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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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리은은 곁눈질로 양옆을 살폈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분명히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그런데 그때,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한이 차문을 열고 다가왔다.“와, 주 대표님이다. 진짜 주 대표님이야.”“당연하지. 장 비서가 저렇게 티를 내는데, 그럼 저분이 사모님이라는 거잖아.”“세상에, 저분이 사모님이었구나.”“예전에 식당에서 한 번 본 적 있는데, 그때도 분위기 남다르다고 생각했어. 설마 대표님 부인일 줄은 몰랐지.”“우리가 몰랐던 것도 이해는 돼. 사모님은 예전엔 회사에 거의 안 오셨다던데.”“오히려 허씨 집안의 허인영은 엄청 자주 왔잖아. 일주일에 다섯 번은 기본으로 보니까 회사 사람들이 다 알 정도였고, 다들 주 대표님이랑...”“쉿, 말 조심해. 허명그룹도 이미 주 대표님이 인수했잖아. 괜히 대표님이 들으면 골치 아파진다.”“아, 맞다. 괜히 말했네.”“...”주변을 한 번 둘러보던 가을은, 그제서야 리은과 유한 사이에 뭔가 있었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가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팀장님, 일단 주 대표님이랑 먼저 가시는 게 어떠세요? 사람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요.”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한은 이미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다가오는 유한을 본 가을이 긴장한 듯 숨을 삼켰다.“주, 주 대표님 안녕하세요.”우길도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주 대표님, 안녕하세요.”유한은 가을과 우길을 일행을 가볍게 훑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응답했다.그제야 유한의 시선이 리은에게 향했다.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쏠린 가운데, 유한은 리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가을은 긴장과 묘한 흥분이 동시에 밀려오는 걸 느꼈다.거래처 대표인 유한은, 해성시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집안의 사람이었다.이런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가을은 곁눈질로 우길을 봤다. 우길은 가을보다 더 굳어 있었다. 아마 이렇게 가까이서 유한을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봐, 주 대표님이 손을 내미셨어.”“...”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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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원래 리은은 유한에게 따로 따질 생각이 없었다.유한이 해 온 행동만 봐도 이미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유한은 허씨 집안을 향해 칼을 들이대긴 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결정적인 선은 넘지 않았고, 오히려 허씨 일가가 해외로 나가 시간을 벌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면, 리은 역시 굳이 참고 넘어갈 이유는 없었다.“겉으로는 허명그룹을 치는 것처럼 굴면서 뒤에서는 지켜주고 있잖아. 그럴 거면 애초에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야?”리은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말을 이었다.“다른 기업이면 몰라도 내가 금융 전공이 아니라도 허명그룹 상태가 어떤지는 알아. 파산 신청도 못 하게 막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수한 게 순수한 경영 판단이라고는 말하지 마.”말끝에 리은은 비웃듯 덧붙였다.“그렇게까지 고생 안 시키고 싶었으면, 차라리 나랑 이혼하고 그 사람이랑 결혼해. 그러면 다들 편해지잖아.”리은은 입을 열었다 하면 이렇게 멈추지 않았다.하나하나 전부 핵심을 찌르는 말들이었다.선호는 백미러로 앞좌석 분위기를 힐끗 확인한 뒤, 말없이 칸막이를 내렸다.괜히 이 일에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얘기 다 했어?”유한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감정이 실려 있었다.리은은 대답하지 않고 유한을 바라봤다.유한이 만약 인영 편에 완전히 섰다면, 지금처럼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유한이 중간에 서서 어느 쪽도 놓지 않으려는 태도였다.‘이도 저도 아닌 선택’이야말로 가장 비겁하고 혐오스러웠다.리은의 생각은 그대로 눈에 드러나 있었다.리은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거두려는 찰나, 유한이 리은의 턱을 잡았다.“네가 오해할 줄 알았어. 그래도 분명히 해 두겠어. 네가 말한 그런 이유는 아니야.”리은의 눈빛은 더 노골적인 조소로 바뀌었다.‘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해?’유한은 입술을 잠시 다물었다가, 몇 초 후 낮게 말했다.