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421 챕터

제401화

누구 좋으라고 그 서류에 서명을 하겠는가!“돈이 없다고? 지금 누굴 속이려고! 네가 사는 이 아파트는 경시에서 소문난 부자 동네인 거 모르는 줄 알아? 이 집 팔면 14억은 나오지 않겠어?”그러자 옆에 있는 다른 남자가 사악한 표정을 짓더니 사나운 눈빛을 내뿜으며 말했다.“계집애, 잘 들어. 오늘 밤 돈으로 갚든 몸으로 갚든 하나는 골라야 할 거야.”“흐흐... 아가씨, 정말 돈이 없으면 우리 형들 곁에 있어. 우리 형들 다 이해심 많은 사람들이야. 하룻밤 같이 자면 2천만 원씩 깎아줄게. 일 년 반 정도 같이 지내면 빚도 다 탕감되잖아, 어때?”말이 끝나자 강시원의 가슴을 향해 더러운 손을 뻗었다.강시원은 황급히 휴대폰을 들어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남자의 손바닥에 휴대폰이 저 멀리 날아갔다.이어 다른 남자가 달려들어 강시원의 가냘픈 몸을 문에 세게 누르더니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입술을 갖다 대며 입을 맞추려 했다.“살려줘!”얼굴이 하얗게 질린 강시원은 고개를 돌리며 두려운 눈을 감았다.“그 손 놔.”아슬아슬한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익숙하면서도 날카로운 이 목소리는 강시원의 마음 깊숙한 곳에 닿는 듯했다.배기훈이었다.“젠장! 누구야! 왜 남의 일 방해해?”흥이 깨진 두 남자는 사나운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어두운 공간 속,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배기훈이 큰 키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었다.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와 마치 지옥에서 세상으로 온 신과 같았다.입술 사이로 붉은 불빛이 깜빡이더니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흰 연기가 피어올라 신처럼 아름다운 배기훈의 얼굴을 흐릿하게 만들었다.온몸을 떤 강시원은 눈물 어린 눈으로 배기훈을 빤히 쳐다보았다.배기훈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 여자, 건드리지 말지?”배기훈은 턱을 살짝 쳐들며 담배 연기를 가볍게 내뿜었다.강시원이 그에게 이 연기처럼 하찮고 없어도 그만인 존재인 듯한 말투였다.그중 한 명은 겁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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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그 말에 강시원은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연한 배기훈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배기훈은 아주 당연한 말을 한 듯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 모습에 강시원은 심장이 작은 비둘기가 날개를 펄럭이듯 두근거렸다.황근우도 대표님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깜짝 놀랐다. 방금까지 사나웠던 표정이었지만 이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어리둥절해진 사채업자 두 사람은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오늘 밤 마음대로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자기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강용호 그 망할 놈, 나를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다시 만나면 절대 가만 안 둬!’“네 형님들에게 연락해, 얼른!”황근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재촉하며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발로 찼다.그러자 남자는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모시는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황근우가 휴대폰을 낚아채 스피커폰으로 전화했다. 이내 전화기 너머에서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계집애 처리했어?”“안녕?”싸늘하게 입꼬리를 올린 황근우는 배기훈 대신 입을 열었다.이런 천박한 인간들이 배기훈과 직접 대화할 자격은 없었다.전형주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누구야?”“네가 데리고 있는 개 두 마리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봐? 감히 배 대표님 여자친구에게 나쁜 마음을 품다니, 대표님께서 현장에서 붙잡았어. 지금은 우리가 제압하고 있는 상태이고.”황근우는 다시 한번 남자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 남자가 아파서 신음하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다행히 강시원 씨가 큰 상처는 입지 않았어. 그래도 사과는 해야겠지? 강시원 씨에게 사과의 의미로 배 대표님께서 이 자식 귀 한쪽을 자른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만약 한 번만 더 강시원 씨에게 안 좋은 마음을 품는다면 그때는 귀 하나 자르는 것으로 끝내지 않을 거야. 너희들이 몸담고 있는 그 조직, 뿌리째 뽑아 버릴 테니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시험해 봐도 돼.”