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71 - Chapter 80

146 Chapters

제71화

‘다 지나갈 거라고?’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유한이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계속 마셔.”“형, 내가 따라줄게!”...리은은 화장실에서 나온 뒤 바로 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그저 조용한 곳을 찾아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대략 삼십 분 후, 리은이 룸의 문을 열었다.정혁과 유한은 이미 꽤 마신 듯 보였다.“형수님 오셨다! 유한 형 요즘 술 왜 이렇게 세진 거야? 내가 형 못 따라가겠네.”유한은 안색만 조금 붉어졌을 뿐, 눈빛은 또렷했다.그저 리은을 보면서 슬쩍 말했다.“술 많이 마시면 세지는 거지. 너도 연습해. 나 밤비행기야. 먼저 간다.”“벌써? 형, 나 아직 덜 마셨는데...”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다음에. 넌 좀 쉬어.”“에이, 그래도 내가 형이랑 형수님은 배웅해야지!”“필요 없어. 여기 있어.”말을 던지고 유한은 돌아섰다.그리고 잠시 리은을 쳐다봤다.리은은 정혁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유한을 따라 나갔다.유한은 술 냄새가 가득했지만, 걸음걸이는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확실히 예전보다 술에 훨씬 강해진 듯했다.얼마쯤 걸었을까, 유한이 갑자기 멈춰 섰다.생각에 잠겨 있던 리은은 그대로 그의 등에 부딪쳤다.“아...!”유한이 돌아서며 그녀를 내려다봤다.“아퍼?”리은은 말없이 이마를 문질렀다. 부주의했던 자신 탓이었다.“아픈 게 당연하지.”리은은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손을 내렸다.그때, 유한이 다시 손을 뻗어서 리은의 턱을 잡았다.그리고 시선은 부딪쳐서 빨갛게 된 이마에 잠시 머물렀다.그리고 깊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떨어졌다.“너 진짜 그렇게 이혼하고 싶어?”리은은 움직임을 멈췄다.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의 짙은 눈동자와 마주하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우리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이었어. 지금 바로잡는 게 늦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아직 젊잖아. 굳이 과거를 붙잡고 서로 힘들 필요 없어. 각자 행복하면 되지.”그건 진심이었다.과거를 원망하거나 반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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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왜 그래, 인영아?”인영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진리은이 어떻게 유한 오빠랑 같이 있지?’‘오빠는 출장이라고 했잖아...’‘설마 둘이 같이 출장을 간 거야?’인영은 바로 유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오빠, 오늘 들어와? 응, 알겠어.”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야. 너 언제 유한 오빠랑 그 여자 봤어?”[바로 아까. 남자친구랑 밥 먹으러 왔다가 딱 봤지. 주 대표님 옆에 있던 여자 누구야? 너 알아?]“그 여자, 진리은이야.”[헐, 그 여자가 진리은이야? 주 대표님의 유명무실하다는 아내가 진짜 그렇게 예뻐?]그 말에 인영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인영은 예쁘다. 그러나 누구와 비교하는가에 따라서 평가는 달라진다.리은과 비교한다면, 솔직히 조금은 밀린다.하지만 인영은 곧 씁쓸한 느낌을 털어버렸다.‘그래서 뭐? 집안으로 따지자면 내가 진리은보다 한참은 앞서지.’‘유한 오빠 옆에 설 자격도 없는 진리은 따위가 주씨 가문의 작은 안주인이라고? 말도 안 돼. 오빠 아내가 돼야 하는 사람은... 나야.’“예쁘면 뭐해? 남자 마음 하나 못 잡으면서.”[근데 내가 보기엔 둘이 꽤 괜찮아 보였는데... 분위기도 좋아 보이던데?]“말도 안 돼. 네가 착각한 거야.”[사이가 안 좋으면 같이 안 다니지 않아? 딱 봐도 가까워 보였는데...]“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나 바빠서 끊을게!”인영은 전화를 끊었지만,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인영아, 무슨 일이야?”“또 진리은 그년이지 뭐! 뒤에서 또 유한 오빠 꼬시고 다녀! 더럽게!”“어? 그게 무슨 소리야?”인영은 짜증 섞인 숨을 내쉬었다.‘안 돼. 유한 오빠하고 진리은, 무조건 빨리 이혼시켜야 해.’‘그리고 강덕순 그 늙은 것의 말대로... 진짜로 주씨 가문 재산을 전부 다 진리은한테 줄 수는 없지.’‘그리고 유한 오빠가 자기 걸 내놓고 싶어 할 리도 없고.’문득 어떤 생각이 스치자, 인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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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응, 오빠. 최대한 빨리 가자. 알겠지?”유한은 리은이 떠난 방향을 잠시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루이는 리은을 보자마자 반가움에 얼른 뛰어오더니, 매달리듯 한참 동안 품에 안겼다.