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390 챕터

제301화

“유한 오빠...”인영은 유한의 이름을 부르다가 말을 멈췄다.유한이 리은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억지로 만들어낸 듯한 인영의 연약한 표정은 거의 무너질 뻔했다.그 모습을 본 리은은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허인영 씨, 표정 바뀌는 속도가 참 인상적이네.”인영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리은을 얼마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그대로 드러났다.하지만 유한이 곁에 있는 이상, 인영은 이를 악물고 감정을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무슨 뜻이야?”“내 말은... 허인영 씨가 아까 속으로 상상하던 모습은 너무 보기에 안 좋았거든. 지금 이 표정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뜻이야.”“넌...”인영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예전의 리은은 인영 앞에서 늘 조심스러웠다. 고개를 숙이지는 않아도 언제나 한발 물러서 있었다. 이렇게 당당하게 나서는 리은이 아니었다.태현이 인영의 팔을 붙잡았다.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흘끗 본 태현이 가라앉은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유한아, 인영이가 너무 급해서 그래. 말이나 행동이 과했던 거지. 너도 알잖아, 원래 그런 성격이야. 나쁜 의도는 없어.”“나쁜 의도가 없다고?”리은이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납치에 약까지 쓴 게 나쁜 의도가 아니라고?”태현의 표정이 굳어졌다.“인영이가 납치하고 약을 썼다는 증거라도 있어?”인영 역시 리은을 똑바로 노려봤다.리은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증거가 없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나올 수 있을까?”‘뭐... 뭐라고?’‘증거가 있다는 말인가?’인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동요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태현은 인영의 손목을 더 세게 쥐었다.인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증거가 있었다면, 경찰이 인영을 그냥 풀어줄 리 없었다.리은이 또 말로 떠보는 거였다. 인영을 흔들려는 수작이었다.‘이 여자...’“무슨 말인지 난 전혀 모르겠어!”인영은 단호하게 부인했다.그리고 곧바로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유한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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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유한 오빠, 날 믿어야 해. 내가 어떻게 오빠를 해치고 약까지 먹이겠어? 난 그런 짓 안 해.”인영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유한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하지만 유한이 한 걸음 물러서며 그 손을 피하자, 인영의 손은 허공만 가른 채 균형을 잃었다.인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유한을 바라봤다.“오빠... 오빠 나를 안 믿는 거야?”유한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인영을 봤다.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진짜로 내가 아무 단서도 못 찾았을 거라고 생각해?”인영의 눈이 크게 흔들리면서 놀람과 불안이 동시에 스쳤다.‘무슨 뜻이야?’‘설마... 뭔가 알아낸 거야?’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그때 인영은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게다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 와서 무언가를 찾아낸다는 건 말이 안 됐다.“오빠... 무슨 말 하는 거야? 난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유한은 담담하게 말했다.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였다.“누가 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인영은 잠시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용서하겠다는 뜻인가?’리은도 고개를 돌려 유한을 바라봤다.유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있었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난 애초에 오빠한테 약 먹인 적도 없어.”“내가 예전에 허씨 집안에 약속했던 것들, 전부 없던 걸로 하겠어.”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인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없던 걸로 한다고?’‘그 모든 약속을, 전부?’그 말은 곧 유한의 보호가 사라진다는 뜻이었다.유한이 발을 뺀다면 허명그룹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몰락하게 될 뿐이다.‘안 돼. 이렇게 망할 수는 없어.’‘난 계속 허씨 집안의 딸로 살아야 해.’“오빠 어떻게 우리 허씨 집안을 이렇게 대할 수 있어? 난 진짜로 오빠한테 약 안 먹였어. 