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혁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강시원의 대답을 기다렸다.“배 대표님 말이 맞아. 서정혁,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 당신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어.”말을 마친 강시원은 배기훈의 두툼하고 따뜻한 손을 잡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배기훈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잡은 손이 가볍게 떨렸지만 이내 그녀의 손가락을 살며시 걸어 잡았다.“강시원...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두 사람이 떠난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서정혁은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힘없이 벽에 몸을 기댔다.그 순간, 심장 깊은 곳에서 가늘고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서정혁은 몸을 흠칫 떨며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강시원은 배기훈의 손을 잡은 채 계속해서 걸었다. 서정혁이라는 성가신 남자가 뒤쫓아와 끈질기게 들러붙을까 봐 두렵기라도 한 듯 한참을 걸었다.“강시원,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배기훈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걸음을 멈춘 강시원은 그제야 자신이 어느새 병원 밖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경시는 이미 겨울에 접어들어 밤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강시원은 찬 바람에 재채기까지 했다.배기훈은 즉시 코트를 벗어 강시원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의 몸을 단단히 감싸 주었다.남자의 체온이 온몸을 감싸자 강시원은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그때 강시원이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순식간에 긴장했다.“이 옷... 왜 이렇게 피비린내가 심하게 나요?”배기훈은 태연한 척했다.“그래? 난 전혀 못 느끼겠는데...”그 순간, 강시원은 마치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는 명탐정이라도 된 듯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작은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파묻을 정도로 가까이 댄 뒤 꼼꼼하게 냄새를 맡았다.배기훈이 향수를 뿌려 여전히 우아한 삼나무 향이 감돌았지만, 강렬한 피비린내와 살벌한 기운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배기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에서 단서를 찾으려는 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빛에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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