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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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을 잡은 리은은 점심시간에 보미와 따로 만났다.“보미야, 나한테 할 말이 있다면서?”보미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본 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리은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속삭였다.“어젯밤에 허인영이 본가에 왔어요. 오빠도 같이 갔고요.”리은은 고개를 돌려 보미를 바라봤다.“그래서... 무슨 얘기들이 오갔는데?”보미는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물론 그대로의 영상은 아니었고,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편집한 것이었다.영상을 끝까지 보고 나서 손을 내린 리은의 표정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유한은 허 회장 일가를 해외로 내보낼 생각이었다.‘왜... 굳이?’‘허인영이 해외로 나가버리면, 내 납치 사건은 어떻게 되는 거야?’아직 새로운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고, 경찰도 인영의 신변을 제한할 근거는 없었다.유한은 허명그룹과의 거래를 끊으면서도 회사를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않았다.파산이 아니라 인수.거기에 해외로 나갈 자금까지 마련해 주는 선택.리은은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리은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던 보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언니, 오빠가 그렇게까지 선 긋는 것처럼 굴었는데도... 결국엔 마음이 약해진 거 아닐까요?”“허명그룹을 그냥 망하게 놔두지 않고 인수한 거 보면, 혹시 아직 미련이 있는 건가 싶어서요.”그렇다. 여기까지 밀어붙였으면 끝까지 가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런데 결과는 체면을 지켜준 마무리였다.‘정말... 그런 걸까?’갑자기 숨을 들이마신 보미가 놀란 듯 말을 이었다.“언니, 혹시... 언니를 납치한 사람이 허인영이라는 걸 알면서도 오빠가 해외로 보내려는 게, 사실은 허인영을 보호하려는 거면 어떡해요?”그 말에 리은의 발걸음이 멈췄다.곧바로 방향을 틀어 자리를 뜨려 했지만, 보미가 앞을 가로막았다.“언니, 어디 가세요?”“주유한한테 물어보러 가야겠어.”“안 돼요, 언니.”보미는 다급하게 말했다.“저 어제 언니랑 밥 먹겠다고 나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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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리은은 분노가 한계에 다다른 듯, 손에 쥐고 있던 마우스를 그대로 내던졌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사무실 안에 있던 나머지 세 사람 모두 깜짝 놀라 몸을 굳혔다.사실 요즘 들어, 그들 역시 이런저런 소문을 조금씩 듣고 있던 터였다.주강그룹 소속 직원은 아니었지만, 최근 점심시간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회사는 결국 거대한 소문 집합체 같은 곳이라, 업무만큼이나 뒷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공간이었다.그런 리은이 갑자기 감정을 터뜨리자, 모두 자세를 바로잡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가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괜찮으신가요?”리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짧게 말했다.“회사에 좀 다녀올게요.”그 말만 남긴 채, 옆에 두었던 가방을 집어 들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갔다.리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가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직 전원이 꺼지지 않은 리은의 컴퓨터를 들여다봤다.화면에 떠 있는 기사를 확인하는 순간, 가을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아...”우길이 고개를 내밀며 다가왔다.“왜 그러세요? 뭘 보셨길래 그렇게 놀라세요?”하지만 우길은 화면을 봐도 단번에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요?”가을은 사무실 문 쪽을 한 번 확인한 뒤, 목소리를 낮췄다.“요즘 도는 소문들, 두 분 못 들으셨어요?”“무슨 소문이요?”가을은 잠시 망설이다가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주강그룹 쪽에서 도는 얘긴데요... 사실 우리 팀장님이 주 대표님 부인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그러니까, 사모님이시라는 거죠.”우길은 눈을 크게 떴다.“네? 그게 말이 돼요? 설마요.”“쉿, 목소리 좀 낮추세요.”진호도 두 사람 쪽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으신 겁니까?”“제 인맥이죠.”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며칠 전에 주강그룹 재무팀 사람들이랑 같이 밥 먹었는데, 그분들이 그러더라고요. 회사 안내데스크 직원이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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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아, 생각났어요!”