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31 - Chapter 40

145 Chapters

제31화

“뭐가 그렇게 놀랄 일이야. 내 딸은 언젠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운명인데.”인영은 입술을 살짝 당기며 화제를 돌렸다.“내 선물은? 설마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유한이 턱을 살짝 들어 올리자, 선호가 준비해 둔 선물을 건넸다.“허인영 씨,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건 대표님께서 직접 준비하신 선물입니다.”인영은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받아 열어보았다.파란빛이 깊게 도는 사파이어 목걸이가 안에서 차르르 흘러내렸다.그 순간, 인영의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 가득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와, 진짜 예쁘다! 인영아, 주 대표님 너한테 완전 잘해 주시네!”“말이 그렇지, 주 대표님이 언제 인영이한테 잘 못 해준 적이 있어?”“인영아, 이거 목에 걸어줄까?”인영은 살짝 부끄러운 듯이 유한을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여자들은 웃고 떠들면서 인영을 데리고 한쪽으로 이동했다.태현이 어깨로 유한의 팔을 툭 건드렸다.“인영이 올해 스물일곱이지? 들었는데, 요즘 인영한테 들이대는 놈들 꽤 된다며? 근데도 절대 입장 안 바꾼다던데... 너 생각엔 인영이 누구 기다리는 거냐?”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루이가 있는 방향을 흘끗 쳐다봤다.“야, 너한테 말하는 거거든.”유한은 시선을 거두며 대답했다.“뭐라고?”“모르는 척하지 마라. 인영이 네한테 어떤 마음인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인영이 집안도 네가 와이프랑 이혼하고 인영이를 책임지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던데? 연준이 말로는, 네 와이프도 이제 이혼 받아들였다면서?”“그래서?”그 말에 친구들은 모두 멈칫했다.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 유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무슨 뜻이야? 설마... 너 이혼하기 싫은 거냐?”유한이 무심하게 몇 사람을 훑었다.“왜 그 여자가 결혼하자 하면 하고, 이혼하자 하면 해야 되는데? 그 여자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그 말을 듣고서야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렇다고 네 인생까지 걸면서 버틸 필요가 없잖아? 내 말은, 그냥 빨리 이혼하고 속
Read more

제32화

“인영아, 주 대표님이 진짜 너한테 너무 잘해주네. 완전 부러워!”“맞아, 우리 질투 나서 미치겠어!”“...”인영은 입술을 살짝 말아 올렸다.“그렇지. 그 사람은 나한테 항상 잘해줬어. 그냥...”“그냥... 뭐?”인영은 거울 속 목걸이를 바라보면서 눈을 가늘게 뜨았다.‘문제는 우리 사이에 끼어드는 눈엣가시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지.’“근데 인영아, 너 전에 주 대표님 딸 안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오늘 생일 파티에까지 데리고 온 거야?”인영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스르륵 사라졌다.“누가 알겠어. 또 진리은이 뒤에서 무슨 더러운 짓을 했겠지.”“맞아! 분명히 또 그 진리은 짓이야. 세상에, 그 여자는 왜 그렇게 악독한 거야?”“그러니까! 주 대표님은 도대체 언제 그 여자를 확 버리는 거지?“인영아, 너도 이렇게 계속 아무 명분도 없이 마냥 따라다닐 수는 없잖아?”인영은 대답하지 않았다.말은 없었지만, 누구나 인영의 기분이 확 상한 걸 알 수 있었다.“아휴, 됐다. 오늘 네 생일이잖아. 이런 얘기는 하지 말자.”“그래, 가서 놀아. 난 신경 안 써도 돼.”“알겠어. 그럼 우리 가서 꼬치 좀 구울게. 인영아, 뭐 먹고 싶어? 우리가 구워올게.”“아무거나.”친구들이 자리를 떠나자, 인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루이 쪽으로 다가갔다.루이는 혼자 의자에 얌전히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루이?”루이는 돌아보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이모, 안녕하세요.”인영은 루이 옆에 앉았다.“루이야, 아까 말한 거... 아빠랑 엄마가 헤어진다는 게 무슨 뜻이야?”루이는 입 주변의 크림을 쓱 핥고는 천진하게 말했다.“그냥 헤어진다는 뜻이에요.”그때 갑자기 의자에서 내려온 루이가 좌우를 두리번거렸다.유한을 보고 바로 달려가려는 순간, 갓 끓인 커피를 들고 지나가던 가사도우미 김순미와 동선이 딱 겹쳤다.인영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루이야, 조심해!”깜짝 놀란 김순미는 순간적으로 허둥대며 중심을 잃었
Read more

