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421 챕터

제381화

임지민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다. 경시 상류층 사모님 모임 만찬에 참석한 박영주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 거실에는 임성호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아빠!”임지민은 소녀처럼 활기차게 달려가 임성호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출장 다녀오셨네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이런, 다 컸는데 아직 아빠한테 애교를 부리네. 하지만 이 아빠도 지민이 정말 보고 싶었단다.”임성호는 자식을 지극히 아끼는 아빠의 눈빛으로 임지민을 바라보며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줬다.여자가 애교를 부리면 임성호는 마음이 녹아내렸다.예전 박영주도 이렇게 어여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본처와 자식마저 버리고 박영주의 부드러움에 빠져들었다.강시원은 자기 엄마를 똑 닮아 성격마저 고집이 세어 남에게 순종하며 아첨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임성호는 그 모녀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었다.남자라면 누구나 여성의 존경과 동경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하지만 강시원의 엄마는 뛰어난 재능과 빼어난 능력에 명문가 출신이었기에 임성호는 언제나 그녀에게 밀리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함께 있는 것조차 숨 막히는 듯 힘들었다.그러던 어느 날, 큰 거래처 저택의 이사 잔치에 참석했다가 저택에 공연을 하러 온 박영주를 만났다.부드럽고 애교 넘치는 박영주의 모습에 금방 마음이 끌려 두 사람은 이내 비밀스럽게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연녀였던 박영주가 임지민을 임신했다. 임성호는 몸이 약한 박영주를 위해 수억 원을 쏟아부었다. 고급 차와 명품 가방, 보석 등... 모든 것들을 다 갖다 바쳤다.반면 정식 아내였던 강시원의 엄마는 평범한 다이아 반지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손에는 백금으로 된 순금 결혼반지만 끼고 살았다.아내의 검소하고 담담한 모습은 임성호 눈에 점차 인색하고 재미없는 모습으로만 비쳤다.사랑하지 않게 되면 상대방이 숨 쉬는 것마저 잘못으로 보이는 법이었다.“아빠, 이번 출장 가서 제 선물 사셨어요?”임지민은 기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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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임지민은 속으로 흥분하며 물었다.“그래요? 증거 있어요?”“경시에서 이런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조금만 알아보면 금방 나올 거야.”임성호가 궁금해하며 물었다.“지민아, 그런데 왜 이걸 물어보는 거냐?”“아빠, 요즘 강용호가 영원 테크의 의료 특허 두 건을 정혁 오빠에게 60억 원에 팔았어요. 하지만 그 늙은이가 분명 뒤에서 나쁜 짓을 더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보를 더 많이 알아내 정혁 오빠가 미리 대비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의료 특허...”눈빛이 어두워진 임성호는 생각에 잠겼다.“강시원 엄마의 기술 두 가지인데 지금은 오래된 기술이라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됐어요.”임성호는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하지만 예전에는 강부안의 연구 성과가 시대를 선도하며 한때 크게 유행했었지.”“아빠, 혹시 아직도 강부안 여사님 못 잊고 있는 건가요?”임지민이 입을 삐쭉하며 투정을 부렸다.“그럴 만도 하죠, 강부안 여사님이 워낙 학력도 높고 집안도 좋으니 남자들이 안 좋아할 리 없잖아요. 만약 그렇게 크게 앓지 않았더라면 아빠가 엄마랑 저를 임씨 가문에 들이지도 않았겠죠.”“지민아, 왜 그렇게 너 자신을 비하하는 거야. 내 마음속에 너와 네 엄마가 가장 중요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임성호는 웃으며 다정한 얼굴로 임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녀석, 왜 죽은 사람까지 질투해? 그렇게 할 일이 없어?”“그러게요. 하지만 죽은 사람이라도 질투가 나는 걸 어떡해요.”“지민아, 네 마음 알아. 정혁이를 위해 최대한 뭐든 챙기고 싶고 이 기회를 빌려 너희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은 거지?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한마디 한 임성호는 말투가 바뀌더니 진지하게 당부했다.“하지만 정혁이를 돕는다 해도 정혁이 뒤에서 조용히 뒷바라지해 주는 여자가 되어야지. 절대로 앞에 나서서 싸우려 들지 마. 남자들은 자기 곁에 있는 여자가 너무 앞에서 나서서 뭘 하는 걸 바라지 않아. 조용히 조신하게 있는 걸 더 원해.”임지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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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레몬 아이스티를 마시던 강시원은 이 말을 듣고 빨대를 힘껏 깨물었다. 바늘 같은 아픔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예전에 엄마와 임성호의 사이는 그럭저럭 화목했었다. 