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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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수연이와 내 아이의 일이 끝을 보기 전까지는 심현 그룹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내다가는...”“심씨 가문이든 심현 그룹이든 난 애초에 관심 없어. 난 그저 수연이가 깨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야.”서정혁은 침묵했다.“정혁아, 예전 내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바라봐서는 안 됐어. 네 아내인 시원 씨를 비웃고 홀대해서도 안 됐고. 미안하다.”심지경의 목소리에는 깊은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물론 이쪽 일이 정리되고 나면 시원 씨에게도 직접 정중하게 전할 생각이야.”서정혁의 눈동자가 움찔했다. 그는 뜻밖이라는 듯 놀라 물었다.“지경아, 너 지금...”“정혁아, 우리가 형제처럼 지낸 사이니 네가 내 성격을 제일 잘 알겠지. 난 남의 집안일에 참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네가 듣기 싫어할 만한 말이 있다는 것도 알아. 그래도 한마디는 꼭 하고 싶어.”심지경은 잠시 말을 멈췄다. 목소리에는 씁쓸함과 진심이 배어 있었다.“강시원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동안 내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어. 그리고 내 생각에는 임지민보다 시원 씨가 너에게 더 잘 어울려.”서정혁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가슴속이 불편할 만큼 답답하게 조여 왔다.이제 와서 하는 말이니 다소 뒷북이나 다름없었다.알다시피 예전에 심지경은 서정혁과 임지민을 열렬히 지지하며 두 사람을 맺어 주려고 매일같이 나서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이제는 강시원의 편에 서 있었다.하지만 이혼 합의서에는 이미 서명한 뒤였다. 할머니의 수술이 끝나면 더는 그녀를 붙잡아 둘 어떤 이유도 없었다.두 사람은 더 이상 부부가 아니게 될 터였다...“시간 나면 나와서 술이나 한잔하자.”서정혁은 봉황처럼 날카로운 눈매에 복잡한 감정을 억누른 채 말했다.그가 먼저 심지경에게 만나자고 제안하는 일은 드물었다.“좋아. 그때는 취할 때까지 마시자.”말을 마친 심지경은 통화를 끝냈다.서정혁은 화면이 꺼진 휴대전화를 멍하니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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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성수연도 이제는 더 이상 그를 원망하지 않을 터였다.다만 고승민을 직접 처단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그 순간 심지경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갑자기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표범처럼 재빠른 속도로 그를 덮쳐 바닥에 쓰러뜨렸다.쌩!이내 총알 한 발이 그의 머리 바로 위를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심현 그룹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김호진은 심지경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심 대표님, 괜찮으십니까?”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천천히 눈을 뜬 심지경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신이... 어떻게 여길?”배기훈은 거센 파도처럼 차분한 표정이었다. 상황이 이토록 긴박한데도 아주 태연자약했다. 심지어 심지경을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네, 저예요. 배기훈.”“누군지는 알아요. 내 말은... 어떻게 여기에...”배기훈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마침 당신과 목적이 같았거든요. 저도 고승민을 제대로 혼내 주고 싶어서요.”갑자기 심지경을 끌어안고 연달아 바닥을 구르며 몸을 피했다. 그들이 있던 곳으로 쏟아지는 총알 세례를 간신히 피한 것이었다.심지경은 크게 놀랐다.이 남자는 상당한 무예를 갖추고 있었다. 반응 속도도 무척 빨랐다. 자신이 다치지 않은 상태였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설마... 그쪽도 고승민과 원한이 있는 건가요?”“같은 원한인 것 같네요. 저도 성수연 씨의 일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어요.”배기훈은 심지경을 단번에 일으켜 세운 뒤 차량 뒤쪽으로 밀어 넣었다.“성수연 씨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요.”심지경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좋아하는 사람이라면...”남자의 눈웃음 속에 부드러운 물결이 일렁였다. 따뜻한 기색이 가득했다.“강시원입니다.”‘하...’심지경은 웃음을 터뜨렸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심 대표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나 보네요?”배기훈은 왼팔을 등 뒤로 가져가더니 갑자기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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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배기훈과 심지경을 비롯한 심현 그룹과 이스테이트의 부하들이 일제히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비서가 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엄숙했다.“야! 이 씨발 놈아! 당장 돌아와!”고승민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스크린 속 상황을 노려보며 떨리는 손으로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비서를 향해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당장 문 닫아! 빨리!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감히 나까지 끌어들였다간... 우리 아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시끄러워 죽겠네.”비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팔을 휘둘러 손에 든 무전기를 멀리 내던졌다.이스테이트의 부하들은 모두 경악했다.사실 그들 역시 오래전부터 고승민에게 불만을 품어 왔으며 심지어 그를 증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이스테이트의 후계자라는 이유로 그의 위세에 짓눌려 오랫동안 분노를 삭인 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이었다.그런데 비서가 그들이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감히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모두의 피가 들끓었다. 억눌려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려 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누구도 심 대표님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말을 마친 비서는 엄숙한 표정으로 한 걸음씩 심지경에게 다가갔다.