“뭐가 떠오르셨어요?”“전에 회사에서 동료들이 말하던 게 있었어요. 주강그룹이 예전에 우리 회사를 인수하려고 했었다는 얘기요.”“그런데 중간에 흐지부지됐잖아요. 이거 혹시 팀장님이랑 관련 있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허 대표님이 팀장님 대하는 태도도 늘 공손하고 부드러웠잖아요. 혹시 허 대표님도 팀장님 신분을 알고 계셨던 거 아닐까요?”가을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아...”그리고 거의 동시에 말했다.“맞아요. 분명 그래요. 팀장님은 사모님이 맞아요.”“세상에... 전 지금 와서야 드는 생각인데요, 팀장님 진짜 너무 겸손하시고 조용하지 않으세요?”우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고, 진호는 대부분의 시간을 말없이 그저 듣고만 있었다.가을은 더 말을 이어가려다 진호를 힐끗 보고는 말을 삼켰다.“음... 어떤 사람들은 겉으로는 우리랑 똑같아 보여도, 사실은 넘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법이죠. 그렇지 않나요?”우길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제가 매일 얼굴 보면서 일하던 팀장님이 주강그룹 사모님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진짜 상상도 못 했죠.”가을도 고개를 저었다.“전혀요. 전 그냥 팀장님 집안이 좀 잘사는 줄만 알았어요. 결혼하셨다고 하셨을 때도 남편분이 능력이 있으신 정도겠거니 했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호는 더이상 듣기 힘들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근무 시간에 잡담은 삼켜주세요.”진호를 힐끗 본 가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어떤 사람은 삶을 잠깐 스쳐 가면서 눈부신 인상을 남긴다.하지만 처음부터 같은 선상에 있지 않았다면, 교차점은 생기지 않는다.애초에 출발선이 달랐다.그제야 분위기가 이상해졌다는 걸 느낀 우길이 작은 목소리로 가을에게 물었다.“정 대리, 하 대리 왜 저래?”가을은 무표정한 진호를 힐끗 보고 대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그리고요, 저한테 반말하지 마세요. 우린 직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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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다른 한편에서 통화를 마친 광윤은 소파에 앉아 있는 리은을 바라봤다.“확인했어요. 허인영 씨 일가는 오늘 오후 5시 출발 비행기로 M국으로 가요.”리은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인수 소식이 막 발표되자마자 가족 전체가 서둘러 출국한다는 건, 어떻게 봐도 마음이 편한 게 아니었다.‘이게 도망이 아니면 뭐겠어.’시계를 확인하니 이미 2시 반이었다.여기서 공항까지 차로 가도 최소 3시간은 걸린다. 대신 지하철을 타면 시간은 맞출 수 있었다.하지만 3시간 안에 새로운 결정적 증거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인영은 분명 돈을 챙겨 빠져나가려는 계산이었다.허명그룹이 사라졌다고 해도 인수 대금에서 채무를 정리하고 남은 돈은 적지 않았다.그 돈이면 허 회장 일가는 해외에서 얼마든지 여유롭게 살 수 있다.만약 인영이 예전에 약을 썼다는 일을 뒤집어씌운 정도였다면, 해외를 가든 달을 가든 리은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 일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정리했다.하지만 납치는 달랐다. 자신을 납치했고, 심지어 할머니를 해치려고 했던 사람을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그 정도 일을 저지르고도 조용히 끝낼 인간이 아니야.’더구나 유한도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호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끝내 인영의 집안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 번은 손을 놓아준 셈이었다.잡초는 뿌리째 뽑지 않으면 다시 자라는 법이다.이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였다.리은은 인영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의 출국은 도망이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일 뿐이야. 때가 되면 반드시 다시 돌아올 거야.’그 불확실함이 가장 위험했다.“대표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광윤이 다시 물었다.“사람 필요해요? 내가 두 명 정도 붙여줄 수도 있는데요.”리은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리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광윤이 핸드폰을 들었다.전화를 걸려는 찰나, 상대방에게서 먼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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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가장 중요한 건 인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허씨 집안이었다.허씨 집안 손에는 아직 가장 결정적인 한 장의 패가 남아 있었다.그 카드가 있는 한, 인영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있었다.“날 돌봐줘? 오빠가 무슨 자격으로?”인영은 비웃듯 말했다.“지금의 나는 더 이상 허명그룹의 딸도 아니야. 신씨 집안에서 오빠랑 나를 가만두겠어? 