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371 - Chapter 380

390 Chapters

제371화

리은은 비서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보미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바로 풀이 죽었다.“아... 언니는 오빠 보러 온 거였구나. 저 보러 온 줄 알았는데...”리은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밀크 캔디 하나를 꺼내 보미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보미는 그걸 집어 들어 확인했다.“이거... 사탕이에요?”“응. 맛있어. 한번 먹어 봐.”그렇게 말한 뒤 리은은 시선을 선호에게로 옮겼다.“지금 바빠요? 내가 지금 들어가도 돼요?”선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된다고 해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당연히 됩니다, 사모님. 들어가고 싶으시면 언제든지요.”그는 말과 함께 직접 사무실 문을 열어 주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리은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보미는 고개를 숙여 손에 들린 사탕을 다시 한번 보고는 포장을 뜯어 입에 넣었다.우유 향이 진했고, 씹히는 식감도 좋아서 확실히 맛있었다.그 사이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던 선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튤립 한 다발을 들고 나왔다.보미는 오전에 나온 뉴스를 이미 보고 있었다.이제 전 국민이 다 리은의 정체를 알게 됐다.트럭에 가득 실린 튤립 이야기까지 퍼지면서 많은 여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부잣집에 잘 시집갔고, 남편은 잘생긴 데다가 로맨틱하기까지.누군들 부러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장 비서님, 이 꽃 언니한테 주는 거예요?”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주 대표님 지시입니다. 하루에 한 다발씩요.”“매일 한 다발씩요?”“네.”보미는 시선을 거두고 사무실 문 쪽을 바라봤다.인영의 결말을 본 이후로, 자신도 어머니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자칫 잘못하면 주씨 가문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지금은 기다려야 해. 서두르면 안 돼.’“언니 커피 한 잔 내려 드릴게요.”...유한은 리은이 사무실에 들어오자 잠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이 시간에 올라온 거면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야?”“내 동창 남편 공장,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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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사무실로 돌아온 리은은 유니가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문자 내용에서 답을 재촉하는 기색이 그대로 전해졌다.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리은은 결국 답장을 보냈다.[미안해. 네 남편이 건드린 사람은 내가 아니야.]자기 아내를 다른 남자가 넘보는 기색을 보였다면, 어떤 남자라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더구나 상대가 유한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유한에게 있어 자기 것이란, 설령 스스로 좋아하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 해도 남이 마음대로 손댈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거의 동시에 유니가 전화를 걸어왔다.리은은 받지 않았다.유니는 몇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리은이 받지 않자 결국 포기한 듯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갈 즈음, 민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리은아. 어떻게 됐어? 네 남편이 유니랑 유니 남편 그냥 놔주기로 했대?]“아니.”리은의 대답은 단호했다.[뭐? 주 대표님이 안 봐준다고? 하긴, 내가 주 대표님이어도 절대 안 봐줘. 그 인간이 뭐라고 감히 너를 넘봐? 거울이나 좀 보고 살지.][저런 결과를 맞는 것도 다 자업자득이야. 문제는 유니인데... 걔도 아마 상황이 좋진 않을 거야.]민정은 그렇게 말하다가 금세 화제를 바꿨다.원래 남의 일이었고, 한마디 거들어 준 것도 양심 때문이었을 뿐이었다.더 도와주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내일 일요일이잖아. 우리 만나자. 네 딸도 데리고 와서 같이 놀자.]리은은 달력을 한번 확인했다.내일은 확실히 일요일이었다.주강그룹은 주5일 근무제는 아니지만, 직원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되어 있었다.최근 업무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어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그래. 내일 보자.”[오케이, 그럼 내일 봐. 끊을게.]전화를 끊고, 리은은 평소처럼 퇴근 준비를 했다.다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리은의 신분은 사실상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사모님, 안녕하세요...”“사모님, 안녕하세요...”“사모님!”