“심 대표님, 방금 전에는 무례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도 이렇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저희가 각자 모시는 주인이 다르고 이 바닥에서 살아가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심지경은 다소 뜻밖이라는 듯 놀랐지만 준수한 얼굴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이해해.”“사모님께서 겪으신 일도 저희가 들었습니다.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말을 마친 비서는 몸을 옆으로 비켜 정중하게 길을 터 주었다. 눈빛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어딘가 후련한 듯한 미소마저 어려 있었다.“이제부터 대표님께서 가시는 길에는 아무런 방해도 없을 겁니다.”배기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황근우도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탄식했다.“역시 고 회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하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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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안 돼... 제발... 죽이지 마!”고승민은 피바다 속에 쓰러진 채 끊임없이 몸부림쳤다. 진흙탕 속에서 꿈틀거리는 구더기와 다를 바 없었다.“내 아내는 너 때문에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 내 아이도 너 때문에 죽었어.”목이 점점 메어온 심지경은 울먹이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도 널 죽이지 말라고? 네가 생각에는 그게 가능할 것 같아?”“나, 난 네 여자가 임신한 줄 몰랐어... 알았더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아악!”이 순간 심지경은 피에 굶주린 악귀처럼 변해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고승민의 다리에 총을 쏘았다.“아악! 복수할 상대를 잘못짚었어!”고승민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네 여자를 건드리려고 한 사람은... 내가 아니야... 네 여동생이야! 심화영!”심지경의 심장이 세차게 죄어 왔다. 눈에는 핏빛이 가득 고였다.사실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심화영은 그가 온갖 사랑을 쏟으며 어릴 때부터 자라는 것을 봐온 친여동생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그녀는 천진난만하고 활발하며 사랑스러운 아이였다.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어떻게 그토록 음험하고 잔인하며 미쳐 버린 사람이나 할 법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똑바로 말해.”심지경은 총을 쥔 손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멈출 수 없이 떨렸다. 목소리마저 몹시 쉰 상태였다.“왜 내 여동생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거지?”“그날 밤... 네 여동생을 납치한 건 내가 아니야... 네 여동생이 직접 나를 찾아왔어! 네 곁에 있는 경호원 그년을 손봐 주기만 하면 도박 빚 60억을 대신 갚아 주겠다고 했다고...”고승민은 뼈저리게 후회했다. 심화영의 계략에 넘어간 자신을 원망하며 그녀를 산 채로 씹어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나도 만일을 대비해서 증거를 남겨 뒀어... 우리 둘이 나눈 대화를 녹음했고 은행 거래 내역을 캡처한 사진도 저장해 뒀다고!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봐...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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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듣기에는 괜찮은 제안이네. 그런데 하나 물어보자. 네 오빠 곁에 있는 작은 애첩 하나일 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그 여자를 못살게 구는 거야?”심화영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오빠는 내 오빠여야 해. 감히 내 오빠를 탐내는 여자는 누구든 죽어 마땅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쾅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심지경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휴대전화를 대형 스크린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스크린은 산산조각이 났다. 화면 속 모든 장면이 사라지고 흑백의 잡음만 남았다. 마치 타오르던 분노가 재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심... 심 대표... 심 대표...!”고승민은 콧물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었다. 몸을 일으킬 수만 있었다면 심지경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다.“아는 건 이게 다야! 카지노에서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지만 않았어도... 집안에서 나를 그렇게 옥죄지만 않았어도 저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나도 네 여동생에게 이용당한 거야!”“할 말은 다 했어?”남자의 눈 속에서 분노가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눈은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부릅떠져 있었다.고승민은 어리둥절해했다.“어...?”심지경은 떨리는 손으로 방아쇠를 당겼다.“저승에 가서 죽은 내 아이에게 죗값을 치러.”“안 돼!”탕!총성이 울려 퍼졌다. 고승민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피가 솟구쳤다.그렇게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둔 것이다.심지경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뜻밖에도 뒤에 있던 김호진이 총을 들고 있었다. 얼굴은 온통 땀으로 젖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왜...?”“심 대표님, 대표님께서 고승민을 얼마나 증오하시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이런 개자식들과는 다릅니다. 대표님은 심현 그룹의 후계자입니다. 앞으로 할 일도 많고 미래도 창창하십니다. 절대로 직접 사람을 죽여 손에 피를 묻히셔서는 안 됩니다.”김호진의 눈빛은 불타오르듯 굳건했다.“손을 더럽혀야 하는 일은 전부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대표님은 반드시 깨끗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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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경시, 깊은 밤.