오빠가 자기 결혼 하나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그건...”“태현 오빠.”인영은 태현의 말을 끊었다. 말투는 단호했지만, 내용만큼은 태현을 배려하고 있었다.“난 오빠 마음 다 알고 있어. 그동안 일부러 모른 척했을 뿐이야. 우린 늘 제일 친한 친구였고, 오빠도 알잖아. 내 마음엔 유한 오빠밖에 없었어. 난 다른 남자는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어.”인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이어갔다.“우린 같이 자랐잖아. 오빠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난 오빠가 나 때문에 어렵게 얻은 걸 다 포기하는 거, 절대 원하지 않아.”그녀는 말하면서 태현을 끌어안았다.“그러니까 오빠는 더 노력해야 해. 언젠가 신씨 집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그리고 그때는, 신씨 집안 전체를 이끄는 자리에 설 수 있을 때까지.”‘그때가 되면, 신태현은 쓰기 좋고 날카로운 칼이 될 거야. 내 손에 쥘 수 있는.’태현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저 인영을 더 세게 끌어안기만 했다.“그래도... 난 네가 떠나는 게 싫어.”“보고 싶으면 M국으로 보러 오면 되잖아.”그때, 리은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떨어진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허인영!”리은은 숨을 고르지 못한 채 서 있었지만, 시선만큼은 두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리은을 보자 잠시 멈칫했지만, 인영은 곧 입꼬리를 올렸다.“뭐야, 나 배웅하러 온 거야?”리은은 주먹을 꽉 쥐고 호흡을 정리한 뒤 인영에게 다가갔다.리은이 가까워지는 걸 본 태현이 인영의 앞을 가로막았다.“뭐 하려고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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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그 순간, 탑승을 안내하는 항공편 방송이 터미널 안에 울려 퍼졌다.시간이 거의 없었다.“그래서, 너는 그런 자신감 하나 믿고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질러서 나를 납치한 거야?”인영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동시에 두 남자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인영아!”“사모님!”하나는 태현의 목소리였다. 그는 리은의 의도를 그제야 알아차린 듯했다. 리은이 인영을 자극해 납치의 진실을 끌어내려 한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래서 태현은 급히 인영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을 끊었다.다른 하나는 선호의 목소리였다.분명히 선호의 목소리였지만, 그는 유한의 비서였다. 곧 유한의 의중을 대신한 외침이었다.리은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쥔 채 시선은 인영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리은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다.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저렇게 인영를 감싸고 있었다.태현의 경우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인영이 기댈 수 있는 건, 끝내 얻지 못한 태현의 마음이니까.‘그렇다면 유한은? 주유한과 허인영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숨겨져 있는 걸까?’선호는 그 한마디를 외친 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걸음마저 멈춘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사모님’이라고 부른 직후, 인영의 뒷모습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기 때문이다.방금 그 호칭은 유한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나온 말이었다. 지금 선호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어, 이 모든 분노와 불만이 자신에게 쏟아지지 않기를.양쪽 눈치를 보며 중간에 끼는 입장은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인영도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리은이 공항까지 찾아온 이유가 자신의 말을 끌어내기 위함이라는 걸.비웃듯 웃으며 뒤쪽을 한 번 흘겨본 뒤, 인영이 리은에게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목소리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다.“우리 내기 하나 할까? 유한 오빠도 날 완전히 포기하지 못해. 오빠는 반드시 M국으로 나를 찾으러 올 거야. 해외로 나가라고 한 것도 그 사람이잖아.”리은은 그저 말없이 인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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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내가 어떻게 감히? 해성시 재계의 정점에 선 주강그룹 주유한 대표조차 겁이 나서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인데...’‘그런데 비서인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겠어?’‘가서 몸으로 막기라도 하라는 건지, 그대로 총알받이가 되라는 건지.’