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421 챕터

제411화

임성호는 강시원을 보면 늘 짜증이 났지만 임지민에게는 유독 인내심이 강했다. 딸이 울거나 투정을 부려도 모두 너그럽게 받아주었다.“지금은 예전과 달라 여론이 터지면 통제하기 힘들어. 대중은 언제든 불매 운동을 벌이니 체면을 잘 챙겨야 해. 그래야 나중에 이혼해도 정혁이 가십거리에 오르지 않아.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부드럽게 참을성 있게 정혁 곁을 지켜. 집에서는 마음껏 투정 부려도 부모가 뭐라 하지 않겠지만 정혁 앞에서는 최대한 참아야 해. 아빠인 나 말고는 잔소리 많은 여자를 좋아할 남자는 없다, 알겠지?”임지민은 눈물을 그쳤다.“네, 아빠...”“그래, 우리 딸 착하네. 밥 먹자.”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임지민은 방으로 돌아가 쉬었고 임성호와 박영주도 침실로 들어갔다.“여보, 정혁이 혹시 일부러 영원 테크를 키워주려는 건 아닐까?”박영주는 임성호의 잠옷을 갈아입혀 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예전에 운도 테크를 세울 때 얼마나 애썼는지 나 다 봤어. 만약 정혁이 영원 테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면 언젠가 강씨 가문이 우리를 뒤쫓아 오지 않을까? 나 너무 걱정돼. 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 정말 기분 나쁠 것 같아.”“정혁이 강용호를 돕는 건 단지 자기 체면 때문일 뿐이야. 남자로서 내가 정혁이 속셈을 모를까 봐.”임성호는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우월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냉소를 지었다.“게다가 영원 테크를 계속 강용호에게 맡겨두는 게 오히려 다행일 수 있어.”“왜? 왜 그렇게 생각해?”“강용호는 머리도 나쁘고 회사를 키울 의지도 없어. 기술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인간이니까.”임성호는 아내의 턱을 살짝 잡아 위로 올리더니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영원 테크가 강용호의 손에 있는 게 나는 더 마음이 놓여.”남자의 숨은 뜻을 알아챈 박영주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뜨거운 입맞춤을 건넸다....오늘은 배강 그룹 회장 사모님 한효선의 생일이었다. 배씨 가문의 제경 캐슬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안팎으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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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황근우가 먼저 차에서 내려 공손하게 차 문을 열었다.긴 다리를 내디디며 차 밖에 선 남자는 몸을 굽혀 차 안에 있던 아들을 안아 밖에 내려놓았다.오늘 밤 배기훈은 검은 트렌치코트 대신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더블브레스트 검은 정장을 입었다. 부드러운 소재와 넉넉한 실루엣이 그의 훤칠하고 선명한 체형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건장하고 늠름한 모습에 성숙한 매력이 더해졌고 귀여운 아이의 손을 잡은 모습까지 어우러져 온몸에서 매력적인 아빠로서의 분위기가 흘러나왔다.“식사하고 바로 돌아갈 거니까 오래 머물지 않을 거야. 차 안에서 기다려.”배기훈이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황근우는 공손히 대답했다.밖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와 가정부들은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배씨 가문의 셋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훤칠한 모습에 까무러칠 지경이었지만 이내 모두 허리를 숙였다.“안녕하십니까!”배기훈은 아들의 작은 손을 꽉 잡고 무표정한 채 가정부들 앞을 지나갔다. 강한 기세에 아무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배씨 가문의 첫째인 아들과 둘째인 딸은 셋째인 배기훈보다 더욱 귀한 대접을 받으며 배강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한쪽은 제멋대로이고 다른 한쪽은 방자하게 행동하는 자식들이라 후계자로서의 위엄 있는 기세는 갖추지 못했다.하지만 배기훈에게는 큰 자리마저 압도하는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아빠가 설계한 평범하고 따뜻한 세상에서만 자란 배다울은 이런 광경이 처음인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빠의 손을 꽉 쥐었다.“다울아, 아버지가 곁에 있으니 긴장할 필요 없어.”배기훈은 아이의 당황한 모습을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위로했다.“잠시 앉아 있다가 곧 집으로 갈 거야.”“아빠가 있으니까 나도 무섭지 않아요.”배다울은 허리를 쭉 펴며 최대한 아빠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애썼다.집사가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하자 뒤에 있던 가정부들이 수군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세상에, 너무 잘생겨 눈을 뗄 수 없을 지경이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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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깜짝 놀란 한효선은 배기훈을 바라보며 입술을 하얗게 깨물었다.