“적어도 전부는 아니야.”“그럼 인정하는 거네. 손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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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리은은 유한과 시선을 마주했다.유한의 눈에 담긴 생각을 쉽게 읽을 수 없어서, 리은은 점점 더 유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차량이 천천히 멈춰 섰다.유치원 앞이었다.리은은 유한의 손을 밀어내고 차문을 열어 내렸다.리은이 차에서 내려서는 모습을 바라보는 유한의 턱선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엄마!”딸을 본 리은의 표정이 부드러워지며 미소가 번졌다.“루이.”루이는 리은의 품으로 달려들었지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서 차 안을 바라봤다.“엄마, 아빠도 같이 오신 거예요?”“응.”“아빠!”대답을 듣자마자 루이는 리은에게서 떨어져 나와 뒤쪽의 차를 향해 달려갔다.리은은 돌아보며 말했다.“천천히 가. 넘어질라.”리은이 뒤따라가려던 참에, 유치원에서 누군가 리은을 불렀다.“어머님, 잠시만요.”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루이의 담임교사였다.“선생님, 안녕하세요.”“어머님,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 다음 달에 유치원에서 가족 가을 캠프를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부모님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루이도 이번 캠프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쭤보려고요.”“가을 캠프요?”“네.”“다른 아이들은 다 가나요?”“몇몇 가정은 일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저희 쪽에서는 가능하면 모두 참여를 권하고 있어요.”“아이들의 정서나 경험에도 도움이 되고, 가족 간의 유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어서요.”“원에서도 조율을 해서 대부분 부모님들이 시간을 내주셨고요. 지금은 루이 가정만 아직 결정이 안 된 상태예요.”루이의 신분은 유치원에서 비밀은 아니었다.다른 학부모들은 모르지만, 담임교사와 원장은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입학 과정에서 부모와 가정 정보가 모두 제출되기 때문이다.교사의 말에 리은이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부모가 꼭 두 분 다 참석해야 하나요? 제가 혼자 가는 건 안 되나요?”“어머님, 이번 행사는 단순한 부모 참여 수업이 아니라 가족 단위 프로그램이라서요. 부모님 두 분 모두 참석하셔야 해요. 아버님께서도 혹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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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가고 싶어?”루이는 리은과 꼭 닮은 큰 눈을 반짝이며 유한을 올려다봤다. 고개를 연달아 끄덕였다.“네, 가고 싶어요. 아빠랑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요.”담임교사가 유한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아버님, 아이에게는 어린 시절 부모와 같이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함께 참여하시는 걸 권합니다. 아이의 정서와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유한은 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언제예요?”담임교사는 반색하며 바로 답했다.“다음 달 15일입니다.”“그럼 가자.”“네, 아버님. 그럼 참여로 등록하겠습니다. 등록이 완료되면 변경이 어려운데, 일정은 확실하신 거죠?”“확실해요.”“알겠습니다. 그럼 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버님, 어머님.”“선생님 안녕히 가세요.”“내일 봐, 루이.”담임교사가 자리를 떠난 뒤, 리은이 차에 오르자마자 루이는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와, 또 아빠랑 엄마랑 같이 놀러 가는 거네요. 너무 좋아요!”리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유한이 무심한 듯 덧붙였다.“앞으로 기회는 많아.”“고마워요, 아빠!”루이는 정말로 기뻐 보였다. 아직 어린 나이라 예전에 유한이 자신에게 얼마나 거리감을 두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지금은 그저 추억이 쌓이는 시기였고, 그래서 유한에게 서운함 같은 감정도 없었다.“엄마도요. 저 엄마랑 아빠 사랑해요.”리은은 딸 앞에서 차갑게 굴 수 없었다. 미소를 지으며 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도 사랑해.”선호는 백미러로 앞좌석을 한 번 바라보다가 어른들이 흔히 말하던 말을 떠올렸다.아이야말로 한 가정을 붙들어 두는 중심이라는 말.확실히 루이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돌아오는 길에 리은과 유한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더 이상 말다툼도 없었다.