서정혁은 심지경에게서 전화를 받은 뒤 몇 시간째 연락이 닿지 않자 애가 타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서 대표님!”한수현이 황급히 서재로 들어왔다.“방금 뉴스를 확인했는데 남운시 일대에서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한 명이 사망하고 십여 명이 다쳤습니다! 조금 전 뉴스에 보도되긴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인지 아직 실시간 검색어에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조사해 보니 심 대표님의 차량도 오늘 남운시 방향으로 향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추적할 수 없습니다!”“심지경도 남운시에 갔단 말이야?”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서정혁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심지경은 지금껏 남운시에 가 본 적이 없었다. 심현 그룹은 그곳에 진행 중인 사업도 없는데 갑자기 그곳에는 왜 간 것일까?설마 이번 총격 사건이 심지경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사망자의 신원을 당장 확인해!”한수현이 대답하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확인한 그는 안색이 급변했다.“서, 서 대표님! 사망자는 이스테이트 조직의 후계자인 고승민입니다.”서정혁이 온몸을 휘청거렸다. 온몸에 오싹한 한기가 퍼져 나갔다.심지경이 저지른 일임이 틀림없었다.“정말 지경이 네가 한 짓이야...? 성수연의 복수를 위해 사람까지 죽인 거야?”서정혁은 책상 모서리를 붙잡고서야 겨우 몸을 지탱했다. 감정을 추스르던 그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수현아, 요 며칠 경찰 쪽을 바짝 주시해. 무슨 낌새라도 보이면 즉시 내게 알려. 지경이가 무사히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야 해. 이 일에 깊이 휘말리게 해서는 안 돼. 만약 사망자가 지경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 자식 인생은 완전히 끝장이야.”서정혁은 절친한 벗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모습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 어떻게든 온 힘을 다해 뒤처리를 해 주어야 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명심하겠습니다.”한수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감탄 섞인 긴 한숨을 내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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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두 사람은 몸이 바짝 밀착되었다.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짙은 담배 냄새와 강압적인 기운이 그녀를 감쌌다.강시원은 서정혁의 빳빳한 양복 아래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과 유난히 격렬한 심장 박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너무 낯설었다.낯설어서 두려울 정도였다.강시원은 온몸을 떨며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병원이라는 장소 때문에 감히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울 수 없어 답답함에 이마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서정혁! 또 왜 이러는 거야... 당장 놔!”“일이 생겼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냐고 묻잖아!”서정혁은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먼저 고함을 질렀다.두 팔로 그녀를 사정없이 옥죄었다. 강압적인 소유욕이 고스란히 드러나 강시원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완전히 화가 치민 강시원은 단단한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애교 섞인 투정이 아니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두른 것이었다.또한 발로 반짝이는 남자의 구두를 세차게 밟고 짓이겼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당신한테 왜 알려야 해!”남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강시원! 나는 네 남편이야!”“당신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질질 끌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진작에 이혼하고도 남았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았을 뿐이지 내 마음속에서 당신은 이미 아무것도 아니야! 놔!”서정혁의 봉황 같은 눈매가 붉게 물들었다.강시원은 다시 발을 들어 그의 발을 세차게 내리밟았다.방금 그녀가 내뱉은 말이 너무나 큰 충격을 주었던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팠던 탓인지 서정혁은 갑자기 그녀를 놓아주었다.서정혁이 손을 놓는 순간 강시원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뒤로 넘어졌다.“조심해!”서정혁이 황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그 순간, 서정혁과 마찬가지로 키가 크고 건장한 한 남자가 빠르게 달려와 두 팔을 벌리고 강시원을 안정적으로 받아 냈다.그는 우뚝 솟은 산처럼 당당했다. 남자에 비하면 강시원은 한없이 가냘프고 작아 보였다. 남자가 그녀를 품에 안은 모습은 마치 드넓은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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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서정혁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강시원의 대답을 기다렸다.“배 대표님 말이 맞아. 서정혁,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 당신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어.”말을 마친 강시원은 배기훈의 두툼하고 따뜻한 손을 잡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배기훈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잡은 손이 가볍게 떨렸지만 이내 그녀의 손가락을 살며시 걸어 잡았다.“강시원...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두 사람이 떠난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서정혁은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힘없이 벽에 몸을 기댔다.그 순간, 심장 깊은 곳에서 가늘고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서정혁은 몸을 흠칫 떨며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강시원은 배기훈의 손을 잡은 채 계속해서 걸었다. 서정혁이라는 성가신 남자가 뒤쫓아와 끈질기게 들러붙을까 봐 두렵기라도 한 듯 한참을 걸었다.