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아, 우리가 안 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내가 널 모를 리 있어. 강시원 씨에게 마음이 없었다면 멀리 해외에 있는 날 불러내 이런 연기를 꾸밀 일도 없었겠지. 너를 알고 지낸 지금까지 여자에게 이토록 마음 쓴 걸 한 번도 못 봤어. 심지어 강아지도 암컷은 곁에 두지 않잖아, 처음엔 성적 지향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어.”배기훈은 가볍게 시선을 내려뜨렸다.“예전에는 사업 확장에 매진하느라 연애할 마음도 시간도 없었을 뿐입니다.”“정말 시간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이 예쁜 강시원 씨를 줄곧 기다려 온 걸까?”곽은희는 예리한 눈빛으로 배기훈의 감정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여전히 창밖을 응시하는 배기훈은 무릎 위에 올린 큰 손으로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기다린 적 없어요.”“여사님, 강시원 씨와 대화는 잘 되셨나요?”황근우가 백미러를 보며 호기심 가득 물었다.강시원의 곱고 섬세한 얼굴을 떠올린 곽은희는 배기훈의 뛰어난 용모를 바라보며 두 사람이 천생연분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대화는 순조로웠어. 강시원 씨는 총명하고 예의 바르며 용모도 빼어나 보는 내내 마음에 들더라고.”황근우가 바로 기회를 잡고 제안했다.“여사님, 비록 신분을 속이셨지만 지금 강시원 씨께서 여사님을 매우 신뢰하고 있습니다. 혹시 배 대표님과 강시원 씨 사이를 이어주실 수 있을까요?”배기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황근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곽은희가 눈을 깜빡였다.“이미 시도해 봤어. 내 아들이 키도 크고 외모도 훌륭하며 사업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어.”“제멋대로 자식 취급하시는군요.”배기훈은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마음은 왠지 모르게 들떴다.“내 나이 정도면 네 중매쟁이 노릇은 충분히 할 수 있지.”황근우는 흥분하며 재차 물었다.“강시원 씨 반응은 어떠했나요?”곽은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젊은 나이인데 벌써 결혼하고 아이까지 키우고 있을 줄 몰랐어. 인연이 닿지 못했구나. 기훈이 너와 인연이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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