“사모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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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리은은 몸을 돌려 그대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런데 유한이 리은의 손목을 잡았다.주변에 사람이 많은 상황이라 리은은 함부로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결국 고개만 돌리고 유한에게 말했다.“나 차 가져왔어.”“알아. 그래서 오늘은 네 차 타고 갈 거야.”“너 차 없어?”그때 선호가 서둘러 끼어들었다.“아, 사모님. 제가 잠깐 병원에 들러야 해서요. 이모가 입원하셔서 지금 바로 가봐야 합니다.”“그래서 오늘은 제가 대표님을 모셔다 드릴 수가 없어요. 대표님께서 사모님 차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말을 마치자 선호는 꽃다발을 유한에게 건네며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 꽃은 이런 거 직접 주셔야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드리면 거절당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힘내십시오.”그 말을 남기고 선호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가면서 보미까지 자연스럽게 끌고 갔다.“아, 뭐 하는 거예요? 왜 사람을 끌고 가요? 놓으세요!”유한은 품에 안고 있던 꽃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리은에게 내밀었다.리은은 받을 생각이 없었다.“손이 모자라.”왼손은 유한에게 잡혀 있었고, 오른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었다.“그럼 내가 들어 줄게.”멀지 않은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와... 주 대표님한테 저런 모습도 있었어?”“그러게. 사모님 실물 처음 보는데, 두 사람 대학 때부터 사귀다가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고 애까지 낳았다며?”“완전 캠퍼스 커플의 정석 아니야?”“난 두 사람 사이가 안 좋은 줄 알았는데.”“소문은 역시 믿을 게 못 돼. 주 대표님이 허 씨 집안 그 여자하고 뭐가 있다는 말도 있었잖아.”“그게 사실이면 허명그룹을 인수했겠어? 말이 안 되지.”“근데 애는 어떤 애일까.”“딸이라고 들었어.”“그럼 완전 공주님이네.”“...”차에 올라탄 뒤에도 리은은 유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이미 뻔뻔하게 따라 탄 이상, 내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내린다고 할 인간도 아니고.’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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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다음 날 아침, 리은은 비교적 늦지 않게 눈을 떴다.루이가 방문을 두드리자 침대에서 일어난 리은이 문을 열었다.“좋은 아침이야, 우리 아가.”루이는 고개를 들어 리은을 올려다봤다.“엄마, 오늘은 회사 안 가요?”리은은 하품을 한 번 하고는 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응, 오늘은 안 가. 조금 있다가 아침 먹고, 엄마 친구 한 명 만나러 갈 건데 같이 갈래?”루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유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떤 친구?”리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시계를 보니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루이가 집에 있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유치원은 주말에 쉬니까.하지만 유한이 이 시간까지 집에 있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요즘 출퇴근 시간이 너무 규칙적인 거 아냐?’‘회사가 그렇게 한가한가?’리은이 대답하지 않자 유한이 다시 물었다.“루이 데리고 누구 만나러 가는데?”루이도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 오늘 누구 만나요?”그제야 리은이 입을 열었다.“엄마 학교 다닐 때 친구야. 어떤 이모인데, 너 보고 싶대.”“좋아요!”유한은 대충 누군지 짐작했다.아마 민정일 거라고.“그 친구하고는 아직도 사이가 좋아?”리은은 담담하게 말했다.“학교 다닐 땐 괜찮았어.”“그럼 그 뒤엔 왜 연락 안 했어?”그 질문에 리은은 유한을 한 번 흘겨봤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 하나로 충분했다.유한은 괜히 코끝을 만졌다.그때 유한의 핸드폰이 울렸고, 동시에 리은의 핸드폰에서도 알림음이 울렸다.리은은 방 안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에는 M국 쪽에서 온 메시지가 떠 있었다.몇 장의 사진이 함께 전송돼 있었다.보안이 아주 철저한 개인 병원.병원 이름과 주소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다음 사진에는 허씨 집안 세 사람이 함께 병원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처음에는 ‘누가 아픈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곧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세 번째 사진은 막 찍은 듯한 최신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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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리은과 루이는 씻고 나서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유한은 이미 식탁에 앉아 모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루이는 이제 유한과의 사이가 꽤 자연스러워졌다.