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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41 - チャプター 50

100 チャプター

제41화

임씨 모녀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여전히 서정혁이 직접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강시원이라는 존재, 그리고 그녀와 서정혁의 관계는 그냥 영원히 땅속 깊이 묻혀서 빛 한 줄기도 닿지 않는 편이 가장 좋았다.당연히 박영주 역시 걱정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강시원과 서정혁이 부부라는 사실이 터져 나오기라도 하면, 자기 딸이 여론의 돌팔매를 더 심하게 맞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이리저리 따져 봐도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지는 역시 서정혁이 직접 나서는 것뿐이었다.임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갈등이 역력했다.강시원은 긴 속눈썹을 내리뜨고 눈동자 깊은 곳에 쓸쓸함을 드리웠다.그래, 어떤 난리가 나든 임지민에게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서정혁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해결해 주었다. 임지민이 그를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누구보다 빠르게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그를 찾겠다는 발상 자체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진짜 토 나오네.”원래부터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성격인 윤슬은 얼마 가지도 못해서 더는 참지 못하고 툭 내뱉었다.“남의 가정에 끼어든 주제에, 겉으로는 고상한 현판까지 달아 놓으려 하네.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 그 판자 뒤집어져서 자기 머리통 찍히는 꼴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잠깐, 방금 뭐라고 했어요?”임지민이 그 말을 듣고 씩씩대며 다가와 윤슬의 코앞을 가리키며 따졌다.“지금 누구를 남의 가정 깨뜨린 여자라고 말한 거예요?!”윤슬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제가 누구라고 했나요? 제가 이름까지 말했어요? 왜 이렇게 먼저 발끈하세요? 스스로 찔리는 데가 있나요?”“너...!”임지민은 이를 악물고 윤슬의 얼굴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이 얼굴 반드시 기억해 두겠다고 벼르는 눈빛이었다.“그만해, 지민아. 여기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박영주는 황급히 다가가 눈이 새빨개진 딸을 붙잡았다.“지금 너는 여론 한가운데에 서 있는 처지야. 여기서 소란 일으키면 우리만 손해야.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그러고는 돌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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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멀지 않은 곳에서, 임씨 모녀는 기자 무리에게 가운데를 꽉 에워싸인 채 서 있었고, 그 바깥으로는 구경꾼들이 한 겹 더 동그랗게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었다.이리 밀고 저리 밀리는 통에 꼴이 말이 아니었다.임성호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회사 일이 있다면서 먼저 떠난 모양이었다.“임지민 씨! 서 대표님이랑 도대체 무슨 사이입니까?! 여기서 한 번 제대로 말씀해 주시죠!”“서 대표님은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비록 부부가 공식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고는 해도, 이렇게 버젓이 유부남과 단둘이 붙어 다니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건, 솔직히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 집 부인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 아닌가요?!”박영주는 마치 병아리를 품는 암탉처럼, 덜덜 떨고 있는 임지민을 품 안으로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가장 앞줄에서 질문을 날린 기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마! 내 딸이랑 서 대표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야. 그저 정상적인 남녀 사이일 뿐이라고! 내 딸 명예를 더럽히지 마!”“남녀 사이에 정상적이라는 표현이 또 따로 있나요?”어디선가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군데군데 킥킥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임지민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라 새빨개졌다.눈빛은 금방이라도 울 듯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겁먹은 새끼 사슴처럼 떨리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는 청순하고도 가련했다.“진짜, 상 줄 만한데.”윤슬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임지민 씨, 연기 대상 하나 줘도 되겠어요. 웬만한 배우보다 연기를 더 잘해요.”