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181 - Chapter 190

310 Chapters

제181화

서도훈을 제멋대로이고 공감 능력이 없는 아이로 키운 것은 어머니로서의 실격이었다.그런데 배다울은 부모님이 아주 잘 가르쳤다.이는 배기훈의 아내가 매우 훌륭한 여성이었음을 충분히 보여준다.같은 어머니로서 강시원은 그녀의 반의 반도 못한 것이다.“시원 이모, 이건 비밀인데...”배다울이 손짓하자 강시원은 속눈썹을 깜빡이며 몸을 기울여 귀를 갖다 댔다.“우리 아빠는 지금도 엄마가 머리를 묶던 머리 끈을 왼쪽 손목에 감고 있어요. 심지어 목욕할 때도 떼려고 하지 않아요. 아빠는 이 머리 끈을 볼 때마다 엄마가 생각난다고 해요. 이모, 이렇게 일편단심인 남자가 이 세상에서 좋은 남자가 아니면 누가 좋은 남자가 될 수 있겠어요?”이 말을 들은 강시원은 순간 가슴이 답답하며 씁쓸함이 밀려왔다.두 번째 아이를 잃기 전까지 5년간 차가운 결혼 생활을 해왔지만 서정혁이 한 번이라도 돌아봐 주고 편들어 주며 단 한 순간이라도 마음이 움직이기를 갈망했다.그러나 마지막에 강시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식어버린 서정혁의 마음이었다.강시원의 비단 같은 까만 생머리는 사실 서정혁과 약혼한 후 조금씩 기른 것이었다.좀 더 여성스러워지고 서정혁과 웨딩사진을 찍을 때 조금이라도 어울려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5년 전, 간신히 머리를 기른 강시원은 혼자 사진관 화장실에 앉아 날이 밝을 때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하지만 끝내는 서정혁의 차가운 전화 한 통만이 기다렸을 뿐이었다....“지민이 병이 재발했어.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같이 받고 있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어. 웨딩촬영은 연기하자.”“다울아, 사실 아저씨도 일편단심인 사람이야.”강시원은 손을 들어 배다울의 부드러운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마음속 감정을 숨겼다.‘다만 아저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어.’...한편, 연안 빌리지.서정혁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서도훈의 팔을 잡아 집사들의 시선 속에서 아들을 마구잡이로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으악! 아빠! 아파... 아빠!”서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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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두려움에 휩싸인 서도훈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온몸을 떨었지만 여전히 발악하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아니, 안 때렸어...”서정혁의 관자놀이 핏줄까지 툭 튀어나왔다.“한 번 더 말해 봐.”“안 했어... 전부 서한성이...”“아악!”울먹이는 비명이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눈이 새빨개진 서정혁은 폭발적인 분노를 터뜨렸다. 어느 ‘현명한’ 가정부가 먼지떨이를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탓에 서정혁은 바로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고는 아들 몸에 세차게 후려쳤다.“아빠! 아파! 너무 아파 죽겠어!”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란 서도훈은 살갗이 연약했기에 이런 고통은 겪어본 적이 없었다. 침대에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모습에 멍해진 임지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정혁 곁에 이렇게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했다.말썽꾸러기 아이가 영악하게 머리를 쓴 탓에 그렇게나 자기감정을 잘 억제하던 남자가 순식간에 ‘극한의 분노’에 치달았다.“아파? 네가 아프다고 소리칠 체면이 있어?”서정혁이 팔을 휘둘러 또 한 방을 내리치자 먼지털이의 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나뭇가지로 배다울을 때릴 때 다른 사람도 아플 거라는 거 생각해 본 적 있어? 어린 나이에 자기 세력만 믿고 남을 괴롭히다니! 거짓말이 버릇이 됐구나! 내가 평소에 너를 이렇게 가르쳤어? 서씨 가문의 체면을 네가 다 말아먹었다고!”강시원의 고집스러운 성격과 서정혁의 천근만근처럼 무거운 입을 물려받은 서도훈은 죽어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안 했어! 안 했다고! 정말 안 했다고! 차라리 나를 죽여!”“오빠! 하지 마!”비명을 지른 임지민은 바로 달려가 서도훈을 꼭 껴안았다. 바로 그때 서정혁이 정확히 임지민의 등을 내리치자 임지민은 움찔하며 온몸을 떨었다.“지민 이모!”서도훈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 번도 자기 친어머니 편을 들어준 적 없는 녀석이 용기를 내어 임지민을 감싸주었다.“아빠! 지민 이모가 그렇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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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핏줄로 이어진 정이란 정말 끊기 어려웠다.