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는 숨 막힐 듯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심지경은 여전히 검은 정장을 입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온몸에서 마치 지옥에서 흘러나온 듯한 음산하고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화려했던 거실은 순식간에 차가운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얼음 동굴처럼 변했다.성수연이 변을 당하고 아이마저 잃은 뒤로, 그는 단 한 번도 흰옷을 입지 않았다.과거 심지경이 흰옷을 즐겨 입었던 것은 제멋대로였고, 대담했으며,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성격 때문이었다. 누구든, 무슨 일이든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의 심지경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의기소침해지고 빛을 잃었지만, 한편으로는 차분해지고 성숙해졌다.하룻밤 사이에 심지경은 마침내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모든 가정부들이 거실로 달려 내려왔지만, 감히 앞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어두운 구석에 서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도련님, 돌아오셨습니까!”집사가 용기를 내어 서둘러 다가오며 공손하게 물었다.“갑자기 여기에는 웬일로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아빠, 엄마, 그리고 심화영을 내려오라고 해.”심지경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심화영이라고?’집사는 멍하니 굳어 버렸다. 도련님이 아가씨를 이름으로 직접 부르는 것은 거의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심화영이 누구인지조차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김호진이 굳은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이봐, 사람을 부르러 가라고 했잖아. 못 들었어?”집사는 벌벌 떨며 대답했다.“그, 그게... 심 회장님께서는 외출하신 뒤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공 비서가 사모님 모시러 갔습니다. 아가씨는 몸이 편찮으셔서... 아직 방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지금은 나오시기가 좀 곤란하십니다...”심지경의 준수한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심화영이 죽든 살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무심함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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