말을 들은 두 부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조금 전 강시원을 희롱했던 거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배 대표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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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배기훈이 한 걸음씩 강시원에게 다가갔다.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던 강시원인지라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눈빛 또한 여전히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그래서 배기훈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줄도 몰랐다.갑자기 볼에 얼음처럼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든 순간 깊디깊은 복숭아꽃 같은 배기훈의 눈과 마주쳤다.거친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강시원의 볼을 스친 배기훈은 깃털처럼 부드럽게 핏방울을 닦아냈다.“고마워...”남자의 황홀한 눈을 바라본 강시원은 긴장이 풀려 몸이 저절로 앞으로 기울며 저도 모르게 배기훈의 품에 안겼다.배기훈도 곧바로 두 팔을 벌려 강시원을 안았다.떨리는 강시원의 등을 감싸자 손에 붉은 페인트가 묻었지만 전혀 꺼리지 않고 오히려 강시원을 가로로 안아 들려고 했다.“괜찮아요...”강시원의 고운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촉촉한 속눈썹을 내려뜨린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배기훈의 가슴을 살짝 밀었다.“페인트가 묻었어요. 옷 그냥 버릴 텐데... 그냥 놓아주세요.”배기훈이 고개를 숙여 강시원을 내려다보았다.“버리면 되죠, 고작 옷 한 벌인데...”강시원이 고개를 저었다.“한 벌에 2억이 넘잖아요. 저 지금 돈이 없어서 변상해 드릴 수도 없어요.”배기훈은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강시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아 홱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비밀번호.”배기훈이 쉰 목소리로 묻자 강시원은 긴 속눈썹을 살짝 떨며 말했다.“0709...”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배기훈은 강시원을 꼭 안은 채 어두운 거실로 들어섰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아까보다 더욱 잠긴 듯했다.“나 한 번도 시원 씨한테 변상하라고 한 적 없어요. 늘 시원 씨가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늘?’오늘 밤 너무 지친 강시원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생각할 힘도 없었다. 그저 이대로 잠들고 싶을 뿐이었다.배기훈은 강시원을 소파에 부드럽게 앉힌 뒤 불을 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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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강시원은 마음을 가라앉힌 뒤, 호기심 어린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기훈 씨, 어떻게 여기에...”“오해하지 마세요.”강시원 앞에 선 배기훈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기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온기도 없었다.“다울이가 시원 씨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 물건이 있어서 온 거예요.”강시원이 깜짝 놀라 물었다.“다울이가 저에게요?”“딸기 케이크예요. 시원 이모가 단것을 좋아한다는 걸 듣고 황 비서를 데리고 추운데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사 왔어요. 추워서 콧물까지 흘리더라고요.”미간을 살짝 찌푸린 배기훈은 안타까운 마음에 투덜거리는 듯 말했다.“다울이가 하룻밤 지나면 케이크 맛이 떨어진다며 오늘 밤 안으로 꼭 전해 달라고 우겼어요. 자식이 자기 아버지를 죽일 듯이 부려 먹네.”강시원은 피식 웃었다.“그럼 다울에게 고마워해야겠어요. 다울이가 제 은인이에요. 다울이가 아니었다면 오늘 밤 배 대표님도 제때 오지 못했을 테고 저는 아마... 돌아가시면 제가 진심으로 다울이에게 고마워한다고 전해 주세요. 며칠 뒤 선물도 준비해서 보내 드릴게요.”목젖을 꿀꺽 움직인 배기훈은 가슴이 답답해졌다.분명 강시원을 구한 건 자신인데 마치 아들 덕을 본 것처럼 되어버려 기분이 좋지 않았다.문밖에서는 황근우가 사람들을 데리고 현장을 정리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아까 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을 한 건 괜히 나중에 시비 걸지 않게 하기 위함이니 오해하지 마세요.”배기훈은 왼쪽 소파에 앉아 다리를 쭉 펼쳤다. 탄력 있는 큰 손에 핏줄이 도드라져 힘이 느껴졌다.방금 사람 귀를 자른 나이프에 아직 피가 묻어 있었지만 배기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끝으로 빙글빙글 돌렸다.배기훈의 말에 가슴이 철렁한 강시원은 더 이상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렸다.“알아요. 그 정도 판단력도 없을까 봐요.”입술을 꽉 깨문 배기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들, 누가 시켰는지 알고 있어요?”“네.”강시원은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누구인데요?”