입가에 살짝 주먹을 갖다 대면서 선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대로 존재감 없는 공기가 되기로 했다.‘됐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해. 어차피 나는 비서일 뿐인데.’그제서야 리은이 움직였다.천천히 몸을 돌린 리은이 정면을 바라봤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었다. 그리고 곧장 유한 쪽으로 걸어왔다.선호는 반사적으로 숨을 멈췄다. 공기마저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괜히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리은은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유한과 선호의 옆을 그대로 지나쳤다. 마치 그 자리에 두 사람이 서 있지 않은 것처럼.리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호가 다시 유한 쪽을 돌아봤다.“대표님, 이건...”유한은 말없이 리은을 따라 나섰다. 고집스럽고 조용한 그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시선에 담은 채.선호도 결국 한숨을 삼키고 뒤따랐다.리은은 유한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도, 조금 전 선호가 끼어들었던 것도 따지지 않았다.아예 문제 삼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였다.인영에게서 이미 한 가지는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이다.‘물어봤자, 내가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아.’그렇다면 굳이 말을 꺼낼 이유도 없었다. 입만 아프고 마음만 상할 뿐이었다.이미 안에서 감정이 넘치기 직전이었지만, 자극만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리은은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왔다. 돌아갈 때도 방법은 같았다.하지만 공항에서는 택시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대부분 예약 차량뿐이었다.잠시 기다려봤지만 빈 차는 나타나지 않았다.결국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몸을 돌린 리은은, 곧바로 유한의 팔에 부딪혔다.리은은 반사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선호가 급히 말했다.“사모님, 차 가지고 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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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리은의 그 한마디에 선호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괜히 목까지 움츠리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유한도 선호를 차갑게 흘겨봤다.두 사람을 냉담하게 훑어본 뒤, 리은은 말없이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이번에는 유한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리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유한은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그제야 선호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대표님, 안 쫓아가십니까? 사모님 혼자 지하철 타고 가시게요?”유한이 고개를 돌려 선호를 봤다.“내 얼굴 좌우를 아직도 덜 맞은 걸로 보여? 한 대 더 맞고 싶어서 그래?”선호는 그대로 말문이 막힌 채 코끝만 어색하게 만졌다.약 십 초쯤 지나고 나서 유한이 다시 말했다.“뭐 하고 서 있어?”“네?”선호는 유한이 정말로 함께 지하철을 타겠다는 뜻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 대표님, 정말 지하철 타고 가시겠습니까?”양 손을 주머니에 넣은 유한은 선글라스를 쓴 채 서 있었고, 선호는 반 걸음 뒤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비서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이런 대중교통을 이용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안 타본 것도 아니잖아.”“예? 대표님이 지하철을 타신 적이 있습니까?”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일이었다.주강그룹 대표가 지하철이라니.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고 있어. 표나 사 와.”“아, 네.”선호는 서둘러 교통카드를 사러 갔다.다시 돌아왔을 때, 이미 유한은 몇 명의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연락처를 묻는 분위기였다.그 장면을 본 선호는 괜히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면서 급히 다가갔다.“죄송합니다, 잠시만 비켜주세요. 저희 대표님은 기혼자라서요. 불편합니다.”“어? 결혼했어요? 이렇게 젊은데?”선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한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꽉 다문 입술과 긴장된 턱 선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여자들이 여전히 물러설 기색이 없자, 선호가 한마디를 더 얹었다.“네, 아이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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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다만 두 사람과 리은 사이는 객차가 몇 개나 떨어져 있었다.