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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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서정혁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강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미션 중 하나라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강시원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예전에는 당신이 차가운 사람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위선적이기도 하네.”과거의 억울함, 괴로움, 속상함을 서정혁에게 털어놓지는 않을 것이다.전부 털어놓으면서 이 남자가 마음이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임지민처럼 눈물로 남자의 관심과 연민을 얻는 짓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게다가 불쾌한 과거의 일들을 한 번씩 말할 때마다 갈기갈기 찢긴 심장에 또 한 번 충격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강시원, 무슨 말이야? 말 똑바로 해.”서정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시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안 나가겠다는 거지? 그럼 내가 나갈게.”안 그래도 오늘 저녁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일로 충분히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던 강시원은 더 이상 서정혁을 상대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오늘 밤은 조용히 쉬고 싶었다.어차피 앞으로 두 번 다시 얼굴을 안 보면 그만이니까...“강시원, 아까는 내가 너무 소홀하게 행동한 거 인정할게.”무의식적으로 강시원의 팔을 잡은 서정혁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소란 피운 건 너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성수연, 집안도 안 좋고 학벌도 없으며 성질도 고약하지만 그래도 네 친구잖아. 성수연같이 병원에 가면 되는데 왜 하필 유재윤과 같이 간 건데? 너 이렇게 하는 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라는 거, 오해를 살 거란 거 미처 생각 못 했어? 어머니도 일부러 너 오해하고 싶어서 오해한 거 아니잖아. 안 그래?”예전의 서정혁은 집안 장식품 같은 아내 강시원을 늘 쌀쌀맞게 대했다. 강시원 앞에서는 늘 침묵하기 일상이었으며 부부관계를 할 때 말고는 그녀의 손조차 잡으려 하지 않았다.학벌도 안 좋고 재능도 능력도 없는 강시원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일을 하거나 아이나 돌보며 생활하는 일상이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다.임지민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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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턱을 살짝 치켜든 강시원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서정혁, 당신을 떠난다고 모든 게 끝날 거라 생각해? 당신을 떠나는 것이 바로 내 인생의 진정한 시작이야.”말을 마친 뒤 재빨리 방을 나섰다.꼼짝 못 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서정혁은 여자의 체온이 스며든 실크 잠옷을 손에 꽉 쥐었다.한편 문밖으로 나온 강시원은 가슴속에 수만 가지 감정이 밀려왔지만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최대한 억눌렀다.많은 잘못을 저지른 남자는 내키는 대로 생각하고 오해해 놓고 의심까지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공격했다. 가장 친한 그녀의 선배마저 폭행했는데... 결국,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얼굴이 창백한 채 입꼬리를 올린 강시원은 지난날 스스로의 환상에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서정혁, 당신에게 ‘미안해’라는 한마디 듣는 게 정말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드네.”...그렇게 또 싸움으로 오늘 하루가 끝이 났다.서정혁은 강시원과 더 이상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강시원은 미친 듯이 신경질을 부렸다.화가 잔뜩 난 서정혁은 혼란스러운 이유가 강시원이 주제도 모르고 유재윤과 얽힌 것 때문이라고 단정했다.설령 두 사람이 불륜 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남녀 사이에 어떻게 순수한 우정이 있을 수 있겠는가?같은 남자로서 유재윤이 어떤 마음으로 강시원 곁에 있는지 서정혁은 너무 잘 알았다. 유재윤은 친구라는 가면을 쓴 채 강시원에게 접근하지만 속으로는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들려는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강시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도련님? 왜 여기에 계세요?”서정혁이 거실에 멍하니 서 있을 때 뒤에서 깜짝 놀라는 듯한 김영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마... 사모님 뵈러 오신 건가요? 오늘은 그냥 연안 빌리지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녁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여기에 머물다가 내일 아침에 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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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강시원이 추위에 온몸을 떨면서도 복도에서 박해순을 위해 기도하던 모습이 떠오른 김영숙은 가슴이 아파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여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데... 그날 정말 추웠거든요. 사모님께서 유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담요라도 드리고 뜨거운 차라도 한 잔 건넸을 텐데... 정말 후회가 돼요.”순간 멍해진 서정혁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도련님, 사모님은 정말로 늘 한결같이 변함없는 마음으로 도련님에게 진심을 다했어요. 그런 사모님이 밖에서 다른 남자 바람을 피웠다고요? 그럴 리가요!”...집에 돌아간 강시원은 사흘 동안 몸조리하며 쉬니 몸이 회복되었다.며칠 동안 병에만 신경 쓰다 보니 영원 테크의 프로젝트 자료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공부 진도도 뒤처졌다.그래서 오늘 날씨가 좋은 걸 보고 인공지능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경시 대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경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는 국내에서 가장 일찍 인공지능 과정을 개설한 학과로 전국 AI계에서도 인정을 받은 인공지능 연구의 초기 발원지 중 하나였다.