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121 - Chapter 130

218 Chapters

제121화

강시원은 몸을 돌려 남자의 얼굴을 바라본 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는 옷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렸으며 이마를 덮은 몇 갈래 머리카락도 바람에 따라 흔들려 자유분방하면서도 방탕한 느낌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야성적인 아우라를 물씬 풍겼다.첫눈처럼 너무 하얀 피부에 햇빛 아래 너무 오래 서 있으면 그 자리에서 녹아버릴까 걱정될 정도였다.하지만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 것은 바로 남자의 눈빛이었다.타고난 듯한 다정한 눈빛과 갈색 눈동자는 봄눈에 씻긴 새싹 같았으며 눈을 살짝 가늘게 뜰 때면 눈가에 반짝이는 파문이 이는 듯했다.이 남자, 매우 잘생겼다.서정혁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전혀 뒤지지 않았다.강시원의 감사 인사에 대해 남자는 말 한마디 없었다.“정말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만으로 부족하다는 거 알지만 이것밖에 할 말이 없네요. 제 목숨 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강시원은 아직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어떻게 보답하면 될까요...”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강시원을 바라보기만 했다.“아... 혹시 말씀 못 하는 건가요?”마음이 조급해진 강시원은 즉시 수화로 소통하려 했다.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조급하게 손짓하는 것을 본 남자는 많이 놀란 듯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하지만 결국 침묵을 지킨 채 몸을 돌려 담담히 자리를 떴다.남자의 떠나는 뒷모습에,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강한 강시원은 조금 마음이 아팠다.너무 잘생긴 남자, 기질도 좋고 사람도 착하지만... 안타깝게도 벙어리였다.“오빠, 혹시... 언니한테 좀 가볼까?”임지민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전에 차에 치일 뻔했는데 혹시 괜찮은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남자의 듬직한 등이 강시원을 완전히 가려 버려 두 사람이 대체 무슨 대화를 했는지 그들은 전혀 보지 못했다.“일은 무슨, 다른 사람 덕분에 차를 피했잖아? 가자.”차갑게 한 마디 내뱉은 서정혁은 강시원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성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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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강시원은 예쁜 눈을 살짝 깜빡이며 담담히 말했다.“이미 다 수리했어요.”그동안 강시원은 여러 일에 얽매여 있었다. 좋지 않은 몸 상태로 서정혁 집안에 일어난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영원 테크 업무를 익히며 학술적인 지식도 채워야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배다울을 위해 레이싱 카를 수리했다.강시원 성격상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일단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려 했고 더욱 완벽하게 해내려 했다.“음, 다행이네요.”배기훈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는 어조로 말했다.“오늘 다울이 방학할 때 학교에 데리러 갈 거예요. 그때 오셔서 레이싱 카를 다울에게 건네주실 수 있을까요?”강시원은 잠시 멈칫했다.“오늘이요?”“불편하신가요? 다울이에게서 강시원 씨 아들 서도훈과 반 친구라고 들었어요... 강시원 씨도 아들 데리러 가실 거 아닌가요?”강시원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잠시 침묵했다.예전에는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가곤 했다.하지만 서정혁과 이혼을 결심한 이후로 학부모 단톡방을 차단해 버린 후 서도훈을 데리러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어차피 녀석도 지민 이모만 만나고 싶어 했을 뿐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네, 그럼 그때 학교 정문에서 뵙겠습니다.”...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 같아 강시원은 잠시 쪽잠을 잔 후 일어나 학교로 향했다.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학교 정문 밖에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가득했다.강시원은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지만 하얀 피부에 예쁜 외모, 순수한 아우라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있어도 눈에 띄었다.“어머! 배다울 엄마 아니에요?!”깜짝 놀란 강시원은 바로 설명하려 했지만 주위에 어느새 사람들이 둘러싸였다.“지난번 가족 경기 우리 모두 있었어요. 모자 두 분의 활약, 정말 훌륭하고 눈부셨어요!”