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421 챕터

제391화

서정혁은 날카로운 칼로 급소를 찔린 듯 탄탄한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황급히 다가와 강시원의 가는 손목을 움켜잡고 머리 옆 벽에 눌렀다.“서정혁, 뭐 하는 거야! 이거 놔!”강시원은 부끄럽고 분한 마음에 발버둥 치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남녀 힘 차이가 극명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강시원, 난 너와 강씨 가문 식구에게 살길을 내주고 있는 거야. 모르겠어? 억지로 고통을 자초할 셈이야!”방금 그녀의 말에 격분한 서정혁은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흥... 이 정도 고통쯤 아무것도 아니야.”강시원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붉게 물든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차가움과 상처가 어려 있었다.“당신과 5년 동안 부부로 지낸 시간보다 더 괴로운 일이 있을까?”강시원의 하얀 손목을 쥔 서정혁의 손에는 핏줄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그녀의 얼굴을 비춘 남자의 눈동자는 언제든 맹수가 튀어나와 그녀를 짓밟고 삼켜버릴 듯했다.서정혁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5년 동안 자신을 마음에 담아온 여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 자신에게 향했던 마음과 정성, 익숙한 몸까지 점차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모습이 참기 어려웠다.방음이 완벽한 화려한 객실 안에는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고요한 공간, 오랜만에 맞이한 단둘만의 시간, 떨리는 입술과 사슴처럼 맑은 눈동자...무거운 숨을 내쉰 서정혁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두근거렸다.갑자기 강시원의 턱을 붙잡더니 다른 손으로는 여전히 손목을 꽉 붙잡은 채 거칠고 급하게 입을 맞췄다.“음...!”눈을 동그랗게 뜬 강시원은 당황하며 몸을 비틀었다.한쪽 손밖에 움직일 수 없어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쳤지만 전혀 밀어낼 수 없었다.서정혁의 눈빛이 점차 흐릿해지더니 억지로 그녀의 입을 벌려 거침없이 다가갔다.본래 자기 아내이자 자신의 소유물이었다.이곳에서 그녀를 차지한다 해도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그래서 더 격정적으로 입을 맞추고 마음껏 갈망했다.5년 동안 이렇게 깊이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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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노크 소리가 울렸다.배기훈이 대답하자 황근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 제가 고른 경호원 연기 실력이 괜찮은 것 같아요.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호텔을 떠났습니다.”배기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정말 다행입니다. 대표님께서 선견지명으로 제때 구해주지 않으셨다면 강시원 씨가 서정혁에게 당할 뻔했습니다.”이를 악문 황근우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기분이 풀리지 않으신다면 기회를 잡아 서정혁을 몰래 혼내주겠습니다. 철저히 처리해 절대 대표님이 연루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필요 없어.”복숭아꽃 같은 배기훈의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까마귀 깃털 같은 속눈썹을 천천히 내리더니 손가락으로 잔을 돌렸다.“두 사람은 아직 법적으로 부부 사이야.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할 건 없어.”황근우는 입을 삐쭉이며 속삭였다.“정말 그렇게 생각하신 거라면 조금 전 그런 행동 하시지도 않으셨...”바로 그때 쨍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무표정하게 있던 배기훈이 맨손으로 와인잔 기둥을 부러뜨렸다.“대표님!”깜짝 놀란 황근우는 달려가 배기훈의 손을 살폈다.다행히 손가락에 굳은살이 있어 큰 상처는 없었다.“강시원 씨를 돕는 건 강부안 여사의 은혜를 갚기 위함일 뿐이야.”배기훈은 냅킨을 집어 우아하게 손가락을 닦았다.입을 다문 황근우는 더 이상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며칠 전 대표님께서 강시원 씨 어머니와의 인연을 살짝 언급하는 걸 들어보니 큰 은혜를 입은 모양이었다.“다른 일들은 모두 마무리했어?”남자가 갑자기 차갑게 물었다.“모두 처리했습니다.”살짝 고개를 끄덕인 배기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대표님!”황근우가 결국 참지 못하고 배기훈을 부르자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무슨 일이야?”황근우는 아쉬운 마음으로 물었다.“정말 강시원 씨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으신 건가요?”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두 사람 관계가 잘 풀리길 바랐다. 이처럼 좋은 여자를 놓치지 않았으면 했다.배기훈은 뒤돌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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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칭찬 감사합니다.”