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671 - Chapter 680

703 Chapters

제671화

강시원은 너무 젊었다. 유재윤은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마저 잃어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다행히 배기훈을 만났다.지금 이 순간, 배기훈의 등장은 강시원에게 단순한 의지처를 넘어 구원이나 다름없었다.“선배, 사실 저도 이치로는 다 알아. 그동안 매일같이 스스로를 타일렀어.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큰 걸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야.”강시원은 두 손으로 따뜻한 커피잔을 감싸 쥐었다. 마음은 여전히 괴로웠다.“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지금 경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영원 테크를 떠난 사람들은 어떡해? 선배, 만약 엄마가 계셨다면 분명 모두를 지킬 방법을 찾으셨겠지? 역시 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엄마보다 못한 것 같아...”“그렇지 않아. 시원아, 너와 네 엄마는 처한 시대도 다르고 환경도 달라. 당연히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어.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있잖아. 넌 앞으로 네 엄마보다 더 훌륭하고 더 강한 사람이 될 거야.”유재윤은 다정하게 그녀를 위로했다.“회사가 다시 좋아지고 정상 궤도에 오르면 그때 정리해고된 직원들 중 아직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있거나 돌아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채용하면 되잖아.”선배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강시원은 조금씩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함께 점심을 먹은 뒤 윤슬이 강시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윤슬 씨, 수연이 상태는 어때? 깨어났어?”강시원은 다급히 물었다.“아직요... 하지만 강 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신 선생님께서 직접 전반 검사를 진행했는데 성수연 씨의 회복 상태는 꽤 괜찮대요.”“선생님께서 수연이가 언제쯤 깨어날 거라고 했는데?”“그건... 신 선생님께서도 확답하기 어렵다고 하셨어요.”강시원은 유재윤과 눈을 마주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 오늘 저녁에 병원에 수연이 보러 갈게.”...그날 밤 고승민은 성수연에게 얼굴이 퉁퉁 붓고 멍이 들 정도로 얻어맞은 데다 한쪽 팔까지 부러졌다. 이스테이트의 부하들이 온 힘을 다해 그를 보호한 덕분에 그는 무사히
Read more

제672화

“뭐라고? 심씨 가문의 그 계집이 너를 먼저 건드렸다고?!”고주용은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인 고승민을 끔찍이 아꼈다. 하지만 머리까지 흐릿해진 것은 아니었다. 이 못난 아들이 이스테이트의 후계자라는 신분만 아니었다면 정상적인 여자가 그를 좋다고 할 리 없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이제는 아주 대단해졌구나. 네 아비 앞에서도 허풍을 떨고 거짓말을 하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구나. 내가 널 때려죽이지 못할 줄 아는 거야?”“아빠! 정말이에요!”고승민은 세상 무서울 것 없었지만 자기 아버지만큼은 무서워했다. 또다시 얻어맞을까 두려워 두 손으로 지팡이를 꽉 붙잡고 말했다.“그날 밤... 원래 친구 몇 명이랑 컬러 나이트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그 심화영이라는 여자가 갑자기 저를 찾아와서는 저랑... 거래를 하자고 했어요.”고주용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엄한 목소리로 재촉했다.“무슨 거래? 어서 말해!”“그 여자가 자기가 저에 대해 알고 있고 저와 자기 오빠인 심지경이 원수 사이라는 것도 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심지경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어요.”고승민은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그 계집 말로는 심지경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오랫동안 곁에 두고 키운 그 어린 여자 경호원이래요... 그 여자만 망가뜨리면 심지경에게 제대로 복수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날 밤 그 여자와 짜고 연기를 한 거예요... 심지경을 유인해 여동생을 구하러 오게 한 다음 인질로 잡고 있는 여동생을 구하려면 경호원을 내놓으라고 한 거예요...”자기 아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고주용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고작 그 정도로 네가 그 계집애 말에 순순히 협조했다고? 분명 그 여자가 너한테 다른 이익도 약속했겠지?”고승민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그 여자가... 일이 성사되면 60억을 주겠다고 했어요. 오성 카지노 도박 빚도 갚아 주겠다고요...”고주용은 이마
Read more

