 사람을 때리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합의하려면 배상을 해야지.”인영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결국 돈이잖아. 좋아, 얼마면 돼?”리은은 말없이 맞은 안내데스크 직원을 바라봤다.“얼마를 원해요?”안내데스크 직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100만 원...?’리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천만 원.”안내데스크 직원은 눈을 크게 뜨면서 숨을 들이마셨다.‘뺨 한 대에 천만 원이라니... 백만 원도 많다고 생각했는데...’인영은 비아냥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가져와. 계좌번호.”안내데스크 직원은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내밀었다.인영이 앱을 통해 이체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잔고 부족으로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인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하필 지금?’리은은 냉정하게 바라봤다.“허인영 씨, 설마 천만 원도 없다는 건 아니지?”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따갑게 꽂혔다.인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말도 안 돼.’다른 카드를 꺼냈지만 결과는 같았다.허명그룹의 위기로 인해, 인영 명의의 자금이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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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이 따귀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대로 얼어붙었다.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인영 역시 마찬가지였다.얼굴을 얻어맞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리은이 차분하게 말했다.“한 대에 천만 원이라며. 다들 시간 아깝잖아. 천만 원은 내가 대신 내줄게.”말을 마친 뒤, 리은은 멍하니 서 있던 안내데스크 직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계좌번호 주세요.”“네? 아... 아?”직원의 계좌번호를 받아 든 리은은 곧바로 천만 원을 송금했다.안내데스크 직원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계좌 잔액에 찍힌 숫자가 전혀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좀 이상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통쾌했다.“감사합니다, 사모님!”안내데스크 직원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뺨은 대신 맞아줬고, 돈은 본인이 받았다.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그제서야 인영도 정신을 차렸다.얼굴을 움켜쥔 채, 분노로 일그러진 눈빛으로 리은을 노려봤다.“나를 때렸어?”리은은 무표정하게 인영을 바라봤다.시선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때리면 안 돼? 넌 남을 때릴 수 있고, 나는 안 돼? 한 대에 천만 원이라는 건 네가 동의한 조건이잖아.”인영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창백해졌던 안색이 다시 시퍼렇게 변했다.선호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조용히 리은을 바라봤다.‘정면 돌파네... 사모님, 오늘은 전력투구야.’“진리은! 이 미친년아!!! 나를 때려? 내가 죽여버릴 거야!!!”리은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눈빛에는 경멸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예전에 인영이 리은을 내려다보며 던지던 그 시선.그 조롱과 우월감이 지금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약을 썼던 방식도, 그걸로 사람을 짓밟던 태도도.’그 모든 것이 그대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리은의 표정 하나하나가 인영을 자극했다.조롱하고 비웃으면서 철저하게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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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태현 오빠, 왜 이제야 왔어? 오빠도 봤잖아, 저 사람들 정말 너무해!”인영은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우에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울음은 멈출 줄 몰랐고, 목소리는 계속 떨렸다.태현은 곧바로 인영의 양팔을 붙잡고 상태를 살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 저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어?”흐느끼며 고개를 젓던 인영이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그동안 인영은 관계와 배경 덕분에 늘 원하는 대로 살아왔다.어디를 가든 ‘인영 씨’라는 호칭과 함께 대접을 받았다.그런데 방금 전, 그 체면이 바닥까지 떨어졌다.“진리은 그 미친년이 내 뺨을 때렸어!”태현은 붉게 달아오른 인영의 뺨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진리은이 너를 때렸다고?”“그리고 저 사람들을 시켜서 나를 쫓아냈어. 태현 오빠, 나 태어나서 이런 수모는 처음이야. 진리은이 왜...?”태현은 인영의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나 보안 요원들이 즉시 앞을 막아섰다.태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비켜.”보안 팀 직원들은 태현을 알아봤다. 더 이상 막아서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조용히 길을 열었다.태현이 등장한 걸 리은도 분명 봤다.그러나 리은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직원들에게 먼저 말했다.“다들 이제 자리로 돌아가세요. 오늘 점심은 회사에서 디저트 준비할게요. 놀랐을 텐데 잠깐 쉬세요.”“네, 사모님...”리은은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그때 태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진리은!”리은은 돌아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태현과 인영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선호는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이건 전부 내 몫이겠지... 월급도 많이 받고 있으니 일을 제대로 하게 생겼네.’선호는 정중하게 말했다.“심 대표님, 주 대표님께서는 현재 중요한 회의 중이셔서 면담이 어렵습니다. 기다리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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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진리은... 이렇게까지 망신을 주다니, 절대 그냥 두지 않겠어.’“아... 미안해요. 제가 혹시 실례되는 말을 한 걸까요?”인영은 얼굴을 감싼 채 붉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겉으로는 아무 일 아닌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리은을 수도 없이 찢어 죽이고 있었다.‘저 여자만 아니었어도...’아까부터 느껴지던 은근한 시선들, 숨기지도 않은 비웃음.그게 인영을 미치게 만들었다.“보미야, 먼저 나가 있어.”“네. 필요하시면 부르세요. 지금은 제가 사촌오빠 비서라서요.”보미는 그렇게 말하고 접견실을 나섰다.문을 나서자마자 선호를 붙잡고 눈을 반짝였다.“장 비서님, 저 허인영 씨 얼굴 봤어요? 맞은 것 같던데요. 누가 감히 때렸어요? 허씨 집안 아가씨에다가 오빠랑 그런 관계라면서요. 누가 그렇게 대담해요?”“남 일에 관심이 너무 많아요.”“에이, 말해줘요. 저 절대 말 안 해요. 그 뺨 누가 때린 거예요? 설마... 언니가 때린 거예요?”선호는 보미를 한 번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놀란 보미가 입을 막았다.“진짜 언니가 때린 거예요? 그럼 허인영 씨랑 사촌오빠가 진짜 그런 관계라는 거예요?”“쓸데없는 말 하지 마세요. 주 대표님이랑 허인영 씨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다 소문이에요. 주 대표님 마음에는 사모님 한 분뿐이에요.”유한 곁에 오래 있었던 선호는 알고 있었다.리은과 인영을 제외하면, 다른 여자가 유한 가까이 온 적은 없었다.그리고 지금은 유한이 인영과도 선을 그었다.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리은 하나뿐이었다.“그래요?”선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비서는 자기 일만 잘하면 됩니다. 호기심은 줄이고요. 그래도 궁금하면 대표님께 직접 물어보세요.”그 말을 남기고 선호는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갔다.“대표님, 심 대표님과 허인영 씨가 현재 접견실에 계십니다.”회사 로비에서 벌어진 일은 아직 유한에게 전달되지 않았다.회사 전체에 소문이 퍼졌어도 유한 귀까지는 닿지 않았다.선호는 유한의 눈과 귀였지만, 모든 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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