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571 - Chapter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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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너는 당장 돌아가. 그리고 영원 테크에 투자하지 마. 명심해.”“하지만 정혁아...”서정혁이 차갑게 비웃으며 입술을 올렸다.“성수연 말이 이제 내 말보다 더 먹히는 거야?”“아니야.”순간 심지경은 쉰 목소리로 부인했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년이 뭐라고 내 가장 친한 친구랑 비교할 수 있겠어. 투자 안 해, 안 할게.”“이건 우리 부부 사이의 일이야, 남들은 끼어들 필요 없어!”말을 마친 서정혁은 심지경을 밀친 뒤 차 문을 확 열어젖혔다. 폭우를 뚫고 다시 영원 테크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심지경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왠지 우울해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에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정혁아, 너 강시원한테 점점 더 신경 쓰이고 있다는 거 알아?”...대표이사 사무실 내부.창밖의 비바람과는 달리, 실내는 적절한 온도에,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강시원은 직접 조제한 향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이었다.영원 테크는 지금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회사마다 하루에 한 건씩 사건이 터지곤 했다. 향이라도 피워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 않았다면 아마 화병이 나서 쓰러졌을 것이다.방 안에는 강시원과 배기훈 단둘뿐이었다. 황근우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복도에 반듯이 서 있는 황근우는 이마의 앞머리, 턱, 그리고 옆으로 늘어뜨린 손끝과 소매에서 여전히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황 비서님.”고개를 든 황근우는 화들짝 놀랐다.윤슬이 온화하고 얌전하게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왼손에는 깨끗한 수건을, 오른손에는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빙긋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생기가 넘치고 발랄한 윤슬의 미소는 피비린내 나는 인생을 살아온 황근우에게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커피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감기 걸리겠어요.”“고맙습니다.”황근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젖은 두 손을 옷자락에 문지른 후, 정중하게 두 손으로 따뜻한 커피잔을 받아들었다.오늘 굽이 약간 있는 검은색 하이힐을 신은 윤슬은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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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배기훈은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자코 있었다.강시원은 마음을 가다듬은 뒤 단호한 눈빛으로 배기훈을 바라봤다.“오성 테크 서밋 전후로 영원 테크가 달라진 점은 사실 거의 없어요. 그런데 배 대표님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셨고요. 왜 갑자기 바꿨는지 이유를 물어보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협력에 있어 필요한 것은 세력도 한몫하지만 진정성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처럼 이름도 없는 작은 회사가 라이트 미라클 같은 대기업과 협력하다가 조금만 실수해도 산산조각 날 수 있으니까요. 영원 테크의 대표이사로서 천여 명의 직원 운명을 걸고 도박할 수 없습니다.”눈웃음을 살짝 지은 배기훈은 저음의 목소리로 은은하고 사람을 현혹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음... 강 대표 말이 틀린 건 아니지.”강시원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그날 밤, 서로 관계를 한 날, 가장 격정적이었던 순간, 강시원은 의식이 희미하게 돌아왔다.그때 배기훈이 이렇게 견디기 힘든 목소리로 뜨거운 입술을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시원아... 나 좋아해?”똑같은 목소리에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었다.하지만 그때 배기훈이 정말 이런 말을 했을까?아니면 그녀가 빠져들었을 때 생겨난 알 수 없는 환각이었을까?“강 대표? 강 대표님?”배기훈의 부름에, 강시원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눈빛은 약간 초점을 잃은 듯 흐리멍덩했으며 볼도 열기로 달아올랐다.배기훈이 강시원을 깊이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강 대표, 무슨 생각을 하길래, 얼굴이 그렇게 빨개?”강시원은 순간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곧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런가요? 사무실이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 워낙 더위를 많이 타거든요.”