제673화

고주용은 걸음을 멈추었다. 굳어 있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됐다! 며칠 동안 심현 그룹 쪽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던 걸 보면 심지경은 정말 그 여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이놈아, 똑똑히 들어라. 이번이 마지막이야. 앞으로는 절대로 심지경에게 시비를 걸지 마! 지금 우리 이스테이트는 경찰의 감시를 삼엄하게 받고 있는 데다 여러 유흥업소와 카지노까지 적발되어 무너진 상태야. 이제 겨우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중인데 이 중요한 시기에 또 사고를 치면 우리 이스테이트의 처지는 더욱 악화될 거야!”고승민은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비서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고, 고 회장님! 손, 손님이 오셨습니다!”고주용은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오늘은 손님을 만날 기분이 아니니 돌려보내!”비서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말했다.“그, 그런데 이번 손님은... 안 만나실 수가 없습니다! 심현 그룹의 심지경 대표님이십니다!”크게 놀란 고씨 부자는 얼굴빛이 변했다.“뭐라고?”심지경과 이스테이트가 가장 치열하게 대립했던 지난 2년 동안에도 심지경은 단 한 번도 먼저 그들을 찾아와 협상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심씨 가문은 어쨌든 양지에서 활동하는 가문이었고 그들은 철저한 암흑가의 깡패 조직이었다. 심지경은 애초에 그들을 똑바로 보지도 않았는데 어찌 스스로 몸을 낮추면서까지 그들과 대면하려 하겠는가?고주용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과 긴장감이 뒤섞였다.“젠장, 심지경 그놈이 직접 제 발로 찾아왔단 말이지? 마침 나도 속에 쌓인 화를 풀 곳이 없어 답답하던 참이었는데!”고승민은 의욕이 넘치는 얼굴로 당장 심지경을 만나러 가려 했지만 아버지에게 제지당했다.“얌전히 있어! 어디에도 가지 말고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고주용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내가 나가서 그놈을 만나 보겠다!”고씨 가문의 별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호화롭고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거실
Read more

제674화

고주용은 더는 참지 못하고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찍었다.“심 대표님! 말조심하시오. 승민이는 내 아들이요!”“아들도 아들 나름이어야죠. 짐승만도 못한 게 아들입니까?”“네 이놈!”“일이 벌어진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고 회장은 이제 사건의 전말을 아주 명확하게 파악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심지경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김호진이 즉시 앞으로 나와 담배를 건네고 불을 붙여 주었다.남자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인 뒤 고씨 가문의 값비싼 양모 카펫 위에 담뱃재를 그대로 털었다.고주용은 분노가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심 대표, 대체 무슨 뜻인지 돌려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보세요!”“내 아이가 죽었습니다.”심지경의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불길에 타 버린 듯 쉬어 있었다.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았고 얼굴에는 슬픔이 역력했다.“나와 수연의 아이 말입니다.”“수연이가... 누구죠?”“늘 내 곁을 지키던 여자 경호원입니다. 회장님 아들이 가장 잘 알겠지요.”심지경은 짙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물론 그 여자는 이제 저, 심지경의 아내이기도 하고요.”고주용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극심한 공포와 불안이 그를 덮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회장님 아들이 내 아내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심지경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그의 말마디마다 살기가 서려 있었다.“아이는 세상을 떠났고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손을 쓴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피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고주용은 억지로 짓고 있던 웃음조차 더는 유지하기 어려웠다.“심 대표님, 혹시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제 아들은 대표님의 아내에게 손을 댄 적이 없습니다. 배 속의 아이를 건드린 적도 없고요.”“하지만 내 아이는 결국 그놈 때문에 죽었습니다.”심지경은 담배꽁초를 카펫에 내던진 뒤 발로 짓이겨 꺼 버렸다.“고 회장과 쓸데없는 말싸움을 할 시간은 없습니
Read more