강시원은 바로 여기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박사 과정까지 하기로 했으나 서정혁과 결혼하기 위해 박사 진학의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고 가정에 전념했다. 남편에게 내조를 잘하고 아이를 잘 돌보는 가정주부가 되기로 했다.물론 가정주부가 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남자에게 의지해 사는 것도 능력이지만 강시원의 능력, 재능으로는 분명 더 큰 무대에 서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 줄 수 있었다.그때는 서정혁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지금도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지 않았다.지난 5년의 세월로 강시원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본인이 본인 발등을 찍었다는 거...학문을 깊이 연구하는 게 결혼생활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이었다.빨간색 머리 끈으로 포니테일을 묶은 강시원은 평소 쓰지 않는 은색 테 안경을 쓴 뒤 통유리창 옆자리에 앉아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선배님?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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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바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본 강시원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교... 교수님.”몇 걸음 떨어진 곳에 백발이 무성하지만 우아한 아우라를 풍기는 60대 노인이 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강시원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면서 힘껏 눈을 깜빡였다.“정말 너야?!”“네, 저예요.”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강시원은 예의 바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예전의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 속에 모든 씁쓸함이 스며들어 있었다.강시원은 참고 또 참았지만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강시원은 설민환을 따라 학교 정원으로 가서 산책하며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설민환은 경시 대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이며 또한 국내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 인물이었다. 경시 대학교에서 AI 분야에 큰 발전을 거둔 것 또한 설민환 덕분이었다.설민환이 교수로 있는 재직기간, 뿌듯하게 여기는 학생이 단 두 명이었다. 그래서 설민환은 그 누구보다도 두 학생을 보물처럼 여겼다.그중 한 명이 바로 강시원이었다.그래서 큰 기대를 걸며 곧 활개를 치며 더 큰 무대에 설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강시원이 모든 걸 접으며 가정주부가 되겠다고 했다.설민환이 강시원을 위해 계획해 준 미래의 플랜들을 강시원이 직접 찢어버린 것이다.당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설민환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끊겠다고 협박까지 했지만 강시원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은 채 연구를 포기하고 결혼을 선택했다.그러니 아무리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라도 이런 제자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교수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강시원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깨기 위해 낮은 목소리로 안부를 묻자 설민환이 콧방귀를 뀌었다.“좋든 나쁘든 저녁에 눈 감으면 자고 눈 뜨면 계속 하루 살면 되지.”말문이 막힌 강시원은 설민환이 여전히 그녀를 원망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강시원도 똑같이 설민환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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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강시원은 그저 따뜻한 가정을 원했을 뿐이었다. 하루 세 끼, 사계절, 짧은 편지에 긴 정이 오가는 그런...하지만 지금 되돌이켜 보면 정말로 이루기 어려운 꿈이 되어버렸다.“교수님, 예전에는 죄송했습니다.”걸음을 멈춘 강시원은 설민환을 향해 눈물을 머금은 채 깊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쳇... 나 아직 안 죽었어, 내가 수명을 다해 관에 눕기 전까지 절해도 모자랄 거야.”감정을 억누르며 강시원을 일으켜 세운 설민환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정말로 내게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연락 두절되는 일 없도록 해.”강시원이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5년 동안 설민환에게 여러 번 연락하고 싶었지만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리고...”설민환이 한숨을 쉬며 강시원의 어깨를 두드렸다.“앞으로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불러.”“네, 선생님.”강시원이 눈을 비비며 환하게 웃었다.이로써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과거의 안 좋은 감정을 전부 털어버렸고 마음속 응어리도 완전히 풀렸다.두 사람이 돌아가는 길 설민환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혼하고 나면 계획은 있어? 내 연구소로 돌아올래?”“지난 몇 년 동안 연구소에서 있던 시간이 너무 그리웠어요. 선생님과 계속 같이 공부하고 싶긴 하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강시원은 마음을 확고하게 먹은 듯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저... 영원 테크에서 일할 생각이에요.”“영원 테크? 거기에 가면... 그건 시간 낭비 아야!”설민환이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영원 테크가 10여 년 전에는 정말 발전 가능성이 있었어. 회사의 창립자 겸 이사장인 강 여사님도 기술적으로도 잘 아는 훌륭한 리더였지. MIT 박사에 반도체 전문가였어. 강 여사님 덕분에 영원 테크는 한때 경시 과학 기술 업계의 떠오르는 기업이 되기도 했지. 그때 영원 테크는 정말 독보적이었어. 하지만 강 여사가 세상을 떠난 후 영원은 비즈니스나 기술 면에서 빠른 속도로 쇠퇴했어. 불과 몇 년 사이에 신생 기업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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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임지민 씨?”