강시원은 부드럽게 웃었지만 그녀의 시선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곽은희의 눈빛은 마치 아들 짝을 골라주듯 살피는 듯했다.“얼른 앉자.”곽은희는 강시원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혔다.“여사님, 유 변호사님 통해 저희 엄마 옛 지인이라는 말은 들었습니다.”강시원이 곧바로 본론을 꺼내자 곽은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엄마와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나와 네 엄마는 대학교 동문이었다.”곽은희는 악어가죽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경향 대학교 축제 때 찍은 사진인데 나와 네 엄마가 같이 찍었어.”강시원은 고개를 내려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진 속에는 젊고 기상 넘치는 강부안의 모습이 선명히 있었다.순간 서글픈 마음에 사진을 다시 보려던 찰나, 곽은희가 사진을 거둬들였다.“졸업 후 나는 해외 유학을 떠났고 네 엄마는 국내에서 사업을 키웠다. 그 뒤로도 연락을 끊지 않았고. 몇 차례 귀국할 때마다 만나 이야기도 나눴어. 그때 네가 나이가 어려서 기억하지 못할 거야.”“그러셨군요.”강시원은 엄마의 지인 명단에 해외로 떠난 곽씨 성을 가진 여자가 있음을 희미하게 떠올렸다. 모든 정황이 일치했다.“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네 엄마의 건강 상태가 이미 좋지 않았어. 병원에서 진료받길 권했지만 일이 마무리되면 그때 가보겠다고 말했었지.”곽은희가 눈물을 글썽였다.“이렇게 영영 이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유재윤도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강시원은 태연한 표정으로 티슈를 건네 눈물을 닦으라고 건넸다.곽은희가 감정을 추스르자 강시원이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그런데 해외에서 여기까지 저를 찾아오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눈물을 닦은 곽은희는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강시원과 유재윤이 의아한 눈으로 서류를 응시했다.거기에는 주식 양도 계약서라는 글씨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이게 뭐죠?”깜짝 놀란 강시원은 숨이 막힐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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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강시원과 유재윤은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30퍼센트나요?!”“삼촌 되시는 강 회장님께 45퍼센트의 지분이 있다고 들었어. 가족끼리의 일이지만 친척 간이라고 해도 계산은 정확히 해야 하는 법이야. 그러니 너도 지분을 손에 넣어야 하지 않겠니? 그래야 회사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을 수 있고.”곽은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순조롭게 네 길을 걸어가길 바라. 네 엄마가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여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엄마와 저한테 큰 은인이세요.”감동받은 강시원은 눈물을 글썽였다.“지금 당장 보답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언제든 힘든 일이 생기시면 말씀해 주세요. 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하하, 보답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곽은희는 웃으며 농담 섞인 말을 꺼냈다.“내 아들이 너보다 몇 살 많은데 투자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 키는 190센티미터에 눈도 크고 코가 오뚝해. 피부도 하얗고... 생긴 것도 꽤 괜찮아.”유재윤은 순간 위기감을 느꼈다.강시원은 설명을 들을수록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배기훈과 부쩍 닮은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아들이 사업은 자리 잡았지만 아직 결혼하지 못했어. 혹시 내 며느리가 되어주지 않을래? 두 집안이 더욱 끈끈한 사이가 되면 좋겠구나.”강시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전...”“시원이는 이미 결혼했고 아들도 한 명 있습니다.”유재윤이 곧바로 나서 열띤 제안을 막았다.“어린 나이에 벌써 시집가고 엄마가 되었구나.”곽은희는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세상에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좀 더 신중하게 고르지...”강시원은 담담하게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내가 좀 더 일찍 연락했더라면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줬을 텐데 아쉽구나. 수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내 아들만큼 뛰어난 남자는 찾기 힘들다.”아들 이야기를 하는 곽은희는 자랑스러운 모습이었다.유재윤은 자신이 선을 넘은 건 아닌지 생각했다.