강시원이 무심하게 물었다.“어떻게 알아요? 연기라는 걸.”“아까 시원 씨 앞에서는 이 정도로 약해 보이지도 않았잖아요. 오히려 꽤 으스대는 쪽에 가까웠죠.”윤슬은 조금 전 임씨 가족 셋의 태도를 떠올리자 다시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솔직히 수법도 되게 유치해요. 힘도 없는 것처럼, 감정에 휩쓸린 불쌍한 여자인 척해서 동정이나 끌어내 보겠다는 거죠. 본질은 불쌍함으로 동전 받는 구걸이랑 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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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서정혁의 몸이 살짝 멈추었다.“네.”“결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5년.”주변이 술렁였다.“대표님, 따로 여쭤보겠습니다. 어제 유출된 서정 그룹 내부 영상에서 체포된 분과 말다툼을 벌이던 그 젊고 예쁜 여성분이, 혹시 대표님 부인 맞습니까?”서정혁의 눈빛은 어둡고 깊었다. 잘생겼지만 차갑게 각 잡힌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저의 결혼 생활은 제 사생활입니다. 대답할 수 없습니다.”강시원은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그와 결혼한 5년 동안, 그녀는 그의 생활과 가족을 정성껏 챙기고, 그의 아이까지 낳았다. 자신을 불태워 바친 5년의 세월 끝에, 이 남자의 입에서 돌아온 대답은 겨우 이 한마디였다.대답할 수 없다.그때였다.검은 마스크를 쓴 남자가 어디선가 번개처럼 오토바이를 몰고 튀어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강시원이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그 남자는 이미 눈앞까지 들이닥쳤다. 그러고는 팔을 크게 휘두르더니 그녀의 머리 쪽으로 무언가를 던졌다.“이 더러운 년! 너 때문에 우리 여신이 그런 수모를 당한 거야! 너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거야!”이 시대에는 개 한 마리에게도 팬이 붙는 세상이었다.하물며 나름 외모도 받쳐 주고, 과학기술계의 재능 있는 여성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인터넷에서 크게 주목받던 임지민에게 광적인 팬이 없는 편이 이상할 정도였다.남자는 악에 받친 욕설을 쏟아낸 뒤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쳤다.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이 미친놈! 거기 안 서?!”윤슬은 당장이라도 쫓아갈 듯 몸을 날리려 했지만 강시원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그만둬요. 벌써 멀리 갔을 거예요. 못 잡아요.”“어... 어? 시원 씨, 머리... 피, 피나요!”윤슬은 그녀의 이마 끝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저, 저 바로 경찰에... 아니, 그보다 먼저 병원부터 가야 돼요! 지금 당장 가요!”아마 윤슬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탓일 것이다. 막 차에 오르려던 서정혁이 무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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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서정혁이 불쑥 나타나는 바람에 강시원은 순식간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남자의 강한 압박감을 지닌 시선이 자신을 훑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흥, 안 온다더니 이 시간에 또 뭐 하러 기어들어 와?”박해순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고기 한 점을 집어 강시원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여기에 네 몫 따위 없어. 배고프면 네가 알아서 라면이나 끓여 먹어.”“저는 그런 거 안 먹어요.”서정혁은 허락도 구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긴 다리를 자연스럽게 꼬고, 뼈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슈트 상의 단추를 아무렇지 않게 풀었다.동작 하나하나가 타고난 듯한 여유와 기품을 풍겼다.얼굴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시원이 그를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할 리도 없었다.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얼굴 보고 반한 부분이 조금은 있었다.박해순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굶어.”“저도 안 오려고 한 게 아니라, 중간에 일이 생겨서 처리하느라 늦었습니다. 정리되는 대로 바로 왔어요.”늘 변명 따위는 입에도 안 올리던 서정혁이 드물게 한마디 설명을 보탰다.박해순은 눈을 슬쩍 들어 그를 흘겨보았다.“네 다리 잡을 일이 뭐가 있다고? 설마 또 임 씨네 그 싸가지없는 계집애냐?”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할머니, 저랑 지민이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오해하신 거라고 했잖아요.”“좋다, 아주! 역시 그년 때문에 늦게 온 거네!”박해순은 탁 하고 상을 세게 쳤다.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서정혁, 너는 분명히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는 놈이야! 그런데 맨날 그년 뒷수습이나 해 주고 다니면서 시원이한테 미안하지도 있냐? 서씨 집안 남자 체면을 아주 다 구겨 버렸어! 