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591 - Chapter 600

603 Chapters

제591화

형 안강준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옆에 있던 비서까지 또렷이 들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비서는 있었고 급히 몸을 돌려 못 들은 척했다.체면이 바닥난 안해준은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안씨 가문의 가장이 일찍 세상을 뜬 탓에 안해준의 형 안강준이 가문의 중책을 짊어졌다. 동생을 지금의 위치까지 이끌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안해준에게 형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신보다 열 살 많은 형의 말이라면 기꺼이 순종했다.하지만 나이가 들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오래 머물면서 안해준은 여러 가지 것들에 물들기 시작했다. 점차 형의 말을 따르지 않게 되었으며 약간의 반항심도 생겼다.“형, 나 이미 도착했어. 강 회장님과 강 대표도 위에서 기다리고 있고. 그런데 지금 가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안해준은 간절히 보고 싶던 여자를 만나고 싶어 안절부절못했다.“하...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모를 줄 알아?”목소리가 잔뜩 어두워진 안강준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잘 들어, 네 그 추잡한 속마음은 다 알고 있어. 강시원 씨에게 함부로 손대지 마!”이 말을 들은 안해준도 더 이상 숨길 생각도 없는 듯 바로 물었다.“왜 안 되는데? 설마 형도 그 여자를 탐내는 거야?”“탐내긴 뭘 탐내!”안강준이 호되게 꾸짖었다.“강시원 씨는 라이트 미라클의 배 대표와 각별한 사이야. 네가 강시원 씨를 개인적으로 만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배기훈이 직접 나 만나러 원항으로 왔어. 지금 내 사무실에 앉아 있어. 나와 배 대표가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알지? 원항이 작년에 M국에 투자한 두 프로젝트 모두 배 대표의 도움 덕분에 조금 나아진 거야. 배 대표님은 경시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M국에서는 아주 유명해! 네가 함부로 건드릴 인물이 아니라고! 배 대표가 강시원 씨와 각별한 사이니 굳이 배 대표님의 심기 건드려서 눈밖에 나지 마!”안해준은 어이가 없어 눈을 흘겼다.배기훈이 유명하다고 해도 안씨 가문 역시 만만치 않았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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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비서가 서운한 어조로 말했다.“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네요. 라이트 미라클의 배 대표님과는 회장님께서도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시는데... 보아하니 배 대표님께서 강시원 씨를 매우 신경 쓰시는 것 같아요. 대표님이 강시원 씨와 만나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아요. 괜히 배 대표님 심기를 건드려 회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회장님께서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나는 친동생이야! 배기훈인지 하는 전혀 상관없는 놈 때문에 나를 곤란하게 한다고? 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안해준은 분통이 터져 속이 쓰라렸다.“배기훈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이러나 본데, 좋아. 어디 두고 보자고!”...철없는 친동생을 훈계한 뒤, 안강준은 급히 사무실로 되돌아갔다.수십억 원을 주고 주문 제작한 이탈리아 수입 소파 위에 배기훈이 긴 다리를 여유롭게 포갠 채 앉아 있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와인잔을 받쳐 들자 잔 속의 와인이 살랑살랑 흔들렸다.“죄송합니다. 미안해요. 배 대표님, 제가 동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요.”안강준은 배기훈보다 한참 연상임에도 후배 앞에선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자세를 매우 낮추었다.“잘못을 깨닫고 여기서 멈춘다면 그걸로 됐습니다.”배기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복숭아꽃 같은 눈동자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오히려 위압감은 배가 되었다.“안 회장님 동생 평판이 경시에서 정말 좋지 않더라고요.”안강준의 안색이 한층 어두워졌지만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안씨 가문이 앞으로 M국에서 추진할 프로젝트들은 배기훈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강 대표님이 여자이기도 하고 얼굴도 워낙 천사처럼 예뻐 남자들이 가득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활동하다 보면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배기훈의 낮고 우렁찬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속내와 함께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정말 힘겹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강 대표님이 손해 보는 걸 원치 않아요. 그게 아주 작은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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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설마, 차에 치인 건 아니겠지. 