진리은 이 여자 말만 듣고 나를 의심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인영은 말하면서도 속이 타 들어 갔다.‘그때 왜 그랬을까.’‘조금만 참았어도...’“만약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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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인영은 문득 그날 밤이 떠올랐다.호텔에서 한 직원이 실수로 인영의 드레스에 술을 쏟았던 일.그때 인영은 꽤 화가 나 있었다. 술 얼룩이 묻은 채로 유한을 만나러 갈 수는 없었다.그날은 인영에게 특별했다. 처음이었고, 오래 기억해야 할 순간이었기에, 반드시 가장 완벽한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그때 호텔 매니저가 나섰다.유한이 준비해둔 새 드레스가 있다며, 갈아입을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했다.인영은 그 말을 듣고 기뻤다.‘유한 오빠도 드디어 나를 신경 쓰기 시작했구나.’그렇게 생각했다.인영은 유한의 모습을 찾았다.곧바로 연회장 한쪽에 있던 유한이 문제가 있는 술을 마시는 걸 확인했다. 그제야 마음을 놓은 인영은 기대를 안은 채, 매니저를 따라 새 드레스로 갈아입으러 갔다.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유한은 보이지 않았다.인영은 거의 호텔 전체를 뒤지듯이 찾아다녔다.그리고 다음 날, 평범한 스탠다드 객실 문을 열었을 때, 침대 위에 있던 사람은 유한과 리은이었다.인영은 그때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으면서, 리은에게 달려들어 모든 걸 끝내고 싶었다.용기를 내서 겨우 한 걸음을 내디뎠는데, 그 선택이 결국 리은에게 모든 걸 넘겨주는 결과가 될 줄은 몰랐다.유한과 리은은 이미 헤어진 사이였다.반년 넘게 얼굴도 보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완전히 끝난 관계였다.다시 엮일 일은 없다고, 누구나 그렇게 믿고 있었다.그런데 하룻밤의 사고로 두 사람은 다시 얽혀버렸다.당시 모두가 자연스럽게 생각했다.유한에게 약을 먹인 사람은 리은이라고.인영은 억울했지만,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입을 다물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대신 인영은 사람들을 움직였다.이야기가 여기저기 퍼지게 만들었다.리은이 어떻게든 유한을 꼬시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그 한 달 동안, 리은은 명문가 아가씨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됐다.리은의 이름만 나와도 조롱이 따라붙었다.인영의 분노도 어느 정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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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리은은 인영의 시선과 표정을 보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왜 저렇게 복잡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감정이 너무 많이 뒤엉켜 있었다.어디서부터 무엇을 짚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하지만 유한은 인영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우린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어. 장 비서.”유한이 부르자, 밖에 서 있던 선호가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보내.”짧게 말한 유한은 고개를 돌려 리은을 봤다.리은이 여전히 인영을 보고 있는 걸 확인한 뒤, 손을 잡아 이끌었다.그대로 접견실을 나설 준비를 했다.인영은 ‘다시는 볼 일 없다’는 유한의 말에 정신이 멍해졌다.정말로 끝이라는 말이었다.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뜻이었다.친구로조차 남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이렇게까지...?’5년 전, 약을 쓴 사람이 인영이라는 이유로?그 대상이 유한이었다는 이유로?‘그런데 대상이 진리은이었을 때는 왜 이렇게 단호하지 못했지? 왜 그렇게 미련을 두고 질질 끌면서 쉽게 놓지 못했을까?’‘왜 나한테만 이렇게 잔인해?’인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건 너무 불공평했다.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유한은 리은을 데리고 떠난 뒤였다.인영의 표정을 본 선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몸을 낮추고 한쪽 팔을 들어 올리고는 나가라는 제스처를 했다.“신 대표님, 허인영 씨. 이제 나가 주셔야 합니다.”인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야. 이럴 수 없어. 유한 오빠가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이러면 안 돼!”인영은 앞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선호가 앞을 막았다.“허인영 씨, 주 대표님 말씀 들으셨잖아요. 앞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비켜! 내가 직접 말해야 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비키라고 했잖아! 꺼져!”