강시원을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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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기훈아, 우리가 안 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내가 널 모를 리 있어. 강시원 씨에게 마음이 없었다면 멀리 해외에 있는 날 불러내 이런 연기를 꾸밀 일도 없었겠지. 너를 알고 지낸 지금까지 여자에게 이토록 마음 쓴 걸 한 번도 못 봤어. 심지어 강아지도 암컷은 곁에 두지 않잖아, 처음엔 성적 지향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어.”배기훈은 가볍게 시선을 내려뜨렸다.“예전에는 사업 확장에 매진하느라 연애할 마음도 시간도 없었을 뿐입니다.”“정말 시간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이 예쁜 강시원 씨를 줄곧 기다려 온 걸까?”곽은희는 예리한 눈빛으로 배기훈의 감정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여전히 창밖을 응시하는 배기훈은 무릎 위에 올린 큰 손으로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기다린 적 없어요.”“여사님, 강시원 씨와 대화는 잘 되셨나요?”황근우가 백미러를 보며 호기심 가득 물었다.강시원의 곱고 섬세한 얼굴을 떠올린 곽은희는 배기훈의 뛰어난 용모를 바라보며 두 사람이 천생연분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대화는 순조로웠어. 강시원 씨는 총명하고 예의 바르며 용모도 빼어나 보는 내내 마음에 들더라고.”황근우가 바로 기회를 잡고 제안했다.“여사님, 비록 신분을 속이셨지만 지금 강시원 씨께서 여사님을 매우 신뢰하고 있습니다. 혹시 배 대표님과 강시원 씨 사이를 이어주실 수 있을까요?”배기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황근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곽은희가 눈을 깜빡였다.“이미 시도해 봤어. 내 아들이 키도 크고 외모도 훌륭하며 사업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어.”“제멋대로 자식 취급하시는군요.”배기훈은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마음은 왠지 모르게 들떴다.“내 나이 정도면 네 중매쟁이 노릇은 충분히 할 수 있지.”황근우는 흥분하며 재차 물었다.“강시원 씨 반응은 어떠했나요?”곽은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젊은 나이인데 벌써 결혼하고 아이까지 키우고 있을 줄 몰랐어. 인연이 닿지 못했구나. 기훈이 너와 인연이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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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시원아.”유재윤이 핸들을 잡고 앞을 응시했다.“왜, 선배?”강시원이 마음을 가다듬었다.“지분을 되찾은 건 진심으로 기쁘지만 곽은희 여사가 뭔가 수상쩍은 느낌이 들어.”기쁨을 뒤로 하고 다시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강부안 여사는 인간관계가 단순했어. 어릴 적 네 엄마 곁에 있을 때 곽씨라는 성을 가진 지인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고. 게다가 말과 행동을 보면 네 엄마와 같은 계층의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다소 허풍스러운 느낌이 들어.”강시원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술을 다물었다.그녀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차마 꺼내지 못했을 뿐이다.“돌아가면 곽은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 항상 경계하는 것이 좋을 거야.”“고마워, 선배.”차가 문 빌리지 입구에 멈추자 강시원은 작별하고 내렸다.“앞으로 힘든 싸움이 이어질 거야.”유재윤이 차 창문을 내리고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 삼촌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어떤 일이 생겨도 전력을 다해 도울게. 앞으로 영원 테크 법률 고문은 내가 할게.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지 이용해도 돼.”눈시울이 뜨거워진 강시원은 말없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 돌아섰다.강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재윤은 거친 숨을 내쉬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손으로 눌렀다.“시원아, 앞으로 망설이지 말고 힘껏 나아가. 선배는 언제까지나 네 뒤에서 든든히 지켜볼 테니까.”짝사랑 상대일 뿐 상대방의 마음이 자신을 향하지 않음을 알기에 사랑 고백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녀에게 정서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집에 돌아온 강시원이 샤워를 마칠 때쯤은 이미 자정이 넘었다.머릿속이 복잡한 탓에 잠이 오지 않아 드물게 텔레비전을 켰다.소파에 기대 담요를 두르고 심심풀이로 채널을 돌렸다.늦은 밤 방영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해외 수입 드라마가 나오는 채널에 머물렀다.졸린 기운이 몰려올 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곽은희의 목소리 같았다.