머리부터 발끝까지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거뜬히 살 수 있을 정도의 명품으로 ‘도배한’ 학부모 두 명이 다가와 강시원에게 친근하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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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아이고! 서 대표님이 임지민 씨를 정말 믿으시나 보네요!”“당연한 소리 아니에요? 임지민 씨는 서 대표님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서 대표님이 임지민 씨를 안 믿고 누굴 믿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임지민 씨와 서 대표님의 좋은 소식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임지민은 그제 담담히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떻게 행동해야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즐거운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임지민은 무심결에 강시원을 발견하자 눈빛이 금세 날카로워졌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림자조차 안 보이더니 오늘 왜 갑자기 서도훈 데리러 와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지? 설마, 정혁 오빠와 사이가 좋아진 건가?’이렇게 생각하니 속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서도훈은 지금 임지민과 거의 붙어 다닐 정도로 하루라도 임지민을 못 보면 밥맛이 없다고 했다.그래서 녀석의 마음속에는 엄마 강시원이라는 자리가 없었다. 강시원이 비굴하게 찾아와봤자 본인만 창피를 당할 뿐이었다.한편 아이들이 차례로 학교 정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서도훈과 서한성이 앞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었고 그 뒤에는 두 아이가 부하 직원처럼 따라가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패거리를 짜는 법을 배운 것이었다.“야! 얼간이!”손에 황토색 점토를 쥔 서한성이 팍하고 앞쪽에 있는 배다울의 새로 산 가방에 던지자 마치 똥 덩어리가 붙은 것 같았다.이에 서도훈을 포함한 남자아이들이 배를 끌어안고 비웃었다.그들에게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배다울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작은 손은 어느새 가방끈 두 개를 꽉 잡고 있었다.이런 괴롭힘은 매일 일어났지만 아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너 오늘 또 혼자 집에 가는 거야? 너희 부모님 이혼했어? 그래서 너 버린 거야?”서한성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배다울을 쳐다봤다.“흥, 생각해 보니 그렇네, 이렇게 바보 같은데 누가 널 원하겠어? 데려가는 사람이 불행한 거지!”“어? 지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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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눈빛이 흔들린 서도훈은 뒤돌아서서 놀란 표정으로 강시원의 청아한 뒷모습을 응시했다.“이모!”잔뜩 주눅이 들었던 배다울은 순간 눈빛을 반짝이더니 기쁜 얼굴로 강시원을 향해 날쌔게 달려가 두 팔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또 겁을 먹고 팔을 내렸다.온갖 억울함을 겪은 배다울은 이모를 껴안고 울 뻔했다.하지만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남이었기에 본인의 과한 열정 때문에 이모가 놀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이미 엄마가 된 강시원이 어찌 배다울의 마음을 어찌 알지 못했겠는가...말없이 허리를 굽혀, 아이의 부드러운 몸을 가볍게 껴안았다.“이모...”주눅 든 목소리로 한마디 한 배다울은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그 모습을 본 서도훈은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엄마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껴안아 준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그저 엄마가 늘 너무 들러붙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를 껴안는 것을 눈앞에서 보니 마음속에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이 느껴졌다.임지민도 어안이 벙벙했다.강시원이 서도훈을 데리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경기를 같이 했던 그 꼬마 남자아이를 위해 온 것이었다.대체 누구의 아들이기에 강시원이 자기 친아들도 돌보지 않고 저 아이를 돌보는 것일까?눈빛이 약간 어두워진 강시원은 호기심과 동시에 속으로 몰래 기뻐했다.‘강시원, 이러다가 어떤 꼴 날지 두고 보자고! 그래, 계속 방탕하게 굴어. 행동 하나하나 할 때마다 정혁 오빠와 도훈이는 나와 점점 더 가까워질 뿐이니까.’“다울아, 혼자야? 아빠는 데리러 오지 않았니?”강시원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묻자 배다울은 머리를 긁적였다.“모르겠어요. 아빠는 시간이 나면 꼭 데리러 오시지만 시간이 없으면 아저씨가 와요.”“아저씨?”“저희 아빠 비서예요.”강시원은 휴대폰을 꺼내 배기훈의 번호를 찾았다.“이모가 아빠한테 전화해 볼까?”배다울은 손을 내저었다.“안 돼요! 아빠가 안 오셨다는 건 틀림없이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는 뜻이에요. 