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541 - Chapter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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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황근우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이용’이라는 단어가 날카로운 칼처럼 고막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대표님, 대표님 곁에 오래 있은 만큼 강시원 씨에 대한 대표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강시원 씨를 위해 하신 모든 일도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고요. 가끔은 강력하게 대응할 때도 있지만 그 속에 악의는 절대 없었다고 믿습니다.”“내가 강시원에게 품은 마음이라...”배기훈은 긴 속눈썹을 떨며 다시 시계로 손목의 빨간 머리 끈을 가렸다.“내 마음을 강시원이 정말로 필요로 할까? 강시원이 원하는 건 서정혁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걸 거야.”“그럴 리가요. 강시원 씨가 5년 동안 정성을 다했는데도 결국에는 개 한 마리한테 잘해준 것보다 더 못한 게 되었는데 아직도 미련이 있다고요? 그러면 정말...”‘뼛속까지 호구잖아요.’황근우는 배기훈과 강시원 사이에 풀리지 않은 오해와 하지 못한 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평소에는 과감하고 치밀했던 배기훈이 오히려 강시원을 대할 때 망설이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발견했다.뭔가 강시원 앞에만 서면 자존감이 매우 낮아진 것 같았다.이렇게 잘생기고 능력도 있는 배기훈이 왜 강시원을 대할 때는 이렇게나 자존감이 낮은 걸까?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근우야, 솔직히 말하면 이번 일에 내 사심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야.”배기훈이 창밖을 바라봤다. 눈빛이 어두워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지만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걸 보니 무언가 격한 감정을 감추고 있는 게 확실했다.“29년간의 치욕을 참으면서 오늘까지 왔어. 복수라는 생각 하나로 그동안을 버틴 거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차가운 시체가 됐을 거야.”젊었을 때 배기훈은 여러 번 자살을 생각했다. 완전히 해방되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강시원의 어머니가 배기훈에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온기를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정말 자신을 포기했을 것이다.그래서 반드시 배씨 가문에 복수하기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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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씨발! 누구야?! 나를 때린 놈 누구야! 나와!”“역시, 아직 덜 맞았나 보군. 네 머리통을 깨뜨리고 이빨을 하나씩 뽑아 버려야 정신 차릴래? 그때는 지금처럼 짖을 힘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구나!”그 순간, 신빈우가 배강 그룹의 부하 직원 두 명을 데리고 음흉한 눈빛으로 주건우 앞에 걸어왔다.“너, 너희들 누구야?!”얻어맞은 주건우는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퍼졌다. 바닥을 향해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나... 나는 너희들이 누군지 몰라. 그런데 왜 나를 때리는 거야? 여, 여기는 어디야?!”신빈우가 코웃음을 쳤다.“여기는 배강 그룹이 사들인 빌딩이야. 뭔가 감이 와?”“배강 그룹...”머리를 재빨리 굴린 주건우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온몸을 덜덜 떨었다.“너희, 너희들... 배 대표님의 사람들이야?!”“이제 와서 겁이 난 거야? 아까는 엄청 즐겁게 욕하더니.”신빈우가 허리를 굽히고는 음흉한 눈빛으로 주건우를 응시했다.“말해 봐, 다른 사람은 얼마든지 몰래 찍어.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영명하시고 멋지신 배 대표님을 찍었냐 말이야. 빨리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 배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몰라? 아까 여기 올라올 때 보니까 바닥 콘크리트 공사를 하고 있던데... 주 실장님, 설마 우리 배강 그룹 프로젝트 기초 공사에 일조하고 싶은 건 아니지?”겁에 질린 주건우는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너희들! 뭘 하려는 거야! 나를 죽이려는 거야?! 지금은 법치 사회야! 살인죄는 평생 감옥에서 못 나와!”“법치 사회? 좋지. 법치 사회에서 법을 무시하는 게 제일 재밌거든.”조롱이 가득한 거만한 말과 함께 담배를 문 배명욱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심드렁한 걸음으로 주건우 앞에 다가왔다.신빈우와 부하 직원들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오셨습니까?”“배, 배 대표님...?!”