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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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경통삼 병원?’강시원은 심장이 한차례 경련하듯 조여들었다. 머릿속에 순간 눈부신 백색광이 번쩍였다.머릿속에 6년 전,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이 떠올랐다.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운 서정혁을 데리고 응급실로 향해 치료를 받게 했다. 그리고 서정혁에게 수혈까지 해주었던 병원이 바로 경통삼 병원이었다.오래전에 봉인해 버린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거센 충격에 강시원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가녀린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그 순간, 갑자기 어깨 위로 묵직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배기훈의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어깨 위에 놓였다. 남자의 손길이 강시원에게 굳건한 힘을 불어넣은 듯, 불안하게 요동치던 그녀의 마음도 서서히 진정되었다.“정말 귀신같이 정확하게 예상하셨습니다. 그 인간, 진짜 의사였답니다!”황근우는 몹시 분노한 듯 침을 뱉었다.“음흉하고 악독한 인간이 의사라니, 정말 의사들 얼굴에 먹칠을 하네요!”배기훈은 깊고 뜨거운 눈빛으로 유리구슬처럼 맑은 강시원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계속 말해.”“성은 추 씨이고, 이름은 추강민입니다. 예전에 경통삼 병원에서 심장내과 의사로 근무했는데, 나중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그만뒀다고 합니다. 앞날이 창창했는데도 전부 포기했다는 겁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이상하지 않아.”배기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왜 그만뒀는지 대충 짐작이 가거든.”강시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배기훈을 바라보았다.너무나 영리하고 빈틈없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남자의 모습이 오히려 무서울 정도였다.여태껏 강시원이 본 것은 배기훈이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뿐이었다.그 이면에 감춰진 그의 고난과 고통,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묻어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 그 모든 것을 배기훈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기러기가 지나가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듯 철저하게 감춰왔다.배기훈이 다시 느긋하게 물었다.“추강민이 오늘 거기에 간 이유는 뭐야?”“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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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끼익.꿀꺽.고요한 방 안, 강시원이 손톱으로 가죽 소파를 긁는 소리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세상에, 평소에는 감정도 꽤 안정적인 편인데 왜 이 남자 앞에만 서면 자꾸 이렇게 마음이 들뜨는 거야!’정말 창피해 죽을 지경이었다.붉게 달아오른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배기훈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자, 강시원은 귓불까지 덩달아 붉어졌다.“근우야, 추강민 그 자식 뒤를 계속 밟아.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전화를 끊은 배기훈은 더 이상 강시원을 놀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배기훈은 온몸으로 안정적이고 믿음직스러운 기운을 내뿜으며 조용히 그녀를 지켜줬다.“긴장한 것 같네?”배기훈이 곁눈질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강시원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호랑이를 본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긴장해요?”배기훈이 복숭아꽃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부드럽고 그윽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감싸듯 바라봤다.“호랑이 같은 모습은... 강 대표가 직접 경험해 보았잖아?”강시원은 작은 손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입술은 새하얗게 질릴 만큼 꾹 다물었지만, 얼굴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배기훈은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고 태연하게 자세를 바로잡아 앉았다.“강 대표, 워낙 총명하니 이번 일도 어떻게 된 건지 모두 이해했겠지?”“추강민이라는 남자는 예전에 경통삼 병원에서 의사로 일했을 뿐만 아니라, 박영주와도 예사롭지 않은 관계였어.”강시원은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조금 배가 고팠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 젓가락을 집더니 새우만두 하나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둘이 연인 관계였고, 그 관계를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해 왔겠죠. 박영주는 그동안 평범한 재벌가 사모님으로만 살아왔어요. 임성호가 집에만 머물게 했거든요. 배우 출신인 박영주는 인맥도 없고 자기 사업도 없어요. 그러니 지금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추강민뿐이겠죠. 다시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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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강시원이 헛웃음을 지었다.“하지만 내 생각에는, 지금 내가 서정혁을 찾아가서 당시 구해준 사람이 임지민이 아니었다고 말해도, 아마 믿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임지민을 사랑하니까요. 지난 5년 동안 임지민의 몸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 쏟았어요. 심지어 도훈이가 태어난 날에도 임지민이 진료받는 걸 지켜줬어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정혁은 너무나 많은 시간과 정력, 그리고 진심을 쏟아부었어요.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금이야 옥이야 아끼던 여자가 자신을 완전히 속여 온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을 믿을 리 없죠.”지금 와서 과거를 다시 들춰본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설령 일말의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그 일은 결국 강시원의 마음속에 하나의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이혼을 통해 모든 인연과 얽힘을 완전히 끊어내야만 비로소 넘을 수 있는, 끝내 풀리지 않은 한이었다.상처는 영원히 남아 있었다.다만 시간이 흐르면, 더는 아프지 않을 뿐이었다.“시원아.”