설민환은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아, 생각났어. 두 달 전에 해시의 디지털 서밋에 갔을 때 서정혁을 만났지. 그 옆에 있던 조용하고 연약해 보이던 여자가 바로 임지민 씨였구나.”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교수님. 바로 그분입니다.”설민환은 의아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참, 서정혁이 그 아가씨와는 왜 그렇게 붙어 다니는 거야? 서밋에도 같이 가고 또 나 보러도 같이 오고...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순간 숨이 턱 막힌 강시원은 낮게 깔린 속눈썹 아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해시의 클라우드 디지털 서밋은 국내 최고의 인공지능 전시 교류 행사 중 하나로 강시원이 항상 가고 싶어 하던 곳이었다.게다가 서밋 입장권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오직 재계, 정계, 학계에서 명망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과학 연구 성과가 있는 사람만이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서정혁은 경시 최고의 재벌로 초대 손님이었다.하지만 존경하는 설민환 교수까지 참석하는 최고급 테크니크 대회에 임지민을 데리고 갔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는 단순한 편애와 총애가 아니라 뼛속 골수에 스며든 습관이자 신뢰였다. 임지민을 완전히 자신에게 녹아들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가 되게 하려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런데 클라우드 디지털 서밋이 열리는 그 며칠 동안, 강시원은 서정 그룹의 연구개발팀에서 끝임없이 야근을 했다. 양서연에게 시달리며 산더미처럼 쌓인 사소하고 하찮은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그러니 서정혁이 어떻게 강시원의 장점을 볼 수 있었겠는가?5년 동안 희망 없는 결혼 생활로 지쳐 상처투성이에 진흙 범벅이 되어 있었으니 당연히 보지 못했던 것이다.“선생님, 바쁘실 텐데 시간을 더는 뺏지 않겠습니다.”강시원은 눈빛이 흔들렸다.“나중에 시간이 되실 때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설민환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곧 점심시간이네, 시원, 가지 마. 나랑 같이 가서 만나자.”“네...?!”당황한 강시원은 얼굴이 한층 더 하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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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어색함에 표정이 굳어진 임지민은 허공에 멈춘 손에 땀이 맺혔다.서정혁을 따라 각종 최고급 행사와 엘리트 모임에 드나들면서 이 남자 곁에만 있으면 모든 사람이 그녀를 공손하게 대하고 아첨했다.감히 누가 임지민의 체면을 깎을 수 있었겠는가?하지만 설민환은 임지민에게 일도 체면을 주지 않았다.정말 부탁할 일이 없었다면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이 괴팍하고 고집이 센 노인네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지민아, 앉아.”서정혁이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응...”시무룩해진 임지민은 남자 곁에 딱 붙어 앉았다.“정혁아, 임지민 씨가 네 여자친구야?”설민환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자 임지민은 순식간에 볼이 빨개졌다.“아닙니다.”남자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고개를 돌려 임지민을 응시했다.“하지만 제게 매우 중요한 친구입니다.”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앉아서 묵묵히 물 한 모금 마신 강시원은 컵을 쥐고 있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중요한 친구?”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임지민을 바라보는 설민환은 시선에 떠보는 듯한 빛이 담겨 있었다.“정혁아, 나는 네 아버지와 거의 30년을 알고 지냈다. 너를 어릴 때부터 지켜봐 왔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네가 어떤 성격인지 조금은 알고 있어. 네가 아무나 옆에 안 둔다는 것도 알아. 다른 재벌가 딸들이 곁에 오려고 해도 네가 허락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임지민 씨가 네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하니, 정말 예상 밖이구나. 하지만...”그러다가 말끝을 돌렸다.“내 기억에 너 몇 년 전에 결혼하지 않았니?”서정혁은 담담하게 인정했다.“네, 결혼했습니다.”“보아하니 임지민 씨와 자주 어울리는 것 같은데 네 아내가 기분 나빠하면 어떡하려고?”임지민은 붉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지난 몇 년 동안, 서정혁 곁에 있으며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외부에는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모두 그들이 정말 잘 어울리는 천생연분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노인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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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설민환은 분명 약간 당황한 듯했다.“혹시... 이것 때문에 일부러 나를 찾아온 거니?”“네.”서정혁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이 일로 특별히 찾아온 겁니다.”강시원은 몸 옆으로 늘어뜨린 두 손으로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문짝에 대고 주먹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속에 거대한 고통이 밀려왔다.서정혁이 임지민을 위해 이런 행동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마음에 둔 사람이 소원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자존심을 내려놓으며 다른 사람에게 부탁도 할 수 있었다.그 오만하고 거만하던 서정혁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지민이는 해외에서 이미 인공지능 분야에 관한 학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논문 두 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귀국 후에도 제가 두 눈으로 이 분야에 대한 지민이 재능과 능력을 똑똑히 보았기에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 연구개발팀의 부장 자리에 오를 수도 없었겠죠.”서정혁은 봉황 같은 눈으로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하지만 여전히 본인에게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 능력을 더욱 향상하고 싶어 합니다. 