주건우는 배명욱을 보자마자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마지막 기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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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큰 집안이라고? 한번 보자. 얼마나 크길래? 누군데?”주건우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모두 실토했다.“그... 박영주...”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누군데?”“운도 테크 임성호 회장님의 부인입니다. 그, 그 여자 딸은 임씨 가문의 임지민이고요.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서정혁의 여자친구라고 합니다.”주건우는 이를 부들부들 갈았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박영주를 마음속으로 만 번 넘게 욕했다.“큰 배경이 있는 여자라... 감히 거역할 수가 없었습니다. 임 회장님은 그렇다 쳐도 임지민 씨 뒤에 서 대표님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함부로 거절하겠습니까?”“서정혁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곰곰이 생각하던 배명욱은 더 화가 나서 또 한 번 주건우를 걷어찼다.“넌, 서정혁을 건드리는 게 무서우면서 나를 건드리는 건 무섭지 않았어? 씨발,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서정혁만 못하다는 거네? 죽고 싶어?!”주건우는 바닥에 엎드려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대표님, 이번 일 좀 이상한데요...”신빈우가 앞으로 나서며 의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은 박영주가 누군지도 모르시고 임씨 가문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박영주가 왜 배 대표님을 몰래 찍으라고 지시한 걸까요?”주건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배명욱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아마 그 여자는 나를 노린 게 아니라 강시원 씨를 노린 거겠지. 본래 의도는 나를 폭로하려는 게 아니라 강시원을 폭로하려는 거였어. 내 말이 맞지?”주건우는 방아 찧듯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배 대표님, 정말 똑똑하십니다. 악!”“꺼져! 나를 감히 이용해 먹으려 하다니, 죗값 단단히 치러!”또다시 폭발한 배명욱은 주건우의 얼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주건우의 앞니가 날아가 버렸다.바닥에서 아파 뒹구는 주건우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배명욱이 워낙 성격이 정말 변덕스럽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1분 전까지 웃고 있었지만 1분 후에는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살아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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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무표정한 남자의 냉담한 모습에 임지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순간 너무 당황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난 5년 동안 서정혁은 임성호의 생신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갑자기 왜...임지민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내면의 초조함과 불안을 억누르고 부드러운 말투로 설득했다.“오빠, 사실 선물은 정말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 기회에 우리 가족 모두가 모여서 식사를 하는 거야. 오빠가 참석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빠에게는 최고의 생신 선물이야.”“우리 가족?”서정혁의 잘생긴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임지민은 서정혁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급히 덧붙였다.“오빠는 내 형부잖아. 언니와 나는 아버지가 같은 친자매니까 우리도 한 가족이지.”이 말에 남자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보아하니 ‘오빠'라는 호칭보다는 ‘형부'라는 호칭이 더 마음에 드는 듯했다.서정혁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초조해진 임지민은 눈시울이 붉어졌다.“형부, 오늘 밤에 아빠의 사업 파트너들도 몇 분 올 거야. 오빠가 매년 갔는데 올해 안 가면... 사람들이 형부와 우리 임씨 가문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 거야. 형부도 알잖아. 사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권력이 큰 사람한테 자세를 낮추는 거... 나는 그 사람들이 괜히 나가서 함부로 말할까 봐 그게 걱정돼. 그러면 아빠가 앞으로 협상하실 때 순탄치 않을 수도 있고...”지난 몇 년 동안 임씨 가문은 서정혁이라는 큰 나무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혜택을 보았는지 모른다. 사업장에서는 몰락한 영원 테크와는 달리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로웠다.임씨 가문을 아낌없이 지원한 이유가 임지민이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지만 임지민이 정작 이렇게 직설적으로 목적을 말하자 서정혁은 좀 거절하기 불편했다.