속이 시커먼 놈은 결국 천벌을 받기 마련이니까.’장경진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구체적인 사유는 안 대표 쪽에서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두 분 먼저 돌아가시고 나중에 다시 약속을 잡자고 하셨습니다.”“X발!”강용호는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했다.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다급한 듯했다. 하지만 급한 이유는 영원 테크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밤새 정성스럽게 꾸민 판이 수포로 돌아갈까 봐였다.“안 대표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영원 테크에 투자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경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시원을 바라보았다.“강 대표님, 혹시 이틀 후에 안 대표를 다시 한번 만나자고 약속 잡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만약 또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중단될 수밖에 없어요!”강시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깊은 밤, 강시원은 지친 몸을 이끌고 문 빌리지로 돌아왔다. 요즘 너무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예전에 크게 다쳤던 탓인지, 몸이 뼛속까지 시큰시큰할 정도로 아팠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진통제를 꺼내 먹었다. 피곤했지만 머리만큼은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어 정신적인 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만약 원항 캐피탈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설마 유일한 탈출구는 배기훈뿐인 걸까?’소파에 홀로 앉은 강시원은 몸과 마음이 점점 더 무력해졌다. 만약 그녀와 배기훈과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의 투자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모두 일어나 버렸다. 그것도 아주 뜨겁고 격렬하게...그날 밤 이후로 며칠이 지나도 강시원의 몸에는 여전히 배기훈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몇 번이나 샤워를 했지만 잠잘 때면 여전히 그 남자의 향기가 났다. 은은하고 강렬한 남자의 향기가 끊이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잠자리를 같이할 때 배기훈이 그녀 등 뒤에서 부드럽고 애틋하게 그녀를 감싸 안고 있는 것처럼...이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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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사실, 지난주 생리가 제때 오지 않았을 때부터 성수연은 이미 어렴풋이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저번에 심지경이 급하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별장의 콘돔이 마침 다 떨어진 상태라 아무런 피임 조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심지경은 해 질 녘부터 새벽까지 관계를 가졌다.성수연이 여러 번 절정에 도달해 더는 소리조차 낼 수 없게 되자 심지경은 아쉬운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비록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만 성수연은 매번 사후 피임약을 먹었다. 가끔 잊은 적도 있었지만 운이 좋은 건지 임신한 적은 없었다.이번에도 깜빡하고 약을 먹지 않았는데, 딱 이번에 걸려 버린 것이다.직업 경호원으로서 수년간 심지경의 곁에서 위기와 피비린내 나는 상황을 겪으며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성수연이, 지금은 자신의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생명 때문에 너무 당황해 마음마저 심란해졌다.평소 아이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심지경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 아이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이였다. 그녀의 뱃속에 태어난다는 것은 결코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할 것임을 뜻하기 때문이다.“그동안 항상 피임 조치를 철저히 했잖아? 이번엔 갑자기 왜...”침착하고 냉정한 강시원도 지금은 머리가 다소 복잡해졌다.“심지경이 피임 조치를 안 했어?”“지난 1년 동안은 그 사람은 거의 콘돔을 안 썼어. 내가 다음 날 피임약을 먹는 걸로 대체했는데...”임신테스트기를 쥔 성수연의 손이 끊임없이 떨렸다. 창백한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나도 이번에 소홀히 했어. 예전엔 약 안 먹어도 괜찮았으니까...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수연아, 네 탓이 아니야. 그런 약은 원래 장기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몸이 너무 상하니까!”강시원은 너무 가슴이 아파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지독하네... 심지경은 정말 나쁜 인간이야! 