“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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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대표님, 모두 정리했습니다.”황근우는 두 부하직원과 함께 복도에 공손히 서서 배기훈이 현장을 확인하기를 기다렸다.배기훈은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문득 시선이 멈추더니 손을 들어 문틀 윗부분을 문질렀다.어두워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붉은 페인트 자국이었지만 단번에 알아챘다.정말 세심하기 그지없었다.“당장 닦아!”황근우가 지시했다.“네!”두 부하직원이 즉시 움직였다.배기훈이 어두운 눈빛을 내뿜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조사해 봤어?”“네, 조사했습니다.”황근우는 안에 있는 강시원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강시원 씨 삼촌인 강용호의 비서가 사람을 시킨 겁니다. 그 비서 말로는 강용호가 감옥에 가면 빚을 갚을 수 없게 되니 빅레이트의 전 대표를 꼬셔서 강시원 씨에게 빚 독촉을 하게 했다고 합니다. 원래 그 두 놈이 더 추악한 짓을 하려 했는데 다행히 대표님께서 제때 오셔서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시원 씨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배기훈은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냉소했다.“그 비서, 강시원과 원한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할까?”황근우가 물었다.“혹시... 배후에 강용호가 있는 걸까요?”배기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침묵을 지켰다.“강용호는 강씨 가문에 남은 강시원 씨의 유일하게 남은 친척이자 친어머니와 이란성 쌍둥이로 한배에서 태어난 친오빠인데 어떻게...”“친오빠라고 해도 사람 마음은 먹기 나름이야. 부자지간도 마찬가지인데 뭐.”배기훈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바로 친척이기 때문에 어디를 찔러야 가장 아프고 치명적인지 잘 알고 있는 법이지.”황근우는 입술이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다.배기훈이 본가와 사이가 극도로 나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로 배씨 가문에 다시는 발걸음하지 않았고 영영 왕래하지 않을 듯한 태도였다.배기훈에게 친척이란 단 한 명, 그의 아들뿐이었다.친어머니를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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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서정혁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강시원을 두둔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은 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얼굴에 냉소가 감돌았다.“착한 일 안 하고 악행을 일삼다 보면 결국 스스로 망하는 법이야. 강용호 본인이 마음이 바르지 못해 회사까지 끌어들인 거야. 오늘 문제가 생기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영원 테크를 끌어 내려 완전히 망치고 말았을 거야.”임지민은 입술을 다물었다.“하지만 강 회장님은 언니의 친삼촌인데... 나 죄책감이 들어. 그래서 마음도 너무 무거워.”“지민아, 죄책감 가질 거 없어. 넌 잘못한 거 없으니까.”서정혁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향해 칭찬하는 듯 미소 지었다.“너는 서정 그룹 사람이니 모든 판단은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지. 공정하고 엄격하게 판단해 줘서 오히려 다행이야.”“오빠, 칭찬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달콤한 미소를 지은 임지민은 뜨거운 눈빛으로 서정혁을 응시했다.사실 그저 서정 그룹 직원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서정혁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이때 노크 소리가 울리더니 한수현이 서둘러 들어왔다.“대표님, 현재 강용호 씨는 경찰서에 구금된 상태입니다. 새 증거가 제출되어 강용호 씨에게 도박과 뇌물 수수 혐의까지 더해졌습니다.”임지민은 속으로 냉소했다.‘이 늙은이, 아마 감옥에서 평생 지내게 생겼군.’서정혁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새 증거? 누가 제출했는데?”한수현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경찰서에 상황을 알아보러 갔다가, 마침 배 대표님의 비서인 황근우 씨가 경찰서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습니다.”“배기훈?”서정혁은 얼굴이 굳었다.“그러면 강 회장님을 신고한 분이 배 대표님인 모양이네.”임지민은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 곁에 서서 팔짱을 꼈다.“아니면 그런 우연이 있을 리는 없겠지.”서정혁은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민아, 한 비서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가 봐.”“알겠어, 오빠.”