어쩌면 그때는 아무 권력이 없었던 임성호인지라 엄마의 재능에 의지해 기반을 다져야 했기에 억지로 참고 지낸 것일지도 모른다.시간이 흐르며 임성호는 점차 엄마를 냉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잦은 모임과 출장을 핑계로 일 년 중 절반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강시원이 몰래 엄마에게 일러준 적도 있었지만 당시 강부안은 온 정신을 사업에 쏟고 있었다.임성호의 회사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사교 생활과 일상까지 모두 버렸던 강부안은 한때 그녀 앞에서 무릎 꿇고 평생 아껴주겠다고 맹세했던 남자가 정말 배신할 줄 꿈에도 몰랐다.“시원아, 걱정하지 마. 넌 열심히 공부만 해. 엄마 아빠 사이엔 아무 문제 없으니까.”“네 아빠는 착한 사람이야, 절대 엄마를 배신할 리 없어.”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 말을 온전히 믿었을 뿐이었다.하지만 경시에서 자리 잡은 임성호는 점차 냉담하고 차가운 본색을 드러냈다.그때 마침 회사에 경제적 위기까지 겹쳐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강부안은 연구팀의 핵심 인재를 빼앗긴 데다 자금난까지 겹치자 심각한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그러던 어느 날 강부안의 회사 연구실에 갔던 강시원은 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임성호와 박영주의 은밀한 침대 위 사진들이었다.역겹기 그지없는 사진들에 구경꾼들은 놀리는 말과 비웃는 시선으로 강부안의 마음을 난도질하고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아버렸다.그날 이후 강부안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며 정신 상태가 오락가락했다. 그렇게 끝내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임성호는 강부안을 정신병원에 보내자마자 곧바로 박영주 모녀를 집안으로 들였다.그뿐만 아니라 영원 테크의 대부분 자산을 몰래 빼돌려 강용호에게는 빈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남겨줬다.강부안이 세상을 떠난 반년 뒤, 강시원은 TV에서 우연히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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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유재윤은 순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다음에 또 돈 얘기하면 나 정말 화낼 거야.”그래서 두 사람은 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강시원은 그저 속으로 나중에 돈 생기면 제일 먼저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유재윤이 다시 물었다.“시원아, 강 여사님 돌아가시기 전에 정신 상태가 계속 안 좋았어? 아니면 가끔은 괜찮았다가 다시 이상해졌어?”“가끔은 정신이 돌아왔지만 나중에는 그런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어.”오랜 시간 변호사 생활을 해온 유재윤은 머리가 총명하고 예리했기에 이상한 점을 금방 눈치챘다.“강 여사님은 평소에도 준비성이 철저한 성격이었어. 게다가 회사 이사장이었으니 너를 위해 분명 유언을 남겼을 거야. 남기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돼.”“유언은 남기셨어요. 유언장에 회사 경영권을 외삼촌에게 넘기고 회사 대부분의 지분도 외삼촌이 대신 보유한다고 쓰여 있었어. 내가 성인이 된 뒤에 지분을 내 명의로 옮기기로 했고.”강시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내가 성인이 된 뒤에 외삼촌에게 지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어. 그저 설 교수님 따라 연구에만 전념하느라 회사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고.”“대신 보유라고? 신탁이 아니라?”유재윤은 들으면 들을수록 수상쩍어 눈살을 찌푸렸다.“지분을 대리 보유한다는 건 큰 위험이 따르는 거야. 만약 대리인이 마음을 바꿔 부인하면 어떡해? 강용호가 가진 지분이 네 엄마가 너에게 남긴 거라는 완전한 증거가 있어야 해.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났으니 증거는 이미 없어졌을 거야. 설령 소송을 해도 본래 네 것이었던 지분을 돌려받지 못할 거고. 시원아, 강 여사님이 네 미래에 대해 정말로 이렇게 성급하게 행동했을까?”순간 숨을 들이켠 강시원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배 말은... 외삼촌이 엄마의 지분을 가로채고 유언을 조작했다는 거야?”“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유재윤은 강시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동안 내가 상속 분쟁 사건을 정말 많이 맡았거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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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영원 테크? 예전에 자체 개발한 로봇으로 과학 정상회의에 나왔다가 로봇이 얼마 걷지도 못하고 나사가 떨어졌던 그 작은 회사 아니야? 이런 수준이면 사고 터지는 게 당연하지.”지나가는 사람들의 비웃는 말에 유재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시원을 바라보았다.