“내가 때린 거면 뭐? 우리 엄마를 뺏으려고 하니까 때렸지!”서도훈은 목청이 터져라 울며 두 발을 뻗고 뒹굴었다.“우리 엄마야! 그런데 왜 그 녀석과 시합에 참가하는데? 왜 같이 맥도날드를 먹는데? 엄마는 한 번도 나랑 하지 않은 것들을... 그 애는 전부 다 해봤다고! 왜?”몸을 떨며 헐떡이는 숨을 내쉰 서정혁은 반걸음 뒤로 비틀거렸다.“그럼... 아빠도 나를 때린 이유가... 단지 내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야?”서도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배다울 아빠 앞에서 아빠 체면을 구겨서 화가 난 거잖아! 엄마가 배다울 아빠랑 있는 걸 보고 화가 나고 창피해서 나를 때리며 화풀이하는 거잖아!”서정혁이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서도훈, 그 입 닥쳐!”“아빠, 그렇게 대단하면 배다울 아빠 곁에서 엄마 데려오면 되잖아!”서정혁은 온몸의 피가 오장육부를 치며 올라와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눈앞이 아찔해졌다.“너희 엄마와 나 사이가 어떻든 간에 남을 때려서는 안 돼. 그건 핑계가 될 수 없어. 이런 일 또 한 번 생기면 더는 너 같은 아들 없는 걸로 알 테니 그때 가서 떼쓰지 마!”서도훈은 울며 바닥에서 뒹굴었다.“엉엉...! 나 할머니 집에 갈 거야! 아빠랑 같이 안 살아! 아빠가 나 때려! 아빠 이건 가정 폭력이야!”임지민이 급히 서도훈을 안고 달래주었다.“착하지, 무서워하지 마. 이모가 있잖아, 이모가 지켜줄게!”...서정혁은 얼굴을 찌푸린 채 독기를 잔뜩 품고 서재로 향했다.한수현이 공손한 자세로 찬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차가운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화를 가라앉힐 수 있도록 얼음 몇 조각까지 넣었다.“서 대표님, 아가씨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시간이 되면 전화를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할 말이 있다고요.”서정혁은 물을 한 모금에 다 마신 뒤 얼음을 씹어 삼켰다.“무슨 일로 나를 찾겠어, 그 허울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은 불효자 때문이겠지. 나중에 전화해서 자기 남편 출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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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아이가 아직 어려서 더 엄격하게 훈계해야 해요. 사랑해 줄 순 있지만 어떤 것들이 옳고 그른지 깨닫게 해야 합니다. 기초를 잘 다져야 나중에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 됨됨이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한수현이 쉴 새 없이 말하는 것을 본 서정혁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육아론이 한가득이군. 삼십 년이나 독신으로 살았으면서 남한테 아이 교육을 가르쳐? 정말 터무니없구나.”한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제가 어떻게 그런 걸 알겠어요. 사모님께서 무심결에 하신 말씀을 우연히 들은 거예요.”순간 서정혁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비즈니스 전쟁에서 싸우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왠지 모르게 전례 없는 피로감이 몰려왔다.직접 현장을 시찰하고 출장을 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회의를 해도 피곤하다고 느끼지 않았다.그러나 아이가 이렇게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자 온몸이 텅 비고 흩어질 것만 같았다.강시원은 바로 그런 날들을 묵묵히 5년이나 견뎠다.강시원이 뭘 했는지 서정혁은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강시원이 아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지민이가 도훈이를 지나치게 응석받이로 키운 건 맞아. 하지만 그건 지민이가 착하고 거절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야.”서정혁은 책상 위의 담뱃갑을 든 뒤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떨려서 도저히 불을 붙일 수가 없었다.“나 지민이를 오래 봐왔어. 게다가 학력도 높고. 전액 장학금으로 졸업한 박사생인데 최소한의 옳고 그름에 대한 관념이 없겠어? 하지만 네 말이 맞아. 앞으로 서도훈을 엄격하게 감독해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만 남게 될 거야.”눈살을 찌푸린 한수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아이의 성장 단계에 엄마의 동반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대표님, 사모님이 아이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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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강시원 씨, 벌써 일어나셨어요?”