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가 유한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유한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루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그 다음 시선은 리은에게로 향했다.리은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달걀 껍질을 까고 있었다.“저녁에 몇 시쯤 끝나? 내가 데리러 갈게.”리은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괜찮아. 내가 운전해서 갈 거야.”유한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리은을 바라봤다.“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오늘은 좀 일찍 들어와.”그제야 리은이 고개를 들어 유한을 봤다.“예전 일이라면 굳이 말 안 해도 돼.”유한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그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아침 식사가 끝난 뒤, 세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리은이 차에 루이를 태우고 먼저 출발하는 모습을 보던 선호는 그제야 옆에 서 있는 유한을 흘끗 봤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왜 그랬을까?’‘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예전에 이 자리에서 아이를 안고 대표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도 다름 아닌 사모님이었지.’“할 말 있어?”유한의 질문에 선호는 무심코 속마음을 내뱉고 말았다.“역사는 참 놀라울 정도로 반복되는 것 같아서요...”유한이 흘겨 보자, 선호는 바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한편 약속 장소에는 민정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리은과 루이를 보자마자 민정이 바로 다가왔다.“리은아!”민정은 리은에게 인사를 건네자마자 곧장 몸을 낮춰 루이를 바라봤다.눈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다.“안녕? 네가 루이구나? 나는 민정 이모야. 만나서 반가워.”“안녕하세요, 저는 주루이에요.”민정은 루이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다시 리은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보통 아들은 엄마 닮고, 딸은 아빠 닮는다고 하잖아. 근데 너네 딸은 그냥 너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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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시간도 어느새 점심에 가까워져 있었다.리은은 핸드폰을 꺼내 본가로 전화를 걸었다.루이를 먼저 데려가 달라고 하고, 자신은 조금 뒤에 합류할 생각이었다.그 사이 민정은 루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리은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오자 민정이 물었다.“끝났어?”“응. 근데 조금 걸린대. 저쪽 디저트 가게 가서 잠깐 기다릴까?”“좋아, 가자.”두 사람은 커피를 한 잔씩 주문했고, 루이에게는 작은 케이크 하나를 골라 주었다.민정은 계속 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에 리은이 웃으며 말했다.“너 원래 이렇게 애 좋아했어?”민정은 손을 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건 완전 오해야. 우리 언니네 애들이랑 오빠네 애들? 나 진짜 질색이야. 시끄럽고 말 안 듣고 하나도 안 귀여워.”“근데 루이는 달라. 너무 얌전하고 귀여워서 그냥 데려가서 내가 키우고 싶을 정도야.”얌전히 케이크를 먹고 있는 루이를 보던 리은이 민정을 힐끗 보면서 웃었다.“그동안 내 에너지는 거의 다 루이한테 썼어.”루이는 정말 잘 자라고 있었다.이 결혼 생활에서 리은이 잃은 것도, 포기한 것도 많았지만.단 하나, 루이의 존재만큼은 후회도 없고 자랑스러웠다.“그러고 보니까 말이야.”민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너 대학 때부터 주 대표님하고 사귀었잖아. 근데 그걸 그렇게 꽁꽁 숨기고 살았다는 게 더 대단해. 모르는 사람은 네가 정보기관 출신이라고 생각할 걸?”리은은 고개만 저었다.루이가 있는 자리라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민정도 그 시선을 느끼고 화제를 바꿨다.“유니는 또 연락 안 왔어?”리은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왔어. 근데 안 받았어.”“나 같아도 그랬겠다. 부부 둘 다 말 함부로 하고, 성격도 별로잖아. 그런 사람들은 한 번쯤 크게 데여 봐야 정신 차려.”이야기를 나누던 중, 리은의 핸드폰이 울렸다.본가 운전기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화면에 뜬 이름은 선호였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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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선호가 루이를 내려놓았다.그러자 루이는 곧바로 유한을 향해 달려갔다.“아빠!”유한은 달려온 아이를 품에 안으며 입을 열었다.“엄마한테 버림받았어?”