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늘 밤, 어쩐 일인지 옅은 연분홍색 실크 잠옷을 걸친 강시원이 유난히 눈에 밟혔다.부드럽게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은 가슴에 느슨히 흘러내려 있었고, 가슴은 풍만했고 허리는 가늘었다. 담담하고 단정한 얼굴은 노란 스탠드 조명에 잠겨 있었고, 물결이 번지는 듯한 눈동자가 살짝 흔들릴 때마다 순수함과 유혹이 기묘하게 뒤섞여 보였다.서정혁의 숨이 낮게 가라앉았다.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씻었어?”강시원은 미간을 찌푸렸다.“...뭐?”다음 순간, 서정혁의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 뒤로 돌아가며 꽉 죄더니, 말 한마디 더 보태지도 않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곧장 침대로 향했다.“서정혁! 뭐 하는 거야? 내려놔!”강시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허겁지겁 몸을 비틀었다.“오늘 할머니가 나를 불러서 하신 말씀인데, 도훈이한테 빨리 남동생 하나 만들어 주래.”서정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깨끗한 흰 셔츠 너머로 가슴과 아랫배를 가로지르는 근육은 점점 뜨거워졌다.“딸도 상관없지. 아들이랑 딸, 둘 다 있으면 딱 맞잖아.”강시원의 온몸이 떨렸다. 동공이 연달아 수축했다.한치의 아까워하는 마음도 없이, 서정혁은 마치 물건을 내던지듯 그녀를 침대 위로 휙 던졌다.그가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몸을 숙이려 할 때...짝!강시원은 온몸을 떨면서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서정혁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고, 넋이 나간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볼 한쪽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순간, 그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예전에는 힘 한번 주어 말하는 것도 두려워하던 순한 여자가 감히 자기 뺨을 때리다니 말이다.‘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이런 배짱을 준 거지?’“서정혁... 너, 나한테 손대지 마. 나는 네 애 낳는 도구가 아니야!”제물이라는 말이 떠올라, 강시원의 눈동자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수치와 분노가 뒤엉켜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그녀는 서정혁이 자신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천 가지, 만 가지로 생각해 왔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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