“강 대표가 더위를 많이 탄다고?”배기훈의 복숭아꽃 같은 눈동자 속에 감정이 은밀하게 일렁였다.“네, 어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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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숨이 턱 막힌 강시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한때 이 손으로 서정혁의 회사가 입지를 다지게 도와줬는데...입꼬리를 올렸지만 웃음은 일그러졌다.5년의 결혼 생활 동안, 서정혁은 강시원에게 무관심했다. 그래서 Nora가 누군지, 강시원이 누군지 조사하는 데 신경을 쓸 리가 없었다.어차피 강시원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늘 그녀를 얕잡아 봤다. 서정혁의 마음속 강시원은 임지민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무식한 여자일 뿐이었다.“Nora라는 존재가 더해진 영원 테크는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의 상업 가치가 백 배는 뛰어올랐다고 볼 수 있어. 게다가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중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으니, 라이트 미라클이 투자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 거 아닌가?”배기훈의 눈빛은 다소 강경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반드시 얻어내겠다는 기세였다.정적이 감도는 사무실 안, 그나마 방 안에 감도는 향기가 그들의 대치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렸다.강시원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은 마치 소리 없는 경쟁을 벌이는 듯했다.“배 대표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만 라이트 미라클과의 협력에 관해서는 고려해 볼 시간이 필요합니다.”“고려?”배기훈의 눈빛이 굳어졌다.“설마 새로운 협력 상대를 물색하는 건가?”전에 강시원이 배기훈에게 간청했을 때는 아주 조급한 얼굴이었다. 지금 영원 테크의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여유로워진 것은 왜일까?“아니요, 하지만 곧 생길 것 같아요.”강시원은 담담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었다.“배 대표님이 영원 테크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신 이유는 제가 Nora라는 사실 때문이죠. 그렇다면 제가 Nora라는 신분을 공개하면 투자 의향이 있는 자본가들이 더 많이 늘지 않을까요? 영원 테크의 문턱을 부수고 들어오겠다고 할 수도 있고요. 지난번에 배강 그룹의 배 대표님께서 신에너지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하셨어요. 만약 그분이 제가 Nora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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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얼굴이 굳어진 강시원은 순간 눈이 붉어졌다.영원 테크는 확실히 강시원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서정혁이 이익밖에 모르는 강용호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강용호는 서정혁을 VIP처럼 모실 것이 분명했다.전에 그렇게 큰 모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혁의 전화 한 통에 바로 영원 테크로 들인 것이다. 이것은 서정혁이 강씨 가문의 자존심을 바닥에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강, 강 대표님! 죄송합니다... 급하게 들어와서 막지 못했어요!”문밖에 서 있는 윤슬은 당황한 나머지 얼굴까지 빨개졌다.황근우는 큰 나무처럼 윤슬의 뒤에 서 있었다. 윤슬과 같이 바짝 긴장하며 혹시나 강시원이 윤슬을 나무라지 않을까 걱정했다.강용호가 직접 지시한 거라 외부인인 황근우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서정혁,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마침내 분노가 치민 강시원은 가슴을 일렁이며 서정혁을 향해 소리쳤다.앞으로 다가온 서정혁은 배기훈을 밀치려 했으나 배기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너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강시원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서정혁은 복잡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똑바로 바라봤다.서정혁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강시원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남자의 눈빛에는 원망과 분노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전에 자신이 무시하고 오랫동안 냉대했던 아내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남편으로서 주지 못한 관심을 이제는 보상하고 싶었다.하지만 도도하기 짝이 없는 서정혁은 자존심 때문에 이런 생각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할 얘기 없어, 나가.