임지민은 아쉬운 듯 발걸음을 떼기 싫어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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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강용호를 보석 석방시키는 건 물론,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기게 도와줘.”눈을 가늘게 뜬 서정혁은 어두운 표정에 위험한 기색이 감돌았다.“배기훈까지 이 판에 뛰어든 이상 나도 맞서 싸우지 않으면 재미없지. 게다가 배기훈이 경시에서 계속 나와 힘겨루기를 하려 하잖아.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서정혁은 단순히 배기훈과 경쟁하려는 것만은 아니었다.강용호가 여전히 영원 테크를 쥐고 있으면 강시원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조카인 강시원도 더 이상 철부지 어린 소녀가 아니다. 강용호는 두 사람의 부부 사이가 어떤지 알지 못했지만 강시원이 서씨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 회사 경영권을 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강용호 입장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강시원을 영원 테크에 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며 설사 들어온다 해도 핵심 업무에 손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두 사람의 생각은 일치했다.서정혁의 진짜 목표는 강시원의 모든 앞길을 막는 것이었다. 지난 5년처럼 서정혁에게 의지해 그의 아내로 사는 것 외에는 다른 삶의 터전이 없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서정혁은 시선이 흐릿해졌다.유리창에 비친 그림 속에 강시원의 부드러운 눈매가 허영처럼 떠올랐다. 강시원은 서도훈을 품에 안은 채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매일 곁에서 보았지만 단 한 번도 마음에 두지 않았던 미소였다.“강시원, 영원 테크가 지금 이런 어려움에 처한 건 누구 탓도 아니야. 모든 일의 발단은 바로 너니까.”서정혁은 목젖을 움직이더니 무의식적으로 유리창에 손을 뻗어 다섯 손가락을 오므렸다.환상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네가 얌전히 돌아와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지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테고 영원 테크도 이처럼 힘든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거야.”...전날 밤의 일과 연이은 스트레스에 지친 강시원은 깊은 잠에 빠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마치 약에 취한 듯 아무런 의식도 없이 깊게 잠들었던 것이다.본인이 침실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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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강시원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언제?”“오늘 낮에!”유재윤은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황시민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게 했는데 강용호가 당당하게 경찰서에서 나온 건 물론 강용호를 신고했던 협력업체들도 압력에 못 이겨 모두 고소를 취하했더라고. 뇌물 수수 혐의를 입증할 새 증거까지 있었는데 누군가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모든 책임을 떠안았어. 이제 재판도 받지 않아도 되고 온갖 추한 혐의까지 다 벗어났어. 정말 못된 놈들이 더 오래 산다더니.”강시원은 핵심적인 말을 간파했다.“압력에 못 이겼다고? 누가 압력을 넣은 건데?”유재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딱 봐도 서정혁이지, 누가 있겠어.”강시원은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가 마음을 휘감아 점점 더 조여 왔다.격분한 유재윤은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결혼한 5년 동안 서정혁은 영원 테크와 강씨 가문 일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어. 그저 남처럼 차갑게 대했잖아. 네가 이혼하려 하니까 손을 쓰기 시작한 거야. 정말 악질이야. 네가 영원 테크를 맡으려는 찰나에 그 늙은이를 꺼내주다니, 일부러 골치 아프게 만드는 거잖아? 서정혁, 분명 일부러 그런 거야!”강시원의 아름다운 눈에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유시윤만큼이나 화가 나 목소리도 쉬었다.“그 사람, 일부러 그런 거야.”눈치가 빠른 유재윤은 바로 깨달았다.“서정혁이 강용호를 이용해 네가 영원 테크로 돌아가는 걸 막고 널 다시 서씨 가문으로 돌아오라고 강요하는 거야?”“그런 이유밖에 없지 않을까? 지난 5년 동안 여러 차례 영원 테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어. 부부 정이야 원래 없었고 이익으로 따져봐도 영원 테크는 보잘것없는 작은 회사라 그런 하찮은 이익 따위 서정혁 눈에 차지도 않을 텐데.”강시원은 서정혁의 냉정하고 무정한 면을 꿰뚫어 보며 냉소했다.“유일한 이유는 내 앞길을 막으려는 것밖에 없어. 나를 일부러 불쾌하게 만들고 괴롭히려는 거야.”유재윤은 분노가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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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젠장! 강시원과 뭐 썸씽이라도 있는 거야? 