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본가에는 인영의 처절한 울음소리만 가득 울려 퍼졌다.깊은 밤 고요함 속에서 그 소리는 더 또렷하게 퍼져 나가면서, 집안 공기를 짓눌렀다.2층에서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던 보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긴장한 나머지 연신 침을 삼켰다.유한이 여자에게 손을 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기운은 너무나도 날카로워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 누구도 쉽게 숨을 내쉴 수 없었다. 주은미조차 그 분위기에 눌려, 천천히 숨을 쉬어야 할 정도였다.결국 강덕순이 굳은 얼굴로 소파에서 일어섰다.“그만해라.”그제야 정신을 차린 주은미가 곧바로 강덕순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엄마, 괜찮으세요? 다치신 데는 없으시고요?”유한도 고개를 돌려 강덕순을 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덕순은 유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약이니 배신이니, 도대체 무슨 소리냐? 이게 다 무슨 일이야?”주은미 역시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혼란스러웠다.“그러게. 유한아, 인영이가 아까 한 말들,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그때 약을 쓴 사람이 리은이 아니라 인영이었던 거야?”그 말을 듣자 강덕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내가 뭐랬어. 리은이는 그런 애가 아니라고 했잖아. 너는 말을 안 듣고 끝까지 의심하더니, 이 꼴이 나서야 속이 시원하냐?”유한은 대답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할머니, 괜찮으세요?”“말 돌리지 마. 인영이가 말한 배신이라는 건 또 뭐야?”“배신이 뭐냐고요?”인영이 흐느끼며 웃음을 섞어 말했다. 눈에는 함께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듯한 증오가 서려 있었다.그러나 유한의 시선이 차갑게 쏟아지면서, 더없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입 다물어.”인영은 이를 악물고 유한을 노려봤다.예전의 인영은 리은과 강덕순만을 미워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유한 역시 증오의 대상이었다.‘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왜 나를 이렇게 해코지를 하고, 이렇게까지 몰아붙여?’그동안 품어왔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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