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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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강시원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문득 배기훈이 말한 증상들이 임지민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시원아, 무슨 생각하는 거야?”배기훈은 그녀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임지민은 줄곧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증상이 없었어요. 모든 일들은 임지민이 서정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벌어졌어요.”강시원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제는 과거에 뼛속 깊이 새겨진 아픔조차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럴 정도로 마음도 완전히 정리한 것이었다.“지난 5년 동안 서정혁은 임지민의 병을 고쳐 주려고 세계 곳곳의 명의를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어떤 의사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죠. 게다가 발작이 일어났을 때는 몹시 고통스러워하다가도 이틀만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회복했어요. 그렇게 차일피일 끌어왔죠...”배기훈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서 대표의 마음을 졸이며 걱정하게 만들었군. 안심하지 못하게 말이야. 그렇지?”“사실 임지민을 병원에 데려가는 건 핑계였어요. 서정혁은 여전히 임지민을 좋아하고 있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 여자를 그렇게 세심하게 돌볼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배기훈의 눈빛이 깊어졌다.“아직도 신경 쓰여?”강시원은 하늘에 뜬 밝은 달처럼 시원스레 웃었다.“제가 아직도 그 남자를 조금이라도 신경 쓴다면 인간으로서의 자격 상실이겠죠.”남자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넌 인간 맞아. 반드시 인간이어야 하고.”강시원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왜요?”배기훈은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야 내가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강시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아무리 점잖은 남자라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결국 야릇한 농담을 하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이것은 억누를 수 없는 본능적인 사랑이었다.강시원은 서둘러 본론으로 화제를 돌렸다.“그러니까 기훈 씨 말은 임지민의 몸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게 그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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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아니야. 그냥 장난친 거야.”배기훈은 강시원을 더욱 꼭 끌어안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입가에 번지는 유쾌한 미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 나는 언제든 대기하고 있으니까.”강시원은 피가 배어 나올 듯 새빨개진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고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새벽녘, 병원 건물 밖의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롤스로이스 한 대가 적막한 밤의 어둠 속에 소리 없이 멈춰 서 있었다.차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뼈마디가 또렷하고 길쭉한 손 하나가 밖으로 나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꽁초를 톡톡 털었다.그와 동시에 서정혁의 침울하고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밤바람은 매섭고 차가웠지만, 지금 그의 마음속에 드리운 냉기는 그보다 더 싸늘했다.이제 강시원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배기훈이었다. 반면 자신은 그녀에게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이 되어 있었다.불과 서너 달 사이에 그녀를 걱정하는 말 한마디조차 건넬 자격이 없어지다니.두 사람의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일까...그때 한수현이 차 문을 두드렸다. 정신을 차린 서정혁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담배를 두 모금 더 깊이 빨아들인 뒤 담뱃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대표님, 지난 며칠 동안 직원들을 시켜 경시의 크고 작은 병원을 모조리 조사했습니다. 사모님의 수혈 기록은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한수현의 목소리에는 난처한 기색이 묻어났다.“혹시 사모님께서 다른 지역에서 헌혈하신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조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서정혁은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경통삼 병원은? 거기에도 없었어?”한수현이 고개를 저었다.“첫날부터 주요 병원 몇 곳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도 없었습니다.”서정혁은 등을 뒤로 젖혔다.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켰다.대체 무슨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엇을 의심하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이토록 괴로워하는 것일까?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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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감옥에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신우민은 이를 악물었다.“배후에서 지시한 자를 잡아내지 못하다니... 정말 분통이 터져 죽겠어요!”그때 한 경찰관이 지친 기색으로 조사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자 두 사람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유재윤이 물었다.“뭐라고 하던가요?”경찰관은 짜증스럽게 고개를 저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배후에 있는 사람의 신분과 지위가 보통이 아닌 모양입니다. 감히 입을 열지 못하는 거죠. 게다가 계속 변호사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저런 인간에게도 변호사가 필요해? 