제33화

인영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시선은 계속 유한에게 꽂혀 있었다.하지만 지금 유한은 인영이 눈에 들어올 여유가 없었다.유한의 신경은 온통 울부짖는 루이에게 향해 있었다.인영은 손을 꽉 쥐며 숨을 들이마셨다.“내가 루이를 제대로 못 지켰어... 이렇게 우는 걸 보니 분명 많이 데인 거야. 일단 병원부터 가자.”태현은 루이에 대해서는 아무 감정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과 상관없는 아이일 뿐이었다.“근데 오늘 네 생일인데...”“생일은 매년 있어. 난 괜찮아. 지금은 루이가 먼저야.”급히 달려온 선호가 상황을 확인하고 말했다.“대표님, 얼음팩요. 화상은 바로 병원에서 처치해야 흉터를 막을 수 있습니다.”그 말에 유한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그는 얼음팩을 받아서 루이의 덴 부위에 살며시 대주었다.차가운 얼음 덕분에 루이의 통증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숨이 넘어갈 듯한 울음은 계속 이어졌다.숨이 넘어갈 정도로 서럽게 우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웠다.유한은 아무 말도 없이 루이를 안고 걸음을 옮겼다.떠나기 전에 딱 한마디만 남기고서.“너희는 그냥 있어.”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인영이 말했다.“우리도 같이 가보자.”“네가 가서 뭘 도와? 너도 데였잖아.”인영은 자신의 팔을 한 번 보고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조금 튄 것뿐이야. 루이가 더 심하잖아. 게다가... 루이가 우리 집에서 다친 건데...”그리고 인영은 방금 전에 본 유한의 얼굴을 떠올렸다.딸을 향한 유한의 반응은... 너무나 분명했다.‘저렇게까지 신경 쓰는 표정은 처음 봤어.’“일단 병원으로 가자.”...병원에 도착하자 루이는 곧바로 화상치료센터로 옮겨졌다.음침할 정도로 차갑게 굳은 표정을 한 유한은 루이를 안은 채, 의사가 처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루이는 계속 울었다. 다만 집에서부터 계속 울다 보니, 이제는 울음소리마저 힘이 빠져 있었다.“주 대표님, 아이 피부는 성인보다 훨씬 연약합니다. 다행히 데인 부위가 넓지는 않지만... 많이 아팠을 겁니
Read more

제34화

리은은 전화를 받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루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흑흑... 엄마, 나 너무 아파...!”리은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딸의 팔에 겹겹이 감겨 있는 붕대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루이를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혹여 더 아프게 할까 무서웠다.“루이야, 엄마 왔어. 많이 아파?”“아파, 엄마... 너무 아파...”리은은 딸의 손을 어루만지면서도 떨리는 손을 가누지 못했다.옆에서 유한은 그런 리은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손을 좀 데인 거야...”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은의 손바닥이 유한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막 문을 열고 들어온 인영 등은 그 장면을 그대로 목격했다.“진리은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깜짝 놀라서 다가온 인영은, 맞은 자리가 붉어진 유한의 얼굴을 보자 걱정과 분노를 드러냈다.“유한 오빠한테 왜 그래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리은의 두 눈은 벌겋게 핏발이 선 채 유한과 인영을 거세게 노려보았다. 두 주먹을 꽉 쥔 채, 커플처럼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는 그녀의 눈빛은 분노로 일렁였다.“이 사람 잘못이 아니면 누가 잘못인데? 너야?”그 말과 함께 리은은 인영을 향해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유한이 재빨리 리은의 손목을 잡고 막았다. 잔뜩 어두운 표정을 한 유한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리은을 향했다.“인영이 때문이 아니야. 내가...”하지만 리은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나야 뭐든 다 버티고 뭐든 다 참을 수 있어.’‘하지만... 루이는... 내 루이는...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야.’리은의 심장 깊은 곳에서 타오르듯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다른 한 손을 힘껏 휘둘러 유한의 얼굴을 또 한 번 내리쳤다.그리고 이를 악물고 물었다.“네가 루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 몇 년 동안 기대도 안 했어. 하지만 네가 돌보
Read more