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문을 가리키며 분노한 강시원은 서정혁에게 체면 따위 주지 않았다.난폭하고 횡포하며 무식한 행동에 정말 진절머리가 났다.서정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강시원, 다른 사람한테 우리 부부 우스운 꼴을 보여야 마음이 편해? 남편이 회사에 와서 아내를 찾는데 아내가 남편을 문전박대하고 다른 남자를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이야기하는 게 말이 돼?”강시원은 화가 나서 온몸이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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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안...”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기훈이 갑자기 손을 내밀어 서정혁의 팔뚝을 세게 쳤다.“악!”순간 팔 전체가 저리는 듯한 느낌에 서정혁은 곧바로 강시원의 손을 놓아버렸다.하지만 강시원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서정혁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곧바로 배기훈의 얼굴에 강력한 주먹을 날렸다.“개자식!”반걸음 뒤로 물러선 배기훈은 입가에 어느새 피가 흘러내렸다.“배 대표님! 괜찮으세요?”바짝 긴장한 강시원은 본능적으로 배기훈을 부축했다.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입가의 피를 천천히 닦아낸 배기훈은 흉악하던 눈빛이 강시원의 걱정에 순식간에 사라졌다.“안 아파, 괜찮아.”많이 아픈 것 같았지만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약간 답답하면서도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사실, 서정혁은 배기훈을 절대 이길 수 없었다.배기훈이 조금만 힘을 쓰면 조각 같은 서정혁의 얼굴을 친어미도 못 알아볼 정도로 두들겨 팰 수 있었다.하지만 배기훈은 일부러 반격하지 않았다.강시원은 배기훈의 모습에 조급한 어조로 물었다.“이게 어떻게 안 아파요? 피도 났잖아요!”배기훈은 시선을 살짝 내리며 눈빛에 깃든 알아챌 수 없는 미소를 가렸다.강시원이 배기훈에게 조금만 기회를 줘도 이 남자는 바로 이 여자를 붙잡을 것 같았다.순간 정신을 차린 서정혁은 그제야 자신의 충동적인 폭력이 오히려 강시원과 배기훈을 더 가깝게 만든 것임을 깨달았다.강시원이 배기훈을 부축하며 핏발이 선 눈동자로 서정혁을 노려보았다.“서정혁! 미쳤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바로 덤벼들어? 도대체 언제쯤 사람답게 굴 거야? 이렇게 싸가지 없는 짓, 언제 그만둘 거냐고!”“내가 싸가지 없다고?”서정혁은 강시원의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되뇌었다.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배기훈을 향해 삿대질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재벌 2세의 품위 따위 없었다.“강시원, 안 보여? 억울한 척, 불쌍한 척하는 개 같은 놈이 먼저 손을 쳤어. 그런데 왜 나를 욕해?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너,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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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황근우의 말이 나오자 사무실 전체에 공기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였다.서정혁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강시원을 바라봤다. 눈동자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듯 순식간에 충혈이 되었다.몸에 전기가 통한 듯 온몸이 굳어진 강시원도 얼굴이 백지장처럼 변했다.그날 밤을 언급하면 배명욱과 일어날 뻔했던 일이 떠오를 뿐만 아니라 배기훈과의 일도 떠오르기 때문이다.억울함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부끄러움이 더 컸다.“황근우! 그만해!”검은 눈동자로 황근우를 응시하는 배기훈은 눈빛이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서정혁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지만 지금은 확실히 말하기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다.“강, 강 대표님... 그날 밤에...”문가에 멍하니 서 있던 윤슬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가렸다.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사실 윤슬은 야무지고 강해 눈물을 잘 흘리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주의와 어리석음 때문에 강시원이 나쁜 자식에게 속아 큰일이 날 뻔했다는 말을 듣자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벼랑 끝에 서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대표님! 대표님이 말하지 말라 해도 저는 오늘 말해야겠어요! 고생은 대표님이 다 하는데 좋은 소리 한마디 못 듣는데요? 바람둥이인 이 남자한테 맞아야 하냐고요? 무능하고 화만 낼 줄 아는 이 남자는 강 대표님 남편이 될 자격이 없어요! 그러면서 자리만 떡 하니 붙잡고 놓지 않고 있잖아요.”황근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정혁이 갑자기 황근우의 옷깃을 붙잡았다. 봉황 같은 두 눈은 무서울 정도로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거친 숨결에 온몸이 떨렸다.