문을 열고 들어온 황근우는 강시원이 자고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조금 당황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모르고...”강시원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 지었다.“괜찮아요.”황근우가 시선을 돌리며 조용히 물었다.“작은 도련님은 깨어났나요?”“아직 자고 있어요.”“열은 내렸나요?”강시원은 허리를 굽혀 아이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네, 내렸어요. 하지만 오늘 밤 상황을 봐야 해요.”“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황근우는 손에 들고 있던 정교한 도시락 테이블에 놓은 뒤 음식을 하나씩 열었다.“대표님께서 병원 아침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을까 봐 문 웨스트 요리사에게 특별히 특별히 아침 식사를 부탁했어요. 얼른 맛보세요. 식으면 맛없어요.”‘문 웨스트...’강시원은 순간 가슴이 씁쓸했다.원래 홍원시에 살던 강시원의 엄마 강부안은 중학교 때 외할아버지의 회사 이동으로 가족 전체가 경시로 이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홍원시 사람의 생활과 식습관을 유지했다.강시원의 입맛도 어머니를 따라 달콤하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했다. 그때 강부안은 경시에서 홍원시의 요리를 가장 정통적으로 잘하는 곳이 문 웨스트라고 했다.예전에는 강부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강시원을 데리고 문 웨스트로 데려가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불리 먹게 해줬다.하지만 돌아가신 후 강시원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혹시나 엄마 생각이 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대표님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너무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 배 대표님이 오히려 강시원 씨께 감사드려 야죠.”테이블 앞으로 걸어간 강시원은 정교한 음식들을 훑어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요리들... 다 배 대표님께서 주문하신 건가요?”황근우가 말했다.“네. 강시원 씨 입맛에 맞지 않으신가요?”“아니요. 아니요...”맞지 않는 게 아니라 너무 잘 맞았다.마치 강시원의 취향에 맞춰 제작된 메뉴처럼 하나하나 모두 예전에 엄마와 함께 문 웨스트에 갔을 때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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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서유정은 신경이 곤두선 채 무거운 걸음으로 거실에 들어왔다.“현태 씨, 돌아왔어? 출장 가느라 고생했어!”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 남편의 옷을 집어 들었다.“너...!”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송현태는 멈칫하며 뒤로 살짝 물러섰다.“네 몸에서 왜 똥 냄새가 나? 화장실에 빠졌어?”서유정의 표정은 똥 씹은 것보다 더 참담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전엔 깔끔한 거 좋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지금은 전혀 위생 따위 신경을 안 써?”서유정을 힐끗 본 송현태는 얼굴에 혐오스러운 기색이 가득 드러났다.이 말을 들은 서유정은 마음이 씁쓸했다.송현태와 결혼한 지 6년이 되었고 매일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자식을 가르치며 남자가 밖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어떻게든 재벌가 사모님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장점으로 기억하는 건 단 하나... 깔끔함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이 유일한 장점마저 사라진 듯했다.송현태는 휴대폰을 탁자 위에 던지며 시니컬하게 비웃었다.“한성이 일은 다 들었어. 친구를 괴롭혀 학교에서 퇴학당했고 열몇 명의 학부모들도 연합해서 퇴출했다며? 교장실에서 네 오빠, 올케, 교장 선생님 면전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서유정은 화가 나 눈살을 찌푸렸다.“내 아들? 한성이는 당신 아들이기도 해?”송현태는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비웃었다.“괜히 나한테 빌붙으려 하지 마, 네 아들은 성이 서씨야. 내 송씨도 따르지 않았는데 내가 왜 걔 아빠야.”김설연이 서한성의 성을 서씨로 한 일로 송현태가 여전히 신경 쓰고 있음을 서유정은 알고 있었다.아들이 송씨가 아닌 서씨 성을 쓴다는 건 모든 사람에게 송현태가 데릴사위라고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아이고, 현태 씨 왜 그래...”앞으로 나아간 서유정은 송현태의 팔을 끌어안은 뒤 애교를 부리며 달랬다.“퇴학당한 게 뭐 대수라고? 우리 같은 신분과 지위에 한성이 받아줄 학교가 없을까 봐 그래? 안 되면 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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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거실에서 배기훈이 문을 등진 채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무심코 닦고 있었다.