제35화

“아... 아프지 않아요... 루이도 안 아파요... 엄마 울지 마요...”모녀가 서로를 꼭 안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선호는 더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유한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모녀를 응시했다. 두 주먹은 단단히 쥔 채, 도드라진 이마의 핏줄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루이야, 우리 집에 가자.”루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을 리은의 어깨에 꼭 파묻으며 울음을 서서히 삼켰다.그전까지 크게 울었던 건 아픈 탓도 있었지만, 안전한 엄마의 품이 없어서 불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자 겨우 진정되는 모양이었다.“엄마... 집에 가고 싶어요.”“그래. 우리 집에 가자.”눈가를 훔친 리은은 루이를 꼭 안은 채 걸음을 돌렸다.병실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그때 인영이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루이가 제 집에서 다친 건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이건 유한 오빠 잘못이 아니에요. 오빠에게 화풀이하지 말아 주세요.”리은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더는 이 인간들의 꼴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럼 누구 잘못인데요? 허인영 씨 잘못인가요?”“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가 루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까요.”옆에서 태현이 못마땅하다는 듯 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인영아, 그게 무슨...”리은은 비웃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래요? 그럼 지금 당신 뺨을 두 대 때려요.”순간, 모두가 멈춰 섰다.늘 참고 순하게 굴던 리은이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선이 전부 리은에게로 쏠렸다.인영 또한 예상치 못했는지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인영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알겠어요.”태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가 다시 분노로 물들었다.그리고 눈빛은 당장이라도 리은을 찢어버릴 듯했다.
Read more

제36화

리은은 루이를 안고 병원을 나왔다.그러나 등을 돌린 순간, 꾸역꾸역 참아오던 눈물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눈가를 가득 채웠다.엄마라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공격도 견딜 수 있었다. 자신의 온몸이 가시투성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하지만 부모 마음이 어디 그렇게 단단하기만 할 수 있을까?리은은 엄마다. 그래서 더 아프고, 가슴이 더 미어지면서, 차라리 다친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하고 바랐다.리은은 루이를 꼭 안은 채 병원 출입구 근처에서 차를 기다렸다.“타.”유한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리은은 마치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굳은 표정으로 도로만 바라봤다. 빈 택시가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눈을 떼지 못했다.유한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지만, 리은의 빨갛게 젖은 눈가를 보고 겨우 화를 삼켰다.“이 시간에 택시 잡기 힘들어. 설마 딸을 계속 이렇게 힘들게 놔둘 생각이야?”루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제야 리은의 눈빛에 변화가 일었다.그러나 그렇다고 유한과 같은 차를 타고 갈 생각은 없었다.이 모습을 본 선호가 조심스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아가씨가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계속 안겨 계시면 사모님도 불편하실 거예요. 먼저 사모님과 아가씨부터 모시는 게 좋겠습니다.”리은은 그제야 품 안의 아이를 내려다봤다.한참을 울어 지친 듯, 루이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손에는 붕대가 두껍게 감겨 있었다. 붕대로 묶은 얼음팩이 화끈거리는 통증을 누그러뜨리고 있었다.리은은 차마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사모님, 먼저 타시죠.”리은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옆길을 바라봤다.차는 많았지만 모두 개인 차량뿐이었다. 택시는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결국 리은은 루이를 꼭 안은 채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차에 탄 뒤에도, 리은은 옆자리를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그저 루이를 조심스럽게 가슴에 안고 아이의 몸을 보호하는 데만 집중했다.
Read more