“내 아내가 거의 누군가에게 당할 뻔했다니? 똑똑히 말해봐! 누가 내 아내를 건드리려 했는데? 누가야! 감히!”주먹을 꽉 쥔 강시원은 분노에 가득 찬 남자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살면서 서정혁이 강시원 때문에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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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선배, 미안, 우스운 꼴 보였네.”강시원이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바보 같은 녀석, 넌 내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야. 가족끼리 우스운 꼴이라니. 아까 그 찌질이 같은 서정혁이 개처럼 발악하던 그 모습이 진짜 우스운 거지.”부드러운 눈빛으로 강시원을 바라보는 유재윤의 눈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근데 아까 대체 무슨 일 있었어? 배기훈이랑 그 등신 같은 녀석이 어떻게 다 네 사무실에 있었던 거야?”강시원은 얼굴이 창백한 채 입술만 깨물었다.“아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진짜 전쟁이 난 줄 알았다니까.”“배 대표가 영원 테크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해서 금방 이야기를 마쳤는데 서정혁이 갑자기 들이닥쳤어. 그러면서 미친 사람처럼 굴더니 배 대표를 때리기까지 했어.”강시원은 답답함에 이마를 짚었다.시선을 내린 채 잠시 생각하던 유재윤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서정혁이 너한테 점점 신경 쓰이는 모양이구나.”“농담 그만해, 그저 자기 체면만 생각하는 사람이야. 소유욕이 강해서 지기 싫어하는 것뿐이고.”강시원은 유재윤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내가 서정혁과 임지민을 용서하고 다시 서정혁 곁으로 돌아간다면 서정혁은 예전보다 더욱 나를 얕보고 내 자존심을 짓밟을 거야.”유재윤은 입꼬리를 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자가 남자를 가장 잘 아는 법이 아니겠는가? 서정혁의 마음속에 강시원의 자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정말 신경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크게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분노가 일렁이는 눈빛과 무거운 숨결은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유재윤은 강시원에게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 없었다. 강시원이 마음을 돌리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누구라도 상관없겠지만 강시원이 아이를 낳다가 죽게 만든 남자, 그녀의 5년 청춘과 세월을 낭비하게 한 서정혁은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일단 서정혁 얘기는 그만하자.”강시원은 음울함을 털어내며 자신이 오랫동안 소중히 보관해 온 푸른색 도자기 잔을 꺼내, 유재윤에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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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눈을 가늘게 뜬 강시원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유재윤과 시선을 마주쳤다. 한편, 영상 속에서는 큰 웃음소리가 났다. “하하! 헛소리하지 마! 네가 임성호 와이프랑 잤다고? 꿈에서 잤겠지!” “X발! 내가 잤다면 잔 거야!”주건우는 담배를 힘껏 빨아들이며 술기운을 빌려 자랑스럽게 과거의 전적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나 임성호 와이프랑 고등학교 동창이야. 같은 고향 출신이고, 고등학교 때 1년 넘게 사귀었어. 그런데 나중에 내가 수능을 쳐서 운해시를 떠났어. 그년은 집안 형편이 너무 안 좋아서 대학을 못 가고 자퇴하고 일하러 나갔지... 꺽!”누군가 끼어들었다. “무슨 뜻이야? 그럼 임성호 와이프가 고졸 출신에 막노동을 하던 여자라는 거야?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했다고 하지 않았어?”주건우가 욕을 퍼부었다. “예술은 개뿔! 그년은 아무것도 몰라, 잘 아는 건 남자 꼬시는 거지!”모두가 또 큰 소리로 웃었다.주건우는 고등학교 때 박영주가 어떻게 자신을 꼬셨고 두 사람이 사귀게 된 후에는 어떻게 방과 후 교실에서 관계를 가졌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생생하고도 자세한 묘사에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나머지 세 남자는 듣다 보니 점점 갈증이 나는 듯 음란해졌다.“와, 그럼 박영주가 아직 처녀였을 때 네가 그 순결을 빼앗았다는 거야? 진짜 존나 음탕하네!”“그러고 나서 박영주랑 잔 적은?”주건우는 불룩한 배를 내밀면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그년 지금 임성호한테 붙어 있잖아, 내가 또 뭘 하겠어? 게다가 지금은 늙었잖아, 난 어리고 귀여운 여자가 좋아.”“박영주, 나 한 번 본 적 있는데 나이가 좀 있긴 해도 여전히 기운이 남다르더라.”주건우가 한마디 했다.“아무리 풍채가 남아 있어도 늙은 건 늙은 거야, 젊은 여자처럼 촉촉하지도 않고 허리 놀림도 별로야.”“틀린 말은 아니네. 역시 주건우, 대단해. 임성호가 네가 갖고 놀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게 하다니. 임 회장이 알면 머리에서 연기가 날 거야!”