자기 쾌락만 생각할 뿐 네 느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성수연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심지경이 배려를 하는 사람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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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요 며칠, 심지경은 꽤 바빴다. 일도 해야 했고 접대도 해야 했으며 틈을 내어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여동생을 돌봐야 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성수연은 심지경의 전속 경호원으로, 매일 곁에 있어야 했지만 임신 때문인지 요즘 들어 자꾸 졸리고 무기력하며 정신이 없었다. 하루는 근무 중 수영장 옆을 지나다가 거의 빠질 뻔했다.성수연이 딴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에 심지경은 일에 대한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비웃었다. 점점 쓸모가 없어진다 같은 말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성수연을 배려하듯 일주일 정도 휴가를 주었다.그리고 일주일 동안 심지경은 한 번도 그녀를 보러 오지 않았다.그 덕분에 성수연도 밖에 나가 임신테스트기를 살 수 있었다.고급스러운 세단이 별장 문 앞에 멈춰 서자 김호진이 차 문을 열어 만취한 심지경을 부축하며 내렸다.“나... 안 취했어, 필요 없어.”눈빛이 흐릿해진 심지경은 우람한 몸을 비틀거렸다.김호진은 어이없어 웃으며 말했다.“서 있기도 힘드신 것 같은데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심지경도 더는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거친 숨을 내쉬자 온몸에 술 냄새가 풍겼다.“젠장... 그 늙은 놈들이 기회만 잡으면 죽도록 술을 퍼붓더라고. 그 프로젝트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것들은 평생 나와 겸상할 자격도 없었을 거야!”“그러게 말입니다. 이참에 기회를 잡아 대표님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거였어요!”김호진이 분개하며 말했다.“정말 관리자 놈들이란 손에 권력 좀 쥐면 사람을 죽도록 갖고 노는 놈들이에요. 하나같이 속이 훤히 보이는 말만 하잖아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둥 입바른 말은 하지만 사실은 하나같이 더럽고, 잘난 척하는 거 빼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정말 더럽고 치사해요.”심지경은 지친 듯 미간을 짚었다. 속이 뒤집히고 머리가 은은하게 계속 아팠다.“됐어, 프로젝트만 따내면 됐지. 어차피 나중에 목구멍에 손가락 넣고 토해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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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여기에 한약재도 좀 들어갔어요. 위를 따뜻하게 보양하는 거예요. 대표님 위가 안 좋으시다고 수연 씨가 일부러 몇 시간 끓인 겁니다.”성수연은 성품이 착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심지경의 애인이지만 그런 관계를 이용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며 가정부들에게도 결코 모질게 굴지 않았다.그러니 가정부 방미희 입장에서는 당연히 성수연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내가 일주일 만에 왔는데 오늘 올 걸 어떻게 알고?”심지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김호진을 흘끗 쳐다보며 물었다.“네가 알려줬어?”김호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저는 성수연 씨에게 연락하지 않았어요.”“수연 씨는 대표님의 일정을 알고 계시는 게 아니라 매일같이 국을 끓여서 대표님을 기다리세요!”옆에 있던 방미희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수연 씨가 매일 오전 식재료를 사러 나가세요. 그리고 오후에 돌아와서 국을 끓이시고요. 밤이 되면 대표님 기다리면서 여러 번 데우기도 합니다.”그 말을 들은 심지경은 순간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가슴 깊은 곳이 울컥했다.‘매일 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이렇게나 신경 쓰는데 평소에는 왜 그렇게 냉담한 척, 나한테 전혀 관심 없는 척했을까? 정말 말과 행동이 다른 여자네.’심지경은 시선을 내렸지만 입꼬리를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 그렇게 말없이 국을 모두 비웠다.그리고 곧바로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조용히 문을 열자 은은한 달빛이 침대에 누운 아름다운 실루엣을 비추었다.심지경은 손에 든 정장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던진 뒤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성수연에게 다가갔다.침대 모서리에 앉아 평화롭게 잠든 성수연의 얼굴을 바라보자 가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여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온기가 마음 깊은 곳에 조금 스며든 듯했다.손가락으로 성수연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호흡이 점점 무거워졌다.그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성수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예전의 격렬한 키스와는 달리 수면 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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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맞는 것 같은데요? 