선호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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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유한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한 번 내린 결정은 번복하지 않고, 후회라는 감정 자체가 선택지에 없는 남자였다.예외가 있다면, 단 하나.리은과 관련된 일뿐이었다.허명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는 결정은 겉으로 보기엔 치명적인 타격은 아니었다.하지만 결코 가벼운 선택도 아니었다.한 번 휘두르면 되돌릴 수 없는 칼이다.그런 판단을 감정에 휘둘려 내릴 리가 없었다.유한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만큼 이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었고, 지금까지는 단지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지금 그 시기가 왔을 뿐이다.인영을 어느 정도 진정시킨 뒤, 태현이 선호를 바라보며 말했다.“건드리지 마. 내가 데리고 갈게.”선호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신 대표님. 허인영 씨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요.”태현의 눈빛이 잠시 차가워졌지만, 더 말하지는 않았다....대표실에 들어서자마자 리은은 유한의 손을 뿌리쳤다.그리고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아까 했던 말들, 무슨 뜻이야?”유한은 돌아서서 리은을 봤다.“어떤 말?”리은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모르는 척하지 마. 허인영이 너한테 일부러 그랬다고 했잖아. 네가 다 알고 있었다고도 했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날 바보로 생각하고 얼버무리지 마.”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리은은 그렇게 느꼈다.리은은 한 걸음씩 유한에게 다가갔다.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유한의 얼굴을 바라봤다. 미세한 표정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고정했다.“넌 나한테 얼마 전에야 허인영이 약 먹인 거 알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허인영은 네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해? 왜 일부러 그랬다고 하는데?”“내가 일부러 뭘 했다는 건데?”“지금 내가 묻고 있잖아.”유한은 흔들림 없이 리은을 마주 봤다.리은의 시선에는 의심이 가득했지만, 유한의 눈은 고요했다.“설마 내가 일부러 약 탄 술 마시고, 너랑 그런 일이 생기게 했다고 생각해?”유한의 말은 너무 직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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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잠시 말을 멈췄던 유한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그냥 짐작이었어.”“짐작이었어?”리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되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 그저 짐작이었다고?”“그래. 짐작.”유한은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그 순간, 리은은 정말로 할 말을 잃었다.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떠오르지 않았다.“하... 지금 와서 하는 말이 짐작이었다고?”사람은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온다고 하더니, 딱 그 꼴이었다.리은은 가슴 한가운데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지만,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주먹을 꽉 쥔 채 비웃듯 말했다.“짐작치곤 꽤 정확하네.”5년 동안 단 한 번도 인영을 의심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야 의심을 했다는 게.“그래서 언제부터 의심한 거야?”“얼마 안 됐어.”또다시 대충 넘기는 대답이었다.리은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내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여?”유한이 고개를 숙였다.깊은 시선이 리은의 차가운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바보는 너처럼 예쁘지 않지.”그 한마디에 리은의 인내심은 완전히 끊어졌다.가슴에 쌓여 있던 분노가 그대로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이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우습게 본 거야.’‘아니, 아예 가지고 논 거지.’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리은은 그대로 손을 들어 유한의 뺨을 때렸다.유한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미쳤어? 완전 정신이 나간 거 아냐?”한 대를 때리고 나자, 더이상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리은은 확신했다.유한도, 인영도.이 둘은 분명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한 사람도 아니고, 둘 다.자기만 아무것도 모른 채 바보처럼 굴고 있었다.리은은 그동안 모든 게 오해였다고 생각했다.