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41 - Chapter 50

145 Chapters

제41화

‘무슨 자격으로 나를 혐오하는 눈빛으로 보는 거야?’ 유한은 턱을 살짝 죄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루이는 괜찮아.” 말을 마치자마자 유한은 전화를 끊었다. 다음 순간, 그는 손을 뻗어 리은의 턱을 집어 올렸다. 표정은 잔뜩 어두웠다. “그 눈빛은 뭐야, 응?” 리은은 턱을 든 채, 고집스럽게 유한과 눈을 맞췄다. “내가 무슨 눈빛인지 네가 모르겠어? 당연히 역겹지!” 유한의 표정이 더 험악해지더니, 손바닥으로 리은의 뒤통수를 누르면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역겹다고?” 리은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며칠 동안 자신이 당한 온갖 억울함이 떠오르자,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그래, 역겹지!” 유한은 분노로 비틀린 웃음을 터뜨리면서 리은의 뺨을 툭 쳤다. 남자의 어두운 시선이 리은을 응시했다. 마치 사람을 삼켜버릴 듯한 시커먼 우물이 눈앞에 있는 듯했다. “내가 너보다 더 역겹다는 뜻이야?” 리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사람은 날 역겹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그때 술잔에 든 약을 내가 탔다는 걸로 몰아붙이려는 거겠지!’ 사실 리은은 집요하게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한이 그해 갑자기 이별을 통보했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리은이 잠시 매달리긴 했다. 리은은 단지 이유를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토록 자신만을 원하고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가, 왜 갑자기 마음을 돌려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리은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리은은 그저 이유만 알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유한은 잔인하게도 제대로 된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리은에게 집요하게 달라붙는 것이 귀찮아진 유한은 기껏해야 ‘질렸어’라는 말 한마디로 끝냈다. 알고 보니 유한은 리은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리은은 서로의 신분 차이를 알면서도 진심이 되어버렸다. 리은은 마음을 빼앗겼고, 유한의 달콤한 말들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리은이 깊이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유한은
Read more

제42화

유한은 말 그대로 리은의 혀를 깨물었다.아픈 통증에 리은은 계속 몸부림치며 반항했고, 혀끝에 옅은 피비린내가 퍼졌다.그 키스는 무려 2, 3 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리은이 더 이상 뇌가 제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무의식적으로 키스를 받아들였다.리은의 얼굴은 키스 때문에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했다. 비릿한 피냄새가 리은의 속을 더욱 뒤틀리게 만들었다.겨우 틈을 잡은 리은은 그대로 복수하려고 했지만, 유한은 너무나 영리했고 반응도 빨랐다. 경계심조차 철벽 같았다.그래서 결국 리은은 유한의 혀는 전혀 물지 못했고, 고작해야 그의 입술을 살짝 터뜨리는 데 그쳤다.그제서야 아픔을 느낀 유한이 리은의 입술과 혀에서 몸을 떼었다.호흡이 다소 거칠어진 두 사람은, 어딘가 한껏 흐트러진 모습이었다.어쩔 수 없었다. 지난번 그 밤 이후로 둘은 단 한 번도 서로에게 닿은 적이 없었으니까.유한의 눈빛에는 이끌리는 기색이 선명하게 비쳤다. 손끝으로 리은의 입술을 강하게 훑으면서, 이마를 맞댄 채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물었다.“원했어?”두 사람은 연애만 해도 거의 1년, 게다가 결혼 생활은 5년을 넘겼다.비록 마음이 붙어 있지 않다 해도, 몸만큼은 누구보다 서로에게 익숙했다.몸의 반응은 가장 정직했고, 속일 수 없는 법이었다.“만지지 마!”유한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아직도 난리를 덜 친 거야?”유한의 손을 거칠게 쳐낸 리은은 입술을 강하게 문질렀다. 혀 안쪽은 여전히 은근히 아팠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유한의 턱선이 굳어졌다. 리은의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태도에 냉소가 흘렀다.“내가 내려올 사다리를 줄 때 알아서 내려오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리은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허.”유한의 얼굴이 단숨에 어두워졌다. 이어서 리은의 말이 떨어졌다.“걱정 마. 내가 죽어도 네가 놓는 사다리로는 안 내려가.”유한의 가슴이 미세하게 요동쳤다.‘요즘 들어 감정
Read more