남남인데 왜 그 계집애를 감싸는 거야?”강용호는 석방됐지만 빚 문제로 마음이 초조했다.“일단 그 일은 나중에 생각하세요. 상처가 심해 보이니 빨리 병원부터 가셔야겠습니다.”장 비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울렸다.곧 검은 승용차가 강용호 곁에 멈추더니 창문이 내려갔다. 한수현의 차갑고 엄숙한 얼굴이 드러났다.“어머! 한 비서님!”강용호는 아픔도 잊은 듯 차에서 내려 허리를 숙이며 아첨했다.“이번 일, 서 대표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며칠 뒤 값비싼 예물을 갖춰 직접 찾아뵙고 감사드릴게요.”한수현이 차갑게 거절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서 대표님은 바쁘시니, 찾아오셔도 만나주지 않으실 겁니다.”“알겠습니다.”“서 대표님께서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으시길 바란다고요. 영원 테크는 큰 회사는 아니지만 사모님 어머니께서 남기신 사업이니 제대로 경영하시고 다시 잘못된 생각으로 사모님 어머니의 노력을 헛되이 만들지 마시라고 당부하셨습니다.”“네, 네. 서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강용호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정혁이 자기 여동생을 장모님이나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겉으로 강시원을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 강시원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흥, 그럴 줄 알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야심 가득한 그 계집애가 기세를 부려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려 했을 거야.’한수현이 떠나려는 찰나 강용호가 갑자기 차 창문을 힘껏 두드렸다.“한 비서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한수현은 짜증이 났다.“강 회장님, 다른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요?”“저... 부탁이 있습니다. 서 대표님께 전해 주세요. 두 집이 그래도 사돈지간인데 시원이를 생각해서 일을 끝까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배상금 문제 협의해 주실 수 없을까요?”강용호는 체면도 내려놓고 애걸했다.“영원 테크가 현재 자금줄이 끊어져 그 큰돈을 마련할 수 없습니다. 이러다간 파산 신청을 내야 할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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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강용호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펄쩍펄쩍 뛰더니 연이어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서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서 대표님 은혜 잊지 않고 꼭 보답하겠습니다!”강용호는 한수현을 서 대표라고 부르며 굽신거렸다. 한수현은 강용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상대하는 것 자체가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 여겼다.“보답은 사양합니다. 다만 서 대표님께서 한 가지 당부하신 말씀이 있습니다.”“뭡니까? 뭐든 말씀해 주십시오!”“사모님께서 영원 테크에 복귀해 일하고 싶어 하시는 거 강 회장님도 알고 계시죠?”곧 말뜻을 파악한 강용호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당연히 알고 있고 말고요! 시원이가 얼마 전 서정 그룹을 그만두고 와서는 회사에 자리 좀 마련해 달라고 했습니다. 높은 자리가 아니어도 일할 자리만 있으면 된다고 했어요. 저한테는 그야말로 영광이긴 하지만 시원이는 이제 서 대표 아내이자 서씨 가문의 안주인입니다. 영원 테크 같은 작은 회사가 어찌 그런 큰 사람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분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긴 줄 알까 봐 걱정이 컸습니다.”온통 후배를 걱정하는 ‘착한’ 삼촌인 듯한 모습이었다.“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서 대표님과 사모님은 금슬도 좋고 부부 사이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강용호의 속셈을 꿰뚫어 본 한수현이 미소를 지었다.“서 대표님 말씀은 작은 도련님 나이가 어려 엄마의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서씨 가문 역시 매사가 바쁘게 움직이기에 안주인이 자리를 지켜야 하고요. 게다가 서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으로 영원 테크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건 다소 체면에 맞지 않기도 하고요.”강용호는 속으로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서씨 가문은 예부터 강씨 가문을 탐탁지 않아 했다. 서정혁의 눈에 강시원마저 강용호보다 한 수 아래인데 다른 강씨 가문 식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런데 임씨 가문 그 계집애는 뭐가 그리 좋은 걸까?그 계집애 엄마 박영주는 천박하게 몸을 팔며 살아왔기에 임지민은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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