이미 다 내려놓았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에 서서히 포위되고 있는 느낌이었다.리은은 유한을 노려본 뒤 그대로 돌아섰다. 문을 향해 가던 리은은 막 들어오던 태현과 부딪쳤다.태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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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문득 태현을 힐끗 본 유한은 책상으로 돌아가 앉으면서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나 없어도 인영이한테는 너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잖아. 뭐가 그렇게 무서워?”태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모든 건 지금까지 네가 허명그룹을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네가 이렇게 갑자기 손을 떼겠다고 하면, 내가 전부 넘겨받고 싶어도 그건 불가능해.”태현이 할 수 있는 건 허명그룹이 조금 더 버티게 만드는 것뿐이다. 하지만 주강그룹과 엮여 있는 수많은 협력 프로젝트는 다른 누군가가 나선다고 해서 쉽게 이어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허명그룹의 규모나 다른 회사 자체는 어떻게든 넘겨받을 수 있다 해도, 주강그룹이 떠난 자리는 아무나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아무리 수익성이 좋은 계약이라 해도 유한이 이렇게 선을 그어버린 이상, 이익이 눈앞에 있어도 감히 손을 내밀 사람은 없을 터였다.허명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갑작스럽게 끊는다는 건, 모두에게 분명한 신호였다.유한이 허씨 집안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것, 그리고 그 갈등이 가볍지 않다는 사실까지.해성시에서 누가 감히 이 뒤처리를 맡으려 들겠는가?미간을 찌푸린 채 유한을 바라보던 태현이 무거운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유한아, 진짜로 전부 손 놓을 생각이야?”유한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은 채 담담한 눈으로 태현을 바라봤다.“내가 언제 공적인 일을 사적으로 처리한 적 있었어?”태현은 바로 말문이 막혔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저번에 내가 농담 삼아 한 말에도 그렇게 선을 그었잖아. 인영이 잘못을 한 번만 넘어가 줄 수 없는 거야?”“그때는 네 말이 문제를 만들지 않았으니까 넘어간 거야. 조금이라도 결과가 나빴다면, 네가 지금 여기 서서 다른 사람 대신 변명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아?”유한의 말투는 전혀 온기가 없었고, 두 사람 사이의 오랜 정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태현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이미 시선을 거둔 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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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왜 가야 해? 아직 아무것도 해결 안 됐어.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우리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해?”“그럼 일을 벌이기 전에 조금이라도 생각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인영은 태현을 바라봤다.“태현 오빠, 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태현은 운전대를 꽉 잡은 채, 갑자기 물었다.“어젯밤에 대체 뭘 했어?”몸이 굳어진 인영이 곧바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안 했어!”“인영, 내가 사람을 빌려준 건 너를 믿었기 때문이지, 불법적인 범죄를 저지르라고 한 게 아니야!”인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이미 다 끝난 일이야. 지금은 그 세 사람만 잘 숨기면 돼. 들키면 다 같이 끝장이야.”태현의 기색이 가라앉았다. 유한이 했던 경고가 머릿속을 스쳤다.“네가 납치를 할 줄 알았으면, 나는 절대 사람 안 빌려줬어.”“이제 와서 그런 말 해 봤자 소용없어. 진리은을 데려간 사람들은 오빠가 소개해 준 사람들이야. 우리는 이미 같은 배를 탄 거야. 그 사람들이 잡히거나, 내가 불면 우리 전부 끝이야.”태현은 인영을 거칠게 바라봤다. 복잡한 감정이 얼굴에 얽혀 있었다.“그래서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그제야 인영은 태현에게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유한과는 완전히 틀어졌고, 여기서 태현마저 밀어내면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더 이상 기댈 수 있는 사람마저 없게 된다.“아니야, 오빠. 그런 뜻 아니야. 나, 나 그냥 화가 나서 그랬어. 오빠도 알잖아. 설령 일이 드러나도 나는 오빠를 팔지 않아.”“오빠가 다 나 도와주려고 그런 거라는 거 알아. 나 그렇게 은혜도 모르는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 마. 오빠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절대 없어.”태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인영의 태도가 누그러지자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물어야 할 게 남아 있었다.