한참 뒤, 두 사람만 들릴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기훈아, 네가 어떤 처지인지 너도 잘 알잖아. 지난 2년 밖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니 아버지도 드디어 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 이 기회를 빌려 배씨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라. 네가 돌아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만 한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죽음까지 언급하는 한효선은 어느새 눈물을 글썽였다.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있던 배기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서 여기 돌아오기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고 배명욱과 배율희의 모욕을 참아야 한다는 건가요? 어릴 적부터 제가 쓰레기처럼 밟히는 걸 지켜보셨으면서 계속 방관하셨잖아요? 어머니 아들로 태어났으니 비천한 걸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까?”한효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기훈아, 2년 동안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지만...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 나도 후처로 들어와 남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야. 네 아버지가 성격이 얼마나 강한지 너도 잘 알잖아. 명욱이와 율희 또한 특별히 아끼셔. 나도 그사이에 끼여 정말 곤란해.”이를 악문 배기훈은 눈이 붉어진 채 쓴웃음을 지었다. 마음속 깊이 밀려온 실망이 온몸에 퍼졌다.한효선은 늘 이랬다. 언제나 곤란하다, 정말 곤란하다는 말뿐이었다.“기훈아, 엄마 말 잘 들어. 명욱과 맞서지 마. 명욱이는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야. 앞으로 배강 그룹의 후계자로 정해진 사람이야. 아버지가 아직 회사에 계실 때 빨리 회사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네 한몫 챙겨야 해. 명욱이가 점차 배씨 가문의 핵심 사업을 모두 차지해 배강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면... 그때는 너에게 아무런 기회도 없어.”한효선은 눈물을 꾹 참으며 진심 어린 어조로 권했다.“명욱이는 그저 말이 거칠 뿐이야. 그 몇 마디 듣는다고 네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잖아. 마음 넓게 쓰고 돌아온 목적을 잘 생각해 봐. 잠시 수고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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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아이가 존중받지 못하는 건 아버지인 자신이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다울아, 아버지가 약속할게. 앞으로 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될 거야.”“아버지, 왜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예요?”배다울은 천진난만한 큰 눈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지금도 이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예요!”목이 멘 채 아들의 손을 꽉 쥔 배기훈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오늘 밤 가족 만찬은 수년 만에 배씨 가문 식구들이 가장 많이 모인 자리였다.식탁 상석에 앉은 중년 남자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 관리가 잘 되어 혼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뚝한 코에 금테 안경을 걸쳐 겉보기에는 온화하고 점잖아 보였지만 매처럼 예리한 눈빛은 그의 강단과 깊은 속셈, 뛰어난 판단력을 드러냈다.배명욱은 아버지의 눈매를 물려받았고 배율희는 혼혈 같은 이목구비를 이어받았다.오직 배기훈만 배씨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배강수와 닮은 구석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어머니의 유전자를 더 많이 물려받은 모습이었다.“아버지, 셋째 동생이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다가 돌아오더니 배씨 가문의 첫 손자까지 데리고 왔네요.”만찬이 시작되기도 전에 귀에 거슬리는 술에 취한 배율희의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셋째 동생, 계산이 참 빠르네. 겉으로는 아줌마 생일을 축하하러 온 척하지만 속으로는 아들을 데리고 와 아버지와 조상님께 인정받으려는 거잖아.”배강수는 어두운 눈으로 배다울을 응시하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기훈아, 아이는 어디서 데려온 거야? 아이 엄마는 누구야?”배기훈이 답하기 전에 배명욱이 비웃듯 말했다.“분명 내세울 만한 신분은 아니겠죠. 그렇지 않았다면 셋째 동생이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았을 리 없잖아요.”배율희도 거들었다.“그러게 말이에요. 아들을 낳은 여자라면 명문가에 시집와 자식으로 인정받고 싶어 할 테니까요.”그러고는 배기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동생, 아내가 어떤 사람이길래 아줌마 생일인 오늘 얼굴도 비치지 못하는 거야?”