아빠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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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코가 시큰해진 강시원은 휴지를 꺼내 엄마처럼 세심하고 꼼꼼하게 배다울의 가방에 묻은 흙을 닦아주었다.어린 나이에도 너무 철이 들어 그 모습이 오히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저도 모르게 어렸을 때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냉대와 유씨 가문에서 괴롭힘당했던 과거가 떠올랐다.“도련님!”이때 황근우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아저씨!”배다울은 기쁜 얼굴로 뛰어갔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오래 기다리셨죠? 길이 막혀서 늦었어요.”황근우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아요. 이모가 데리러 왔어요!”햇살처럼 밝게 웃은 배다울은 여전히 강시원의 손을 놓기 아쉬워했다.“아저씨, 이분이 바로 지난번에 제가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도와주신 이모예요. 이모, 이분이 바로 우리 아빠의 비서 아저씨예요!”강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강시원이라고 합니다.”“강시원 씨, 안녕하세요. 저는 배 대표님의 비서 황근우입니다.”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한 황근우는 몸을 살짝 옆으로 비키며 타라는 손짓을 했다.“배 대표님이 차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기서 얘기하기 불편하니 차로 가서 잠시 이야기 나누시죠.”잠시 망설이던 강시원은 결국 황근우를 따라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그 검은색 차량 쪽으로 걸어갔다.차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기훈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가을바람에 펄럭거리며 당당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왔다.강시원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신처럼 잘생긴 이 남자의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어? 그쪽이 어떻게!”“역시 세상이 좁다는 말이 맞네요. 강시원 씨와 인연이 있는 건지, 하루에 두 번씩 만나네요.”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배기훈은 눈빛이 아주 차분했다.“하지만 강시원 씨를 실망시킬 것 같네요. 제가 벙어리가 아니라 말을 너무 잘해서.”난처함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강시원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배다울은 깜짝 놀란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아빠, 이모랑 전에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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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남자의 덤덤한 어조가 다소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그런데 강시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배다울이 신나서 손뼉을 쳤다.“좋아요! 좋아요! 이모랑 함께 있으면 뭘 해도 즐거워요!”강시원이 막 입을 열려 할 때 배다울이 또 말했다.“아빠, 앞으로 이모랑 자주 같이 만나요. 그러면 아빠랑 아저씨가 커플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풉!”순진한 아이들은 말에 늘 거리낌이 말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전 배다울의 말에 황근우는 바로 폭소를 터뜨렸다.옆에 있는 강시원도 웃고 싶었지만 일단은 덤덤한 얼굴로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배기훈이 설마... 게이?! 그래서 이전 가족 활동에서 다울의 보호자로 나오지 않았던 거구나...’배기훈이 바빠서 배다울에게 다른 아빠를 보내면... 그것도 참 장관일 것이다.‘하지만 남자를 좋아한다면 다울은 어떻게 태어난 거지? 대리모? 입양? 아니면... 형식적인 결혼?’여기까지 생각한 강시원은 본인이 역시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작가였다면 바로 장편의 일일드라마를 써냈을 것이다.반짝이는 눈을 가늘게 뜬 배기훈은 그다지 화내지는 않았지만 다소 원망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다울아, 오늘 좀 장난이 지나치네.”배다울은 혀를 홀랑 내밀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호의는 감사하지만 식사는 사양하겠습니다.”강시원은 단호하게 거절한 뒤 배다울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강시원 씨, 몇 시간 전에 목숨 구해 준 은혜를 갚겠다고 하지 않았나요?”무심한 듯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배기훈은 담담하면서도 아주 차분해 보였다.“그저 강시원 씨가 나와 다울이와 함께 간단히 식사하시길 바랄 뿐인데 이 요구가 과분한 건가요?”강시원은 순간 멈칫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거절할 수 없었다.“게다가 오늘은 평범한 날이 아닙니다. 다울이의 생일이에요.”배기훈이 한마디 덧붙였다.