“할머니, 이틀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에이, 루이가 나랑 있어줬는데 내가 더 좋지. 그런데 우리 소중한 증손녀가 다쳤는데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리은은 가볍게 눈을 내리깔았다.“할머니가 걱정하실까봐요.”강덕순은 고개를 저으면서, 리은의 손등을 다정하게 두드렸다.“리은아, 다음 달이 할미 팔순 생일이잖니. 그날 할미가 꼭 발표할 중요한 일이 있단다.”“할머니, 어떤 중요한 일이요?”강덕순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조급하지 마. 그날에 알게 되니까.”리은은 궁금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예, 알겠습니다.”‘그래... 다음 달이 할머니 여든 생신이니까, 이혼 얘기는 생신 지난 뒤에 하자.’‘할머니가 편하게 생신을 맞으셔야지.’‘오 년을 버틴 내가, 한 달을 더 못 버티겠어?’집으로 돌아온 뒤, 루이를 재운 리은은 곧장 광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대표님. 저 진리은입니다.”[리은 씨, 어디예요?]“해성시로 돌아왔어요. 허 대표님, 장제부 회장 일은 들으셨죠?”전화기 너머에서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리은 씨는 몰랐겠지만, 그때 주 대표님 표정... 장난 아니었어요. 나한테 리은 씨 얼굴도 못 보게 하고, 바로 돌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엔 정말 주 대표님한테 미움을 샀을지도...]리은은 그 말을 듣자 초조해지면서 목소리가 빨라졌다.“대표님, 걱정 마세요. 제가 그 사람한테 직접 말할게요. 대표님도 예측 못 한 일이잖아요.”[정말 몰랐어요. 나도 장 회장이 그런 인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아무튼... 이번 일은 내가 미안해요. 꼭 보상할게요.]“대표님, 저는...”[리은 씨도 놀랐을 텐데 오늘은 먼저 쉬고, 내일 회사에서 이야기해요.]“네, 대표님. 그럼 내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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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5년 전, 리은이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리은은 학교 근처에 방 하나와 거실이 딸린 작은 아파트를 하나 얻어 살았다.그 아파트는 지금 이곳보다 더 작아서 겨우 12평 남짓이었고, 지금 이 집은 24평이었다.그 무렵 유한은 이미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갔고, 주강그룹 본사는 리은의 아파트에서 차로 세 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에 있었다.그런데도 유한은 아무리 야근을 해도 꼭 리은의 아파트로 돌아와서 리은과 함께 그 좁은 공간에서 지냈다.그떼 리은은 논문을 준비 중이라서, 유한은 자신이 너무 늦게 돌아오면 리은의 공부와 휴식을 방해할까 봐 오히려 걱정했다.해성시 제일의 명문가 후계자라는 유한이, 바로 그 리은을 위해 평생 처음으로 지하철 타는 법을 배웠다.지하철이 차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왕복 네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그렇다. 두 사람은 한때, 정말이지 남들이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달콤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그렇게 한 사람에게 아낌없이 사랑받고, 소중하게 여겨졌던 적이 있던 리은이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사실은 이렇다.바로 눈앞의 이 남자는 리은이 해외에 잠시 다녀온 사이에, 얼굴이 변하듯 마음도 바뀌어버렸다.이유도 설명도 없이, 사랑이 식었다는 말처럼 가볍게.이제야 리은은 그 답을 알게 되었다.‘주유한은 날 사랑한 적이 없어.’‘그 모든 기억은 어쩌면 그저 주유한이 잠시 심심할 때 기분 내서 만든 것뿐이었어.’‘나만 진심이었고, 그래서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뿐이야.’두 사람은 마치 동시에 같은 시간을 떠올린 듯, 시선이 맞부딪쳤다.한 사람의 눈은 깊이를 알 수 없었고, 다른 한 사람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유한이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리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 눈빛은 어둡고 깊었다.“보니까, 아직도 안 잊었네.”리은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유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쨌든 있었던 일이잖아. 잊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잊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너도 기억하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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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하지만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세월이 그렇게 길었음에도, 리은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유한이란 사람을 이해해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유한이 언제 갑자기 기분이 나빠질지, 리은은 지금도 알 수가 없었다.