제43화

이 프로젝트는 리은이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잘해야 했고, 누구보다 완벽하게 완성해야 했다.리은은 자신이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기대야만 살아갈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퇴근하려던 광윤은 문가에서 아직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리은을 보고 다가왔다.나지막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녀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9신데, 아직 안 가요?”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 리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대표님도 아직 안 가셨잖아요.”광윤은 조용히 웃으며 대꾸했다.“이제 가려던 참이에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정도 챙겨야죠.”그 말이 예상 밖이라 잠시 멍해졌던 리은의 입에서, 생각보다 솔직한 말이 튀어나왔다.“대표님, 결혼하셨어요?”“했었어요.”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괜히 안 물어봐도 되는 걸 물었나... 결혼했었단 건 지금은 이혼했다는 건가?’광윤은 담담하게 이어서 말했다.“아들이 하나 있는데, 내가 양육하고 있어요.”더 난감해진 리은이 귀 옆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런 줄 몰랐어요...”“괜찮아요. 흔한 일이죠. 리은 씨 진행 속도 보니까 좋던데, 오늘은 아홉 시면 충분하니까 들어가서 아이랑 시간 보내요.”리은은 시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네.”“같이 나가죠.”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 리은은,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긴 뒤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회사 문을 나서자, 광윤은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태워줄까요?”“아닙니다, 대표님. 괜찮아요.”광윤은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그 말만 남기고 그는 먼저 떠났다.리은도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시가 가까워져 있었다.리은은 루이가 당연히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웃음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익숙하고, 동시에 결코 반갑지 않은 웃음소리였다.그 웃음을 듣자마자, 안에 누가
Read more

제44화

루이가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리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인영을 바라보았다.예전의 리은은 인영이 자신을 노골적으로 겨냥해도 묵묵히 참았다.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죄책감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이미 이혼을 결심했고, 자신과 인영의 자리는 각각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게다가 그때의 약도 애초에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다.더는 참아야 할 이유도, 억울하게 고개를 숙일 이유도 없었다.리은은 자신을 깔보는 인영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어서 오세요, 허인영 씨. 여기 들어오는 거 환영해요. 전 그냥 잠깐 머무는 사람이니까, 허인영 씨 마음대로 해요.”인영은 완전히 허를 찔린 듯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렸다.평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던 리은이, 갑자기 이렇게 날카로운 말을 던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잠시 동안 말문이 막혔다.반면 유한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서 리은을 바라보았다.어둠이 내려앉은 듯 어둡고 억눌린 듯한 눈빛이었다.결혼 첫해, 리은은 유한과 인영이 자주 함께 있는 걸 보면서 상처도 받았고, 은근히 물어보기도 했다.그러나 유한은 단 한 번도 설명해주지 않았다.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약 먹이기 전에 이런 일 당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나?”리은은 그 말에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그저 한참, 아주 한참 동안 유한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돌아섰다.화를 내지도, 울지도 않고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그날 이후, 리은에게 인영이란 존재는 이미 방치나 체념에 가까웠다.“진리은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인영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그리고 유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더더욱 억울한 눈빛을 띄었다.특히 유한의 입술에 난 상처를 본 순간, 감정이 확 치밀어 올랐다.‘진리은 저 년이... 또 오빠를 유혹한 거야? 진짜 천한 년...’“오빠...”하지만 유한의 시선은 오직 계단을 올라가는 리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유한은 인
Read more

