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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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박영주는 주변에 누가 있든 상관하지 않고 바로 한마디 내뱉었다. 예전처럼 애교를 부리면 임성호가 분명 받아주리라 여겼다.어쨌든 먼저 선수를 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남자한테서 사랑을 받으려면 애교부터 부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는 아이가 젖을 먹고 우는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받는 법이다. 그때 만약 매력으로 임성호를 유혹하지 않았더라면 능력 있는 강부안에게서 잠재력 있는 임성호를 빼앗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쓰러진 아내의 모습에 임성호는 너무 한심해 말이 안 나왔다. 예전 같으면 박영주가 조금만 어딘가 긁혀도 당황하고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끙끙댔을 것이다.“아빠! 늙은 가정부가 바로 전에 언니 곁에 있던 그 사람이에요. 바로 이 사람이 우리를 배신한 거예요!”임지민이 즉시 악에 받쳐 소리쳤다. 눈시울은 어느새 빨갛게 충혈되었다.“이년이 정혁 오빠 앞에 가서 온갖 잡소리를 늘어놓지 않았더라면 정혁 오빠도 우리 임씨 가문에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거예요. 운도 테크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도 없었을 거고, 우리가 이런 처지에 몰리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 이년은 고자질만 한 게 아니에요. 엄마까지 때렸어요! 일개 가정부 주제에 집주인을 때리다니, 분수를 몰라도 유분수지! 당장 고소할 거예요. 기소할 거예요. 임씨 가문의 손해를 배상하지 못하면 이년을 감옥에 썩게 만들 거예요!”늙은 가정부는 전혀 두려움이 없는 표정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내뱉은 이상, 더는 겁낼 게 없었다.박영주는 이때다 싶어 바로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다.침묵하던 임성호가 마침내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 엄마가 맞았다고? 먼저 손을 쓰려다가 넘어진 건 아니고?”늙은 가정부는 깜짝 놀랐다. 박영주와 임지민의 얼굴도 창백해졌다.임성호는 방금 들어온 게 아니라 진작부터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 벌어진 모든 일을 전부 목격한 것이었다.“회장님.”늙은 가정부가 임성호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태도는 시종일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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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임지민도 멍해졌다.‘아빠가 왜 갑자기 이걸 묻는 거지?’박영주가 명문가 출신도 아니고 학력 또한 높지 않지만 그렇게 늙고 못생긴 남자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를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역겨워 토할 것 같았다.박영주는 표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듯 울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성호 오빠,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거야?”임성호가 포효하듯 외쳤다.“대답해!”“아무 사이도 아니야!”임성호의 외침에 박영주는 넋이 나갈 지경이었지만 끝까지 부인했다.“그저 고등학교 동창이고 같은 고향 출신일 뿐이야...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그 순간, 귀청을 찢는 손바닥 소리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임성호는 충혈된 두 눈을 부릅뜨고 손을 휘두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뺨을 세게 얻어맞은 박영주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뻔뻔스럽고 더러운 년!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아직도 거짓말하는 거야? 내가 호구로 보여?”깜짝 놀란 임지민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바닥에 쓰러진 박영주는 두 볼이 퉁퉁 부어올랐고 입가에도 피가 줄줄 흘렀다. 하지만 임지민은 완전히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어릴 때부터 임성호는 박영주를 하늘 높이 떠받들며 살았다. 말 한마디, 눈빛 한 번, 모두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여태껏 이렇게 분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평소 온화하고 우아했던 아버지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성호 오빠... 아!”박영주가 변명하기도 전에 임성호는 허리를 굽혀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박영주의 목을 뒤로 홱 젖힌 뒤 강제로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너, 주건우와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잖아. 잔 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안 그래?”멍해진 박영주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덜덜 떨었다.