동영상이 갑자기 끊겼다.유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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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임성호는 자신이 순수하고 순결한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남들이 철저히 갖고 놀다 버린 더러운 물건이었다. 조금만 조사해 봐도 경력이 아주 풍부하지.”유재윤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시원아, 이 일, 어떻게 할 생각이야?”따뜻한 차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신 강시원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깊고 어두워졌다.“이 동영상을, 익명으로 임성호에게 보내.”유재윤의 표정에 흥분한 기색이 묻어났다.“언제?”“기다릴 거 뭐 있어? 오늘 바로 하자.”...배기훈과 황근우가 영원 테크를 나와 돌아갈 때는 비도 걷히고 날도 갰다.하지만 백미러 속 대표이사의 얼굴은 여전히 음울하고 답답했다.황근우는 무서운 마음에 침을 꿀꺽 삼켰다. 배기훈의 입가 상처를 보며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상처가 아직 아프신가요? 병원으로 모셔 드릴까요?”“누가 너더러 참견하라고 했어.”차가운 배기훈의 목소리는 아주 위압적이었다.황근우는 말문이 막혔다.“저... 저는 대표님께서 그렇게 억울하게 당하는 걸 차마 볼 수가 없어서요.”“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오늘 같은 손해는 감수할 만해.”배기훈은 눈을 반쯤 감았다.“하지만 네가 나서서 서정혁과 정면으로 맞서는 건 아니야. 서정혁이 그 사건의 진실을 알게 하면 안 돼.”멈칫한 황근우는 뭔가 깨달은 듯 자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시원이 얼마나 억울한지 서정혁이 모르면 여전히 무분별하게 임지민 편을 들 것이며 절대 뉘우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면 서정혁의 마음 또한 강시원에게 절대 기울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알게 된다면 강시원에 대한 서정혁의 태도가 어쩌면 변할지도 모른다.남자의 마음에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한 여자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겠는가.미안함이 생기면 감정이란 분명 생기기 마련이었다.그제야 자신이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은 황근우는 자책하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됐어, 이번 한 번만 용서할 테니 다음부터 그러지 마.”배기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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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박영주와 임지민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한때 강씨 모녀를 모셨던 늙은 가정부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흥, 배신자. 이 늙은 것이 돌아올 낯이 있나 보구나?”젓가락을 식탁에 탁 내려놓은 박영주는 임씨 가문 안주인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이를 갈며 분노했다.“이참에 잘됐어, 안 그래도 제대로 물어볼 참이었어!”지금은 엄마와 단둘만 있는 자리라 임지민도 평소의 온화하고 상냥한 모습을 거두고 본연의 성격을 드러냈다. 흉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온몸으로 거만하고 횡포한 기세를 내뿜었다.“늙은 년! 아빠 생신 잔치 날 밤, 네가 서 대표를 그 방으로 데려간 거지? 네가 그런 말을 한 거야?!”늙은 가정부는 태연한 얼굴로 곧바로 인정했다.“제가 서 대표님께 말씀드렸습니다.”“뭐라고!”화가 난 임지민은 당장 달려들어 뺨을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뻔뻔스러운 것! 우리가 너를 불쌍히 여겨 남겨두고 밥 한 끼 얻어먹게 해줬더니 감히 우리를 배신해?”박영주가 흉악하게 눈을 부릅뜨며 벌떡 일어났다.“노망이라도 났냐? 아니면 미치기라도 한 거야?!”임지민은 음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엄마, 제가 볼 때 저년은 미친 게 아니에요. 예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게 분명해요. 그 여자가 죽고 강시원이 떠났는데도 계속 우리 여기에 남아 있기로 한 건 우리 곁에 잠복해서 복수할 때를 기다린 거예요!”늙은 가정부는 냉소만 내뱉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아무렇지도 않은 태도가 상대방을 위협하지는 못했지만 박영주와 임지민은 큰 모욕감을 느꼈다.임지민이 식탁을 치며 악독한 말을 퍼부었다.“늙은 년! 아직도 웃음이 나?! 강부안과 강시원에게 그렇게 충성하면 왜 그때 함께 죽지 않았어?!”“그때 직접 말하지 않았나요, 내가 임씨 가문에 내부 스파이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늙은 가정부는 냉랭한 눈빛으로 겉과 속이 다른 나쁜 두 모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죽으면 누가 당신들의 추악한 얼굴을 폭로하겠어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임지민은 눈동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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