제675화

심지경은 뼈에 사무칠 만큼 매서운 말을 남긴 뒤 부하들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고씨 가문을 떠났다.그들이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고주용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걸을 수 없었다. 비서가 부축해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질 뻔했다.“끝장이야... 승민이가 이번에 엄청난 사고를 쳤어!”고주용은 놀라고 분노한 데다 마음까지 다급해져 지팡이로 바닥을 미친 듯이 내리쳤다.“그 여자는 평범한 여성 경호원이 아니었어. 지금은 심지경의 아내라고! 게다가 당시에는 임신까지 한 상태였어! 그런데 이제 아이마저 잃었으니 심지경은 반드시 내 아들을 죽이려 들 거야!”비서는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그,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우리 이스테이트의 힘으로는 심씨 가문을 당해 낼 수 없습니다! 만약 도련님을 넘기지 않으면 심지경이 우리 이스테이트 전체를 끌어들여 함께 죽으려 하지 않을까요?”“내게는 승민이 하나뿐이야. 설마 우리 고씨 가문의 대를 끊어 버리겠다는 거냐?”고주용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굳혔다.“무슨 일이 있어도... 승민이 목숨만은 지켜야 해! 절대로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둘 수 없어! 지금쯤 공항과 기차역과 부두는 모조리 심지경의 사람들로 깔렸을 거야. 승민이가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은 남운시에 있는 내 별장뿐이야! 당장 그 별장으로 보내. 이스테이트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자들을 데려가고 총기와 탄약도 최대한 넉넉하게 챙겨.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승민이 목숨을 지켜야 한다!”심지경의 전용차는 고씨 가문을 떠난 뒤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이 감금해 둔 고승민의 부하를 만나러 갔다.차 안에서 김호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젠장, 그 늙은이는 딱 봐도 잔꾀가 많고 노련한 늙은 여우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뿐이네요!”심지경은 앞을 응시했다. 흑백이 뚜렷한 눈동자에는 서늘하고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분명 고승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어쩌면 벌써 숨겨 놓았을지도 모르지. 하지
Read more

제676화

성수연은 새하얀 병상에 조용히 누워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윤슬은 하루 종일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는 시간 외에는 꼼짝도 하지 않고 병상 곁을 지키며 성수연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이제는 극도로 피곤한 나머지 눈꺼풀이 저절로 감길 지경이었다.그 시각, 텅 빈 복도.하얀 의료진 복장을 하고 얼굴에 커다란 흰 마스크를 쓴 남자가 카트를 밀며 느긋하게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성수연의 병실 앞에 섰다.남자는 음침한 눈빛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안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내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서는 마침 윤슬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남자와 마주쳤다.윤슬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실례지만 누구세요...?”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성수연 씨의 약을 교체하러 왔습니다.”“아... 그러세요. 들어오세요.”윤슬은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그동안 매일 약을 교체해 주시던 분은 여자 간호사 아니었나요? 이번에는 왜...”“아, 그분은 집안에 일이 생겨서 휴가를 냈습니다. 오늘 밤은 제가 대신 근무하게 됐습니다.”자연스러운 남자의 말투만 들으면 거짓말을 하는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아, 네. 알겠습니다.”그때 윤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시원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윤슬이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으려던 순간, 갑자기 몸이 굳었다.고개를 숙인 바로 그 순간, 흰 가운을 입은 남자의 발에 의료진이 흔히 신는 편안한 운동화가 아니라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은 윤슬은 날카롭게 소리쳤다.“당신 의료진 아니죠! 대체 정체가 뭐예요... 읍!”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사나운 눈빛으로 윤슬에게 달려들어 에테르에 흠뻑 적신 흰 천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거칠게 틀어막았다.순간 온몸에 힘이 빠진 윤슬은 완전히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흥, 관찰력은 제법이군. 하지
Read more