수연 씨 항상 심 대표님과 같이 있잖아요. 심 대표님도 혈기 왕성하고 수연 씨도 젊으니 임신하는 건 시간 문제죠!”방미희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아이고! 정말 경사가 났네요. 당장 심 대표님께 알려드려야 해요!”“임신 아니에요. 그냥 요즘 몸이 안 좋을 뿐이에요.”성수연은 거부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심 대표님의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심 대표님도 허락하지 않으실 거예요.”방미희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럴 리가요? 심 대표님이 말투는 좀 딱딱하지만 수연 씨를 정말 아끼시는 게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아이를 못 갖게 하시겠어요?”‘심지경이 나를 아낀다고?’성수연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올해 들은 말 중에 이것보다 더 우스운 농담은 없었다.“심 대표님은 심현 그룹의 후계자예요. 저한테는 하늘의 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에요. 저는 그저 보잘것없는 경호원일 뿐이에요.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사람이 심 대표님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심씨 가문에서 알면 정말 노발대발할 거예요. 심 대표님도 원하지 않으실 거고 심씨 가문에서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방미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가장 큰 장벽이었다.하지만 방미희의 눈에 성수연과 심지경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으로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방미희는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저 입맛이 별로 없어서... 아침은 아주머니 혼자 드셔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성수연은 엄숙한 얼굴로 당부했다.“그리고 심 대표님께는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씀 드리지 마세요. 아시죠?”이번 출장에도 심지경은 예외 없이 성수연을 데려가지 않았다. 덕분에 성수연은 강시원과 함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시간이 생겼다.다음 날 오전, 강시원은 회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혼자 차를 몰아 경시 제원 종합 병원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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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의사는 최대한 부드러운 단어를 골라 말했지만 성수연과 강시원에게는 오히려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사형 선고였다.“선생님, 제 친구가 이번에 아이를 낳지 않으면 정말로 다시 임신할 기회가 없을까요? 아직 이렇게나 젊은데요...”강시원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었다.하지만 의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성수연 씨의 자궁 상태로 보아 낙태를 한 번이라도 하면 평생 아이를 못 가질지 몰라요. 너무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순 없지만 다시 임신하실 가능성은 20%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아이는 그냥 낳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임산부가 혼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우시다면 가족이나 아이의 아버지와 상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반드시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해요!”진료실에서 나온 후 온몸에 힘이 풀린 성수연은 멍하니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강시원은 단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곁을 지켰다.“수연아, 아이, 그냥 낳자.”강시원이 성수연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조심스럽게 품에 끌어안았다. 성수연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낙태는 네 몸에 너무 안 좋아. 지난 몇 년간 심지경 곁에서 크고 작은 부상이 얼마나 많았어. 네 몸, 겉보기엔 건강해 보여도 전혀 그렇지 않아. 그런데 낙태까지 하면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을지도 몰라.”강시원은 성수연이 앞으로 엄마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 말이 또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웠다.강시원의 말에 성수연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이 아이는... 지금 나한테 오면 안 되는 아이야.”“왜 안 돼? 우리가 못 키울 것 같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건강하고 아주 행복하게 잘 키워줄 수 있어.”성수연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강시원은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심지경이 네 배 속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내가 키울게. 