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민 씨?”설민환은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아, 생각났어. 두 달 전에 해시의 디지털 서밋에 갔을 때 서정혁을 만났지. 그 옆에 있던 조용하고 연약해 보이던 여자가 바로 임지민 씨였구나.”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교수님. 바로 그분입니다.”설민환은 의아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참, 서정혁이 그 아가씨와는 왜 그렇게 붙어 다니는 거야? 서밋에도 같이 가고 또 나 보러도 같이 오고...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순간 숨이 턱 막힌 강시원은 낮게 깔린 속눈썹 아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해시의 클라우드 디지털 서밋은 국내 최고의 인공지능 전시 교류 행사 중 하나로 강시원이 항상 가고 싶어 하던 곳이었다.게다가 서밋 입장권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오직 재계, 정계, 학계에서 명망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과학 연구 성과가 있는 사람만이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서정혁은 경시 최고의 재벌로 초대 손님이었다.하지만 존경하는 설민환 교수까지 참석하는 최고급 테크니크 대회에 임지민을 데리고 갔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는 단순한 편애와 총애가 아니라 뼛속 골수에 스며든 습관이자 신뢰였다. 임지민을 완전히 자신에게 녹아들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가 되게 하려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런데 클라우드 디지털 서밋이 열리는 그 며칠 동안, 강시원은 서정 그룹의 연구개발팀에서 끝임없이 야근을 했다. 양서연에게 시달리며 산더미처럼 쌓인 사소하고 하찮은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그러니 서정혁이 어떻게 강시원의 장점을 볼 수 있었겠는가?5년 동안 희망 없는 결혼 생활로 지쳐 상처투성이에 진흙 범벅이 되어 있었으니 당연히 보지 못했던 것이다.“선생님, 바쁘실 텐데 시간을 더는 뺏지 않겠습니다.”강시원은 눈빛이 흔들렸다.“나중에 시간이 되실 때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설민환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곧 점심시간이네, 시원, 가지 마. 나랑 같이 가서 만나자.”“네...?!”당황한 강시원은 얼굴이 한층 더 하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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