제677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환각처럼 비현실적이었지만, 너무나도 생생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의 성수연이 어느새 병상에서 몸을 일으켜 흉악범이 비수를 쥔 손목을 단숨에 붙잡고 있었다.가볍게 숨을 몰아쉬는 성수연은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힘도 아주 세 보였다. 남자가 필사적으로 몇 번이나 몸부림쳤지만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었다.“너, 너는 분명... 어떻게 된 거야?”남자는 아름다우면서도 차가운 성수연의 얼굴을 경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모처럼 잘 자고 있었는데 네가 깨웠잖아.”성수연은 하품을 하며 소름이 끼칠 만큼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겠네.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언제까지 잠들어 있었을지 몰랐을 테니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네 손 하나를 떼어 기념품으로 간직해야겠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뚝하는 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남자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성수연은 사람의 관절을 꺾는 데 도가 튼 고수였다. 상대가 비수를 쥔 자세만 봐도 그의 실력이 자신보다 한참 아래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비록 중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상대를 처참하게 두들겨 패서 친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놓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그 순간 성수연은 재빠르게 떨어지는 비수를 받아 낸 뒤 남자의 목에 들이댔다.애초에 반격할 기회조차 조금도 주지 않은 것이다.바닥에 쓰러진 신우민은 눈앞의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화려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모습은 이 순간 마치 여신이라도 강림한 듯했다.두근두근.늘 잔잔한 물처럼 고요했던 신우민의 심장이 지금껏 경험한 적 없을 만큼 빠르게 뛰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렬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미친 듯이 싹트고 있었다.두 뺨도 순식간에 달아올라 열이 오른 것처럼 뜨거워졌다.태어나서 28년 동안 한 번도 연애해 본 적 없는 신우민은 아직 알지 못했다.마치 태양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 따뜻하면서도 뜨거운 이 감정이 바로 사랑에 빠지는
Read more

제678화

남자는 온몸이 쑤시고 아파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입이 무척 무거웠다. 끝내 단 한마디도 털어놓지 않았다.유재윤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흥, 끝까지 버티면 뭐라도 달라질 줄 알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너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 위험한 약물을 소지한 데다 신 선생님까지 폭행했으니 고의 상해죄에 해당해. 거기에 살인미수 혐의까지 더해지면 널 감옥에서 썩어 죽게 만들 수도 있어.”유재윤의 명성은 경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목을 뻣뻣하게 세운 채 굴복하지 않았다.어차피 성수연은 죽지 않았다. 끝까지 입을 다물고 버티기만 하면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고작 십 년형을 받는 것으로 끝날 터였다.하지만 배후에서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털어놓는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다.“선배, 그만해. 아무리 캐물어도 저 사람은 말하지 않을 거야.”강시원은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깊은 못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저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수연이를 노리러 왔다는 건, 살인 같은 중대한 범죄까지 저지를 각오가 이미 되어 있었다는 뜻이야. 경찰에 넘기고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 저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기개를 지키며 끝까지 입을 다물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해 남자를 체포해 갔다.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신우민은 조사를 위해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았다. 변호사인 유재윤도 그와 함께 가기로 했다. 신우민이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다른 두 명의 경찰관은 병원에 남아 중상을 입은 성수연에게 사건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물으려 했다.아까 범인과 몸싸움을 벌였을 때 성수연은 그야말로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낸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은 이미 기력이 바닥난 뒤였다. 질문 세 개에 답했을 뿐인데도 숨이 차올랐고 매끈한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경찰관님, 제 친구가 아주 심하게 다쳤어요. 이제 막 깨어난 데
Read more