라에르 몬테라 파크에 있는 집에 도착하자, 리은은 바로 옷과 세면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유한은 리은이 짐을 들고 루이 방 옆의 손님방으로 옮기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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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그래도 매일 밤마다 결국 같은 침대에서 리은을 안고 잠들 수는 있었다.침대도 크지 않은데, 피한다고 해도 어디까지 피할 수 있겠는가?유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한 번 거칠게 긁었다. 괜히 답답해진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부엌에서 물 한 컵을 따라 마셨다.“대표님?”소리를 듣고 유한은 고개를 들었다.시터는 처음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는지 흠칫 놀랐다가, 유한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오늘 밤 리은의 행동은 집안 고용인들 사이에서 이미 다 알려진 상태였다.그런데도 집안의 가장인 유한이 말없이 가만히 있는 걸 보았으니, 고용인 입장에서는 더더욱 입을 열 수 없었다.“대표님, 이 시간인데 아직 안 주무세요?”“잠이 안 와요.”유한은 짧게 대답했다.그 말만으로도 시터는 상황을 짐작했다.“예... 잠 안 올 때 마시면 좋은 차가 있어요. 하나 드셔 보실래요? 꽤 괜찮아요.”유한은 시터를 한 번 바라봤다.“필요 없어요. 이모님 드세요.”그 말을 남기고 유한은 물이 가득 찬 컵을 들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유한의 뒷모습을 보던 시터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웃음을 참느라 그랬다.이렇게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본다 싶었다.‘예전에는 늘 사모님이 대표님에게 외면받는 쪽이었는데...’‘이제는 완전히 상황이 뒤바뀌었네.’‘대표님이 사모님에게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다니.’‘정말 세상일은 돌고 도는구나.’그날 밤 리은 역시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외로워서가 아니라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M국...’지금까지를 돌아보면, 리은과 유한은 매년 최소 한 번은 M국을 다녀왔다.5년 전 허 회장 부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M국으로 건너가 생활했다.하지만 단순히 노후를 보내기 위한 곳이라기엔, M국은 그리 적절한 선택으로 보이지 않았다.‘혹시 허씨 집안이 M국에 새로운 사업을 숨겨둔 건 아닐까?’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리은은 확신하고 있었다.허씨 집안이 M국에서 뭔가를 숨기고 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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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다음 날.“엄마, 좋은 아침! 얼른 와서 아침 드세요. 오늘 이모가 만두 만들어줬어요!”딸 옆에 앉은 리은은 가볍게 아침 인사를 겸해 입맞춤을 해줬다.“좋은 아침이야, 우리 루이.”맞은편에 앉아 있는 유한에게는 시선 하나조차 주지 않았다.유한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맞은편의 모녀를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했다.하지만 그 소리는 리은의 주의를 끌지 못했고, 오히려 루이의 시선만 끌었다.“아빠, 감기 걸렸어요? 목이 불편해요? 집에 생강차 있어요!”유한은 루이를 바라봤다.“너 생강차도 알아?”“응. 먹으면 좋잖아요. 나랑 엄마 예전에 감기 걸리면 생강차 마셨어요. 아, 그리고 그 생강차 안에 또 무슨 열매가 있었는데, 엄청 달았어요.”리은이 담담하게 덧붙였다.“대추.”“맞아, 대추! 대추생강차! 달달했어요. 아빠도 마실래요?”유한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말했다.“괜찮아.”말을 마친 그는 리은을 흘끗 보았다. 리은은 아침을 먹으면서도 계속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 시선과 표정이 한곳에 집중돼 있었다.그 모습에 유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리은의 핸드폰으로 옮겨갔다.“누구랑 연락해?”잠시 멈칫했던 리은은 답장을 하나 더 보내고 나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유한은 그녀가 성빈과 연락하고 있다고 단정했다.“네 오빠랑 얘기하는 거야?”리은은 유한이 왜 그렇게 확신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내가 누구랑 연락하든 네가 상관할 일이야?”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루이를 바라봤다.“루이, 다 먹었어?”“응, 엄마.”“그럼 엄마가 유치원 데려다 줄게.”얌전히 앉아 있던 루이가 고개를 돌려 유한을 한번 바라봤다.“그럼 아빠는?”“엄마가 데려다 줄 거야.”그때 유한이 불쑥 말했다.“내가 안 간다고 했어?”리은은 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차분하고 차가운 눈빛이었다.“내가 했어.”그 말만 남긴 채, 유한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루이를 안아 들고 그대로 돌아섰다.유한은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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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하지만 그 시절의 유한은 정말로 너무 바빴다.