제45화

루이는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딸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준 리은은 방 안의 큰 불을 끄고 작은 무드등만 남겨두었다.그러나 방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릴 수밖에 없었다.리은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침대 옆에서 걸음이 멈춘 뒤 유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 너 안 자는 거 알아.”리은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유한이 자신을 안아 올리려 하자, 결국 눈을 뜨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뭐 하는 거야? 내려놔!”유한은 미세하게 눈썹을 올리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왜, 계속 자는 척 안 해?”“내려놔. 뭘 하려고 그래?”“자러 가게.”“내려놔, 주유한. 나 루이랑 같이 잘 거야. 듣고 있어? 내려놔!”“쉿. 더 떠들면 딸 깨겠어.”리은은 고개를 돌려 딸을 바라보았다.그 작은 숨소리가 흔들릴까 봐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그러나 방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몸을 버둥거렸다.“내려놔!”하지만 유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그대로 리은을 안아서 침실, 바로 두 사람이 쓰던 안방으로 데려갔다.아래층에서 이를 본 고용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속삭였다.“이게 뭐야? 이혼한다더니... 오늘 허씨 그 아가씨도 왔었잖아?”“누가 알아요... 근데 대표님이 진짜 사모님이랑 이혼하고 싶은 거 맞아요?”“그럼 왜 허인영 씨를 집에 데리고 온 거지?”“돈 많은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어.”“...”...침대 위로 리은이 떨어지듯 내려지자, 리은은 바로 내려오려 했다.그러나 손목이 다시 침대에 눌리면서 막혔다.몇 번 몸을 비틀던 리은이 포기하고 조용히 물었다.“뭐 하려고 그래?”유한의 시선은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아침에 차 안에서의 키스가, 하루 종일 그의 신경을 긁어댔다.마지막으로 리은을 건드린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거렸다.“내가 뭘 하려고 하겠어?”그의 손이 잠옷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그 눈빛은 명확했다.‘아... 이걸 원하고 있구나.’리은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우리 이미 이혼...”
Read more

제46화

“그럼 신고해 봐!” “주유한, 너 미친놈이야!” “이제 알았어?” “만지지 마, 가, 가!” 리은은 유한의 키스를 피하려고 머리를 계속 흔들었다. 숨은 가쁘고 분노는 치밀었다. “허인영 찾아가, 만지지 마, 허인영 찾아가!” 리은이 자신에게 다른 여자를 찾으라고 말하자, 유한의 표정은 더 이상 어두워질 수 없을 정도로 어둡게 변했다. “한마디만 더 하면 널 침대에 가둬서 아무 데도 못 가게 만들어 버릴 거야!” 리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창백하고 새파랗게 질린 그녀는 분노의 시선으로 유한을 노려보았다. “넌 변태야!” 유한은 차갑게 웃었다. 눈가에는 소유욕만 가득했다. “누가 먼저 건드렸는데. 건드렸으면 벌을 받아야지. 내가 끝내기 전에는 끝날 생각하지 마.” “아... 윽!” 리은이 아무리 버텨도 소용없었다. 유한은 가볍게, 그러나 확실하게 리은을 무장해제시켰다. 그 일은 두 시간이 훌쩍 넘게 이어졌다. 끝났을 때, 리은은 물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온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달아오른 뺨에, 검은 머리칼은 땀에 젖은 얼굴과 등에 붙어 있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 유한은, 침대에 엎드린 채 꼼짝도 않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두웠던 눈빛이 많이 밝아졌고, 남은 것은 포만감뿐이었다. 리은의 등에서 허리까지 구불구불 이어진 키스 자국을 보면서, 유한은 오늘 밤에 조금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이 여자가 날 자극했어. 다른 여자를 찾으라니, 누가 그런 말을 해.’ 관계가 끝난 뒤, 유한과 리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서서히 가라앉는 열기와 서로의 숨소리뿐이었다. 담배 한 대를 다 태운 뒤에야 유한은 리은을 침대에서 안고 욕실로 데려갔다. 리은은 저항하지 않았다. ‘이미 다 끝난 일인데 이제 와서 버텨도 무슨 소용이야?’ ‘버텨서 달라질 게 있나?’ 리은은 눈을 꼭 감고 욕조에 기댄 채 유한을 보지도 않았다. 유한은 샤워기로
Read more