제37화

“너...!”리은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유한의 뻔뻔함에 치를 떠는 게 분명했다.“내가 뭐?”유한은 차갑게 받아쳤다.“너 같은 인간을... 내가 알았다는 게 정말 후회돼!”그 말의 위력이 너무 컸던 탓일까?유한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면서, 눈빛도 단번에 어둡고 탁하게 변했다.“이제 와서 그렇게 말해봐야 늦었어.”리은은 입술을 꽉 깨물면서 유한을 노려봤다.눈가에 서서히 물기가 차올랐지만,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고개를 홱 돌려서 유한을 보지 않았다.유한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두 손은 마디가 하얗게 드러날 만큼 꽉 쥐고 있었다.마치 뭔가를 억누르는 듯하던 그는 결국 좌석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아 버렸다.선호는 백미러 너머로 두 사람의 분위기를 보고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차 안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집 앞에 도착해도 리은은 내리지 않았다.대신 선호를 향해 말했다.“장 비서님, 제 아파트로 데려다 주세요.”그러나 유한이 먼저 냉랭하게 끼어들었다.“내려.”리은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아파트로 가겠다니까.”참아오던 게 한계에 달한 듯, 유한이 차 지붕을 거칠게 두드리며 소리쳤다.“네 그 허름한 아파트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거기서 루이가 제대로 낫기나 하겠어?”루이의 이름이 나오자, 곧바로 몸을 돌린 리은은 유한을 향해 눈을 번뜩였다.“루이는 네 옆에 있으면 낫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내 딸한테서 멀어져!”유한의 표정이 단숨에 사나워졌다.“지금 그 말... 다시 해 봐?”리은은 한 단어, 한 단어를 또박또박 짚어 말했다.“앞으로... 내 딸에게서... 멀어져.”둘 사이의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팽팽했다.선호가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제발 지금은 그만하시고 먼저 들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가씨 얼음팩 오래 대고 있으면 안 좋습니다.”그 말에 리은의 시선이 곧바로 딸의 팔로 향했다.붕대 위에 묶여 있던 얼음팩이, 시간
Read more

제38화

딸을 침대에 눕힌 리은은 곧바로 곁에 앉아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혹여 루이가 아파할까 봐, 숨소리 하나까지도 긴장하며 지켜보았다.유한은 방문 앞에서 한참이나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돌아섰다.침실로 돌아오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인영이었다.[오빠, 정말 미안해. 이런 일이 생겨서 루이가 다치다니... 나 방금 오늘 일한 가사도우미도 바로 내보냈어. 루이는 지금 어때?]유한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네 잘못 아니야. 신경 쓰지 마.”[그래도 루이가 내 생일파티에서 다친 건 사실이잖아. 너무 마음이 불편해. 차라리 다친 게 내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루이를 잘 지키지 못했어.]그 말을 들은 유한은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넥타이를 벗으면서 물었다.“너는 괜찮아? 너도 화상을 입었다며.”[정말 별거 아니야. 약만 바르면 돼. 루이가 더 심하잖아...]“늦었다. 이제 자. 더 생각하지 말고.”말을 끝내자 유한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던지듯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피곤과 짜증을 함께 누르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면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한편, 인영은 전화가 끊기자마자 얼굴빛이 싸늘하게 변했다.그 앞에는 잔뜩 움츠린 가사도우미 김순미가 서 있었다.“아주머니가 누가 발을 걸어서 넘어졌다고 하셨죠?”김순미는 당황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아가씨. 제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죄송합니다.”“그래서 누구였어요? 누가 아주머니를 건드린 거죠?”김순미는 당시를 떠올리려고 애썼다.루이가 너무 작아서 놓쳤던 장면이 많았지만, 확실히 인영의 위치가 눈에 들어오긴 했다.‘설마... 그럴 리가...’김순미는 조심스럽게 인영을 바라봤다. 확신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그때 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순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주머니를 탓하려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 오래 일해주신 것도 잘 알아요. 그래서 이건 아주머니 책임으로 돌리진 않을 거예요.” “다만... 아
Read more

