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요? 떠났다고요?”선호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네, 알았어요.”전화를 끊은 선호는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집무실 문을 바라봤다. 조금 전 전화로 지시 받은 일을 떠올리니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대표님이 갑자기 형님의 병원비를 끊고 병원에서 쫓아낸 건, 사실 사모님이 자기한테 굴복하길 바란 거였을 텐데...’‘사모님은 고개를 숙이는 건 고사하고 아예 자기 오빠를 데려가고 말았어.’‘이걸 어떻게 보고한다?’“하...”한숨을 푹 내쉬면서 안경을 밀어 올리던 선호가 결국 집무실 문을 열었다.“대표님, 방금 병원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유한은 눈을 들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선호를 담담하게 바라봤다.“그래서 갔대?”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병원에 들른 건 맞지만 다시 떠났대요...”“자세히 말해 봐.”“병원에서 말하길, 사모님이 진성빈 씨를 데려갔다고 합니다.”“데려갔다고?”유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똑바로 세웠다.“어디로 데려갔는데?”“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아파트로 데려간 것 같아요...”쾅, 하는 소리에 선호는 유한 쪽을 힐끗 쳐다봤다. ‘헉!’또 노트북 하나가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하지만 유한이 집무실을 나섰으니, 선호는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유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여기서 지낸다고?”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과 아가씨는 여기서 지내세요.”유한은 어두운 얼굴로 차 문을 닫았다.“얌전히 재벌 사모님 생활이나 즐길 것이지, 뭐 하러 심술을 부리는 건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안 그래?”선호는 콧등을 쓱 만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히 사모님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어 속으로 중얼거렸다.‘사모님뿐만 아니라, 대표님 머릿속도 모르겠는걸요.’‘분명히 신경이 쓰여 죽을 지경이면서 왜 아닌 척하는 건지. 사람마다 뇌구조와 생각이 확연히 다른가 보네.’“대표님, 올라갈까요?”“어딘데?”선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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