제47화

“너...!”리은은 유한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유한이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그날의 태도는 분명히 이혼에 동의했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공짜는 없다, 줄 돈은 한 푼도 안 뺏기겠다는 말까지 했으니 더더욱.‘아니면 내가 갑자기 이혼하자고 해서 자존심이라도 상한 거야?’리은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내가 빈손으로 나가겠다고 해서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면... 돈 받으면 돼. 얼마든지 줘. 그리고 밖에 나가서는 네가 날 찬 거라고 말해도 돼.” “네가 날 더 이상 원하지 않아서 이혼한 거라고. 그렇게 해주면 되겠어?”“지금 너... 이혼 말고는 할 얘기가 없어?”리은은 오래도록 유한을 바라보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초에 너는 날 마음 편히 받아들인 적도 없잖아. 이제 내가 놓아준다는데, 뭐가 또 불만인데?”그 한마디에 유한의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리은을 벽에 몰아붙이고 턱을 틀어 올렸다.“네가 하자면 하고, 네가 끝내자면 끝내고? 네 눈에는 내가 말 잘 듣는 강아지로 보여?”‘말 잘 듣는 개? 그런 말은 정말 너무 안 어울리네. 주유한한테는 더더욱!’속으론 그렇게 생각했지만,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던 리은이 차분히 말했다.“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말했지. 끝낼 때는 네가 아니라 내가 정한다고. 이 결혼은 네가 원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리은은 붉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몇 초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허인영 집안에서 아직도 네 대답 기다린다며? 너 이미 질질 끌 만큼 끌지 않았어? 지금 내가 허인영한테 자리를 내주겠다잖아. 너희 둘한테 좋은 일 아니야?”“나한테 화풀이하려고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애매하게 내연녀로 만들 필요는 없잖아. 불쌍하지도 않아?”“누가 내연녀래?”유한의 목소리가 저음으로 착 가라앉았다.리은의 표정이 굳었다.유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며 비웃듯이 웃었다.“내가 말을 잘못했네.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내연녀지. 그럼 내가 내연녀
Read more

제48화

잔뜩 어두운 얼굴로 다가온 유한이 리은을 번쩍 안아 올렸다.그의 품에서 몇 번이나 버둥거리던 리은이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또 뭘 하려고 그래? 내려놔!”유한은 아무 말도 없이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리은을 안은 채 다시 안방으로 향했다.그리고 그대로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리은이 일어나려는 순간, 유한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날아왔다.“자. 도망치면 침대에 묶어두고 아무 데도 못 가게 할 거야.”리은은 갑작스러운 무력감에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미쳤어?”“잠이 안 와? 좋아. 그럼 오늘은 아예 못 자게 해 줄게. 네가 쓰러질 때까지 하면 되겠지.”그 말에 리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유한의 체력이 어떤지, 누구보다 리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요즘은 이런 미친 짓을 하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둘이 밤새 엉망진창이었던 적도 수도 없이 많았다.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리은은 급히 몸을 돌려 바로 누워 버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유한의 손이 리은의 목선을 스치다 떨어졌다. 그는 비웃듯 냉담한 소리를 내면서 침대에 눕더니,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누운 리은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봤다.둘 사이는 기차 한 대는 지나가도 될 만큼 넓었다.“이리 와.”리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유한이 강제로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뭐 하는 건데? 놓으라고, 나 잘 거야!”“이대로 자. 또 움직이면... 책임은 네가 져.”그 한마디에 리은의 저항이 멈췄다.억울하고 분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리은은 굳어진 채 꼼짝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렇게 유한의 팔에 갇힌 채 누워 있었다.처음에는 경계하느라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지만, 피로가 밀려오는 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결국 어느 순간, 리은은 깊이 잠들어 버렸다.리은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눈을 뜬 유한은 잠든 그녀를 오랫동안 내려다봤다.한참 지난 후, 그는 다시 리은을 바짝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렸다.그제야 눈을 감았다....
Read more