대부분의 관심과 에너지를 전부 회사에 쏟아붓고 있었고,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리은은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한 번도 유한에게 시간을 내지 못한다고 불평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었다.어쩌면 그때 리은이 바랐던 건 유한의 시간이나 동행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비록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도, 유한은 챙겨야 할 선물은 빠뜨리지 않았다.다만 마음을 얼마나 담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았다.기억을 더듬어보면, 리은이 예전에 튤립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 중에서도 주황빛이 도는 튤립이었다.“장 비서.”“네, 대표님.”“할 일이 하나 있어.”그날 하루 종일 선호가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보미뿐이었다.선호가 자리를 비운 탓에 일부 업무는 자연스럽게 보미가 대신 맡게 되었다.보미는 커피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가 여전히 업무 중인 유한의 오른쪽에 조심스럽게 컵을 내려놓았다.“오빠?”유한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보미를 바라봤다.“무슨 일이야?”“혹시... 저한테 화난 거예요?”“왜 화를 내?”유한이 되묻자 보미는 잠시 멈칫했다가 입을 열었다.“그날 제가 언니한테 쇼핑 가자고, 밥 먹자고 계속 졸라서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요. 그래서 오빠가 저한테 화난 줄 알았어요.”그렇지 않았다면 그날 밤 바로 본가로 돌려보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유한은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내려놓고 보미를 바라봤다. 시선이 가라앉아 있었다.“납치범이 어떻게 너희가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을지 알았을까?”보미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대놓고 묻는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다.‘설마 뭔가를 의심하는 건가?’“무, 무슨 말이에요? 전... 잘 모르겠어요.”보미는 일부러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는 몰라?”보미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네, 저... 정말 몰라. 오빠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고요.”유한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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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리은아, 여기야 여기!”민정은 리은의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팔을 끼었다.“아까 단톡방 보니까 이번 모임에 거의 스무 명이나 온대. 우리 동창들이 이렇게 많이 해성시에 있는 줄 몰랐어.”“그치.”“근데 우리 반 애들 총 몇 명이었는지 기억나?”리은은 잠시 떠올려 보았다.“37명이었던 것 같아.”“와, 그걸 그렇게 정확히 기억해?”“응, 그냥 기억나.”“장소가 JY호텔로 잡혔더라. 거기 주강그룹 계열 아니야?”리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럼 가자!”“응.”민정은 두 사람이 당연히 지하철을 탈 거라고 생각했다. 해성시는 이 시간대가 퇴근 시간대라 도로가 늘 막혔고, 택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하철이 훨씬 빠르고 편했다.JY호텔은 유한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호텔이었다. 유한이 취임한 뒤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졌고, 건물 전체가 다시 단장되었다.공사 기간만 1년, 리모델링 비용만 해도 100억 원을 훌쩍 넘겼다.개보수 이후 객실 가동률은 이전의 세 배까지 올랐고, JY호텔은 해성시를 대표하는 최고급 호텔로 자리 잡았다.이번 모임은 각자 계산하는 방식이었기에, 기준이 가장 높은 곳으로 정해진 셈이었다.“이 차 네 거야?”리은은 자신의 차를 한 번 바라보았다.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 쪽에 세워 둔 차였을 뿐이었다. 눈에 확 띄는 스포츠카들에 비하면 오히려 얌전한 편이었다.“이거 메르세데스 아니야?”“아마.”리은은 차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로고 정도만 알아볼 수 있을 뿐, 세부 모델까지는 관심이 없었다.민정이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리은을 보았다. 눈에는 흥분과 호기심이 가득했다.“네가 남편 조건이 괜찮다고 했을 때는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이제야 실감 난다. 가방만 해도 5천만 원짜리니까 3억이 넘는 차를 타도 이상할 게 없네.”리은은 가볍게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자, 타. 이러다 늦겠어.”