식사 내내 배다울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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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할아버지, 할머니. 저를 받아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런데 저 때문에 아빠에게는 화내지 말아 주세요. 아빠가 매일 일하며 저를 키우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고생도 많이 하셨고요.”말을 이어가는 아이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게 물들더니 눈물을 글썽였다.배기훈을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평소 배다울은 낯선 사람 앞에서 소심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아빠를 위해서는 언제든 주저 없이 나서곤 했다. 배기훈은 코가 시큰해졌다.“강수 씨, 아이가 얼마나 착하고 어른스러운지 봐요. 이 나이에 벌써 부모가 고생한 걸 알다니,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네요.”한효선은 처음에 배다울에게 무관심했지만 점점 호의가 생겼다.“서씨 가문에도 또래 아이가 있는데 제멋대로이고 학교에서 친구들까지 괴롭힌다고 들었어요. 제멋대로 굴고 방자한 모습으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기훈이 아들은 얌전하고 말도 잘 듣네요. 그 아이와는 천지 차이예요.”서씨 가문의 아이보다 낫다는 말을 듣자 배강수도 거부감이 누그러지더니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래. 기훈이가 아이를 제대로 키웠다는 증거다. 서씨 가문 아이보다 훌륭하다니 다행이구나. 집에 돌아왔으니 앞으로 아이 데리고 자주 집에 와서 지내도록 해라.”정식으로 가문에 편입시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관계가 확실히 부드러워졌다.배기훈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버지.”배다울은 기쁜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할아버지, 할머니. 고마워요!”배명욱의 눈에는 음흉한 빛이 스쳤다. 배율희는 배다울의 귀여운 얼굴을 노려보며 속으로 악담을 퍼부었다.‘말솜씨는 좋네! 그래봤자 천박한 제 아비처럼 꾀가 많은 놈이겠지.’“하지만 기훈아,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집안 형편이 맞지 않는 여자와 사귀고 아이까지 낳은 건 우리 가족을 무시한 것이며 너 자신과 배씨 가문에도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야.”배강수는 다시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거야. 게다가 배씨 가문 자식들의 혼인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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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배기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한 턱 라인은 감정을 극도로 억누르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유부녀라고?!’배명욱과 배율희는 이 말을 듣자 바로 기운이 났다. 배명욱이 잔을 흔들며 가볍게 비웃었다.“이런, 셋째가 이번에 경시에 돌아와서 아버지께 드린 깜짝 선물이 꽤 많네요? 장손자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혼사까지 아버지 걱정을 덜게 하시네요.”배율희가 비웃으며 말했다.“큰오빠 말이 맞아요. 그런데 셋째야, 네가 눈여겨본 그 여자 남편이 아내를 너한테 내줄 것 같아?”“설령 내준다 해도 넌 우리 배씨 가문에 너무 큰 망신 주는 거 아니야? 지금 네가 애 하나 딸린 처지에 배씨 가문 후계자 라인에도 안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넌 배씨 가문 사람이야. 남이 쓰던 중고품을 아내로 맞이할 셈이야? 그건 곧 아버지의 얼굴에 침 뱉는 거나 다름없잖아?”배강수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본 한효선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져 급히 배기훈을 두둔했다.“강수 씨, 오해하지 마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배강수가 냉랭하게 흘겨보며 말했다.“당신, 기훈이가 서정혁 아내와 좀 그런 관계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은 오해라고?”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배다울은 고개를 들더니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배기훈을 바라보았다.배명욱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여유롭게 레드와인을 마셨다.눈빛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하물며 다섯 살짜리 아이도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는데.,.보아하니 배기훈과 서정혁의 아내 사이엔 정말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 모양이었다.“뭐? 서정혁 아내라고?!”이런 재벌가의 가십거리에 가장 관심이 많은 배율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누구야? 운도 테크 임 회장 딸? 그 임 씨?”배기훈이 음울하고 서늘하게 눈을 떴다. 