바로 지금처럼.“우리가 아직 정식으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해도,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부부 관계가 끝난 상태야. 그런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어. 네가 정말 원한다면, 너는 그냥 가서...”리은이 무슨 말을 이어서 할지 짐작한 듯, 유한의 얼굴은 단번에 흙빛으로 변했다.그리고 낮게, 날카롭게 내뱉었다.“닥쳐. 또 한 번만 다른 여자 찾아보라고 입에 올려봐?”리은은 곧바로 말을 멈췄다.그러나 그 순간, 정작 리은 자신이 더 놀랐다.예전의 리은이었다면, 유한이 인영과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만 봐도 숨이 막힐 만큼 아팠다.그런데 지금, 자신은 아무 표정도 없이 아무 동요도 없이, 담담하게 유한에게 다른 여자를 찾으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렇게 보니까... 내가 진짜로 다 내려놓고 나온 걸까?’그 생각이 스치자, 리은의 입가에 조용한 미소가 번졌다.‘그렇다면... 앞으로는 나도 더 이상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없겠지?’유한의 얼굴은 먹구름처럼 잔뜩 어두워져 있었고, 눈빛은 리은을 찌르듯이 파고 들었다.“뭐가 웃겨? 내가 한 말이 그렇게 우스워?”리은은 미소를 거두고 고개를 저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그냥...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어.”“너 자신에 대해 뭘?”리은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말해봤자 또 네가 화낼 거니까.”“말해. 나를 얼마나 더 빡치게 하는지 한번 들어보게.”눈앞의 익숙한 눈매와 이목구비. 예전과 다른 건 없어 보이지만, 지금의 유한은 더 성숙하고 더 매혹적이고, 동시에 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 두렵기도 했다.“아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너와의 과거를 정말로 놓았구나... 하고.”유한의 미간이 파르르 떨리면서 이마의 힘줄까지 불거졌다.‘이 여자가... 진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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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리은은 유한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너...”유한은 리은의 두 입술이 조그맣게 열렸다 닫히는 모습만으로도 거슬렸다.말을 하려는 듯 움직이는 그 입술이 더 짜증났다.결국 고개를 숙인 유한은, 힘을 조절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리은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읏... 아, 아파!”한순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강한 통증.‘내 입술은 원래도 약한데...’‘주유한이 이렇게 세게 물었으니, 피가 나지 않아도 분명 붓겠지.’“윽... 놔, 놔줘... 아파!”하지만 유한은 발산하듯 한 번 무는 걸로 끝내지 않았다.오히려 리은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쥔 채, 더 깊게, 더 강하게 입술을 탐했다.리은은 유한의 이런 요구 앞에서 언제나 무력했다.‘이 사람이 진짜로 억지로 하겠다고 마음먹으면...’‘나는 버틸 힘이 없어. 그저 견디는 수밖에.’“안 돼... 으응...!”유한은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입맞춤은 마치 리은을 씹어 삼키듯 격렬했다.그 기세는 두려움마저 일으켰지만, 저항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두 사람의 거친 숨결과 뜨거운 기운, 그리고 얽힌 입술.거실의 통유리창엔 남녀의 격한 윤곽만이 어른거리며 비쳤고, 그 안에는 희미한 절망과 서늘한 슬픔이 함께 섞여 있었다.결국 리은은 힘을 빼고 더 이상 버티지 않았다.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리은의 체념이 전해졌는지, 유한의 날 선 숨결이 서서히 가라앉았다.그럼에도 그는 리은을 놓지 않았다.오히려 더 세게 끌어안고 자신의 가슴 안에 가두었다.리은의 귓가에 유한의 심장 소리가 크게 들렸다.그 빠르고 무질서한 고동 소리가 귀를 울렸다.‘이 심장 고동 소리가... 나 때문이라고 착각해도 될까?’‘혹시... 주유한도 나를...’단 한순간이라도 그렇게 착각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하지만 그런 기대를 무너뜨리듯, 한참 후 유한이 조용히 말했다.“진리은, 너... 진짜 가슴에 심장이 없어?”리은은 멍해졌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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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가치가 있고 없고는 네가 정할 일이 아니야.”그 말만 남긴 채 유한은 리은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리고 나갔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문을 바라보던 리은은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숨을 한번 고르며 머릿속으로 가능한 상황을 그렸다.