민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가자, 가자! 출발!”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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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하지만 유니를 더 불편하게 만든 건 리은의 얼굴이었다. 대학 시절과 거의 달라진 게 없었고, 굳이 차이를 찾자면 지금이 더 나아 보였다.“너 진리은 맞지?”리은은 유니를 기억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꽤 이름이 알려져 있었고, 같은 과의 몇몇 집안 좋은 남자들과 두루 얽혀 다녔던 친구였다.“오랜만이야.”“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다, 리은아. 이번 동창회에 네가 올 줄은 몰랐어. 다들 너한테 무슨 일 생긴 줄 알았거든. 몇 년 동안 소식이 하나도 없었잖아. 같은 예전 동기들 중에 너랑 연락한 사람도 없었고.”민정은 속으로 눈을 굴렸다.‘그럼 나는 뭐냐?’유니는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옆에 있는 남자를 소개했다.“아, 맞다. 소개할게. 이 사람은 내 남편이야. 여보, 이쪽은 내 대학 동기들이고, 방민정이랑 진리은이야.”유니의 남편은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두 분 미인이시네요. 저는 유니 남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민정은 티 나지 않게 남자를 훑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사십은 훌쩍 넘어 보였다.정수리 쪽은 듬성듬성한 데다가 배는 앞으로 나와 있었고, 손목에는 롤렉스 금시계가 번쩍였다.전신에서 촌스럽고 과시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졌다.“아, 네. 안녕하세요.”민정은 썩 내키지 않는 얼굴로 손끝만 가볍게 닿게 했다가 바로 뺐다.리은 차례가 되자 남자는 갑자기 리은의 손을 꽉 잡았다.유니는 바로 시선을 날카롭게 보내며 리은을 노려보았다.민정은 눈이 커졌다.‘미쳤나, 이 아저씨. 자기 아내 앞에서 이러는 거야?’민정은 곧바로 리은의 손을 잡아 끌었다.“됐어, 우리 그냥 먼저 올라가자. 늦으면 좀 그렇잖아.”사실 유니는 일부러 늦게 도착했다. 가장 눈에 띄는 타이밍에 나타나고 싶었다.이번 동창회에 누가 오는지 미리 다 알아봤고, 잘나간다고 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학교 다닐 때 늘 리은에게 눌려 있던 기억도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리은이 나타났고, 게다가 꽤 잘 지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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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아, 너 나한테 6천만 원이 넘는 가방 주겠다는 거야?”“마음에 들면 됐지.”“그래도 이건 좀 그렇지 않아? 6천만 원인데... 6십만 원도 아니고...”“괜찮아. 부담 갖지 마. 새 가방도 아니고, 네가 신경 안 쓰면 돼.”“안 쓰지, 당연히 안 쓰지. 리은아, 너 진짜 좋은 친구야. 걱정 마, 내가 진짜 소중하게 모셔 둘게.”“그럴 필요까진 없어. 그냥 가방이야.”유니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손바닥을 꽉 쥐었다.‘뭘 저렇게 태연한 척을 해.’아무리 봐도 믿기지 않았다.‘분명 일부러 저러는 거야. 옷도 가방도 다 가짜겠지.’유니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리은아, 너네 부모님 예전에 작은 장사 하셨던 거 맞지?”민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말을 보탰다.“맞아. 아저씨, 아주머니 잘 계셔? 나 며칠 지나면 시간 나는데 그때 한번 찾아뵐까 했지.”리은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우리 부모님 돌아가셨어. 사고였어.”“어?”민정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유니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아... 부모님 돌아가셨구나? 그럼 유산 좀 받았겠네. 그래도 이렇게 막 쓰는 건 좀 아닌 거 아니야?”민정은 더는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아니 유니야, 너 진짜 왜 이래? 돈을 쓰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네 돈 쓴 것도 아니잖아. 참견도 정도가 있지.”유니는 민정이 갑자기 날을 세우자 기분이 확 상한 듯했다.“나도 다 걱정돼서 하는 말이잖아. 너 왜 그렇게 말해?”“내가 왜냐고? 걱정은 무슨, 그냥 질투하는 거지. 대학 때부터 너 리은이랑 사이 안 좋았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리은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민정아, 누가 질투한대? 내가 왜 남을 질투해? 나 남편한테 사랑도 많이 받고, 돈도 잘 써!”유니는 일부러 옆에 있는 남자를 힐끗 보았다.“그치, 자기야?”남자는 시선을 거두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말다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고, 시선은 여전히 리은 쪽을 향하고 있었다.“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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