잔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다섯 손가락 마디가 살을 뚫고 나올 듯했다.“쯧쯧, 셋째야, 눈이 꽤 높구나. 임씨 가문이 비록 우리 배씨 가문 만큼 큰 가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나마 명문가 딸이라고 할 수 있지. 생김새도 깨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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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배율희가 비웃으며 중얼거렸다.“그 여자라면... 오히려 잘 어울리네.”“말도 안 돼! 기훈이가 어찌 그런 아무것도 아닌 여자를 눈여겨보겠어?!”그러고는 배강수를 보며 말했다.“여보, 내가 전에 너무 지레짐작했어요. 기훈이는 서정혁의 아내에게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냥 몇 번 얼굴을 마주친 것뿐이에요.”한효선이 아들을 감싸며 나섰다. 배강수가 배씨 가문의 체면을 중시하고 더 나아가 정략결혼을 중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배씨 가문의 모든 자식들은 그가 권력이 있는 자들과 인연을 맺고 배강 그룹을 키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예외라고는 하나도 없었다.만약 배기훈이 그런 여자와 엮인다면 배강수는 배기훈을 더욱 깊이 싫어할 뿐이었다.그렇게 되면 그녀의 아들은 정말 배씨 가문에서 설 자리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었다.“그래, 당신 말이 맞아야 할 거야.”배강수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기훈아, 그런 여자는 설령 서정혁의 아내가 아니라 해도 절대 배씨 가문으로 들어올 수 없다. 앞으로 너와 그 여자에 대해 헛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 네가 스스로 배씨 가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겠다면 말이야!”...간단한 생일 만찬은 화목하지 못한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겨우 끝을 맺었다.오늘 밤, 배기훈은 이번 생애 처음으로 배씨 가문에 돌아온 것이었다. 처음 얼굴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목적은 배강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그래서 마음속에 아무리 분노가 치솟아도, 손톱이 손바닥을 뚫어 피가 나도 전혀 티 내지 않았다.만약 자신의 희로애락조차 감추지 못하고 감정조절도 못 한다면 돌아올 자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배씨 가문 남매들과 승부를 겨룰 수도 없었다.배기훈이 아들의 손을 잡고 거실로 걸어가자 황근우가 다가왔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황근우는 침울하고 어두운 표정의 배기훈을 보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배기훈은 마음에 근심이 가득한 채 말했다.“괜찮아.”“셋째야.”순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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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늦은 밤, 조용한 집안.침대에 누운 강시원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강용호가 서정혁에 의해 보석으로 풀려나 영원 테크로 돌아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그녀와 맞설지 알 수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막막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다.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뒹굴었다.그때 머리맡의 핸드폰이 진동하자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집었다. 화면에 뜬 것은 다울이의 이름이었다.‘아이가 늦은 시각에 전화하다니,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강시원은 바로 몸을 일으켜 바로 전화를 받았다. 마치 전화를 건 이가 자기 친아들이라도 되는 양,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다울아, 왜 그래? 이모가 도와줄 일 있니?”“이, 이모... 죄송해요... 늦은 시간에 휴식 방해해서...”여리고 약한 배다울의 목소리에 약간 울먹이는 기운도 섞여 있었다.“괜찮아, 졸리지 않아 잠 못 자고 있었어.”강시원은 아이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다울아, 무슨 일이라도 있어? 이모한테 말해봐, 이모가 꼭 도와줄게.”배다울은 코를 훌쩍이며 진지하게 물었다.“이모... 정말, 우리 아빠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요?”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을 살짝 떤 강시원은 무의식적으로 이불보를 꽉 쥐었다.“이모...”“다울아, 나랑 너희 아빠는... 가능성이 없어. 우선, 너희 아빠는 너희 엄마를 정말 사랑해. 그리고 나도 네 아빠를 좋아하지 않아.”강시원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커다란 환상을 품고 있는 다울이에게 실로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매도 먼저 맞아야 한다고, 아이가 날이 갈수록 희망을 품게 하느니 차라리 일찍 깨닫게 해서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잊게 하는 편이 나았다.