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윤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Nora 씨, 예전에 서정 그룹과 계약할 때, 거기에 ‘신뢰도 손실 보상’이라는 조항이 있었나요?”강시원의 숨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미안, 기억이 잘 안 나.”그때의 그녀는 그저 서정혁을 돕고 싶은 마음뿐이라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그 시절, 그녀는 그와 나란히 앉아 밥상을 마주하고, 결국에는 백발이 되어서도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꿈꾸고 있었다.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면서도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유재윤은 가볍게, 그러나 싫증 섞인 기색은 없이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이따가 계약서를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만약 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서정 그룹 쪽에 위약금 100억을 추가로 내셔야 할 거예요. 총액은 300억입니다.”“300억?!”강시원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서정 그룹과 협업한 뒤로, 2년 동안 번 돈이 적지는 않았다.하지만 그중 일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는 데 이미 썼고, 손에 남아 바로 쓸 수 있는 돈은 아무리 긁어모아도 200억 남짓이었다.그런데 서정혁은 여기에 다시 100억을 얹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지금 당장 집을 판다 해도 그 돈을 만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하물며 요즘은 집값도 많이 떨어져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돈이 모자랐다.강시원은 이마를 짚고 생각에 잠기더니 방 안을 이쪽저쪽으로 서성이기 시작했다.서정혁의 얼굴빛은 조금 누그러졌다.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팔다리도 천천히 이완되었고, 표정 역시 다시 예전처럼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채워졌다.주도권이 다시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것을,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선배, 계약 해지 건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강시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를 살짝 악물었다.“지금은 내가 그렇게 큰돈을 당장 마련할 수가 없어. 조금 시간을 두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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