‘나와 주건우의 관계를 어떻게 알았지? 설마 요 며칠 동안 투자 유치하러 간 게 아니라, 내 뒷조사를 하러 간 건가?’하지만 임성호가 사람을 보내 고향으로 가서 과거를 파헤쳤다 해도 주건우와 잔 것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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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임성호가 세차게 손을 뿌리치자 다시 바닥에 주저앉은 박영주는 눈앞이 아찔할 정도였다.“주건우라는 놈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속인 것, 수년 동안 속여온 것, 그건 절대 용서 못 해! 정말 가증스러우니까.”“오빠...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오빠가 나를 버릴까 봐 두려워서 그랬어... 오빠가 떠날까 봐 너무 두려웠다고!”몸부림치며 일어난 박영주는 임성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어... 열두 살 때 외삼촌에게 하마터면 강간당할 뻔했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았어.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주건우에게 또 그렇게 당했고... 오빠처럼 나한테 잘해준 남자는 없었어... 오빠를 만나고 나서야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게 됐어. 오빠를 정말 사랑하게 됐어. 처음 만난 그 순간, 오빠한테 첫눈에 반했어. 심지어 꿈에서라도 오빠와 결혼하고 싶었어... 그래서 과거를 숨긴 거야... 맹세해... 평생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은 오빠뿐이야! 내 말에 한 글자라도 거짓말이 있으면 벼락 맞아 죽을게. 기꺼이 천벌을 받을게! 정말이야!”“엄마! 그런 저주는 하지 마세요!”임지민이 달려와 박영주를 껴안으며 함께 울었다.아내와 딸이 얼싸안고 눈물범벅이 된 모습에 임성호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원망과 분노가 뒤섞여 기절할 뻔했다.식탁 위의 그릇들을 거의 다 쳐내고 나서야, 이성을 겨우 되찾고 점차 진정된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민아, 당장 네 엄마한테 아프리카로 가는 편도 비행기표를 사줘라. 정리할 시간 사흘만 줄 테니, 사흘 후에는 반드시 떠나도록 해.”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박영주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울었다.운도 테크는 아프리카에 공장을 하나 세웠다. 임성호는 공장 상황을 보기 위해 가끔 비행기를 타고 가곤 했다. 거주 편의를 위해 그곳에 작은 별장을 샀다.하지만 아프리카는 날씨가 무덥고 가난하며 낙후한 곳이라 거리마다 쓰레기가 가득해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곳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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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서정혁에게 속은 것을 알아챈 강시원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옆구리에 늘어뜨린 손은 분노가 차올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강시원, 드디어 돌아왔네.”얇은 입술 사이로 연기를 내뿜은 서정혁이 늠름한 상체를 앞으로 숙여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담배 연기 때문인지 누렇게 변한 안색은 야위고 초췌해 보였다. 매혹적인 가느다란 눈동자에 핏발이 가득 서 있어, 전체적으로 음울한 기분이 감돌았다.“지금 일부러 거짓말한 거야? 도훈이한테 아무 문제 없는 거지? 그렇지?”강시원이 이를 꽉 깨물었다.그 모습에 서정혁이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 집사에게 그렇게 말하게 하지 않았으면 돌아오지 않을 거잖아.”“도훈이는 선천적으로 천식이 있어서 자극적인 냄새를 맡으면 안 돼. 그런데 거실이 이게 뭐야. 담배 연기가 가득하잖아! 밤새 환기를 해도 다 빠지지 않을 거야. 도훈의 병 일부러 도지게 하려는 거야?”강시원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터졌다.“서정혁, 당신이 이러고도 아이의 아빠야? 어느 친아빠가 자기의 보잘것없는 목적을 달성하려고 이런 비열한 방식을 쓰는데? 어떻게 멀쩡한 애를 아프다고 할 수 있어? 자기 친아들한테 저주를 퍼붓는 거야? 저주가 현실로 될까 봐 두렵지도 않아?”“도훈이는 내 아들이야. 내가 곁에 있으니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평생 안전하게 잘 클 거야.”강시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서정혁의 새까만 동공은 깊은 소용돌이처럼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킬 듯했다.“만약 도훈이가 어린 시절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그건 너 때문이겠지.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나이인데 곁에 이 집사와 가정부들밖에 없어.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가 얼마나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겠어?”무심하게 서정혁을 바라보던 강시원은 이 남자의 말에 오히려 웃음이 날 것 같았다.‘도훈이 곁에 집사와 가정부들만 있다고? 친엄마는 아니지만 친엄마 이상으로 잘해주는 임지민도 있잖아.’