지민이가 해외에 있을 때부터 교수님 얘기를 많이 해왔습니다. 교수님의 제자가 되는 게 지민이 오랜 소원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임지민은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설민환을 바라봤다.“네, 교수님. 제 평생소원이 교수님의 제자가 되는 겁니다...”말하며 설민환이 연구원에서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몇 가지 견해와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그리고 정말로 실속 있는 말을 했기에 설민환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예쁘장하고 이목구비가 정교한 임지민에게 다소 인상이 바뀌었다.강시원은 임지민이 설민환의 교수가 되기 위해 정말 철저히 준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임지민 또한 허세만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정도 능력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어쩌면 설민환이 서정혁의 체면을 봐서 임지민을 제자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숨소리가 점점 무거워진 강시원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설마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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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이번에는 너도 설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어. 설 교수가 비록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명확히 거절하지도 않았잖아. 회사에 와서 지도해 줄 때 내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 설 교수와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할게.”“응, 나 생각해 주는 건 역시 오빠밖에 없어.”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하는 임지민은 눈에 애틋한 감정이 가득했다.“전에 네가 내 목숨을 구해 준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서정혁은 잠시 멈칫한 뒤 또 말했다.“게다가 네가 설 교수의 제자가 되는 게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거야.”“아무래도 내가 실력이 부족한가 봐...”수줍은 듯 시선을 내리깐 임지민의 연약한 모습은 완전히 남자의 보호 본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었다.“만약 내가 Nora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서정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가 디자이너를 교체한 이 일은 서정혁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그래서 임지민이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디자인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기술적으로 더욱더 자신을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만약 설민환과 컨택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국내 인공지능 분야의 더 많은 대가들을 알게 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설민환 연구소의 ‘쏘울 케이지’ 빅데이터 모델을 접촉할 수도 있었다.이미 정부의 주목을 받은 ‘쏘울 케이지’는 국가 중점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컸기에 국가의 무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만약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집안 대대로 빛나는 일이자 영광이 될 것이다.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설민환 곁에 있다 보면 아마 핵심 기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그렇게 생각하지 마, 지민아. 너도 충분히 훌륭하니까.”남자는 따뜻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내가 볼 때 네가 Nora보다 못한 건 없어. Nora는 단지 디자인만 할 줄 알지만 너는 기술적 측면까지 이해하고 있잖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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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노을빛이 꿀처럼 흐르는 오동나무 아래 서정혁과 임지민이 나란히 서서 캠퍼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임지민은 즐겁게 주위 경치를 카메라에 담았고 서정혁은 조용히 그녀 곁에 서 있었다. 마치 책임감 있는 남자친구처럼 자기 여자를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임지민의 하얀 드레스를 펄럭이며 몸을 굽혀 오동잎 한 줌을 모아 허공에 날렸다.낙엽이 우수수 흩날리는 모습에 남자의 봉황 같은 눈이 살짝 굽어지고 얇은 입술이 올라갔다.한 폭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 여자는 호호하며 떠들고 남자는 자상하게 웃는 듯한 느낌이었다.살짝 놀란 강시원은 눈빛이 흔들렸다.서정혁과 임지민이 아직도 학교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과거 서정혁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부분 햇빛을 피하는 뱀파이어처럼 건물 안에 있거나 차 안에만 있었다.강시원은 서정혁과 분명 합법적 부부였지만 단 한 번도 햇빛 아래에서 나란히 걸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임지민을 위해 서정혁은 철저히 변했다.역시 서정혁은 소중한 첫 경험을 그의 진심을 바칠 수 있는 여자에게만 주었다.“어?! 저거 서정 그룹의 대표와 소문 속 그 여자친구 아니야?!”“정말이네! 서 대표 같은 사람이 우리 학교에 오시다니! 역시 마음에 둔 사람을 위해 자세를 내려놓으셨구나!”선남선녀의 외모와 커플룩처럼 보이는 옷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특히 서정혁의 당당한 아우라를 풍기는 외모는 그야말로 위대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성격은 개 같지만...여태껏 강시원은 서정혁보다 더 잘생긴 남자를 보지 못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저 얼굴에 이렇게 오랫동안 속지도 않았을 것이다.빵빵!갑자기 연속적으로 귀를 찌르는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조심! 빨리 비켜! 차가 급발진했어!”운전자가 창문에서 머리를 내밀어 소리치며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렸다.학생들이 모두 피하자 임지민은 공포에 질려 서정혁에게 달라붙었다.봉황 같은 눈이 휘둥그레진 남자는 큰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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