네 할아버지가 네 이 모지리 꼴 보면 관 뚜껑 붙들어 매도 튀어나와서 멱살부터 잡겠다!”“할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든 제 입장은 같습니다.”서정혁은 턱선을 단단히 굳히고 숨을 가라앉힌 뒤 한 글자씩 또렷하게 말했다.“저랑 지민이 사이에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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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의사가 복도에서 크게 외쳤다.“지금 당장 전 의료진을 확인해서 누가 수혈 가능한 혈액형인지 알아보세요!”“선생님, 저요!”빗물에 온몸이 다 젖어 있던 강시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섰다.“저도 Rh 혈액형이에요. 저 사람이랑 같습니다. 저 사람한테 수혈할 수 있어요!”그때 한계까지 짜내듯 쏟아낸 그 피 때문에, 그녀의 몸은 아주 오랫동안 각종 이상이 생겨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심지어 서도훈을 낳을 때도, 한 발은 이미 저승 문턱을 넘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때도 간신히 살아 나왔을 정도였다.그런데 그때 서정혁은, 그녀의 곁에서 지켜 주기는커녕 멀리 M국까지 날아가 임지민을 데리고 병원을 전전하고 있었다.강시원은 고개를 숙인 채, 그저 그릇 안에 담긴 밥알만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은 조금씩 움켜쥐어 쥐어 오는 듯했다.‘그만하자. 다 지난 일이야.’어차피 이혼을 선택했다.예전 상처가 뼛속까지 스며들 만큼 깊었다 해도, 이제 와서 다시 헤아려 보며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그런데도 하나만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분명 목숨을 건져 준 사람은 자기였는데, 어떻게 시간이 흐르니, 그 공이 통째로 임지민의 몫이 되어 버린 걸까.“진작 알았으면... 네가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인 줄 진작 알았으면, 이렇게까지 시원이 같은 좋은 애를 번번이 저버릴 줄 알았으면...”박해순의 두 볼은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때 그 교통사고에서 그냥 죽어 버렸으면 차라리 나았겠다!”“할머니, 저는 큰 화를 한 번 피한 사람이에요. 앞으로도 쉽게 안 죽어요.”서정혁의 어두운 눈빛이 강시원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관자놀이 쪽 핏줄이 불거졌다.“할머니가 지민이 싫어하시는 건 알겠지만, 그건 강요 안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목숨은 지민이가 온 힘을 다해서 살려 준 겁니다. 그 일 때문에 지금도 몸에 병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아이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게 사람으로서 마지막 양심입니다.”“시원아, 나 방으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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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강시원은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이 남자는 대체 얼마나 자만하고, 얼마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어야 하는 걸까.이렇게까지 역겨운 일들이 줄줄이 터졌는데도, 자기가 이혼하자고 한 게 그저 투정 부리는 거라고 믿고 있다니.‘뭘 어쩌라고, 진짜.’서정혁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이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름답기는 했지만 전부 비웃음으로 얼룩져 있어서였다.“그건 서 대표가 얼마나 각오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겠지.”강시원은 고집스럽게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만약 계속 이혼을 질질 끌고 안 해 주면 나는 계속 소란을 피울 거야.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보기 흉하게. 너도 나름대로 체면이 있는 사람인데, 나중에 정말로 못 빠져나갈 정도로 꼴사나워지는 거 진짜 괜찮아?”완전히 정면으로 선전포고하는 말투였다.서정혁의 숨이 약간 깊어졌다.“도훈이는 정말 필요 없다는 거냐?”“필요 없어.”남자는 잠시 굳어 섰다가 이내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리며 비죽 웃었다. 그 안에는 빈정거림이 섞여 있었다.세상 어디에 진짜로 제 뱃속에서 낳은 아이를 완전히 끊어 낼 수 있는 여자가 있겠는가. 강시원은 그저 그와 부딪쳐 보겠다고, 말로만 버티고 있는 것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어젯밤에도 서도훈이 아프다고 하자, 누구보다 먼저 정신없이 달려간 사람은 결국 그녀였다.그는 두고 볼 생각이었다. 그녀가 도대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네가 끝까지 해 보겠다고 하면 나도 같이 가 주지. 다만 그 뒤에 따를 결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그것까지 신경 써 줄 필요는 없어. 네 관심은 계속 임지민 쪽에나 둬.”강시원은 예전의 물러서는 태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미소가 유난히 눈 부셨다.“나는 아무리 봐도 할머니 눈에는 절대 안 차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번은 부부였으니, 내가 할머니 앞에서 조금 좋게 말해 드릴까? 