눈을 게슴츠레 뜬 채 화면을 쳐다본 강시원은 순간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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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강시원은 드라마에서 본 사실을 자세히 유재윤에게 털어놓았다.“설마 배우였어?”유재윤은 깜짝 놀라 숨을 참았다.“처음부터 네 엄마 동문으로 갑자기 나타나 수상하다 싶었는데 역시 속셈이 있었군.”“신분 자체는 거짓이 아니야. 현재 M국에 거주하며 재벌가에 시집와 아선 그룹 안주인으로 지내고 있어.”강시원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잡았다.“속일 생각이었다면 가명과 거짓 신분을 썼을 텐데 본모습으로 만난 걸 보면 순수한 사기 목적은 아닌 것 같아.”“그러면 너를 속이려는 게 아니라 명분을 만들어 어머니의 지분을 돌려주려 한 건가?”강시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이 높아.”유재윤은 의아해했다.“네 엄마와 연관이 전혀 없는데 지분이 어떻게 곽 여자 손에 넘어간 걸까? 계약서는 진짜였어. 꼼꼼한 성격의 네 엄마가 낯선 사람에게 기업 운명이 걸린 지분을 맡길 리 없어.”강시원이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정확한 사실은 모르겠지만 지분을 사적으로 점유하지 않고 돌려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나에게 악의는 없다고 생각해. 돈은 인성을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니까.”유재윤은 이내 뭔가 생각이 난 듯했다.“곽은희 여사 뒤에서 누군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겠네.”강시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침묵했다.자신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익명의 조력자가 있는 것, 곽은희는 눈가림에 불과한 사람이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곽 여사 정체를 몰래 조사할 테니, 이후에 연락이 와도 방심해서는 안 돼.”“응. 항상 경각심 갖고 있을게.”“그리고... 황 비서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원래 내일 말하려고 했었어.”유재윤의 목소리가 엄숙해졌다.“네 삼촌이 거래처 두 곳으로부터 고소당했어. 원가 절감을 위해 불량 제품을 납품하고 밀수 혐의까지 겹쳐 상대방 이익을 침해했거든. 징역형은 물론 막대한 채무까지 떠안게 될 처지야. 영원 테크가 힘든 상황이지만 덕분에 큰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기도 하지. 네가 지분도 보유하고 창업자 외동딸 신분까지 갖췄으니 기업 경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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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초췌한 얼굴이 된 강용호는 수염도 어지럽게 자라 있었지만 여전히 회장으로서의 위세를 부리며 감옥 안에서 뒷짐을 지고 조급하게 왔다 갔다 했다.“시원이 소식은? 별다른 움직임 없어?”장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아무 소식도 없습니다. 움직임이 있었다면 벌써 보석으로 석방됐을 텐데요.”화가 치민 강용호는 발을 구르며 분노했다.장 비서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을 이었다.“회장님, 강시원 씨 정말 인정머리가 없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꽤 됐는데 한 번도 면회 온 적도 없고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보석 석방을 시도한 흔적도 전혀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두는 거 아닌가요.”“정말 정도 없고 핏줄도 모르는 계집애야! 죽은 어머니랑 판박이로 고집불통이군.”허리에 손을 얹은 강용호는 격한 분노에 휩싸였다.강용호와 장 비서만 아는 둘만의 비밀이 있었다.바로 강용호가 친여동생의 유언장을 조작했다는 사실이다.원래 강부안의 유언장에는 45퍼센트 지분은 딸 강시원에게 물려주고 현재 강용호가 거주하는 추의관 별장 역시 강시원에게 물려주기로 적혀 있었다.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 동생의 사업을 돌봐준 자신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허무하게 나앉을 순 없었다.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던 강용호는 동생이 중병에 걸려 의식이 흐릿한 틈을 타 유언장을 고쳐 쓰고 지분과 기업, 조카에게 돌아가야 할 모든 것을 몰래 차지했다.아직까지 진실을 모르고 여전히 삼촌이라 부르는 강시원을 어리석다고 여겼다. 서정혁에게 외면받고 임지민에게 밀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장 비서가 더욱 심하게 선동했다.“회장님, 강시원 씨가 일부러 외면하는 게 틀림없습니다.”“무슨 소리야?”“회장님께서 구치소에 갇혀 형을 받게 된다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굴까요?”장 비서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강시원 씨가 줄곧 영원 테크 대표 자리를 노리며 경영진에 들어가려는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회장님께서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기업을 차지하게 되니 바로 바라던 결과일 겁니다. 지금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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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현재 30퍼센트 지분을 확보했지만 대부분 지분은 여전히 삼촌의 손에 쥐여 있다.