게다가 서도훈은 강시원을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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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서정혁은 다섯 손가락이 강시원의 허리를 파고들 정도로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너한테 그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거, 배기훈은 어떻게 알았는데? 어떻게 시간 딱 맞춰 널 구하러 왔냐고! 배기훈이 짜 놓은 판 아니야? 일부러 자기가 널 구하는 척하며 널 꼬시려는 거 아니고? 그렇지 않으면 어찌 매번 배기훈이 나타나냐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지 않아?”강시원은 어이가 없어 서정혁과 더 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서정혁을 밀쳐내려 했지만 남자가 너무 힘을 주고 있는 탓에 도저히 밀리지 않았다.“서정혁,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남을 악의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배기훈, 본명 배훈, 배강 그룹 회장 배강수의 서자야. 너한테 말 안 하던?”배기훈을 극도로 혐오하는 서정혁은 그의 이름을 꺼낼 때조차 눈빛에 증오와 멸시가 가득했다.강시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정혁이 이 사실을 말했을 때 그저 눈앞의 이 남자가 비열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외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아니.”“하, 그럴 줄 알았어. 그런 말 하면 겉만 번지르르한 게 들통이 나니까, 그러면 너한테 다가갈 수 없으니까, 말 안 했겠지. 그런 놈이 감히 너한테 집적거려?”눈을 가늘게 뜬 서정혁은 강시원의 부드러운 입술에 시선이 꽂혔다. 당장이라도 물어뜯고 싶은 마음에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배강 그룹 배강수 회장은 여태껏 서자의 존재를 숨겼어. 하지만 배기훈은 배강 그룹으로 돌아가고,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쓸 놈이야.”강시원은 괴로운 듯 고개를 돌렸다.“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목적을 이루기 위해, 뒤에서 너를 속이고 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서정혁의 눈에는 배기훈에 대한 멸시가 가득했다.“한 사람의 출신 환경과 가족이 그 사람의 인성을 결정해. 배기훈은 분명 뭔가 목적을 갖고 너한테 접근한 거라고. 그러니까 그런 사기꾼한테 속지 않게 정신 차리라고.”“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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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대체 무슨 일이야?”서정혁은 강시원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지만 임지민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었다.“정혁 오빠... 아빠가 집안일로 엄마를 때렸어. 말리려고 했다가 아빠가 나도 밀쳐버렸어... 바닥에 넘어져서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어...”목멘 소리로 울부짖은 임지민은 몸이 흔들거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했다.“너무 무서워. 머릿속도 하얘졌어... 오빠, 나 좀 도와줘...”이 말에 서정혁은 잘생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임성호가 화낸 진짜 이유가 뭔지 서정혁은 알지 못했다. 단지 서정혁이 갑자기 투자를 철수한 탓에 박영주에게 화풀이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바로 그때 임지민의 시선이 멈칫했다.이 순간, 강시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싸가지 없는 년이, 웃고 있네? 뭐가 그리 웃겨?’임지민은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여자의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 녹음이 어쩌면 강시원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나중에 얘기하자. 너 지금 이마가 다쳤어, 일단 병원에 가야 해. 내가 한 비서더러 데려다주라고 할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지민은 온몸이 힘없이 축 늘어지며 땅에 쓰러졌다.“지민아!”서정혁은 그제야 잡고 있는 강시원을 놓은 뒤 성큼성큼 임지민 곁으로 다가갔다.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나뭇가지처럼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소리쳤다.“이 집사, 차 대기시켜!”강시원은 무심한 얼굴로 그들을 한 번 쳐다본 뒤 싸늘하게 시선을 거뒀다. 그러고는 소리 없이 재빨리 자리를 떴다.예전 같았으면 두 사람의 이런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집착에서 벗어난 듯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한수현이 차를 몰고 오자 서정혁은 임지민을 안아 차 뒷좌석에 조심스럽게 눕혔다.다들 서정혁이 예전처럼 같이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자는 예상과 달리 행동했다.“한 비서, 지민이 데리고 당장 병원으로 가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한수현은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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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그날 밤, 임지민의 몇 마디 말 속에서 강시원은 그 녹음이 임성호와 박영주의 결혼 생활에 큰 타격을 줬다는 것을 알았다.