아버지가 없다고 한들 뭐 어때서? 엄마가 둘이면 아이도 행복할 거야.”“시원아, 나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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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외할머니는 성수연에게 너무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오래전에 심지경을 떠났을 것이다. 지금까지 무기력하게 기다리지만은 않았을 것이다.성수연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이 일은 좀 더 생각해 볼게.”그리고 바로 그때 복도 반대편, 진료실에서 얼굴의 절반을 가릴 듯한 큰 선글라스를 쓰고 고급 명품으로 몸을 치장한, 젊고 예쁜 심씨 가문의 딸 심화영이 좌우를 살피며 걸어 나왔다.오랫동안 해외에서 거주하기도 했고 경시에 돌아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 그녀를 알아보는 이가 거의 없었다.하지만 젊은 나이의 여자가 몰래 산부인과에 온 것을 누군가에게 발각될까 봐 두려웠다. 심화영은 이것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배씨 가문의 여주인이 될지도 모르는데 괜히 산부인과에 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안 되지 않겠는가? 배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경시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것은 둘째 치고 시집가기도 힘들어질 것이다.“아가씨, 몸은 어떠신가요?”급히 심화영 곁으로 다가간 공명수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공명수는 고연경의 곁에 있는 최측근으로 어릴 때부터 심화영을 지켜봐 온 터라 충성심은 말할 것도 없었다.“별다른 큰 문제는 없어. 그래도 약을 먹고 조절해야 한대.”입을 삐죽 내밀며 말한 심화영은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다른 건 다 상관없는데 약 먹는 동안 술을 절대 마시면 안 된대. 술을 안 마시면 나더러 어떡하라고!”공명수가 씁쓸하게 웃었다.“아가씨, 몸을 위해서라도 의사 말씀대로 하셔야죠. 사모님께서 아가씨 일 때문에 마음고생이 정말 심하십니다. 몸이 회복되지 않아 나중에 임신하는 데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시렵니까? 나중에 배씨 가문과 결혼하시게 되면...”심화영은 얼굴 가득 짜증을 내며 말했다.“아이고! 알았어! 먹으면 되잖아! 매일 같이 잔소리야, 정말 시끄러워 죽겠네!”심화영은 이길리스에서 유학하던 몇 년 동안, 재벌 집 자제들 사이에서 꽤나 문란하게 놀았다. 남자친구 셋을 한꺼번에 사귄 적도 있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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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강시원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하던 공명수는 갑자기 눈빛이 반짝였다.“기억났습니다. 저분이 바로 서 대표님과 결혼한 지 5년이 되었지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사모님이십니다!”깜짝 놀란 심화영은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렸다.“저 사람이 정혁 오빠 아내라고? 지금 나랑 농담하는 거야?”“아가씨, 제가 왜 농담하겠습니까? 사실입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서 대표님 결혼식 때 심 회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심 대표님께서 모두 서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하셨습니다. 돌아오시는 차 안에서 심 회장님이 서 대표님 결혼식 사진을 보고 계셨는데 그때 저도 슬쩍 봤습니다. 사진 속 여자가 확실히 저 분이었습니다.”심화영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서정혁의 아내가 집안 배경도 보잘것없고 서정혁과 신분도 맞지 않으며 학력도 높지 않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서씨 가문에 시집가서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여자가 제대로 된 대학을 나왔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도한 서정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경시에 그렇게 많은 재벌가의 딸들이 있는데 서정혁이 왜 저렇게 내세울 수 없는 여자를 골랐는지 의아할 뿐이었다.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이제야 알 것 같았다.얼굴은 성수연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웠다. 게다가 여우같이 요염한 성수연의 매혹적인 얼굴보다 훨씬 더 대범하게 보였다.깨끗하고 당당한, 한 나라의 영부인상이었다.확실히 명문가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였다.“촌스럽기 짝이 없네, 정혁 오빠랑 전혀 안 어울려. 그래서 정혁 오빠가 자기 와이프를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거구나.”심화영은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꼈다.“저 여우랑 저렇게 친하다니, 참, 유유상종이네. 근데 저 여우가 산부인과에 왜 나타난 거지? 설마 우리 오빠가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몸이 망가진 건가? 공명수, 저 둘이 간 후에 어떻게든 알아내 봐. 병원에 온 목적이 뭔지.”강시원과 성수연은 몸에 좋은 약을 몇 가지 받은 후 병원을 떠났다.지하 주차장.심화영은 고급 세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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