대주주 자격으로 이사회를 강행해도, 강용호와 한통속인 임원들이 새내기인 강시원을 윗자리에 앉혀줄 리 만무했다.영원 테크의 지도자가 자리를 빈 지금이 세력을 노리는 최적의 시기였다.강시원이 경영 자격을 모두 갖췄다 해도 그들은 온갖 방해를 걸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것이다.성수연은 귀국하자마자 문웨스트에서 강시원을 만났다.룸 안에서 성수연은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고 은행 카드를 억지로 쥐여주었다.“이게 뭐야...”강시원은 놀라 얼어붙었다.“이 카드에 14억 원이 들어있어. 내가 수년간 모은 돈이야.”성수연은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는 듯 강시원의 손을 꽉 붙잡았다.“나도 이제 여유가 있고 외할머니 건강도 안정적이라 이 돈이 내 손에 있어봤자 그냥 쓸모없는 종이 조각일 뿐이야. 네 엄마 회사가 지금 자금난에 처한 걸 알고 있어. 적은 금액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편하게 써.”“안 돼, 이건 받을 수 없어.”강시원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카드를 밀어냈다.“네가 이 돈을 모으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아. 외할머니 건강이 언제 나빠질지 모르는데 필요할 때를 대비해야 해. 나도 저축한 돈이 있으니 당분간은 버틸 수 있어. 걱정 마.”두 사람은 한동안 밀고 당겼지만 강시원의 고집을 끝내 꺾지 못한 성수연은 결국 돈을 강시원에게 건네지 못했다.“배기훈 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봤어? 그쪽 반응은 어떤데?”강시원은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원망하는 말 한마디 없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도와주지 않은 거야?”성수연은 믿기 힘든 표정이었다.“그동안 함께 겪은 일도 많고 사이도 좋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지, 배기훈 씨가 나에게 빚진 적은 없어. 예전에 도움을 내가 줬다 해도 억지로 부담을 줄 순 없어.”배기훈이 외면한 일에 처음에는 서운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았다.“기훈 씨도 나름의 판단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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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극도의 공포에 눈을 부릅뜬 강시원은 집 문을 응시한 채 온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문짝에는 붉은 물감, 즉 돼지 피로 빚 갚으라는 네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고 커다란 엑스 표시까지 붉은색으로 그려져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주변 흰 벽에는 뒤틀리고 흉측한 원한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 마치 끔찍한 범행 현장과 같았다.크게 놀란 강시원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손끝이 굳고 저려 화면 잠금을 풀지 못했다.“안녕, 강시원.”뒤에서 발걸음 소리와 낯선 남자의 음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바짝 긴장한 강시원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금목걸이를 걸고 허술한 차림의 중년 남자 두 명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두 분 누구시죠? 저를 아나요?”연속 뒷걸음질 친 강시원은 상대가 좋은 의도가 아님을 직감했다. 등에도 순식간에 식은땀이 흘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납치 사건을 겪었는데 또 악당이 찾아온 것이다.또다시 임지민 모녀의 소행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우리를 모를 수밖에 없지. 하지만 네 삼촌 강용호는 우리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야.”배 나온 기름진 머리 남자는 염주를 만지며 하얗고 예쁜 그녀를 훑어보면서 침을 삼켰다.“강용호가 우리에게 빌린 돈은 원금과 이자 합쳐 11억 6천만이야. 반년 가까이 갚지 못했어. 지금 회사에 일이 생겨 고소당해 구치소에 갇혔지. 강용호를 찾을 수 없으니 결국 너에게 청구할 수밖에. 네가 강용호의 친조카이자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이잖아.”강시원은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평소 대중 앞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이들이 주소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을 리 없다.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한 가지, 강용호가 악당들에게 그녀의 정보를 넘긴 것이다.두려움보다 배신감과 분노가 더욱 깊게 밀려왔다.어릴 적부터 곁에서 지켜본 삼촌이 기업 위기를 타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본인의 지위를 위협하는 조카를 방해하고 제거하려 한 것이다.이익 앞에서 혈육의 정마저 종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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