“그래, 알았어. 갈게”남자가 마음을 바꾸었다.“정말? 오빠, 고마워!”그제야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가라앉은 임지민은 말투까지 가벼워졌다.“오빠가 안 가면 오늘 임씨 가문에 온 손님한테 제대로 해명조차 못 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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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오빠, 언니를 만나고 싶으면 내가 언니한테 연락해 볼게.”임지민은 억울하고 서운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차피 내 말은 귓등으로 듣겠지만 오빠를 위해서라면 시도해 볼 수 있...”“그래, 한번 물어봐.”임지민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서정혁이 바로 대답했다.순간 화가 난 임지민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조금 전 한 말을 거둬들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하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난 것은 서정혁이 오늘 밤 생신 잔치에서 강시원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장난하나!'오늘 밤 자리한 손님들이 그들이 부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임지민의 체면은 말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오늘 밤, 강시원이 생신 잔치에 나타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한편, 영원 테크 쪽에서는 강시원이 막 신에너지 자동차 공장을 시찰하고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아직 회색 작업복도 벗지 않은 상태였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지만 강시원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의욕이 넘쳤다.“대표님, 이 옷도 대표님한테 너무 잘 어울려요!”윤슬이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넋이 나간 듯 강시원을 바라보았다.“완전 멋져요. 너무 시크해요! 일 잘하는 여자가 제일 멋진 것 같아요! 임지민 그 가식적인 여자랑은 완전 달라 보여요. 임지민은 겉치레뿐이죠!”윤슬의 볼그레한 얼굴을 본 강시원은 너무 기분이 좋아 참지 못하고 농담을 던졌다.“윤 비서, 그게 칭찬이야? 아니면 욕이야?”윤슬은 강시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당연히 칭찬이죠! 저는 대표님의 열성 팬이에요!”“칭찬인데 나를 임지민과 비교해?”멈칫한 윤슬은 순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그때 강시원의 휴대폰이 울렸다.이로 장갑 한쪽을 물고 아래로 잡아당겨 장갑을 벗은 뒤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심플한 동작에도 윤슬은 또 넋이 나갔다. 강시원이 남자가 아니라는 게 한이 될 지경이었다. 남자였다면 정말 시집가고 싶을 텐데 말이다.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던 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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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강시원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임 회장님의 생신 잔치에는 가지 않을 거예요.”“가지 않는다고요?”“네.”배명욱이 무척 비아냥거리는 듯 웃었다.“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는데 보고 싶지 않아요?”표정이 잠시 굳어진 강시원은 몸을 돌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경거리요?”“나 지금 강 대표님 회사 건물 아래에 있어요.”살짝 놀란 강시원은 재빨리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길 건너편 가로등 아래에 검은색 애스턴 마틴이 주차되어 있었다.새까만 정장을 차려입은 배명욱이 차 문에 기대어 선 채 날카롭고 사악한 얼굴을 들어 올려 위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배명욱은 강시원이 몇 층에 있는지 몰랐지만 눈빛은 아주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집중한 것 같았다. 강시원 또한 배명욱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강시원은 급히 몸을 돌리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배명욱이 전화기 너머로 피식 웃었다.“나는 강 대표님을 볼 수 없지만 강 대표님은 분명 나를 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못 볼 리가 없죠.”“나를 임 회장님 생신 잔치에 데려가서 보여주고 싶은 구경거리가 대체 뭔가요?”강시원은 이 남자를 경계했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나랑 같이 가죠. 장담하는데 가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예요.”...오늘 밤, 임씨 가문 별장 앞은 손님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유난히 북적였다.임성호는 운도 테크를 설립한 이후, 매년 자택이나 특급 호텔에서 생일 잔치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 생일에 손님들이 가장 많이 모였다.