“그럼 솔직하게 말해. 어제 진리은한테 무슨 짓을 했어?”인영은 말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내가 진리은한테 뭘 할 수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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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하지만 오빠도 지금 봤잖아. 유한 오빠의 할머니가 유한 오빠랑 진리은 이혼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 거.”“난 정말 무서웠어. 나한테는 더 이상 허비할 다음 5년이 없어.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정말로 궁지에 몰려서 그런 거야...”“그냥 진리은을 겁만 주고 싶었어. 영상만 하나 찍으려고 했을 뿐이야. 진짜로 진리은한테 뭘 할 생각이었다면, 내가 왜 직접 나섰겠어?”“난 정말로 유한 오빠랑 진리은이 이혼만 하길 바랐어. 태현 오빠, 나 좀 믿어주면 안 돼?”인영은 끊임없이 말을 덧붙이며 자신을 변호하려고 했다.“5년 전 약을 쓴 건, 그건 내가 했다는 거 인정해. 하지만 그때도 불안해서 그랬던 거야.”“나랑 유한 오빠가 관계를 가지면, 유한 오빠가 바로 나랑 결혼할 줄 알았어. 난 그냥 결혼을 조금 앞당기려고 한 것뿐이야.”“원래 유한 오빠도 나랑 약혼할 생각이었잖아? 내가 그렇게 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그만해. 더 말하지 마.”태현이 말을 끊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어. 나 혼자 힘으로는 허명그룹을 끝까지 떠받칠 수 없어.”그제야 인영은 진짜로 다급해졌다. 부모에게 뭐라고 설명할지도 문제였지만, 허명그룹이 무너지면 자신이 자랑으로 삼았던 출신 자체가 사라진다.파산한 집안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인영이 무엇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그럼 어떻게 해야 해? 태현 오빠, 나 도와줘야지. 허명그룹이 이렇게 무너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방법을 생각해 줘.”태현은 복잡한 눈으로 인영을 바라봤다.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대한 도와줄게. 하지만 인영아, 지난 5년 동안 주강그룹에 너무 깊이 묶여 있었어.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해.”“무슨 준비? 싫어. 허명그룹은 절대 망하면 안 돼.”태현은 인영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인영아, 걱정하지 마. 정말 그런 날이 오더라도 너한테는 내가 있어. 유한이 끝까지 마음을 바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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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가사도우미의 말에 리은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리은은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온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가사도우미가 잠시 멈칫했다.“사모님, 이건 무슨 뜻이신가요?”“난 사실을 듣고 싶어요. 허씨 집안에서 얼마를 받았든, 그 두 배를 드릴 수 있어요.”가사도우미는 눈을 크게 뜨고 리은을 바라보다가, 테이블 위의 카드를 내려다본 뒤 급히 손을 내저었다.“사모님, 오해하셨어요. 허씨 집안에서 저한테 돈을 주고 거짓말을 시킨 적 없어요. 인영 아가씨는 그날 밤 정말로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어요.”그 말을 듣자 리은이 미간을 더 찌푸렸다.“정말로 허인영 씨가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말인가요?”“확실해요, 사모님. 저는 거짓말 못 해요. 경찰에서도 여러 번 확인했어요. 이렇게 큰 일인데 제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그런 용기는 없어요.”리은은 가사도우미의 태도를 유심히 살폈다. 불안해 보이긴 했지만, 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적어도 일부러 꾸며낸 말처럼 보이진 않았다.“그럼 그날 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을까요? 가능한 한 세세하게요.”“네... 말씀드릴게요.”“그러니까, 방에 들어가 쉬려고 하던 중에 허인영 씨에게 전화가 와서 과일을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다는 거죠?”가사도우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미 꽤 늦은 시간이어서 전화를 끊고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했어요. 그때가 열한 시가 한참 넘었는데, 과일을 손질해서 방에 가져갔을 때는 거의 자정이었어요.”리은의 눈썹이 더 깊게 모였다.‘이상해... 시간이 맞지 않아.’하나가 리은을 구해 준 시각과 지금 듣는 시간상 차이는 거의 없었다.하지만 그 창고는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아무리 서둘러도 그렇게 빠르게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는 걸까?“허인영 씨는 원래 한밤중에 과일을 먹는 편인가요?”“아니요, 그런 편은 아니에요. 그날은 욕실에서 오래 목욕하면서 드라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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