이번까지 거절하면 사람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강시원은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가시죠.”기뻐서 어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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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마음이 무거워진 강시원은 눈빛에도 쓸쓸함이 감돌았다.“이모는 배 안 고파, 다울이 먹어.”배다울은 튀김이 가득 담긴 치킨 그릇을 강시원 앞으로 가져갔다.“이모, 이모는 너무 마른 것 같아요. 좀 드셔서 살 좀 찌세요!”“고마워, 다울아.”강시원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그런데 튀긴 음식은 아직 적게 먹어야 해, 콜라는 몸에 아주 안 좋으니 주스로 바꿔 먹자.”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후회했다.엄마가 된 후 잔소리하던 버릇이 여기서 다시 도진 것이다. 아이 건강에 해로운 것을 보면 강시원은 항상 몇 마디 지껄이곤 했다. 하지만 다른 집 자식들은 이런 잔소리를 들으면 다소 귀찮게 느껴질 수 있었다.“이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모가 안 먹으라고 하면 앞으로 안 먹을게요.”그런데 배다울은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매우 기쁜 듯했다.“이모, 걱정 마세요. 아빠가 콜라를 주스로 바꿔 주셨어요.”강시원은 놀랐다.“내가 이렇게 간섭하는데 잔소리하는 거라고 생각 안 해?”배다울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뇨. 아빠가 그랬어요. 누군가에게 관심받는 건 행복한 거라고요. 이건 제가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으며 누군가가 저를 진짜로 신경 써준다는 뜻이잖아요.”눈시울이 뜨거워진 강시원은 오랫동안 쓸쓸했던 마음이 이 아이 때문에 다시 한번 생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서도훈이라면 절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서도훈은 그저 엄마가 싫고 귀찮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한 번도 이것이 엄마가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서도훈의 눈에 임지민이 잘해주는 것만이 사랑이었다.눈물이 글썽한 채 눈동자를 깜빡이던 강시원은 감정을 가라앉힌 뒤 무의식적으로 배기훈을 바라보았다.남자는 이 말을 듣지 못한 듯 빨대로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그 모습이 잘생기고 정교한 이목구비와 대조되어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였다.“이모, 맞춰보세요. 제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배다울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바라보며 묻자 강시원은 가볍게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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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강시원 덕분에 배다울은 따뜻한 생일을 보냈다.비록 매년 아빠가 직접 생일을 챙겨주고 선물을 준비해 줘서 항상 행복했지만 올해의 행복은 그 여느 때와 달랐다.강시원과 배기훈을 번갈아 본 배다울은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몰라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생일 소원을 되뇌었다.녀석은 아빠 곁에 이모가 함께 있기를 바랐다.그리고 앞으로 매년 생일마다 이모와 함께 쇠기를 바랐다.테이블 위의 인형 장난감 하나를 집어 아들에게 건네준 배기훈은 나머지 작은 토끼 인형을 강시원 앞으로 내밀었다.“강시원 씨, 이거 드릴게요.”“아... 감사합니다.”이런 작은 장난감을 매우 좋아하는 강시원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얼떨결에 받아들였다.그러자 배다울이 갑자기 자기 손에 있는 인형을 보더니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아빠, 아빠가 이 인형 같아요!”“아빠가 이 인형 같으면 이모는 어떤 인형 같은데?”배기훈이 입꼬리를 올렸다.“음... 이모는 이거요!”배다울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강시원과 그녀의 손에 있는 인형을 바라봤다.“똑똑하고 용감하고 또 착해서 이모랑 똑같아요!”배기훈은 담담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한 번 흘끗 본 뒤 아이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혼자 감자튀김을 먹었다.강시원은 이 비유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바로 이때 맥도날드 정문이 홱 열리더니 차가운 바람이 거침없이 들어왔다.서정혁은 잘생긴 얼굴이 잔뜩 어두워진 채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유쾌하던 레스토랑 분위기가 순식간에 음침하고 육중한 괴물이 침입한 듯 무거워졌다.“와, 저 남자 봐! 걸어 다니는 조각상 같아!”“멋있긴 한데 얼굴이 왜 저렇게 어두워! 뭔가 아내 간통 현장 잡으러 온 것 같아. 뭔가 좀 이상해.”“그러게. 나는 저 검은 바람막이 입은 멋진 남자가 더 잘생긴 것 같아. 아까부터 저쪽 테이블을 한참 동안 지켜봤는데 여태껏 살면서 저런 외모의 가족은 처음 봤어!”