똥이나 처먹으라고 해!”명문가 출신인 신우민도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대놓고 욕설을 퍼부었다.“안녕하십니까. 홍재준의 변호인 한수현입니다.”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재윤과 신우민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이 사람은... 서정혁의 곁을 지키던 비서 한수현이 아닌가!그런데 갑자기 변호사가 되었다고? 갑자기 신분을 바꿔치기라도 한 건가?“홍재준 씨의 변호사님이십니까?”경찰관이 절차에 따라 확인했다.한수현은 말끔한 정장 차림에 검은 서류 가방까지 들고 있어 제법 변호사다운 모습이었다.“제 의뢰인은 어디에 있습니까?”“이쪽입니다. 따라오시죠.”한수현은 경찰관을 따라 자리를 떴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재윤과 신우민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그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유재윤과 신우민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연기 한번 실감 나게 하네.”조사실 안에는 홍재준이라는 남자와 한수현, 두 사람만 남았다. 한수현은 변호인 자격으로 홍재준과 단둘이 대화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한수현은 전혀 서두르지 않은 채 싱글벙글 웃으며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홍재준은 한참이 지나도록 감히 입을 열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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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공 비서라고?”잠깐 생각하던 한수현은 머릿속에 심태수 아내인 고연경 곁에 공씨 성을 가진 비서실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자 대강 상황이 파악되었다.한수현이 이렇게 빨리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초능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성수연이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배후에 있는 자가 심씨 가문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한수현이 고작 이런 하찮은 범인 하나를 붙잡은 것으로 만족할 리 없었다.서정혁이 그에게 맡긴 임무는 배후에 숨어 있는 거물을 끌어내는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한수현은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거짓말 좀 작작해! 고작 정체도 모르는 공씨 성을 가진 사람 때문에 이렇게 큰 사고를 떠안고 입을 굳게 다문다고? 감옥에서 평생 썩을 각오까지 하면서?”속내를 간파당한 홍재준은 한수현 앞에서 알몸을 드러낸 것처럼 낭패스럽고 두려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있잖아. 네가 알다시피 우리 서 대표님은 아무에게나 쉽게 기회를 주는 분이 아니야. 서 대표님의 말을 거스르는 것과 네 뒤에서 널 조종한 사람을 거스르는 것 중 어느 쪽이 너한테 더 안 좋게 작용할까?”홍재준은 완전히 기세가 꺾였다.공명수의 이름만 꺼내면 눈앞의 남자를 속여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상대는 생각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웠다.홍재준은 결국 완전히 항복한 듯 세상이 무너진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었다.“성수연 씨를 해치려 한 사람들은... 심씨 가문입니다.”“흥, 진작 짐작하고 있었어.”한수현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책상 아래에서는 그들의 대화가 이미 녹음되고 있었다.“저는 오랫동안 심씨 가문을 위해 일했습니다. 제 아버지도 생전에 심 회장님 곁에서 경호원으로 일하셨고요. 그러다 일하던 중에 부상을 입으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심 회장님은 저희 가족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주셨고, 집도 새로 마련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해군시에서 환경이 좋은 요양원에서 지내실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저와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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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거실에는 숨 막힐 듯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심지경은 여전히 검은 정장을 입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온몸에서 마치 지옥에서 흘러나온 듯한 음산하고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화려했던 거실은 순식간에 차가운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얼음 동굴처럼 변했다.성수연이 변을 당하고 아이마저 잃은 뒤로, 그는 단 한 번도 흰옷을 입지 않았다.과거 심지경이 흰옷을 즐겨 입었던 것은 제멋대로였고, 대담했으며,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성격 때문이었다. 누구든, 무슨 일이든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의 심지경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의기소침해지고 빛을 잃었지만, 한편으로는 차분해지고 성숙해졌다.하룻밤 사이에 심지경은 마침내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모든 가정부들이 거실로 달려 내려왔지만, 감히 앞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어두운 구석에 서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도련님, 돌아오셨습니까!”집사가 용기를 내어 서둘러 다가오며 공손하게 물었다.“갑자기 여기에는 웬일로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아빠, 엄마, 그리고 심화영을 내려오라고 해.”심지경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심화영이라고?’집사는 멍하니 굳어 버렸다. 도련님이 아가씨를 이름으로 직접 부르는 것은 거의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심화영이 누구인지조차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김호진이 굳은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이봐, 사람을 부르러 가라고 했잖아. 못 들었어?”집사는 벌벌 떨며 대답했다.“그, 그게... 심 회장님께서는 외출하신 뒤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공 비서가 사모님 모시러 갔습니다. 아가씨는 몸이 편찮으셔서... 아직 방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지금은 나오시기가 좀 곤란하십니다...”