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봤다. 곧 9시였다. 그들은 정 비서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서 한 시간 넘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어두운 낯빛으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제가 정 비서님에게 전화라도 해볼까요?”유준서는 말없이 계속 아파트 대문을 쳐다봤다. 정다름이 나온다면 그가 못 봤을 리 없을 것이다.손목시계를 확인한 그는 조용히 시간을 계산했다.평소 그녀는 대표인 그보다 빨리 회사에 왔다. 이동 시간을 20분으로 계산한다면 일반적으로 8시 20분에 집을 나설 것이다.하지만 7시 50분부터 9시까지 기다렸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7시 50분 전에 출근했을 리는 없고, 이미 9시인데 대체 뭘 하는 거야?아픈가?늦잠을 잤나?아니면 화가 나서 출근하기 싫은가?왠지 모르게 뛰어 올라가 문을 부숴서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유준서는 손가락을 움켜잡았다. 팔찌를 쥐고 있던 손바닥에서 통증이 느껴졌다.그는 시선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출발해.”운전기사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마음속에 궁금증이 피어올랐다.아침 일찍 데리러 오라고 하고, 정 비서 집 밑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놓고도 전화 한 통을 못 하게 하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9시 20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유준서는 정다름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더욱 불쾌해졌다.어느새 일어나 있던 김태진이 그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정 비서는 몸이 좋지 않아서 방금 저에게 휴가 신청을 했습니다.”몸이 안 좋아?하, 진짜 몸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거야?일을 이대로 할 거면 그냥 때려치우는 게 낫지.유준서의 매서운 눈빛이 김태진의 얼굴에 떨어졌다.“네가 허락했어?”온몸에 소름이 끼친 김태진은 바로 대답했다.“정 비서는 그동안 휴가를 낸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정말 몸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H시에 돌아와서 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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