두 사람 빨리 결혼까지 마무리하고, 서씨 가문에 아들에 딸까지 채워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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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얘야, 엄마가 하나만 말해 줄게. 그까짓 혼인증명서 한 장은 아무 의미도 없어. 남자의 마음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집이 어디가 되는지 갈리는 거야. 예전에 엄마가 너희 아빠 마음을 딱 붙들고 있었으니까 임씨 가문에 쳐들어가서 결국은 자리를 차지했고, 네가 이렇게 사람들 모시는 귀한 생활을 누리는 거잖아. 그러니까 너도 굳이 강시원하고 서 대표 사이를 신경 쓰지 마. 안 걸어 보면 어떻게 서씨 가문 문턱을 넘어가겠니?”임지민은 스스로를 지적인 재능녀라고 믿고 있었고, 자존심도 하늘을 찔렀다. 그래서 이 말을 듣고 선뜻 수긍이 가지 않았다.“제가 제 기술 분야에서 혼자서도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고, 정혁 오빠를 도와서 서씨 가문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되면, 저는 저대로 올라갈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서씨 가문의 그 늙은 할머니가 저를 막고 싶어도 못 막을걸요.”“쯧, 바보 같은 애야,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사람이 둔해진 거야?”박영주는 손가락 끝으로 딸의 이마를 살짝 톡 쳤다.“매일 편하게 대접받는 재벌가 사모님 자리를 두고, 왜 굳이 밖으로 나가서 뼈 빠지게 고생을 하니? 네가 서 대표만 확실하게 잡으면, 그게 네 인생에서 제일 빛나는 업적인 거야. 그보다 더한 성취가 어디에 있겠어?!”“...”“예전에 강시원 엄마라는 사람도 그냥 책에 파묻힌 학자였지. 운도 테크가 경시에 자리 잡게 하겠다고 밤낮없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개발만 하다가, 얼굴은 누렇게 뜨고 머리카락은 다 새하얗게 세어 버렸어. 그래서 결국 뭐가 남았게? 운도 테크 회장 사모님 자리에 앉은 사람, 그게 누구야? 바로 너희 엄마잖아.”임지민은 겉으로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어수선했다.그녀와 어머니가 무려 6년이나 공을 들여서 계산하고 움직였기에, 겨우 서정혁 곁의 중요한 사람 자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은 강시원 아들의 마음까지도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는데, 정작 서정혁은 지금까지도 강시원과 이혼을 하지 않았다.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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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누구라고?”서정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명환 법률사무소의 유재윤 변호사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모님이 아는 그...”한수현은 말끝을 잇는 순간 바로 후회했다. 괜히 뒤에 한마디를 더 붙였다고 말이다.이미 서정혁의 안색은 눈 내리기 직전처럼 싸늘해져 있었고, 쥐고 있던 서명용 펜을 잡은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 만나고 싶지 않으시면 지금 바로 나가서 돌아가 달라고 하겠습니다...”“만날 거야.”서정혁은 큰 몸을 등받이에 기댔다. 눈썹과 눈가에는 날카로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접견실에서 기다리라고 해.”...오늘 유재윤은 맞춤 제작한 진한 남색 정장을 입고, 같은 톤의 은은한 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말쑥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분위기도 상당히 정중했다.옆에 앉은 비서는 자꾸만 시계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건 맞는 말이네. 정말 별로야.”말이 끝나자마자 접견실 문이 열렸다.서정혁과 한수현이 앞뒤로 들어왔다.“회의 때문에 늦었습니다. 유변께서는 개의치 않으시겠죠.”남자는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며 오만한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유재윤은 딱 교과서 같은 미소를 지었다.“물론입니다. 어쨌든 제가 먼저 찾아온 쪽이니까요.”서정혁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짙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불쾌감이 시커멓게 번져 나왔다.전에 유재윤에게 정면으로 독한 말을 쏟아 냈는데, 이제 다시 마주 앉자 그런 일 없었다는 듯 여전히 웃고 있었다.헛웃음이 얇은 입술 끝에 걸렸다.‘강시원, 이게 네가 좋다고 고른 남자냐?’인격도 자존심도 없이, 자기 같은 거대 자본 앞에서는 아무리 실력 있는 변호사라도 허리를 숙이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저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시죠.”서정혁은 손목을 살짝 돌려 시계를 내려다보았다.비서는 도무지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유재윤을 따라다니며 수많은 거물과 대형 사건을 겪어 봤지만, 어느 쪽에서도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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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가장 위에 적힌 ‘Nora’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자, 늘 차갑기만 하던 서정혁의 동공이 세게 흔들렸고 상반신이 벌떡 앞으로 쏠렸다.