곧장 강시원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간 서정혁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얼굴이 더욱 일그러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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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아빠!”배다울은 마음이 너무 아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배다울! 이 사람은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 빼앗지 마!”서도훈이 성난 얼굴로 걸어왔다. 왼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은 임지민이 빼앗아 갔다.서정혁은 눈빛이 심하게 떨렸다.“서도훈, 뭐 하는 거야?!”그러자 임지민이 서도훈 편을 들며 허겁지겁 설명했다.“오빠, 내가 도훈을 잘 돌보지 못했어. 아이에게 화내지 마.”“아빠! 저 엄마 뺏는 얼간이 좀 혼내줘!”화가 난 서도훈은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얼간이? 누가 얼간이야?”배기훈은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위엄이 가득한 눈빛으로 서도훈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서도훈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떨었다.자기 아빠보다 더 못난 아들이 있다니...“서도훈, 적당히 해!”성격이 유순하던 강시원조차도 지금 이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빨리 아저씨와 다울이한테 사과해!”“사과 안 해! 잘못한 건 얘들이야, 내가 왜 사과해야 해?!”며칠 동안 억눌렀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한 서도훈은 당장이라도 배다울을 때리려고 달려들 것만 같았다.“배다울, 우리 엄마 뺏는 건 그렇다 쳐도 왜 네 아빠까지 데리고 와서 우리 엄마 뺏는 거야! 너는 그냥 도둑놈이야! 네 아빠 행동이 불륜과 뭐가 다른데!”이 말을 들은 배기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강시원은 화가 나 온몸이 떨렸다.“서도훈, 적당히 해!”“뭘! 엄마나 적당히 해!”엄마가 배다울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자신조차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을 떠올리자 너무 화가 난 서도훈은 눈시울 붉어졌다. 목소리마저 울먹거리며 말했다.“엄마, 나는 맥도날드 데려간 적도 없으면서 얘는 데려가고! 나한테는 치킨 안 사주면서 얘한테는 사주고! 어떻게 이렇게 편애할 수 있어? 엄마는 말로만 나를 사랑할 뿐 실제 아니잖아!”마음이 싸늘해진 강시원은 이 순간 뜨거운 피가 거꾸로 흐를 것 같았다.서도훈이 태어난 후 시어머니는 계속 강시원에게 모유 수유할 것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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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강시원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어린 배다울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지 않은 것이었지만 강시원이 좋아서 이렇게 말한 것이었기에 녀석을 원망할 수 없었다.그 말에 얼어붙은 서도훈은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화가 난 얼굴은 어느새 새파랗게 질리더니 숨쉬기조차 힘들어했다.‘뻔뻔해! 부자 둘 다 뻔뻔해!’“배다울, 무례하게 굴지 마.”배기훈이 어두운 안색으로 한마디 하자 배다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고개를 숙였다.“서 대표님, 제 아들이 강시원 씨를 좋아해서 함부로 말한 겁니다.”차분한 얼굴의 배기훈은 까만 눈으로 서정혁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어린아이라 아직 세상 물정 모릅니다. 서 대표, 설마 신경 쓰는 건 아니겠죠?”하지만 조금 전 배다울이 한 말 때문에 서정혁은 심장이 요동쳤고 머리도 은은하게 아팠다.서정혁이 그토록 못난 사람일까?다섯 살 아이가 삿대질하면서 욕을 할 정도로? 늘 도도하고 오만하던 서정혁이 언제 이런 모욕을 당했겠는가!답답한 듯 숨을 내쉰 서정혁은 쉰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그럼요.”서정혁도 배기훈에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본인 아들이 배기훈의 옷을 더럽혔으니 서로 빚진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정혁은 생각하면 할수록 자기가 손해를 본 것 같았다. 옷은 세탁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서 받은 모욕감은 쉽게 가라앉히기 어려웠다.“배기훈 씨, 나 때문에... 다울이 생일을 망쳤네요.”눈시울이 붉어진 강시원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다울아, 미안해.”눈물을 닦은 배다울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부드러웠다.“이모 탓이 아니에요...”강시원은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배기훈 씨, 전 이만 가볼게요.”배기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히 가세요.”‘조심하긴 개뿔!’서정혁의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불꽃이 튀어 오를 것 같았다.맥도날드에서 나오자마자 길가로 재빨리 걸어간 강시원은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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