다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이 말을 하고 나니 강시원의 가슴속은 고구마를 가득 먹은 듯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었다.“시원 이모... 저는... 우리 아빠가 이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깜짝 놀란 강시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늘 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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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서정혁 덕분에 보석으로 풀려난 강용호는 또다시 거만해졌다. 병원에서 부상 치료 중에도 비서 장경진을 시켜 성 대표에게서 계속 비취 원석을 사들이라고 지시했다.그러나 매번 대부분은 잃고 조금만 따는 게 일상이었다. 수십억 원짜리 돌을 깐 후 엉망진창인 결과가 나와도 타고난 도박쟁이처럼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회사 경영이 어려워도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라고는 없었다. 다른 대표이사님들은 목숨 걸고 올인해서 파죽지세로 위기를 타파하려고 하지만 강용호는 한 푼도 내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강시원 앞에서는 가난하고 힘들다고 울상을 지으며 짠 내를 폴폴 풍겼지만 수십억 원을 도박이나 원석 베팅에 쾌척하면서 정작 몇억이라도 내서 정식 경로로 부품을 사들이는 것은 죽어도 싫어했다.그래서 강용호가 영원 테크를 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면 임성호도 두 발 편이 뻗고 잘 수 있었다.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강용호는 상처도 어느 정도 나아서 이제 퇴원할 수 있었다. 지금 회사는 대표이사가 없으니 인심이 흉흉했다. 강용호가 나서서 지휘하지 않으면 몇몇 이사들과 주주들이 들이닥칠 판이었다.물론 보름 동안의 소란 끝에 외부의 여론도 점차 잦아들었다.비즈니스 세계는 워낙 하루하루가 새로운 법이니까...누가 하루가 다르게 몰락해 가는 미래가 없는 조그만 공장을 계속 주목하고 있겠는가?오늘 오전 회사에 온 강용호는 인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결정했다.회의실 안, 몇몇 이사들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왼팔에 석고 붕대를 한 강 회장을 보자 표정이 매우 복잡했다.“콜록콜록... 여러분, 최근 일어난 일들은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강용호가 목청을 가다듬고 씁쓸하게 웃는 모습은 우는 것보다도 더 보기 싫었다.“우리 회사는 지금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경찰 측에서도 계속 저를 괴롭히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큰 압박이라도 지금까지 견뎌온 만큼 앞으로 여러분이 함께 힘을 합쳐 영원 테크가 이 난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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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무슨 일이야? 지금 회의 중인 거 안 보여!”강용호가 몹시 짜증스러운 얼굴로 버릇처럼 윗사람 행세를 했다.“회장님, 큰일 났습니다.”장경진이 허리를 숙이며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강시원 씨가... 사람들을 데리고 회의실 쪽으로 오고 계십니다.”“강시원이 왔다고?!”순식간에 안색이 확 변한 강용호는 낮은 목소리로 이를 갈며 말했다.“왜 들여보냈어? 사람을 시켜 막지 않고 뭐 했는데?!”“감, 감히 할 수 없었습니다.”장경진은 겁먹은 표정이었다.“어찌 됐든 서 대표님의 아내시고 게다가 서 대표님께서 이제 막 회장님을 도와주셨잖습니까.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하긴, 강시원에게는 서 대표의 아내라는 또 하나의 신분이 있었다.그들이 결혼 관계를 유지되는 한, 강용호는 그녀에게 적어도 예의는 지켜야 했다.“젠장! 그래도 막아야지, 회의실이 개나 고양이가 마음대로 드나드는 곳이냐?!”강용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쏠렸다.날카로운 하이힐 소리와 함께 강력하고 날카로운 강시원이 아우라를 내뿜으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죄송합니다, 여러분 회의 중에 방해해서요.”강시원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붉은 입술, 맑고 차가운 살굿빛 눈동자에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시선이 결국 강용호의 굳은 낯빛에 멈췄다.눈빛에는 상대방을 압박하는 기운이 엄청나게 뿜어져 나왔다.강용호는 의자에 등을 바짝 붙였다. 강시원이 자신에게 일종의 보이지 않는 충격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덤벼드는 모습에 오랜 세월 풍산고초를 겪어와 노련해진 강용호도 잠시 당황하는 듯했다.지금 눈앞에 있는 검은 정장을 입고 요염한 붉은 입술을 한,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이 여자가 정말 자기 약하고 우둔했던 조카딸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정말 하늘과 땅이 뒤바뀔 정도로 변했다.바로 그때 늠름하고 호리호리하며 대나무처럼 곧은 한 남자도 느긋하게 걸어 들어와 강시원 곁에 나란히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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