임성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남을 잘 속이는 임성호였지만 남이 자신을 속이는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분명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었다.그리고 단순히 박영주를 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강시원은 이 한 방으로 그들의 결혼이 무너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 따위는 하지는 않았다.임성호는 박영주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비록 그 사랑이 조금은 줄었을지라도 정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임지민과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도 했다.강시원은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박영주가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것을 하나씩 빼앗을 것이다.임성호에게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그날 대화를 마친 후, 강시원은 배기훈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배기훈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강시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 결국 다시 그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남에게 속마음을 간파당한 느낌은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어 정말 불쾌했다.게다가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배기훈을 떠나, 혼자서 직접 나서서 일을 추진하면 정말 갈 곳이 없어지는지...이날 회사 월례회가 끝난 후, 강용호는 강시원을 회장실로 불렀다.문에 들어서자마자 강시원은 티 테이블 위에 놓인 거대한 비취 원석을 보았다.가격이 족히 몇십억은 돼 보였다.“시원아, 내가 출장 간 며칠 동안 회사에 별일은 없었지?”의자에 앉은 강용호는 다리를 떨며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맛을 다시면서 물었다.요즘 영원 테크의 온갖 난처한 일과 무거운 업무를 강시원에게 떠넘긴 뒤 본인은 일부러 지방으로 피해 다니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재벌가에 시집간 조카딸이 그렇게 잘난 척하고 싶어 하니 기꺼이 기회를 주자는 생각으로 말이다.“걱정 마세요.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강시원은 천천히 몸을 숙여 매끄러운 큰 돌을 만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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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강용호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시원아, 원항 캐피탈이 실력이 나쁘지 않긴 하지만 안 대표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야. 삼촌은 네가 가면 협상도 잘 못한 데다 괴롭힘당할까 봐 걱정이구나!”비웃는 듯 미소를 지은 강시원은 강용호의 어두운 속내를 꿰뚫어 보았다.“저를 가지 못하게 할 마음이면 왜 이런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건데요? 제가 원항 캐피탈과 접촉하는 걸 정말로 원치 않으셨다면 안 대표가 전화하셨을 때 대신 거절하셨을 거잖아요. 그런데 굳이 왜 저한테 와서 말을 하는 거죠?”얼굴이 굳어진 강용호는 어색하게 웃었다.“시원아, 내가 너를 일부러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처럼 들리잖아.”‘그런 거 아닌가요?’두 사람은 그저 삼촌과 조카라는 핏줄로만 연결되어 있을 뿐, 권력 다툼 속에서 가족의 정은 닳아 없어진 지 오래였다.강시원이 갑자기 입꼬리를 올렸다.“제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안 대표님 만나러 같이 가시죠. 삼촌이 곁에 계시면 저도 안심이 되니까요.”“그... 그래, 좋지!”강용호는 마지못한 척하며 승낙했다.강시원이 사무실을 나간 후, 강용호는 곧바로 장경진을 불러들였다.“어떻게 됐나요? 강 대표님이 승낙했나요?”장경진이 급히 물었다.“승낙은 했는데 이 죽일 년이 자꾸 나를 끌고 같이 가자고 하네!”강용호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었다.“안 대표가 탐내는 건 저년인데 내가 거기 가서 뭐 해? 삼촌으로서 사윗감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이 가는 거 서정혁이 알면 당장 칼을 들고 나를 베어버리려 할 거야! 저년이 설마 내 속내를 알아챈 건 아니지?”장경진의 눈빛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우리가 음모를 부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알아챈들 어떻습니까. 회사 현재 상태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은 강 대표님입니다. 투자를 유치해 영원 테크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하니,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것쯤은 본인도 불만이 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 세운 이미지가 망가질 테니까요?”