“이게 무슨 뜻입니까?”서정혁은 겨우 감정을 누르며 물었다.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다.한수현도 고개를 내밀어 함께 보더니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Nora와 서정 그룹은 3년짜리 계약을 맺었고, 그중 2년은 언제나 문제없이, 오히려 아주 기분 좋게 협업해 왔다.Nora의 힘이 더해진 덕분에, 서정 그룹이 작년에 처음 내놓은 두 대의 신형 전기차는 국내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공개되자마자 판매량이 폭발했고, 주문은 바로 다음 해까지 밀려들어 갔다.Nora는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한 번도 전기차 산업에 발을 들여 본 적 없던 서정 그룹을 단기간에 시장 전면으로 끌어 올렸다. 새 분야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그야말로 숨은 일등 공신이었다.서정혁은 그룹 안팎에서 Nora를 칭찬하는 데 인색한 적이 없었다.평생 살면서 진심으로 높이 평가한 사람을 손으로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그 명단 중 한 자리를 Nora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그래서 그는 내년 계약이 끝나면 Nora가 당연히 재계약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놓인 것은 Nora가 보내온 계약 해지 요구였다.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지 않았던가. 협업도 줄곧 순조로웠다. 그런데 왜 이런 결말이 된 것인가?이 결과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아주 또렷하게 적혀 있지 않습니까, 서 대표님.”유재윤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살짝 걸렸다. 몸 전체에서는 이미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확고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Nora 씨는 이미 저를 정식으로 선임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Nora 씨를 대신해서 서정 그룹과 계약 해지를 진행하게 됩니다. Nora 씨는 서정 그룹과의 협업을 최대한 빨리 종료하기를 원하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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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유재윤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Nora 씨, 예전에 서정 그룹과 계약할 때, 거기에 ‘신뢰도 손실 보상’이라는 조항이 있었나요?”강시원의 숨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미안, 기억이 잘 안 나.”그때의 그녀는 그저 서정혁을 돕고 싶은 마음뿐이라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그 시절, 그녀는 그와 나란히 앉아 밥상을 마주하고, 결국에는 백발이 되어서도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꿈꾸고 있었다.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면서도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유재윤은 가볍게, 그러나 싫증 섞인 기색은 없이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이따가 계약서를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만약 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서정 그룹 쪽에 위약금 100억을 추가로 내셔야 할 거예요. 총액은 300억입니다.”“300억?!”강시원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서정 그룹과 협업한 뒤로, 2년 동안 번 돈이 적지는 않았다.하지만 그중 일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는 데 이미 썼고, 손에 남아 바로 쓸 수 있는 돈은 아무리 긁어모아도 200억 남짓이었다.그런데 서정혁은 여기에 다시 100억을 얹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지금 당장 집을 판다 해도 그 돈을 만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하물며 요즘은 집값도 많이 떨어져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돈이 모자랐다.강시원은 이마를 짚고 생각에 잠기더니 방 안을 이쪽저쪽으로 서성이기 시작했다.서정혁의 얼굴빛은 조금 누그러졌다.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팔다리도 천천히 이완되었고, 표정 역시 다시 예전처럼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채워졌다.주도권이 다시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것을,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선배, 계약 해지 건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강시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를 살짝 악물었다.“지금은 내가 그렇게 큰돈을 당장 마련할 수가 없어. 조금 시간을 두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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