배기훈이 낮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강시원의 이름을 불렀다.‘강 대표’가 아닌 ‘시원아’라는 호칭에 강시원은 살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은 호흡이 순간 멎는 듯했다.배기훈이 이렇게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강시원은 버티기 힘들었다.배기훈이 눈웃음을 지으며 진지하게 물었다.“앞으로도 이렇게 불러도 될까?”“네...”강시원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볼도 뜨거워졌다.분위기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으니 배기훈이 또 다른, 얼굴이 화끈거릴 만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자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임지민이 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의 신분을 대신 차지했다는 건, 처음부터 서정혁에게 수혈을 해준 적이 없다는 뜻이야. 그렇다면 한 번도 수혈을 받은 적이 없는 몸이 어떻게 그렇게 망가진 걸까?”이 질문 역시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강시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내 기억으로는 임지민이 어렸을 때는 몸이 꽤 건강했어요. 학교에서 주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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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배 대표님.”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혹시...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거예요?”강시원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배기훈은 순간 호흡이 멎을 듯했다.평소에는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겁이 없던 배기훈이었지만, 지금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심지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우리 어머니와 무슨 사이예요? 우리 어머니를 알고 있는 거죠? 왜 나의 과거를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예요? 당신, 도대체 누구예요?”강시원은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파고들어 반드시 답을 듣겠다는 듯 단호했다.‘나는... 아주 오랫동안 묵묵히 당신을 사랑해 온 사람이야.’하지만 배기훈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깊이 바라본 뒤, 빠른 걸음으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자리에 남은 강시원은 머릿속에 더욱 강한 의문이 생겼다....심지경은 심씨 가문을 떠나자마자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성수연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채, 그녀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심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심현 그룹의 일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사업은 그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 비즈니스 업계에서 벌어지는 아첨과 비위 맞추기, 서로 속고 속이는 암투를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다.어릴 때부터 심지경은 피아노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심태수가 가로막지만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예술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심지경의 인생은 늘 누군가에게 떠밀리고 재촉당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길이 아니었기에, 절친한 친구인 서정혁보다 훨씬 더 힘겹게 걸어왔다.하지만 성수연에게 일이 생기고 나서야 가족들의 이기적인 민낯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권력도 명예도 재산도 지금은 모두 뜬구름에 불과했다. 그 무엇도 탐나지 않았다.심지경이 원하는 것은 오직 수연뿐이었다.병상 곁에서 심지경은 성수연의 차가운 손을 꼭 움켜쥔 채 입술에 가져다 대고,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누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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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저녁 8시, 경시 공항.명품 브랜드로 온몸을 치장한 긴 웨이브 펌을 한 여자가 캐리어를 끌며 공항 로비로 오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그녀에게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조유진 씨, 조유진 씨 맞으십니까?”조유진은 당황한 듯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누구세요...”“저희는 심현 그룹의 경호원입니다.”경호원 중 한 명이 그녀의 손에 들린 캐리어를 바로 받아 들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심 대표님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조유진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차에 타실 수 있을까요?”조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당신들이... 심 대표님이... 직접 저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네.”조유진은 입꼬리를 애써 누르려 했지만, 기쁜 마음을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서정 그룹의 서정혁과 심씨 가문의 장남 심지경은 경시에서 잘생기기로 이름이 났다. 그들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조유진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심지경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그런데 심지경이 직접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 말을 듣자, 구름 위를 걷듯 마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너무 들떠 만나기 전부터 혼자 온갖 상상을 했다.공항 출입구 앞에 세워진 검은색 벤틀리 한 대는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경호원이 차 문을 열어주자 조유진은 바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얼굴이 초췌하고 창백했지만 여전히 잘생기고 자유분방한 심지경의 모습이었다.다소 의기소침하고 거칠어진 듯한 분위기까지 풍기니 오히려 남자다운 매력이 한결 더 짙어져, 더욱 사람을 끌어당겼다.“심, 심 대표님. 안녕하십니까?”조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인사했다.사실 조유진의 집안 형편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심현 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저 해외 유학 시절 심화영과 사교 모임에서 어울려 놀았을 뿐이었다.