심지경의 준수한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심화영이 죽든 살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무심함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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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심지경은 고연경의 공포에 질린 얼굴에서 차가운 시선을 거두었다.“심화영은 어디 있어? 당장 끌고 나오라고 해.”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심씨 가문에서 심지경이 심화영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런 심지경이 심화영에게 이토록 격하게 화를 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심지경! 며칠씩이나 사라졌다가 이제야 돌아와서는 또 무슨 미친 짓이야!”하루 종일 바깥일을 처리하고 돌아온 심태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들이 가족들에게 난리를 치는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밖에서 원한을 사는 바람에 네 여동생이 그 불량배들에게 하마터면 몹쓸 짓을 당할 뻔했어! 매일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가 지금 정신적으로 무너질 지경이 됐다고! 오빠라는 놈이 위로는 못 해 줄망정 오히려 또 괴롭히려 들어? 너는 양심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거냐!”심지경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의 눈빛은 날이 선 칼날처럼 매서웠다.“양심이야 있죠. 지금은 오직 그년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뿐입니다.”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심지경은 핏발이 선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걷잡을 수 없는 증오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도저히 농담으로 하는 말처럼 보이지 않았다.심태수는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두려움이 치밀어 올랐다.눈앞의 심지경은 키가 크고 훤칠했으며, 심태수조차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다. 더는 어린 시절처럼 자신이 아무리 때리고 욕해도 감히 소리 한 번 내지 못하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비천한 출신의 여자 경호원 하나 때문에 아들이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인 심태수조차 아들을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연경은 공포에 질려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다.“심지경! 너 미쳤어? 감히 화영이를 죽이겠다고 하다니... 화영이는 네 친여동생이야!”“그 애는 제 여동생이 아닙니다.”심지경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막상 이 말을 내뱉으면 마음이 담담할 줄 알았지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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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고연경은 딸이 자신의 품 안에서 심하게 떨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꼈다.자신이 낳은 자식인 만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답은 이미 명백했다.그 계집애가 당한 일은 심화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심화영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딸이자 열 달 배 아파 낳은 자식이었다! 설령 누군가를 해치거나 죽였다고 해도, 딸을 지켜 줄 생각이었다.“이... 이 사람은 누구야? 나는 모르는 사람이야.”심화영은 마음속의 공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구찬우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은 구찬우는 자신이 깊이 사랑하는 아가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심화영이 자신을 모른 척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그는 자신이 심화영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한 모든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그렇다면 제가 기억나시도록 도와드려야겠군요.”김호진은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사진 한 뭉치를 꺼내 바닥으로 뿌렸다.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심씨 가문 별장에서 은밀하게 만나는 심화영과 구찬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서로 얼굴을 맞댄 채 다정하게 속삭이고, 끌어안고, 심지어... 입을 맞추는 사진까지 있었다.게다가 사진마다 심화영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잠옷만 걸친 채 남자와 끌어안고 있었고, 속옷조차 입지 않은 상태였다. 상당히 대담하고 자극적인 장면이라 평소 순결하고 고귀한 백조처럼 보이던 심화영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심태수는 즉시 달려가 사진을 주워 들었다. 딸과 낯선 남자가 찍힌 부적절한 사진을 확인한 순간, 혈압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화가 치밀어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대체 자신의 두 자식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한쪽은 여자 경호원과 몰래 평생을 약속하고, 다른 한쪽은 남자 경호원과 어울리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집안의 기강이 이토록 무너졌으니, 이 무슨 죄업이란 말인가!“날이 밝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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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그 말은 마치 그녀에게 임종 유언을 남길 때가 되었다고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아... 아니야. 오빠, 내 말 좀 들어 봐!”심화영은 울면서 자신을 변호하고 죄를 씻으려 했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구찬우에게 떠넘겼다.“나는 애초부터 그런 생각이 없었어... 쟤가 그런 거야! 구찬우가 나를 부추겨서 그런 짓을 하게 만든 거라고! 나는 얼마 전에야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오빠가 누구와 원한이 있는지 어떻게 알겠어? 하지만 구찬우는 오빠의 곁을 지키는 경호원이잖아. 오빠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내가 성수연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채고는 나한테 잘 보이려고 이런 엉터리 계책을 내놓고 나를 부추긴 거야! 그때는 구찬우의 말에 홀려 정신이 없었어. 그래서 그만... 아무튼 나와는 상관없어. 