그 말을 들은 선호는 더이상 듣기 힘들다는 듯 눈을 한 번 굴리고는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루이는 바로 눈을 크게 뜨고 유한을 노려봤다.“아니에요. 엄마랑 민정 이모랑 영화 봤어요. 진짜 재미있었어요. 아빠, 다음엔 우리 엄마랑 같이 영화 보러 가요.”유한은 루이의 땋은 머리를 살짝 잡아당겼다.유한은 원래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짧아도 한 시간이 넘고, 길면 두 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을 가만히 앉아 보내야 하는 건 유한에게 낭비에 가까웠다.“아빠, 머리 잡아당기지 마세요. 이거 엄마가 묶어준 거예요.”유한은 루이를 돌려서 커다란 책상 위에 앉혔다.위압감 있는 책상 위에서 루이는 두 개의 동그란 머리를 손으로 감싸 쥔 채 다리를 달랑거리며 유한을 올려다봤다.유한이 조용히 웃으면서 물었다.“증조할머니 댁에 갈래, 아니면 여기서 아빠랑 있을래?”눈을 깜빡이며 손을 내려놓은 루이가 고개를 기울였다.“아빠, 뭐가 달라요?”모르면 물어보라는 건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였다.유한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이 나이에 벌써 이런 질문을 던질 만큼, 머리가 빠른 아이였다.“증조할머니 댁에 가면 루이랑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있어. 근데 아빠랑 있으면 루이 혼자 놀아야 하니까 심심할 거야.”루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증조할머니 댁에 가면 늘 재미있었다.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아빠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아빠랑 있을래요.”유한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루이의 머리를 톡톡 다독거렸다.“그래. 괜히 키운 건 아니네.”유한은 루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저기 소파에 가서 놀아. 옆에 휴게실 있으니까 졸리면 알아서 자도 돼. 할 수 있지?”루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 수 있어요!”그렇게 말하고 소파로 간 루이는 얌전히 앉아서 사무실 안을 이리저리 둘러봤다.루이가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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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식판을 들고 와서 내려놓은 선호는, 자연스럽게 아빠와 딸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됐다.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유전이라는 게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루이는 전체적으로는 리은을 많이 닮았지만, 어떤 행동이나 버릇, 무심한 표정 같은 건 유한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했다.선호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인지, 유한이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뭘 그렇게 보고 있어?”그 말에 루이도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는 각도며 시선까지, 방금 유한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선호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루이 아가씨가 가끔 보이는 행동이나 분위기가 대표님이랑 너무 닮아서요. 유전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유한의 시선이 바로 선호에게 꽂혔다.“얘가 나를 닮았다는 말이야?”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특히 표정이나 반응 같은 건요. 방금만 해도 완전히 대표님이랑 똑같았습니다.”그제야 유한은 옆에 앉은 루이를 바라봤다.루이는 고개를 기울인 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유한을 보고 있었다.“그래?”“이목구비는 사모님을 많이 닮았는데, 태도나 분위기는 대표님을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유한은 루이의 작은 얼굴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그럼 버릇도 유전되는 건가?”선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습관은 닮을 수 있어도, 성격은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유한은 말 없이 루이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이마를 톡 쳤다.“구경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네.”시선을 거둔 루이는 작은 그릇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천천히 먹어.”“네!”그 모습을 본 선호는 웃으며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밖으로 나오자 보미가 그를 보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억울한 기색이 역력했다.선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주 대표님은 원래 일할 때는 사적인 거랑 확실히 나누시는 분이라서, 근무 시간엔 보미 씨도 그렇게 해야 하니까요.”보미는 작게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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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난 아무거나 괜찮아.”