부드럽고 밝은 조명이 넓고 하얗고 눈길을 끄는 섬세한 피부를 내리쬐고 있었다. 목 옆쪽에 물방울 몇 방울이 어깨뼈를 스치며 흘러 산맥처럼 굴곡진 척추를 따라 아래로 흐르다가 한 줄기로 모여 허리에 두른 수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이 피부는 차가운 얼음 같으면서도 최고급의 비싼 도자기 같았다.하지만 팽팽한 근육 라인은 야성적이고 강인한 남성미를 물씬 풍겼고 모공에서도 진한 성적 매력이 발산되는 듯했다.워낙 인공지능에 능한 강시원인지라 머릿속에 모든 남성은 기계로 묘사했다.서정혁은 높은 자제력을 가진, 정밀하게 작동하는 시계 속 칩이고 배기훈은 출력이 많은 호르몬 방출소였다.강시원은 본인이 야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호빠 같은 데 간 적이 없었다.하지만... 배기훈의 몸매를 본 순간 그동안 지켜온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관찰한 강시원은 점점 숨이 가빠졌다.비록 훔쳐보는 건 옳지 않지만 우연히 본 건 죄가 아니지 않은가...게임 속 모델에 버금가는 황금비율, 정말 티 하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옥이라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강시원 씨, 보기 좋나요?”등을 돌린 채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한 배기훈은 뭔가 미소를 억제하고 있는 듯했다.“보고 싶으시면 정정당당하게 보세요. 그냥 사람 살에 근육 몇 덩어리뿐이에요. 제가 남자라 손해 보는 일도 아니고요. 몸매를 감상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오히려 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네요.”현장에서 딱 걸린 강시원은 얼굴이 뜨거워 손으로 더듬거렸다.“죄, 죄송합니다. 방을 잘못 들어온 것 같요. 바로 나갈게요!”돌아서 달아나려는 순간 남자가 갑자기 불렀다.“잠깐요. 할 말이 있습니다.”눈을 질끈 감은 강시원은 마음속으로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본인이 이미 유부녀이고 아이도 그렇게 큰데 경험이 없는 순진한 소녀처럼 행동하는 건 너무 연기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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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세상에나!’강시원은 쥐구멍이 아닌 이 지구를 떠나고 싶었다.강시원이 토끼처럼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자 배기훈은 웃음을 참으며 숨을 깊게 들이쉰 뒤 천천히 몸을 돌렸다.“배 대표님.”바로 그때 황근우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눈빛이 흔들린 배기훈은 이내 잠옷을 입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쇄골에서 가슴까지 붉은 기운이 퍼져 진한 욕정이 타오를 것 같았다.“어... 대표님, 목과 가슴이 왜 그렇게 뻘건 거예요? 제가 목욕물을 너무 뜨겁게 해 드린 건가요?”황근우가 급히 다가왔다.“한, 한번 봐 드릴게요. 안 되면 약 좀 발라 드릴게요...”황근우를 흘끗 본 배기훈은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쓸데없는 참견하지 말고 나가!”저녁 식사 자리, 둥근 식탁에는 배기훈과 황근우 두 사람만 앉아 있었다.배기훈은 평소에도 해이하면서 약간 방탕한 나쁜 남자 같았지만 재벌가 도련님의 수양을 지녔기에 식사 중에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황근우는 배기훈만큼 인내심이 없었기에 쉴 새 없이 지껄였다.“대표님, 강시원 씨가 집에 오니까 집에도 생기가 도네요. 남자 곁에 여자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집밥도 오래 못 드셨잖아요? 오늘 반찬들이 밖의 음식점보다 백 배는 낫지 않습니까? 밖의 음식을 많이 먹으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걸리기 쉬워요...”배기훈은 공용 젓가락으로 닭 날개 하나를 집어 황근우의 입에 쑤셔 넣었다.“내가 걸릴지 안 걸릴지 모르겠지만 네 입은 세균 초과인 것 같구나. 이밥으로도 네 입을 못 막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하는 말이 왜 그렇게 저급스러워.”황근우는 닭 날개를 씹으며 낮은 소리로 투덜거렸다.“장난이었는데 농담도 못 받아주시네요...”단정히 앉은 배기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강시원 씨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있어. 게다가 다울에게 잘해주는 만큼 절대 놀림거리로 삼아서는 안 돼. 그건 강시원 씨에 대한 큰 실례야.”“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다음부터 주의하겠습니다.”하지만 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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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순간 멈칫한 강시원은 심장이 조이는 것 같았다. 배기훈과 배다울을 응시하며 문고리를 잡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미간을 찌푸린 배다울은 말을 더듬거렸다.