강시원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 가슴을 가라앉혔다.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트위터를 클릭했다.“회장이 불법 밀수 거래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퍼졌어. 원가를 아끼려고 연구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밀수로 들여온 저질 제품으로 바꿨다고 해.”“그러면 다 불량품 아니야? 그래서 그런 쓰레기 제품이 나온 거군!”“진짜 대단하다. 작은 회사인데 이렇게 하다니.”“밝혀져서 다행이지, 아니면 영원 테크 제품 사는 사람만 손해 볼 뻔했네.”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옆자리 두 사람은 계산한 뒤 자리를 떴다.실시간으로 퍼지는 핫이슈 기사를 다 훑어본 강시원은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졌다.영원 테크는 서정 그룹 같은 대기업이 아니었기에 과학과 금융계 사람들만 이런 기사를 보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어느새 퍼져 업계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시원아, 네 외삼촌 정말 대담하구나. 밀수 같은 불법 일까지 저지르다니.”유재윤이 이를 악물었다.“기소당하면 최소 3년 형이야. 혼자 감옥 가는 건 상관없지만 영원 테크까지 같이 끌어 내리다니. 돈 몇 푼 아끼려고 명예까지 다 저버렸어. 정말 미친 짓을 한 거네.”“하필 이때...”강시원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무슨 말이야? 이때?”“강용호가 서정 그룹과 특허 양도 계약을 맺자마자 이런 기사가 터졌어.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히지 않아.”요즘 온갖 일을 겪으며 담담해진 강시원은 차분히 말했다.“선배, 부하 직원에게 부탁해서 이 소식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아봐 줄 수 있어?”“잠깐만 기다려.”유재윤은 바로 황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10분 뒤 황시민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시원아, 알아냈어. 가장 먼저 이 기사를 퍼뜨린 언론사는 KSC 방송국이야. KSC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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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분노가 가득 담긴 강시원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본 한수현은 망설이기 시작했다.“사모님, 서 대표님께서는...”“소식을 유출한 곳은 서정 그룹이 컨트롤하는 KSC 방송국이에요. 이 점만 봐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영원 테크는 쇠약해져가는 작은 기업으로 파산 직전 상태라 평소엔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곳인데, 어떻게 부정적인 소식 하나만으로 국내 3대 방송국 중 하나인 KSC가 이토록 크게 주목하는 걸까요?”강시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강씨 가문에 이런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서 대표님 말고 또 누가 있겠어요!”“사모님, 진정하십시오.”한수현은 어쩔 수 없이 설명을 이어갔다.“KSC에 소식을 퍼뜨린 건 확실히 서 대표님입니다. 하지만 대표님께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다 사모님 때문입니다.”말을 마치자 스스로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을 위해 난처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또 사모님에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그저 월급 받고 일하는 직원일 뿐 신분이 미약해 어쩔 도리 없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나 때문이라고요?”강시원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영원 테크는 엄마가 세상에 남겨준 제 마지막 추억이에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야 하는 곳임을 서정혁은 알고 있어요. 내가 이혼을 언급해 본인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악독하게 보복하는 거라고요. 영원 테크의 숨통을 조이는 건 곧 내 목을 조이는 것과 다름없어요. 영원 테크를 파괴하는 건 나를 파멸시키는 일이나 마찬가지고요. 정말 수단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예의 바르게 자라온 강시원도 격한 분노에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니 아랫사람까지 그럴 수밖에 없겠죠. 경영진부터 이처럼 비열한 사람들이니 서정 그룹에 오대호 부부처럼 마음이 흉악한 패악질들이 생겨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요.”속으로는 속 시원한 말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사모님, 사실 서 대표님도 사모님을 어떻게 하지는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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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여태껏 줄곧 임지민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내버려두지 않았나요. 5년 동안 늘 그래왔잖아요.”