전부 구찬우가 시킨 짓이야!”고연경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그래, 그래! 우리 화영이는 이렇게 착하고 마음씨 고운 아이인데 어떻게 그런 음흉한 계책을 생각해 낼 수 있겠어? 분명 저 두꺼비 같은 놈이 감히 백조를 넘보다가 우리 딸을 나쁜 길로 이끈 거야! 저런 놈은 죽여 버려야 해!”구찬우는 고개를 숙였다. 마음은 몹시 아팠지만 표정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아가씨가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떠넘기는 것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이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아? 그래?”심지경이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예전에 너한테 수연이와 잘 지내라고 했을 때는 듣지 않더니 구찬우가 남을 해치라고 하니 기꺼이 받아들이고 시키는 대로 따랐구나. 두 사람의 정이 참으로 깊은 모양이군. 사랑의 힘이란 역시 대단해.”“오빠! 나는 구찬우한테 마음 없어.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심씨 가문의 딸인 내가 어떻게 이런 남자를 마음에 두겠어?”심화영은 구찬우를 역겨운 쓰레기라도 보는 듯 혐오스럽게 흘겨보았다.“전부 얘가 그런 거야... 얘가 나를 유혹한 거야! 나와 가까이 지내기 위해 내 약점을 잡고 강요했어. 전부 얘가 강요해서 한 거란 말이야!”어차피 구찬우는 끝장났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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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하지만 연약한 여인인 고연경이 체격이 크고 건장한 심지경을 어떻게 당해 낼 수 있겠는가?겨우 두어 번 잡아당겼을 뿐인데, 그녀는 꼴사납게 바닥에 나동그라졌다.“어서 가서 아가씨를 구해라! 어서 사람을 불러!”심태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평소 가문의 어른으로서 지니고 있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러나 심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냉담하게 방관할 뿐,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들의 태도는 이미 명확했다.비록 모두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라 해도 기꺼이 심지경 편에 서고 싶었던 것이다. 그저 저 악독한 여자가 응당한 벌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찰싹!심지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심화영의 뺨을 후려쳤다. 남자의 손에 실린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심화영은 순식간에 눈앞이 핑 돌았고, 뺨은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찰싹! 찰싹!심지경은 다시 세 차례 연달아 뺨을 후려쳤다. 좌우로 번갈아 가며 사정없이 때린 뒤, 심화영의 복부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심화영은 그대로 몇 미터나 날아가 기둥에 세게 부딪힌 뒤에야 멈췄다.“우욱...”심화영은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움찔하더니, 입에서 검붉은 피와 함께 빠진 앞니를 토해 냈다.“화영아!”심태수와 고연경은 혼비백산하여 딸에게 달려갔다.“엄마... 배가 아파요... 죽을 만큼 아파요...”심화영은 심하게 얻어맞아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고연경을 바라봤다. 피투성이가 된 입은 다물지 못해 벌리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더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따로 없었다.“엄마... 저 죽는 거 아니죠... 오빠가 저를 때려죽이려고 해요... 성수연 그 천한 년 때문에... 감히... 저를 때려죽이려고 해요...”“엄마가 있잖니. 누구도 네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고연경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심지경에게 달려들었다.“이 인간도 아닌 짐승 같은 놈! 내가 널 죽여 버리겠어!”하지만 남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몸만 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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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심지경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정혁아!”한수현을 뒤에 대동한 서정혁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심지경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묵직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그동안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 나를 친구로 생각하긴 해?”서정혁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심지경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심지경은 바로 알아차렸다. 서정혁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음을...남운시에서 일어난 모든 일까지도.서정혁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시선으로 얼굴이 창백해진 고연경을 바라봤다.“사모님, 병원에 사람을 보내 성수연을 죽이려 한 배후가 사모님인가요?”사방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떡 벌렸다.“정혁아... 그게 무슨 말이야?”심지경의 핏발 선 눈동자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몰리는 듯했고,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수연이를... 죽이려 했다고? 지금은 어때? 괜찮은 거야!”“걱정하지 마. 성수연은 무사해. 다행히 신 선생님이 제때 도착해서 구해 주셨어. 지금 범인은 경찰에 붙잡힌 상태고, 성수연도 그 일로 의식을 되찾았어. 다만 지금은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한 번 깨어났으니 곧 회복하겠지.”성수연이 깨어났다는 말을 들은 심지경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신우민이 그녀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자신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어쩌면 성수연에게 평생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할지도 몰랐다.자기 여자도 보호할 줄 모르다니, 성수연에게 심지경은 늘 자격 미달이었다.그는 성수연에게 어울리지 않는 남자였다.심태수는 순간 얼굴이 굳더니, 이내 고연경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걱정도 없었다. 오직 혐오와 원망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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