남자는 긴 다리를 느긋하게 포개고 있었다.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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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묵직하면서도 매서운 목소리가 마치 엄청난 벼락을 머금은 먹구름 속 천둥처럼 조유진의 머리 위로 사납게 내리꽂혔다. 화들짝 몸을 떤 조유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남자의 손등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 꺼지라고 했잖아.”조유진은 허겁지겁 차에서 내렸다.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그대로 넘어져 나뒹굴었다.차 문이 닫히자마자 벤틀리는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렸다. 매캐한 배기가스가 조유진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뿜어져 나왔다.“조유진 씨.”김호진이 조유진의 앞에 캐리어를 내던지며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오늘 밤 대표님이 조유진 씨를 찾아왔다는 사실은 아가씨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어떨지 저도 장담 못 하니까요.”말을 마친 김호진은 다른 고급 승용차에 올라탔다. 검은색 승용차 세 대가 앞뒤로 줄지어 서서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졌다.또 한 번 얼굴 가득 먼지를 뒤집어쓴 조유진은 화가 난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를 질러댔다.벤틀리는 거침없이 질주해 심씨 가문으로 향했다.심지경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차창 밖의 차가운 밤처럼 어두운 얼굴에, 턱선은 점점 더 팽팽하게 굳어갔다. 온몸에 격렬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운전하던 경호원은 백미러를 통해 준수하면서도 살벌하기 그지없는 심지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곧 큰일이 벌어질 것임을 직감한 그는 감히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성윤아.”심지경이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불렀다.운전하던 경호원 성윤은 등을 꼿꼿이 세웠다.“대표님,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남자는 네온사인이 비치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눈빛은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웠다.“너처럼 나를 오랫동안 따라온 경호원들 중에 화영이와 유난히 가까운 사람이 있나?”성윤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러고는 한참을 생각했다.“평소에 아가씨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누군지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가씨가 해외에서 유학한 지 오래돼서 평소에는 접촉할 기회가 아예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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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그런데도 심화영은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의심한 걸까?조금 제멋대로인 행동은 애교 섞인 귀여움으로 봐줄 수 있었다.하지만 지나치게 제멋대로 굴면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법이었다.김호진은 심지경의 표정을 살피며 목소리를 점점 더 낮췄다.“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남자의 목소리는 사포로 수없이 갈아낸 듯 거칠고 쉰 목소리였다.“네 생각, 뜸 들이지 말고 바로바로 말해.”김호진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아가씨가 혹시... 성수연 씨까지 끌어들이려고 한 건 아닐까요?”말을 마친 뒤 곧바로 눈을 감았다. 마치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라도 하는 듯했다.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심지경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심화영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었다.하지만 이번 일에는 너무 많은 우연과 의문점이 있었다. 이를 제대로 밝혀내지 않는다면, 심지경이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또한 심지경의 아이도 억울하게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심지경은 갑자기 가슴이 강하게 조여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커다란 손을 꽉 움켜쥐며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그렇다고 해도, 화영이가 어떻게... 그날 밤 내가 반드시 수연이를 데리고 갈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 그래, 그걸 정확히 예상했다고 하자, 내가 그날 밤 수연이를 데리고 갈 거라는 것까지는 맞혔다고 치자. 하지만 수연이는 싸움 실력도 아주 대단해. 화영이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잖아?”김호진은 창백하게 굳은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다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심지경 곁을 오래 지켜온 김호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심 대표님은 누구보다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일개 비서가 생각해 낸 것을 대표이사가 생각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심 대표님은 단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어릴 때부터 자신이 지켜봐 온 여동생이 속이 시커멓고 잔인하며 간교한 악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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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아가씨! 저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괜찮으세요?”구찬우가 다급하게 물었다.그 순간, 화려한 큰 침대에 누워 있는 심화영이 보였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얼굴에, 가녀리면서도 굴곡진 몸매를 가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심화영은 잠옷을 헐렁하게 걸친 채 일부러 목깃을 아래로 살짝 잡아당겨, 은근히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슴골을 반쯤 드러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그녀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났다.다만 아쉬운 것이라면 몸매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힘껏 가슴을 모아도 겨우 가슴골이 보일 정도였다.하지만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순진한 바보 같은 청년을 홀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나는... 