제679화

성수연은 목이 메어 흐느꼈다. 뒷부분의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그러니까... 차라리 없는 게 나아. 이 세상에 태어나서 고생하지 않는 게 좋겠어.”“수연아, 네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 심지경은 줄곧...”“그 사람 얘기는 꺼내지도 마.”성수연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며 열 손가락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그 사람은 보고 싶지도 않아. 이름조차... 듣고 싶지 않아.”“알았어. 더는 말하지 않을게. 정말 안 할게.”“시원아.”“응, 나 여기 있어!”성수연은 긴 속눈썹을 가늘게 떨었다. 속눈썹은 눈물에 흠뻑 젖어 한 올 한 올 뭉쳐 있었다.“상처가 다 나으면 경시를 떠날 거야...”강시원이 다급하게 물었다.“어디로 가려고?”성수연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미련도 남아 있지 않았다.“내 생각에는 경시를 떠나더라도 국내에 있는 한... 그 사람은 어떻게든 나를 찾아낼 거야. 그러니 아예 해외로 나갈 거야. 그 사람이 영원히, 영원히 나를 찾지 못하도록...”...고주용은 고승민에게 변장하도록 한 뒤 그날 밤 가장 믿을 만한 수하들을 보내 그를 경시에서 남운시로 피신시켰다.고씨 가문의 별장은 남운시 곤봉산 기슭에 자리했다. 다른 별장과는 달리 내부 벽에는 은행 금고에나 쓰일 법한 강철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창문도 많지 않았다. 몇 안 되는 창문마저 한쪽 방향에서만 밖을 볼 수 있는 방탄유리로 되어 있었다.시설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바깥에는 이스테이트 최고의 경호원들까지 배치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철통같은 요새라 모기 한 마리조차 들어올 수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안전한 별장이라도 약점은 있기 마련이었다.결국 사람이 통제하고 지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남운시 별장에 들어간 첫날 밤부터 고승민은 안절부절못하며 견디지 못했다.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마약 금단 증상까지 다시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그에게는 매 순간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Read more

제680화

“뭐라고?!”고승민은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아버지가 마련한 이 별장은 대포로 포격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이내 다시 마음을 놓은 고주용은 태연하게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쳐들어오려면 오라 그래! 제 발로 찾아와 죽겠다는데 우리가 뭐 하러 봐줘야 해? 들어오면 잘게 다져 버릴 거야!”비서는 겁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심지경조차 고주용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데 고승민은 감히 죽이네 살리네 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아마 잘게 다져질 사람은 심지경이 아니라 바로 고승민 자신일 터였다.“아무튼 우선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십시오. 제가 사람들을 보내 막아 보겠습니다!”비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수하가 허둥지둥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큰일 났습니다! 심지경이 별장 안으로 쳐들어왔습니다!”고승민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비서는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만큼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여기는 철통같은 요새야! 그런데 어떻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단 말이냐?!”“그쪽에서 큰 무기들을 가져왔습니다! 심지경은 완전히 미쳐 버린 인간입니다. 눈에 보이는 사람마다 총을 갈겨 대고 있습니다! 우리 여기 사람들 중 몇 명은 이미 중상을 입었습니다!”고승민은 길길이 날뛰었다.“너희는 총 들고 뭐 해? 그놈을 쏴 죽이지 않고 뭘 한 거야?”수하는 벌벌 떨며 대답했다.“심, 심현 그룹의 후계자를 죽인다면 우리 이스테이트 전체가...”“멍청한 자식! 그놈이 네 목숨을 노리는데 아직도 뭘 그렇게 따지고 있어?”고승민의 눈빛에 음험한 살기가 서렸다.“죽여 버려! 모조리 죽여 버리라고! 사랑에 눈이 먼 놈들은 다 죽어야 해!”...살기가 가득한 별장 밖은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남운시로 향하던 길에 심지경은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깊은숨을 들이쉬고 가장 친한 친구인
Read more
PREV
1
...
66676869707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