한 걸음 물러선 강시원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또박또박 말했다.“돌아가 그 사람에게 전해요. 임지민과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다 써보라고요. 나 강시원은 영원 테크와 함께 끝까지 맞설 테니까.”한수현은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서정 그룹 법무팀 직원들을 데리고 왔다.한수현이 사무실로 들어가 강용호를 만나는 사이 강시원은 문밖에서 기다렸다.그 사이 안에서 분노에 찬 물건 부수는 소리와 격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이곳이 사무실이 아니라 승자독식의 격투장 같았다.강시원은 눈을 감고 조용히 있었다.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뭔가 파괴되어야 새로운 것이 세워지는 법, 큰 파괴 뒤엔 더욱 큰 기둥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강용호가 이런 추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강시원도 이렇게 빠르게 영원 테크 메인 세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하늘에서 내린 최고의 기회일지도 모른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수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과 함께 걸어 나왔다. 서정 그룹 직원들은 주위 사람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한 위압감을 풍겼다.그들 앞에서 영원 테크는 보잘것없는 작은 공장처럼 보였다.한수현 일행이 떠나자 강시원은 노크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하지만 골머리를 앓고 있을 법한 강용호는 태연하게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시원아? 왜 여기 왔어?”강용호는 그녀를 반갑지 않은 손님처럼 여기며 짜증을 냈고 태도도 좋지 않았다. 체면조차 챙기지 않는 모습이었다.“삼촌, 참 여유로우시군요.”강시원도 더 이상 겉치레만 챙긴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아 대치했다.“문밖엔 임금 체불하러 온 노동자처럼 기자들이 가득해요. 인터넷 여론 또한 심상치 않고요. 경찰 소환까지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시가 피울 여유까지 있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노골적으로 비꼬는 말에 이를 악물듯 화가 치민 강용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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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삼촌, 조건 하나 제시하죠.”강시원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영원 테크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해주신다면 돌아가 서정혁에게 계약상 배상 조항을 삭제하도록 할게요.”“흥, 네가?”강용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조카야, 솔직히 말해봐. 너와 서정혁 사이 지금은 그저 쇼윈도 부부 행세하는 거 아니야?”강시원은 안색이 한치도 변하지 않았지만 숨이 막혀왔다.“임씨 가문 그 여자애가 서정혁의 애인이지? 내가 사람 시켜 알아봤다. 지난 5년 동안 두 사람은 각종 자리에 늘 함께 다니며 매우 가깝게 지냈더구나. 게다가 그 여자는 서씨 가문 네 시어머니와도 친모녀처럼 지내고 있고. 넌 서씨 가문에서, 그리고 서정혁 마음속에 어떤 위치일까? 서정혁의 마음은 이미 너에게서 떠났다. 애초에 너를 마음에 둔 적이 없었을지도 모르고.”말을 이어가는 강용호는 눈빛에 혐오감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럴 만도 하지. 네가 엄마처럼 사람의 인심 얻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 너 자신을 꾸미지도 않으니... 해외 유학파라 말이 통하는 임씨 가문 딸과는 비교도 안 되지. 내가 서정혁이라 해도 임지민에게 마음이 가는 게 당연한 일이고.”명백한 모욕이었다.하지만 강시원은 화내지 않고 담담하게 강용호를 응시했다. 그 눈빛에 강용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러니 서정혁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네 말은 왠지 거짓말일 것 같구나. 네게 과연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까?”속눈썹을 살짝 떤 강시원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사실 강시원 본인도 확신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강용호를 속이고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해야 했다.“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어요. 게다가 아이도 낳았고 서씨 가문 어르신과도 사이가 좋아요. 정혁 씨 마음은 다시 돌아올 거예요.”“흥, 진심으로 이런 정을 소중히 여겼다면 애초에 임지민 여우 같은 년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았겠지.”