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훈은 마치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빙산처럼, 배명욱이 아무리 힘을 써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살짝 놀란 배명욱은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눈앞의 이 남자는 더 이상 어릴 적 자신에게 괴롭힘과 모욕을 당하던 겁많은 꼬마가 아니었다. 이제 매우 강해진 데다 속도 깊으며 온몸에서 위험한 기운을 내뿜었다. 손대기 어려운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형님 생각은 알겠지만 곧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배기훈이 갑자기 손을 확 밀쳐내자 배명욱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형님이 아버지 아들이라면 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법에 따라, 저와 형님, 그리고 어머니 모두 상속자 1순위에 속하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형님 몫도 있을 뿐만 아니라 저와 제 어머니 몫이 있습니다.”배명욱은 화가 나서 입에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한효선과 배기훈 모자는 배씨 가문의 기생충이자 재앙이었다.배기훈이 배명욱의 곁을 지나가려는 순간, 그의 음흉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그날 밤, 강시원을 구한 사람, 너지?”배기훈의 시선이 한층 무거워졌다.“구한 사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그날 밤, 만찬이 열린 호텔에서 내 비서가 네 비서와 마주쳤어. 그때 네 비서가 안고 있던 사람은 강 대표의 그 여비서였지.”배명욱이 서늘한 눈빛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배기훈의 뒷모습을 흘낏 보며 말했다.“너와 네 비서,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잖아. 네 비서가 거기 나타났으니 너도 그곳에 있었겠지. 하지만 그날 밤 참석자 명단에는 네 이름이 없었어. 그런데 네가 왜 갑자기 그 호텔에 나타났을까?”배기훈이 주먹을 꽉 움켜쥐자 연푸른 핏줄이 팔뚝에 드러났다. 그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다.“막내야, 내가 강시원 씨에게 상당히 관심이 있다는 걸 너도 알아챘을 거야. 분명히 말해두는데 나, 강시원 씨에게 첫눈에 반했어. 여태껏 이토록 내 마음에 쏙 드는 여자는 처음이야. 그래서 강시원 씨와의 만남, 아주 소중히 여기고 있어.”배명욱이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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