제49화

리은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이전 그 5년을 도대체 어떻게 버티고 살았는지.“맞아, 말 못 해. 어제 혀를 개가 물어갔거든.”유한의 얼굴이 더 험악하게 굳었다.“내가 개라는 소리야?”“누가 스스로 대입하래?”“너...”“아빠, 엄마... 싸우지 마세요. 네?”갑자기 루이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그제야 리은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내가 왜 루이 앞에서 이 미친놈이랑 고래고래 싸운 거지?’“안 싸워. 그냥 티격태격한 거야. 루이야, 괜찮아.”“정말요?”“그럼, 진짜지. 루이 팔만 다 나으면 엄마가 놀이공원 데려가 줄게. 어때?”“좋아요!”“그래, 밥 먹자.”어느새 분위기는 다시 부드러워졌고, 유한은 그런 모녀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커피를 한 번에 들이켰다.멀리서 지켜보던 시터도 놀란 표정이었다.이 집에서 보통은 리은이 늘 유한에게 맞춰주며 살았으니까.이런 분위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아침 식사가 끝나고, 리은이 출근 준비를 마쳤다.나가기 전 루이에게 꼭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당부했다.그리고 어젯밤 갑자기 나타난 인영의 얼굴이 떠올라서, 다시 한번 단단히 일렀다.“엄마 없을 때, 루이는 모르는 사람이랑 절대 말하면 안 돼. 혹시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오려고 하면 무조건 멀리 떨어져. 알겠지?”유한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딱 굳었다. 누구를 말하는 건지 너무도 명확했기 때문이다.“뭘 막 가르쳐? 왜곡해서?”리은은 딸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그대로 돌아섰다.유한을 쳐다볼 생각도 없었다.요 며칠 사이 유한의 얼굴은 단 하루도 밝았던 적이 없었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서 리은을 거칠게 붙잡았다.“말하는 중이잖아. 누가 이렇게 가르치래?”리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내가 뭘 잘못 가르쳤는데? 너도 어릴 때 부모님이 모르는 사람 조심하라고 안 했어?”유한은 마치 정면으로 주먹을 맞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리은은 그의 손을 떼
Read more

제50화

선호는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제 이모도 유선 증식 때문에 암으로 갔어요. 의사 말이 이게 다 감정병이라던데요. 화나 스트레스를 참고 넘기면 몸에 쌓인대요.”“오래 쌓이면 유선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병이 되는 거죠. 한마디로, 유방암은 ‘참아서 생기는 암’이라고 하더라고요.”유한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그렇게까지 심해?”“의사가 직접 그랬어요. 요즘 여성들 생활 스트레스가 크잖아요. 열 명 중 아홉은 유선 증식이나 결절이 있다고... 꼭 정기적으로 검사해서 암 위험을 걸러야 한다고요. 대충 이런 얘기였습니다.”“확률이 높아?”선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꽤 높아요. 저희 엄마, 작은 이모, 막내 이모, 큰고모, 작은고모까지... 전부 유선 증식이 있어요. 암으로 변할까 봐 3달마다 검사를 받아요.”고개를 돌린 유한이 창밖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아, 맞다. 대표님.”선호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아이를 낳은 여성은 유방암 확률이 더 높대요.”그 말에 홱 고개를 돌린 유한이 백미러로 선호를 노려봤다.“확실해?”“예, 작은 이모 주치의가 직접 말한 거예요. 여성들은 모유 수유할 때 유선이 자주 막혀서 염증이 생기는데, 염증이 반복되면 증식이랑 결절이 생긴다더라고요.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유한은 말없이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리은의 모유 수유 기간 동안, 유한은 거의 1년 가까이 집에 들르지 않았다.돌아온다 해도 손가락으로 셀 만큼 적었다.그 시절 리은이 어떻게 버텼는지, 어떤 몸 상태였는지... 유한은 단 하나도 알지 못했다.‘그럼... 루이 엄마도 그럴 수 있다는 거잖아?’“우리 회사 여자 직원들 많지?”“많죠. 전체의 30퍼센트 정도 됩니다. 왜 그러세요, 대표님?”“정리해서 공지해. 여자 직원들 유방 관련 정밀검사 한 번씩 받게 하고, 앞으로 반년마다 정기검진 받고 비용은 회사가 낸다고.”선호는 깜짝 놀라 백미러를 올려다보았다가, 이내 환하게 말했다.“정말요? 직원들이 대표님께 엄청 감사할
Read more
PREV
1
...
34567
...
1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