임성호의 몸값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오늘 밤 평소 얼굴조차 보기 어려운 서정혁이 임씨 가문에 직접 방문하기 때문이었다. 서정혁에게 빌붙으려는 자들, 아첨하려는 자들은 어떻게든 서정혁과 연결 고리를 맺기 위해 임성호의 생신 잔치에 왔다.롤스로이스가 임씨 가문의 대문 안으로 들어서더니 정문 중앙에 멈췄다.서정혁과 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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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몇몇 뒷담화를 하던 손님들이 서정혁의 시선에 얼음처럼 굳어버리더니 연신 억지웃음을 보이며 허둥지둥 흩어졌다.서정혁은 차갑게 시선을 거두었지만 가슴이 너무 답답해 손으로 넥타이 매듭을 집어 잡아당겼다.강시원이 어떤 사람이든 이런 자만심만 가득한 어중이떠중이들이 함부로 평가할 일이 아니었다. 자기 아내가 남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너무 기분이 나빴다.“오빠, 아빠가 저기 있으니 우리 저기로 가자.”임지민이 서정혁 곁으로 걸어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렀다.서정혁은 무심한 표정으로 임지민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임 회장 부부가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임성호는 마치 별들 속의 환한 달처럼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서정혁은 이런 자리에 얼굴을 들이밀어 임씨 가문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 운도 테크를 도운 것은 임지민의 은혜를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그때의 운도 테크에 훌륭한 연구팀이 있었지만 자금 지원이 부족했기에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서정혁에게 일종의 투자이기도 했다.운도 테크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현재 운도 테크는 충분히 잘나가고 있었기에 서정혁은 더 이상 운도 테크의 투자에 관심이 없었다.“됐어, 난 저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해. 할 말도 없고.”서정혁이 담담하게 거절했다.“네 아빠 생신 잔치이고 또 네가 친딸이니 할 일이 많지? 나는 신경 쓰지 마. 난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올게.”말을 마치자 임지민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임지민은 서정혁을 붙잡을 겨를도 없었다. 손이 허공에 어색하게 멈췄지만 이내 화가 나고 억울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지난 5년 동안, 서정혁은 임지민을 종종 집까지 데려다주고 가끔은 집까지 들어와 식사도 했다. 하지만 거실과 식당에만 있었기에 임씨 가문 별장의 전체 구조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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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저... 저기... 혹시 서 대표님이신가요?”갑자기 고개를 들어 올린 서정혁은 중년의 여성 가정부가 놀란 표정으로 문가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액자를 들고 당당하게 일어나 곧바로 가정부 앞으로 걸어가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서정혁입니다.”가정부는 손에 빤 걸레를 들고 있어 악수하기가 불편하여,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대표님, 정말 털털하시네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대표님과 악수를 할 수 있겠어요?”“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다 똑같은 사람일 뿐입니다.”“대표님, 아래층에서 손님들과 함께 계시지 않고 왜 혼자 이 방으로 오셨나요?”“길을 잃었어요. 그런데 이 방 문만 열려 있어서 어쩌다 보니 들어오게 됐네요.”서정혁이 시선을 내려 손에 든 사진을 바라보았다.“실례지만 이 방은 누가 사용하던 방인가요?”미소 짓던 가정부는 살짝 멈칫하더니 감정이 훅 가라앉았다.“저희... 큰아가씨요.”서정혁은 사실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부에게서 확실한 답변을 듣자 심장이 조여와 저도 모르게 액자를 꽉 움켜쥐었다.“이 방에 예전에 정말로... 강시원이 살았다고요?”눈시울이 촉촉해진 가정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큰아가씨가 대학에 진학한 후로는 거의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큰아가씨가 사용하던 이 방을 지금은 현재 사모님께서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데 쓰고 계세요.”이 말을 들은 서정혁은 가슴에 이유 모를 조바심이 스쳤다. 미간은 조금 전보다 더욱 찌푸려졌다.“잡동사니를 두는 창고라고요? 그럼 강시원이 그동안 한 번도 집에 와서 자지 않았겠네요? 방을 창고로 쓰면 집에 돌아왔을 때 어디서 자는 거죠?”가정부가 한숨을 내쉬었다.“큰아가씨가 대학 다닐 때 가끔 돌아오시긴 했지만 물건만 챙기고는 급히 기숙사로 가셨어요. 설날에도... 혼자 밖에서 보내셨고 이곳에는 한 발짝도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사실 전 사모님이 돌아가신 날부터 큰아가씨는 자신을 임씨 가문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셨어요. 