“좋아, 그럼 예전처럼 그 메뉴로 가자.”“응.”리은은 신나게 배식을 받으러 가는 민정의 뒷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거뒀다.이 시간대라 줄도 없었고, 민정은 이것저것 조금씩 담아 왔다.“이렇게 많이 담았는데 우리 둘이 다 먹을 수 있겠어?”민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에이, 이 정도 해봐야 5만 원도 안 돼. 나 하루 식대 지원금만 해도 3만 원이야. 그냥 먹어. 그리고 우리가 지금 먹는 게 그냥 밥이야? 이건 추억이고, 지나간 청춘이지.”리은은 피식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아, 이 맛이야. 나 이 맛을 진짜 몇 년이나 그리워했는지 몰라. 아, 너무 행복해.”민정의 과장된 반응에 리은도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움직였다.맛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맞은편에 앉은 민정을 보며 리은은 생각했다.겉모습은 조금 더 성숙해지고 머리도 길렀지만, 사람 자체는 예전 그대로였다.이 장면 자체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맛은 진짜 그대로네.”그때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방민정... 진리은...?”동시에 고개를 든 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보고,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익숙한 얼굴, 바로 지도교수였다.“임 교수님?”임 교수는 안경을 고쳐 쓰며 웃었다.“역시 너희였구나. 아까부터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멀어서 확신을 못 했어. 가까이 보니까 더 확실하네.”두 사람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교수님, 오랜만이에요. 건강은 괜찮으세요?”임 교수는 반갑게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럼, 잘 지내고 있지. 졸업한 지도 꽤 됐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민정이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그때 교수님 말씀 안 듣고 연수 안 갔다가 지금은 그냥 회사에서 열심히 굴러다니고 있어요.”임 교수는 웃음을 터뜨렸다.“넌 여전히 말이 많구나.”그러고는 리은을 바라봤다.“교수님...”임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제 동문 단체 채팅방에서 봤어. 졸업하고 바로 결혼했다고 하던데 상대가 주유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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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두 사람은 유니의 처참한 모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야... 너,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된 거야?”유니의 얼굴은 어제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누가 봐도 또 맞은 흔적이었다.그런데 유니는 아무 예고도 없이 리은 앞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그 행동에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어, 저거 뭐야?”“무슨 일이야?”“왜 갑자기 무릎을 꿇어?”“학생 맞아?”“...”민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유니를 거칠게 끌어올렸다.“너 미쳤어? 갑자기 왜 이래? 빨리 일어나!”유니는 입술을 깨물고 눈이 빨개진 채 리은을 바라봤다.“싫어. 너희가 도와주겠다고 하기 전에는 나 안 일어나.”민정의 표정이 확 변했다.“지금 우리 협박하는 거야?”유니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곧 울음을 터뜨렸다.“아니야... 그런 뜻 아니야. 그냥...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래서 너희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어.”유니는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리은아, 나 성격 나쁜 거 알아. 말도 막 했고, 너 기분 상하게 한 것도 알아. 그래도 그거 좀 그냥 넘어가 줘. 나 원래 이런 사람이잖아. 제발 한 번만 도와줘. 우리 같은 학교 다녔던 거 생각해서... 부탁할게.”민정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니야, 당장 일어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안 일어나. 도와준다고 할 때까지.”유니는 울면서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이거 봐. 다 새로 맞은 거야. 어젯밤에도 그 인간이 또 손을 댔어. 나를 집에 가둬 놨는데 잠깐 방심한 틈에 겨우 도망쳐 나온 거야.”유니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그 인간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주 대표님이 공장 건드린 거 해결 못 하면 나 팔아서 빚을 갚겠대. 리은, 민정... 제발 도와줘. 이러다 나 진짜 죽어. 제발...”리은은 유니의 얼굴에 남은 상처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일단 일어나.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야.”유니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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