“아빠... 저...”“지금은 우리 둘뿐이야. 아빠에게 사실대로 말해.”배기훈의 부드러운 눈빛으로 인내심 있게 말했다.“아빠가 말했잖아, 용감한 사람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사람에게서 가장 소중한 건 정직함이야.”입술을 깨문 배다울은 하얗고 연약한 두 손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배기훈 또한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은 채 조용히 배다울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아빠...”배다울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서도훈이... 때렸어요.”문밖에 서 있던 강시원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온몸도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떨렸다.손가락으로 옷깃을 꽉 쥔 채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서씨 가문 사람들과 완전히 이별하려고는 했지만 결국 열 달 임신해 고생하며 낳은 아이였기에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고 지식을 가르쳤다.하지만 아이는 결국 강시원이 바라던 모습이 아닌 냉혹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어머니로서 아이에 대한 본인의 교육 방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소리 없는 큰 타격이었다.큰 손으로 아들의 작은 손을 감싸 쥔 배기훈은 어느새 눈가에 핏발이 섰다. 감정을 억누르는 듯 목소리가 더욱 쉬었다.“다울아, 그럼 왜 서한성에게만 반격하고 서도훈은 가만히 내버려 뒀어?”잠시 침묵하던 배다울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왜냐면 서도훈이 왜 저를 때렸는지 알거든요. 서도훈은 제가 자기 엄마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화가 나서 때린 거예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서도훈이 정말로 자기 엄마를 소중히 여긴다면 왜 다른 이모랑 그렇게 사이가 좋은 거예요? 왜 시원 이모를 외면하는 거예요? 본인의 행동이 시원 이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요...”고개를 숙인 강시원은 씁쓸함에 코끝이 시큰해졌다.아들의 부드러운 뺨을 어루만진 배기훈은 눈빛이 어두웠지만 그 속에 애틋함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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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응, 다울이는 얼굴을 내밀 필요 없고 생중계만 하면 돼.”배기훈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그 진상 모자는 서씨 가문에 빌붙어 피 빨아먹는 거머리일 뿐이야, 더 이상 내 아들을 볼 자격이 없어.”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황근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배 대표님, 서정혁 부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다울이가 그 집 아들을 봐주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더 이상 따지지 않겠어. 하지만 서정혁은...”배기훈은 눈에 싸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빛이 스쳤다.“라이트 미라클은 지금 경시에서 규모를 확장 중이야. 아들의 빚을 아버지가 대신 갚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황근우가 떠난 후 서재로 걸어가던 배기훈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멀지 않은 발코니에 강시원의 야윈 모습이 외로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살짝 떨고 있었다.배기훈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때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강시원이 갑자기 손을 들어 자기 뺨을 세게 때렸다.“강시원 씨, 뭐 하는 거예요?”깜짝 놀란 배기훈은 한걸음에 달려가 강시원 앞에 서서 강시원의 손목을 감싸 쥐었다.멍해진 강시원은 긴 속눈썹이 깜빡였다.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저는 실패한 엄마예요. 제 아이를 잘 가르치지 못해서 다울이를 다치게 했어요...”배기훈은 깊은 눈빛으로 눈물이 맺힌 강시원의 얼굴을 바라봤다. 속눈썹에 맺힌 이슬 같은 눈물, 그리고 그 속에 비치는 작은 빛들은 마치 물속에 뛰노는 작은 물고기들 같았다.저도 모르게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강시원 씨 탓이 아니에요.”“죄송해요...”남자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말했잖아요. 강시원 씨 탓이 아니라고.”“다울이 겪은 고통은 제가 어떻게든 보상할게요. 뭐든 다 할게요.”죄책감에 사로잡힌 강시원은 시선을 내린 채 감히 배기훈을 바라보지 못했다.“어쨌든... 미안해요.”늦가을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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