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혁은 다섯 손가락이 강시원의 허리를 파고들 정도로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너한테 그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거, 배기훈은 어떻게 알았는데? 어떻게 시간 딱 맞춰 널 구하러 왔냐고! 배기훈이 짜 놓은 판 아니야? 일부러 자기가 널 구하는 척하며 널 꼬시려는 거 아니고? 그렇지 않으면 어찌 매번 배기훈이 나타나냐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지 않아?”강시원은 어이가 없어 서정혁과 더 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서정혁을 밀쳐내려 했지만 남자가 너무 힘을 주고 있는 탓에 도저히 밀리지 않았다.“서정혁,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남을 악의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배기훈, 본명 배훈, 배강 그룹 회장 배강수의 서자야. 너한테 말 안 하던?”배기훈을 극도로 혐오하는 서정혁은 그의 이름을 꺼낼 때조차 눈빛에 증오와 멸시가 가득했다.강시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정혁이 이 사실을 말했을 때 그저 눈앞의 이 남자가 비열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외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아니.”“하, 그럴 줄 알았어. 그런 말 하면 겉만 번지르르한 게 들통이 나니까, 그러면 너한테 다가갈 수 없으니까, 말 안 했겠지. 그런 놈이 감히 너한테 집적거려?”눈을 가늘게 뜬 서정혁은 강시원의 부드러운 입술에 시선이 꽂혔다. 당장이라도 물어뜯고 싶은 마음에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배강 그룹 배강수 회장은 여태껏 서자의 존재를 숨겼어. 하지만 배기훈은 배강 그룹으로 돌아가고,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쓸 놈이야.”강시원은 괴로운 듯 고개를 돌렸다.“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목적을 이루기 위해, 뒤에서 너를 속이고 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서정혁의 눈에는 배기훈에 대한 멸시가 가득했다.“한 사람의 출신 환경과 가족이 그 사람의 인성을 결정해. 배기훈은 분명 뭔가 목적을 갖고 너한테 접근한 거라고. 그러니까 그런 사기꾼한테 속지 않게 정신 차리라고.”“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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