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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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그때는 큰아가씨도 나이가 어려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었어요. 친엄마도 잃고 친아빠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임 회장님이 현재 사모님과 그 딸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다 맞춰줬거든요. 한번은 임지민 씨가 심하게 소란을 피우며 큰아가씨와 싸움까지 벌였어요. 그러다가 큰아가씨의 얼굴을 할퀴어 상처도 냈고요. 분명히 임지민 씨가 무리한 요구를 한 건데 임 회장님은 시비도 가리지 않고 큰아가씨의 뺨을 때리셨어요!”가정부는 점점 더 흥분하며 강시원을 위해 수년간 억눌러왔던 분노와 억울함을 서정혁 앞에서 마구 쏟아냈다. 거의 생각 없이 내뱉는 듯했다.“원래 사모님께서는... 큰아가씨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셨어요. 사모님이 계실 때는 임 회장님이 큰아가씨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않으셨는데 사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남보다 더 등한시했어요. 이 별장조차 원래 사모님이 돈을 벌어 사신 건데... 그 사람들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큰아가씨를 그렇게 대하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는 제가 몸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고향에 가서 몸조리 좀 했어요. 제가 있을 때는 매주 이곳을 청소했는데 한 달 넘게 비우니 이곳이 봉쇄되고 먼지가 가득 쌓였더라고요... 큰아가씨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혹시라도 돌아왔을 때 자기가 살던 방이 이렇게 초라해진 걸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가정부의 방보다도 못한 거 보면...”눈물을 글썽이는 가정부의 모습에 서정혁은 점점 더 가슴이 답답했다. 손을 꽉 쥐자 손바닥엔 식은땀이 가득 찼다.강시원이 임씨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강부안의 죽음과 임성호의 재혼에 원망을 품고 스스로 마음의 벽을 쌓아 임씨 가문 사람들과 멀어졌다고 생각했다.게다가 평소 임지민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 가족이 강시원에게 오히려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강시원이 서정혁과 결혼함으로써 서씨 가문을 배경으로 삼아 임씨 가문 사람들을 더욱 함부로 대했다는 식이었다.하지만 사실은 서정혁이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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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눈빛이 잔뜩 어두워진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지금 갈게.”...임성호는 로비에 테이블을 여덟 개 차려놓아 생일을 축하했다. 그렇게 호화롭거나 성대한 편은 아니었지만 온 사람들은 모두 사업계에서 이름난 거물이자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임성호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줬다.서정혁은 생일의 주인공 임성호와 나란히 메인 테이블에 앉았다. 이는 서정혁의 지위와 임씨 가문이 서정혁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다른 손님들도 이에 대해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서씨 가문이 임씨 가문의 큰 투자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큰 투자자는 당연히 받들어 모셔야 하는 법이니까!임성호의 오른쪽에는 사랑하는 아내 박영주가 앉아 있었고 임지민은 서정혁 옆에 앉아 콧소리로 아양을 떨며 수시로 다정한 눈빛으로 서정혁을 흘낏 보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람들의 상상을 충분히 자극할 만했다.“아이고 저것 봐요. 서 대표님과 임지민 씨 정말 천생연분이에요!”“맞아요. 맞아!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오늘 밤은 임 회장님의 생신 잔치인데 왠지 서 대표님과 임지민 씨의 약혼 잔치 같네요!”“그러게요. 이 분위기라면 그냥 바로 약혼해 버리는 게 낫겠어요!”허영심이 극도로 차오른 임지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서정혁의 표정이 다소 침울해진 것을 눈치챘다.“오빠, 괜찮아?”임지민이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정혁은 머릿속에서 가정부의 말을 되새기느라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괜찮아.”그때 임성호가 앞에 있는 잔에 술을 따르며 사람들을 행해 축사를 말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 비서가 긴장된 표정으로 달려와 임성호의 귀에 대고 말했다.“임 회장님, 손님이 오셨어요.”“더 올 손님이 있어?”임성호의 표정이 굳어졌다.“명단에 있는 손님들은 다 왔잖아? 자리가 꽉 찼는데 더 올 손님이 어디 있어?”비서는 잔뜩 긴장한 어조로 말했다.“명단에 없는... 불청객이에요.”이 말에 임성호는 매우 불쾌해졌다.“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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