강용호는 깊이 동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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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윤슬은 그날 황근우로부터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들은 후, 며칠째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이루며 매일 자책하다 보니 온몸이 한껏 야위었다.강시원이 다시 사고를 당하는 것, 그리고 그 위험에 한 발이라도 가까이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한 번만 더 그러면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강용호가 무슨 속셈인지 알아. 이제 나를 위하는 척하며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야.”커피잔을 내려놓은 강시원은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게 너무 뻔해. 내가 응하지 않아도 강용호는 손해 볼 것 없어, 오히려 회사 대표이사인 나에게 무능하다는 책임을 뒤집어씌울 거야. 그러니 이번엔 나가야 해.”윤슬이 조바심 내며 말했다.“하지만...”“원항 캐피탈이 경시에서 꽤 실력 있는 곳이고 투자 안목도 독특하다는 걸 알아. 강용호가 전에 접촉한 적이 있지만 상대방은 영원 테크를 눈여겨보지 않았어.”강시원의 태도는 확고했다.“그러니 이번에 나도 안 대표란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 걱정 마,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별일 없을 거야. 게다가 자본 시장은 본래 정글 생태계 같은 곳이야. 호랑이를 만나야 늑대를 잡을 수 있어. 늑대 떼가 둘러싸고 있긴 해도 위험과 기회는 공존하는 법이야. 이것저것 재느라 원항 캐피탈과의 약속을 미룬다면 앞으로 이런 사람이 계속 나타날 수도 있어. 그럴 때마다 피할 수는 없잖아? 그럼 영원 테크 위기는 언제 해결하겠어?”윤슬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회사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강시원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여자가 비즈니스 업계에 뛰어드는 게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예로부터 이런 곳은 전쟁터와 같아서 수컷이 지배하는 세계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여자 혼자 서로 속고 속이는 비즈니스 바닥에 발을 들이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었다.강시원이 다정한 목소리로 지시했다.“윤 비서, 시간을 잡아줘.”“네, 강 대표님.”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온 윤슬은 복도에 서서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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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근데 절대 제가...”윤슬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황근우가 뭔가 알아챈 듯 웃었다.“걱정 마세요. 나도 그 정도 분별력은 있어요. 윤 비서님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을게요.”윤슬이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너무 고마워요. 어떻게든 은혜를 꼭 갚고 싶어요.”한껏 부드러워진 황근우의 목소리에 윤슬은 귀가 빨개졌다.“은... 혜요?”윤슬이 새까맣고 큰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사실 이 사실을 알려준 이유는 황근우를 이용해 배기훈에게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배기훈이 어떻게든 강시원을 돕게 하려고 이런 말을 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 남자가 고맙다고 하자 매우 난처해졌다.황근우가 진지하게 말했다.“네, 너무 고마워서요.”“컥컥... 제가 한 것도 없는데요. 고마우면 다음에 만날 때 밀크티 한 잔 사주세요! 토핑 많이 넣어서요!”밀크티 얘기가 나오자 윤슬의 눈이 반짝였다.“밀크티 한 잔이면 돼요?”황근우가 참지 못하고 낮게 웃었다.“윤 비서, 정말 재밌는 분이시네요.”‘내... 내가?’“저, 저 바빠서 먼저 일하러 갈게요!”얼굴이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빨개진 윤슬은 마음이 산만해져 전화를 끊었다....저녁 7시 정각, 경시의 한 5성급 호텔 고급 룸 안.일찌감치 룸에 도착한 강용호와 강시원은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안해준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들어온 순간부터 거의 대화가 없었다.강시원은 시종일관 무심한 표정을 유지했다. 강용호는 심심하고 다소 어색한 듯 한동안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또 한동안 밖에 나가 전화를 받으며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시간이 흘러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났다.강용호는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룸에서 나와 장경진을 불렀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안 대표, 그놈 오다가 죽은 거야?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장경진이 급히 달래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안 대표님은 강 대표님을 꼭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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