“강시원,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배기훈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걸음을 멈춘 강시원은 그제야 자신이 어느새 병원 밖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경시는 이미 겨울에 접어들어 밤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강시원은 찬 바람에 재채기까지 했다.배기훈은 즉시 코트를 벗어 강시원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의 몸을 단단히 감싸 주었다.남자의 체온이 온몸을 감싸자 강시원은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그때 강시원이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순식간에 긴장했다.“이 옷... 왜 이렇게 피비린내가 심하게 나요?”배기훈은 태연한 척했다.“그래? 난 전혀 못 느끼겠는데...”그 순간, 강시원은 마치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는 명탐정이라도 된 듯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작은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파묻을 정도로 가까이 댄 뒤 꼼꼼하게 냄새를 맡았다.배기훈이 향수를 뿌려 여전히 우아한 삼나무 향이 감돌았지만, 강렬한 피비린내와 살벌한 기운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배기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에서 단서를 찾으려는 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빛에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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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강시원은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다 제 잘못이에요. 수연이를 끝까지 지켜 주겠다고 큰소리쳤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요.”배기훈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목이 꽉 막히는 듯했다.“시원아, 그런 말 하지 마.”‘시원아’라는 부름이 지금 이 순간 강시원의 마음에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성수연에게 사고가 생긴 뒤로 그녀는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사실 속으로는 어찌할 바를 모를 만큼 불안하고 초조했다.강시원은 늘 강인하고 독립적이었다. 이토록 두려움에 사로잡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이 남자가 곁에 없었다면 자신이 과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너는 이미 충분히 훌륭해. 사람이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어. 이 정도면 정말 잘한 거야. 그러니 자책하지 마.”배기훈은 허리를 숙였다. 두 사람의 얼굴이 바짝 가까워져 서로의 숨결까지 느껴졌다.“게다가 내가 곁에 있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해?”강시원은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 긴 속눈썹을 내리깔자 얼굴에 부드러운 빛이 감돌았다. 남자는 그녀의 코끝에 난 가느다란 솜털과 맺힌 작은 땀방울까지 볼 수 있었다.배기훈이 침을 꿀꺽 삼키자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충동을 억누르지 못할 뻔했다.“지난 이틀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말해봐요.”강시원은 황급히 물컵을 들어 올리며 일부러 물을 마셨다.배기훈이 그녀의 옆에 앉더니 갑자기 그녀의 손에 들린 컵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댔던 자리에 자연스럽게 입을 대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강시원의 아름다운 눈이 휘둥그레졌다.“저기요, 그거 제가 마시던 건데...”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다시 한 모금 마셨다.“내가 더러워?”“그런 게 아니라...”“목도 마르고 피곤해서 다시 물을 따르기도 귀찮아.”배기훈은 입술을 가볍게 달싹였다. 목소리에는 나른한 기색이 묻어났다.강시원의 심장이 순식간에 다시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물을 따르는 곳은 분명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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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성수연 씨의 원수는 갚았어.”강시원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태연하고 침착한 배기훈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서, 설마... 기훈 씨가 죽인 거예요?”그녀는 몹시 놀랐다.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지금 강시원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만약 정말 배기훈이 죽인 것이라면 어떻게든 그 사실을 숨겨 배기훈이 죗값을 치르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그게 법을 위반하는 일이라고 해도 강시원은 신경 쓰지 않았다.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설령 자신을 희생해야 하더라도 반드시 배기훈을 지켜 내겠다는 것이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한 짓은 아니야.”배기훈은 긴장한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강시원은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그럼 누가 한 거예요?”“미안하지만 말할 수 없어. 성수연 씨가 원수를 갚았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돼.”“알겠어요.”강시원은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병상에 누워 있는 성수연을 바라보았다. 가슴속에 맺힌 원한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심지경이 미워요. 그 짐승 같은 놈을 천번 만번 난도질해 죽인다 해도 수연이의 아이는 돌아오지 않잖아요.”배기훈은 긴 다리를 꼬고 앉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살아 있기만 하면 모든 일이 차츰 좋아질 거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봐. 이번 일을 겪지 않았다면 성수연 씨는 앞으로도 새로운 인생을 얻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심지경 역시 성수연 씨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빨리 직시하지 못했을 테고.”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 남자가 화제를 돌렸다.“참, 그때는 너무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말하지 못한 일이 하나 있어.”“뭔데요?”“추강민의 비밀이 하나 더 밝혀졌어.”배기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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