‘만약 주유한이 진짜... 보복하려고 일부러 이혼을 안 해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주유한이 동의하게 만들 방법... 그런 게 있을까?’‘도대체 뭐가 있을까?’한참을 고민하던 리은은 결국 고개를 들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저장된 번호를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망설였다.그리고 마침내 눌렀다.인영의 번호였다.수년 동안 존재를 알고도 먼저 연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진리은이에요.”인영은 예상 밖의 이름에 잠시 말을 잃은 듯했다.무려 5초 동안이나 침묵. 그리고 예전 그대로의 불쾌한 태도.[왜 전화했어요?]“잠깐 얼굴 좀 볼 수 있을까요?”통화가 끝나자 리은은 헛웃음을 흘렸다.‘내가 허인영을 먼저 만나자고 할 날이 올 줄 몰랐네.’‘웃기기도 하지. 상황이 진짜 이렇게까지 올 줄은...’‘하지만 어쩌겠어.’‘주유한을 이길 수도, 도망칠 수도 없으니... 결국 다른 힘을 빌릴 수밖에.’...리은의 아파트를 나선 유한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운전 중에도 전화가 세 통이나 왔지만 유한은 받지 않았다.악에 받친 듯 액셀을 깊게 밟아대며, 어디든 상관없이 내달렸다.정신을 차렸을 때, 차는 어느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있었다.유한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X발...”분노를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모르는 듯, 대시보드를 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저주인지, 욕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한숨이 터졌다.유한은 고개를 들고 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입술을 굳게 다문 채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창문을 내리자 흰 연기가 천천히 밤공기로 흩어졌다.밤 10시. 이 근처는 대학가였다.커플들이나 대학생 하우스메이트들이 많이 사는 오래된 원룸 밀집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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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다음 날, 선호는 유한이 알려준 주소대로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초인종을 누른 순간, 선호는 멍해졌다.생각보다 아파트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커다란 체격에 넓은 어깨의 자신이 들어가면 설 자리도 없어 보였다.“대표님, 여기 옷 가져왔습니다.”유한은 아무 표정도 없이 옷을 받아 들고는 욕실로 들어갔다.그리고 들어와서 아무 데나 앉으라고만 했다.선호는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두 사람이 앉기엔 조금 비좁지만, 혼자 앉으면 그럭저럭 넉넉한 작은 2인용 소파였다.그러나 이 소파에는 유한과 리은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리은이 쉬는 날이면, 유한은 늘 리은을 품에 안고 이 소파에서 시간을 보냈다.한 사람은 예능을 보며 웃고, 한 사람은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서로 방해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았다.이 12평짜리 작은 아파트의 어느 구석에도 두 사람의 기억이 배어 있었다.선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서 아파트 내부를 짧게 촬영했다.‘도대체 대표님이 왜 이런 곳에...’‘완전 현실판 반지하살이잖아.’촬영을 마친 뒤 아파트를 살짝 둘러봤다.단 1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그만큼 좁았다.그러다 선호는 쓰러져 있던 사진 액자를 발견하고, 세워 두려고 손을 뻗었다.그때, 욕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선호는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대표님.”유한은 간단히 말했다.“가자.”“네, 대표님.”선호는 더 묻지도 캐묻지도 않았다.유한과 함께 조용히 아파트를 빠져나갔다....LC테크놀로지.리은은 광윤의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대표님...”광윤은 리은을 보자마자 위아래로 살폈다.“와요, 앉아서 얘기해요.”“감사합니다, 대표님.”광윤은 자스민 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미안해요. 나는 장제부 회장이 그런 사람인 줄은 전혀 몰랐어요. 대낮에, 그것도 회사에서 리은 씨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리은은 잔을 받으며 고개를 저었다.‘누가 상상이나 했겠어?’‘꿈속에서도 못 할 짓을,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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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광윤은 몇 초간 침묵한 끝에 입을 열었다.“리은 씨에게 회사 지분을 드리려는 건... 내가 사심이 있어서 그래요.”“사, 사심이요? 무슨 사심이요?”