강부안처럼 무력해 보이는 강시원의 모습에 강용호는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지난 5년 동안 영원 테크가 힘든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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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강시원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서정 그룹 산하의 6성급 호텔에 도착했다.수많은 유명 스타들이 이곳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기에 유명 인사들 사이에선 이곳에 연회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로 여겨졌다.하지만 한때 서정 그룹 대표이사 사모님이었던 그녀는 이곳에서 식사 한 끼 해본 적도 없었다. 연회나 결혼식은 더욱 꿈도 꿀 수 없었다.그녀의 결혼식은 본가에서 진행됐다. 서씨 가문과 임씨 가문, 양가 식구들의 눈치만 보느라 테이블도 두 개밖에 없었다.다시 한번 그날을 떠올리니 속이 메스꺼울 지경이었다.“저 여자 좀 봐. 이런 차림으로 호텔 로비에 들어오다니, 정말 대담하네.”직원들은 얕보는 눈빛으로 강시원을 쳐다봤다.“그러게. 어느 시골에서 온 건지 촌스럽기 짝이 없어. 저 사람 지나가면 청소부 불러서 지나간 자리 싹 닦고 고급 향수 뿌려서 공기 정화해야겠다.”“그런데 얼굴 정말 예쁘지 않아? 화장 하나도 안 했는데 말이야.며칠 전 서 대표님께서 임지민 씨 데리고 왔을 때도 예뻤다 생각했는데, 이분에 비하면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이 드네.”“말조심해. 임지민 씨 험담했다가 직장 잃을 뻔했어. 서 대표님께서 아끼는 분이시잖아.”강시원은 이런 수군거리는 소리를 모두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서정혁이 임지민을 자주 이곳에 데리고 왔음을 짐작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단순 식사만 했을 리는 없을 것이고 식사 뒤 분명 느긋한 시간도 보냈을 것이다.“사모님!”강시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뒤돌아봤다. 한수현이 부하직원 두 명을 데리고 급히 다가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한 비서님,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요. 저는 이제 사모님이 아니에요.”강시원은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공공장소든 사적인 자리든 아직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어도 서정혁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싶었다.수군거리던 호텔 직원들은 깜짝 놀라 당황했다.“방금 한 비서가 저 여자한테 사모님이라고 불렀어?”“누구 사모님인데? 설마 서 대표님 사모님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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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하지만 이번만큼은 서정혁이 웬일인지 그녀의 불편한 기색을 알아챘다. 마지막 연기를 내뿜은 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눌러 껐다.“집안 회사에 큰일이 났는데 태연하기 그지없군.”서정혁은 턱을 살짝 들더니 거만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응시했다.강시원은 사람을 압도하는 남자의 시선을 똑바로 보며 차갑게 웃었다.“이 지경까지 왔으니 조급해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파산하면 되는 거니까.”남자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내 처참한 꼴 보고 싶거나 애원하는 모습을 보려는 거라면 소용없어.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거니까.”지난 5년 동안 서정혁을 위해 흘린 눈물이 바다를 이룰 지경이었다. 전생에 빚을 졌다 해도 이제 다 갚았을 터였다.눈을 가늘게 뜬 서정혁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 정말 그런 생각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겠지.”느긋하게 일어나 한 걸음씩 다가왔다. 강렬하고 쓴내 나는 남성적인 향이 그녀를 에워쌌다.가슴이 조여온 강시원은 연이어 뒤로 물러서다가 결국 등이 벽에 세차게 부딪히며 발걸음을 멈췄다.두 사람의 발끝이 스치듯 닿았다. 깨끗한 고급 맞춤 구두 표면에는 그녀의 당황하고 난처한 모습이 비쳤다.“강시원, 거래 하나 하자.”서정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눈 속에 짙은 소유욕이 피어나며 그녀를 통제하고 사로잡으려는 기색이 감돌았다.“내 곁으로 돌아와.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을 갖출 필요도 없고 지민이처럼 뛰어난 능력도 요구하지 않아. 서도훈 아이만 잘 키워주면, 서씨 가문 안주인 자리는 영원히 네 것이야.”강시원은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이 남자는 자기 아내 노릇이 아주 좋은 일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황당하고 비열하기 그지없었다.“약속만 한다면 즉시 배상금 내라는 조항 삭제할게. 그뿐만 아니라 영원 테크에 자금 지원과 기술 지원 적극적으로 할게. 네 엄마가 남기신 회사, 다시 되살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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