제39화

“네, 대표님.”시터가 고개를 숙이자, 유한은 리은을 조심스럽게 안아서 두 사람이 쓰던 안방으로 데려갔다.침대에 눕힌 뒤, 그는 한 손을 리은의 머리맡에 짚은 채 그녀의 얼굴을 오래도록 내려다봤다.“루이...”유한은 리은의 이마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젖혀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우리 딸은 괜찮아. 이제 좀 자.”“주유한...”그 이름이 잠결에 흘러나오자, 유한의 동작이 멈췄다.그는 리은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가까이 다가갔다.“왜 불러?”“주유한...”리은은 꿈속에서 또다시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고 있었다.평소의 냉담함과는 전혀 다른, 흐릿하고 약한 목소리였다.유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응. 왜?”“우리... 멀리 떨어져...”그 말에 유한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지면서, 막 풀리려던 표정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그리고 나지막하게 비웃었다.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고, 눈빛은 날카롭고 깊어졌다.그러다 결국 리은 옆에 그대로 누워서 그녀를 힘주어 끌어안았다.꿈속의 리은은 몸을 웅크리며 버둥거렸다.“놔... 놔줘...”유한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내려다봤다.“나랑 이혼하겠다고? 다음 생에 해.”말을 마친 그는 마치 화가 풀리지 않는 듯, 리은의 귀를 강하게 물었다.“아... 아파...”꿈을 꾸는 듯 리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유한이 한 발 뒤로 물러났지만, 눈빛은 여전히 거칠었다.“날 속이고 떠날 수 있을 거 같아? 절대 안 돼. 내가 놓아주지 않는 이상 넌 내 옆에 있어야 해. 평생.”...다음 날.리은은 눈을 뜨자마자 이상함을 느꼈다.고개를 돌린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그리고 곧바로 벌떡 일어났다.‘여기... 왜 안방이지? 분명히 루이 방에서 잤는데...?’그녀가 일어나려던 순간, 허리를 감고 있던 팔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면서 리은을 침대로 다시 끌어당겼다.“뭐 하려고. 더 자.”잠기운이 가득한 유한의 목소리였다.그는 거의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든 데다가, 그마저도 깊게 잠들지
Read more

제40화

아마 화상약이 효과를 본 듯, 깨어난 뒤 루이의 상태는 비교적 괜찮았다.다만 약을 갈아붙일 때는 여전히 조금씩 아파했다.리은이 계속해서 딸을 달랬고, 예쁜 말만 골라 해주면서 루이를 웃게 하려고 애썼다.“엄마, 저... 엄마랑 아빠랑 같이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가면 안 돼요?”리은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루이가 자신에게만 요구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줬을 것이다.하지만 ‘아빠’가 포함되면 이야기가 달랐다.유한이 거절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저 사람은 애가 태어난 뒤 유치원 행사도 단 한 번도 온 적도 없는데...’“루이야, 엄마가 같이 가줄게.”리은이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럼 아빠는요?”“아빠는 일이 많으셔...”리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가에서 나지막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우리 딸, 다 나으면 데려갈게. 놀이공원 어디든.”“정말요?”루이의 눈이 반짝였다.모녀를 바라보던 유한은, 특히 리은의 눈을 향해 의미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나는 누구처럼 거짓말은 안 해.”리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가 봐도 자신을 겨냥한 말이었다.‘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는 건데?’‘언제 주유한을 속였다고...?’‘하지만 이젠 설명할 필요도 없어. 설명한다고 알아줄 사람도 아니고.’그때 옆의 의사가 정리를 마친 뒤 말했다.“지금 상태는 좋습니다. 며칠만 물 안 닿게 하고 자극을 피하면 금방 괜찮아질 겁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사모님, 천만에요.”루이는 엄마 품에 기댄 채 소곤소곤 물었다.“엄마... 저 그럼 며칠 동안 유치원 못 가는 거죠?”리은은 아이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대답했다.“응, 루이 상처 다 낫고 나서 가면 돼.”“그럼... 우리 여기 계속 있어야 돼요?”리은이 답하기도 전에 유한이 먼저 잘라 말했다.“남기 싫으면 너 혼자 나가. 아무도 안 말릴 테니까. 루이는 여기 있어야 해. 의사가 계속 봐야 하니까.”그 말만 남기고 유한은 먼저 방을 나갔다.리은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Read more
PREV
123456
...
1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