광윤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이번에 리은 씨가 큰일을 당할 뻔했잖아요. 주 대표님이 화가 날 만도 하죠. 그런데 그 감정이 나한테까지 번질까 봐 걱정이 돼요.”“우리 회사는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회사예요. 주 대표님이 마음만 먹으면... 회사가 날아가는 건 한순간이죠. 그래서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리은 씨가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리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자, 잠깐만요... 왜 대표님이 피해를 입어요? 그 일은 대표님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요!”광윤은 씁쓸하게 웃었다.“나도 알아요. 하지만 주 대표님 입장에서는 내가 일부러 리은 씨를 장제부에게 데려간 걸로 오해할 수도 있죠. 리은 씨가 다칠 뻔했고 그 자리에 나도 있었으니, 내가 대표로서 일부러 방치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요.”리은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대표님, 그런 걱정은 진짜 안 하셔도 돼요. 제가 가서 직접 말씀드릴게요. 대표님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요.”광윤은 손을 들어 리은을 자리에 앉히면서 말했다.“앉아서 들어봐요. 주 대표님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이 지분은 겉으로는 리은 씨에게 드리는 거지만, 사실은 제 보호막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나와 회사를 지키기 위한 조치죠.”리은은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하지만 만약 리은이 ‘유한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진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결코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을 것이다.문제는 리은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당사자는 늘 보지 못하고, 바깥에서 보는 사람이 더 정확하다’는 말 그대로였다.광윤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믿어줘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리은 씨는... 나와 회사에게 복덩이예요.”리은은 허탈하게 웃었다.“대표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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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대표님, 잠시만 진정하세요. 제가 바로 주유한 씨한테...”“됐습니다, 리은 씨. 주 대표님이 저렇게 말까지 꺼냈으면 쉽게 번복하실 분 아니죠. 하지만 말입니다. 리은 씨가 LC테크놀로지의 주주가 되기만 하면... 혹시라도 부부 사이의 정 때문에라도, 주 대표님께서 LC테크놀로지를 눈감아 주실지도 모르잖아요?”“그런데... 저랑 주유한 씨는...”“리은 씨, 너무 겸손하실 필요 없습니다. 일단 해보는 거죠. 안 되면... 그때 가서 리은 씨가 다시 지분을 돌려주면 되는 거고요, 어떻습니까?”그 말에 리은은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도무지 웃을 수가 없었다.“대표님, 제가 대표님 눈엔 그렇게 사람이 좋아 보이나요? 제가 지분을 받아놓고 안 돌려드리면 어쩌시려고요?”광윤은 고개를 저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회사도 이 꼴이 났는데, 그 지분이 뭐 대수겠습니까?”‘그 말도 딱 맞잖아!’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면서 테이블 위 계약서를 내려다보던 리은이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대표님, 정말 제게... 지분 10%를 넘기시겠다고요?”광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넘기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냥 드리는 건 아니죠.”“무슨 뜻이에요?”“뒤쪽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어쩔 수 없이 리은은 다시 계약서를 펼쳐 읽었다. 문서 후반부에는 명확히 적혀 있었다.[올해 LC테크놀로지의 이익 배당은 진리은에게 지급되지 않는다.]즉, 그 배당금이 곧 지분을 사들이는 ‘입회금’이 되는 셈이었다.“이건...”“이제 걱정하실 건 없겠죠?”리은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대표님이 이미 이렇게 철저하게 다 해두셨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해.’“그런데 대표님... 이것도 말씀드려야 해서요. 사실 저랑 주유한 씨 관계가 계속... 좋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절 보고 뭐... 달라질 가능성은...”“그렇다면 그건 제 판단 미스입니다. 리은 씨 탓은 아닙니다.”결국 리은은 더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계약서에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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