그런데도 한 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 동안, 소문은 객차를 몇 칸이나 건너서 리은이 있는 곳까지 흘러 들었다.“야, 뒤쪽 칸에 완전 잘생긴 남자 있다던데. 분위기가 장난 아니래. 엄청 차갑고, 딱 봐도 큰 회사 대표 같은데 비서도 같이 있고. 근데 아쉽게도 결혼했고 애도 있대.”“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남자가 잘생겨도 얼마나 잘생겼겠어. 결혼 생활에 다 갈려 나간 거 아니야?”“아니래, 진짜 잘생겼대. 가서 볼래?”“가보자.”리은은 그 말을 들어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그러다 다시 이런 말이 들려왔다.“와, 진짜 미쳤다. 어떻게 저렇게 잘생길 수가 있지? 선글라스를 껴도 가려지지가 않아. 특히 그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는 분위기, 대박이야.”“게다가 맞춤 정장에 파텍 필립 시계야. 그냥 딱 봐도 돈 많은 사람이지.”그 말에 리은이 고개를 들었다.맞춤 정장, 파텍 필립 시계, 비서.‘설마...?’“근데 왠지 낯익지 않아? TV나 신문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TV? 연예인 아니야?”“연예인이면 팬들이 벌써 난리 났겠지. 연예인은 아닌 것 같아.”“근데 너무 익숙한데. 어디 대기업 대표나 기업가 아닐까?”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리은은 확신했다.유한과 선호는 차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탔다.리은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봤지만, 객차와 사람들에 가로막혀서 보일 리 없었다.곧 시선을 거둔 리은은 눈을 감은 채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귓가에는 인영이 했던 말들이 반복해서 맴돌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민정의 전화였다.“여보세요, 민정아?”[리은아, 바빠?]“아니, 왜?”[내일 동창 모임 있는 거 기억하지? 내가 너 데리러 갈게. 같이 가자.]리은은 잠시 거절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응, 좋아.”[그럼 내일 보자. 마침 너 줄 것도 있어.]“응, 내일 봐.”전화를 끊은 리은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곧 도착 안내가 나오자, 리은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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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리은은 놀라지 않았다.그날 인영이 회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웠을 때부터, 자신의 신분을 오래 숨지지 못할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네.”“아... 세상에.”가을은 결국 입을 틀어막으면서 놀란 소리를 냈다.우길도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그, 팀장님... 진짜 주강그룹의 안주인이세요? 남편분이 진짜 주 대표님이시고요?”리은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러분만 알고 있으면 돼요.”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팀장님, 허 대표님은 진작부터 팀장님 신분을 알고 계셨던 거죠?”리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와, 진짜 대박이에요. 팀장님이 주강그룹 대표님 부인이라니. 근데 평소에 너무 조용히 지내셨어요.”“그러게요. 말씀 안 하셨으면 진짜 몰랐을 거예요. 팀장님 너무 낮추고 사신 거 아니에요?”대화를 더 이어갈 생각이 없자 리은이 말했다.“자, 일합시다.”입으로는 일을 하자고 했지만, 리은은 도무지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귓가에는 다시 인영의 말이 떠올랐다.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한 문장.유한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고, M국으로 직접 찾아갈 거라는 말.만약 유한이 정말로 M국으로 간다면, 리은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결혼을 끝낼 생각이었다.‘상대도 다치고, 나도 다치는 한이 있어도...’허광윤이 항공 쪽 인맥이 있다는 게 떠올라, 리은은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대표님, 하나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곧 답장이 왔다.[무슨 일이에요?][주유한의 향후 항공편 정보를 알고 싶어요. 특히 M국 관련 노선이요. 가능할까요?][가능해요. 확인되는 대로 바로 알려 줄게요.][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답장을 확인한 뒤에야 리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억지로 생각을 비우고 업무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그렇게 버텼다.그날 저녁, 리은은 평소처럼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지 않았다.차 안에서 선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사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드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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