괜찮아... 찬우 오빠, 걱정해 줘서 고마워.”심화영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구찬우는 성큼성큼 침대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다정하게 부축했다.여자의 목에 붙어 있는 거즈를 본 구찬우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아가씨, 상처는... 많이 아파요?”심화영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찬우 오빠가 이렇게 걱정해 주는데, 아무리 아파도... 나아야지.”그 말을 들은 구찬우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심화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아빠는 다들 바쁘고, 오빠는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성수연 곁에만 있잖아... 나를 신경 써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다들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구찬우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꼭 붙잡았다.“다른 사람들이 아가씨를 싫어한다고 해도, 저는 절대 아가씨를 싫어하지 않아요! 아가씨, 저는 영원히 아가씨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아가씨를 배신하지도 않을 겁니다! 아가씨가 저더러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할 수 있어요!”심화영은 역겨움을 겨우 참으며 자연스럽게 구찬우의 어깨에 기댔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번에... 성수연의 배 속에 있는 그 화근을 성공적으로 없앨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찬우 오빠가 도와준 덕분이야.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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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지금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데, 하필 이런 시기에 구조조정을 한다고?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뭐야?”“그러니까 말이야! 원래 강 대표님이 오고 나서, 라이트 미라클의 투자까지 끌어왔다고 해서 회사가 점점 좋아질 줄 알았는데, 우리한테 이따위로 큰 폭탄을 안겨주네!”“강시원, 이 여자. 진짜 너무 음흉한 거 아니야?”“그러게! 내가 영원 테크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 아무리 힘들 때도 강 회장님은 우리를 지켜줬어. 구조조정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그런데 강 대표가 오자마자 이런 일을 벌이다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듣기로는 구조조정을 하는 데 라이트 미라클의 배 대표님도 참여했다던데...”“아, 이제 말이 되네. 강시원, 이 여자, 배 대표님과 자고 나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였어. 그러니 이런 일을 벌이는 것도 이상할 게 없지.”직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온갖 험담과 소문들도 난무했다. 모두가 강시원을 욕하고 있었다.시간이 지날수록 말은 더 험해졌다.강용호 또한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 강시원을 내세운 것 역시, 그녀를 악역으로 내세워 회사 전체의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만들려는 의도였다.자신은 완벽하게 모습을 감춘 채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좋았던 점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정말 영리한 한 수였다.강용호와 장경진은 회의실 CCTV를 통해 임원들이 강시원을 향해 분노하고 비웃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쌤통이야, 정말 쌤통! 주제도 모르고 나서서 호랑이와 거래를 하더니, 이제 와서 구조조정까지 하겠다고 설치니까 저 꼴을 당하는 거지!”강용호는 두 다리를 책상 위에 포개 올린 채 새로 쪼개 놓은 비취 원석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자기가 잘난 척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거 아니겠어? 내 동생이 낳은 딸이긴 하지만, 설마 자기가 내 동생의 실력까지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웃기지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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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그 말을 들은 장경진은 표정이 잠시 굳었다. 이내 자료를 집어 들고 함께 살펴보기 시작했다.한참 뒤, 장경진은 음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더니 그중 한 사람의 자료를 빼내 강용호 앞에 내밀었다.“회장님, 이 사람이 어쩌면 회장님께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이 사람... 나도 좀 기억나는 것 같은데.”강용호는 무표정한, 어딘가 처량하기까지 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이 사람 우울증 있는 그놈 아닌가?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기계에 손가락이 깔려 반쯤 망가졌던 사람?”장경진이 아첨하듯 말했다.“역시 회장님은 기억력이 좋으십니다. 이렇게 눈에 띄지도 않는 사람까지 기억하고 계시다니요.”강용호는 남자의 사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내가 기억력이 좋다고? 이놈이 퇴원하고 나서 아내가 우리 회사를 고소했잖아. 우리한테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해서, 나중에 법원에서 산업재해로 판결이 난 후 우리가 천만 원이나 물어줬다고! 젠장, 생각만 해도 재수 없어. 이런 쓸모도 없는 놈은 진작에 잘랐어야 해!”강용호는 다른 건 몰라도, 누가 자신의 돈을 썼는지는 유독 잘 기억하는 사람이었다.장경진이 교활하게 눈동자를 굴렸다.“제가 알기로 이 사람은 집안 형편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고, 아내는 직업도 없으며, 아이는 아직 한창 손이 많이 갈 나이입니다. 한마디로 온 가족이 이 사람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셈이죠. 게다가 이 사람이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고 있습니다. 회장님, 이런 사람을 해고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아예 폭발하는 거 아니겠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자리를 못 구하면 사회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겠지?”“그럼 우리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만들면 됩니다.”장경진이 음침하게 웃었다.“이 사람은 고작 2급 작업장의 노동자입니다. 경시에서 서정 그룹이 지배하는 공장이라면 회장님께서 함부로 손을 쓰기 어렵겠지만, 일반적인 작은 공장이나 회사라면 다들 분명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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