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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Author: 끝없는 한빛
몸이 안 좋다고 했잖아?

몸이 안 좋으면 쓸데없는 남자랑 쇼핑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저 남자는 누구지?

유준서는 휴대폰을 꺼내 정다름의 별스타를 뒤졌다. 하지만 반년 동안 거의 올린 게시물이 없는 그녀의 별스타에는 개인적인 사진 한 장 없었다.

때문에 그는 그녀의 사진을 갖고 점원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씨X!”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던 유준서는 바로 관제실로 향했다.

대표를 알아보지 못한 보안 요원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밖으로 내쫓으려고 하자 유준서는 보안 요원에게 발길질했다.

“꺼져.”

황급히 달려온 총괄 책임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바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직 신입이라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가슴이 답답한지 옷깃을 잡아당기던 유준서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CCTV 돌려. 이 밀크티 가게의 반 시간 전 CCTV 빨리 돌려봐.”

더는 지체할 수 없었던 책임자는 급히 기술자에게 명령했다.

“잠깐.”

유준서가 갑자기 그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사람들의 눈빛이 그에게로 향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유준서 본인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정다름이 맞든 아니든 그게 중요해?

그 여자가 정다름이라고 해도 남자랑 웃고 떠들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유준서는 본인의 모습이 그저 우스웠다.

그 여자가 진짜 정다름이라고 해도 그가 응당 화를 내야 할 부분은 휴가 신청 사유가 거짓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일개 직원일 뿐, 그녀가 몸이 안 좋든 거짓말로 휴가 신청을 하고 남자와 데이트하든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됐어.”

유준서는 어두운 낯빛으로 몸을 돌려 나갔다.

대표의 살기등등한 행동에 깜짝 놀라 감히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하던 관제실 사람들은 관제실을 떠나는 대표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로 돌아온 유준서의 얼굴은 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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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린 정다름의 깜빡이는 눈동자 속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감격스럽고도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오재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다름 씨가 계속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 고민이 생긴다면 언제든 찾아와.”“난 언제나 기다리고 있으니까.”그는 손을 들어 자연스럽게 정다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처음으로 느끼는 오재하의 손길이었다.깜짝 놀란 정다름은 몸을 돌려 안전벨트를 푼 뒤 감사 인사를 했다.“고마워요, 재하 오빠. 오늘은 급한 일이 있으니까 집에 초대하지는 않을게요. 나중에 환영 파티 겸 정식으로 식사 대접할게요.”오재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의 주름이 선명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그럼 다름 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게.”차에서 내린 정다름은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집으로 올라갔다.오재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닿은 손을 매만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급할 거 없어. 여기까지 왔으니까. 기회는 많아.”그녀의 육감적인 몸매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차를 몰고 떠났다.회사, 대표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던 김태진은 흰죽을 갖고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는 조심스럽게 유준서의 낯빛을 살피며 말했다.“대표님, 조금이라도 드세요.”유준서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안 먹어. 가지고 나가.”그 말에 김태진은 필사적으로 말을 내뱉었다.“정 비서가 죽이랑 반찬들을 가져다...”정 비서란 말에 번쩍 고개를 드는 유준서의 모습에 김태진은 가슴이 철렁했다!역시, 정 비서 이야기를 하니까 반응을 보여.그렇다면 역시 음식 문제가 아니라 음식을 가져다줬던 사람이 문제였던 거야?김태진은 눈물이 났다. 3년 동안 대표의 곁을 지킨 그였지만 겨우 반년 일한 부하 직원 하나 이기지 못했다.테이블 위의 아직 김이 모락모락한 음식을 보던 유준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얘기 했어?”김태진은 바로 대답했다.“그냥 어떤 음식으로 준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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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겉과 속이 다른 비서   제27화

    팔찌를 책상 위로 내던진 유준서는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담배를 피웠다. 담배 두 대를 피운 그는 다시 불쾌한 감정이 치솟아 짜증스럽게 이마를 만지더니 담배를 끄고는 끊어진 팔찌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그 모습을 본 김태진은 급히 일어서며 물었다.“대표님, 어디 가세요? 차 준비할까요?”유준서는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는 한 손에 외투를 들고 바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따라올 필요 없으니까 할 일 해.”직접 운전해서 백화점으로 온 유준서는 주얼리 가게를 찾아 들어가 팔찌를 계산대 위로 던지며 말했다.“고쳐.”대표인 걸 알아챈 점원은 급히 팔찌를 챙겼다.“가장 실력이 좋은 전문가에게 맡겨. 끊어졌던 흔적은 안 보이게.”차가운 유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대표님.”유준서는 VIP룸에 앉아 단방향 유리 밖의 남자와 여자들을 바라봤다. 그냥 짜증이 나기만 했다.점원에게 감사 인사를 한 오재하는 새로 산 전자제품을 들고 정다름과 가게에서 나왔다.“다름 씨, 촌놈인 나와 함께 쇼핑해 줘서 고마워.”그의 말에 정다름은 웃으며 말했다.“촌놈이라뇨? 제 살던 곳은 촌구석이 아니라고요.”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해 있던 오재하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맞아, 우리가 살던 곳은 촌구석이 아니라 좋은 곳이지.”우스갯소리로 한 소리였기에 그는 그들이 같은 곳에서 왔다는 사실을 깜빡했었다.밀크티 가게를 지나던 오재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2시간 넘게 쇼핑했는데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잠깐 쉴까?”정다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 오재하가 먼저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앉아서 기다려.”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오재하를 보던 정다름은 앉아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에게 온 전화나 문자는 없었다.그녀는 씁쓸한 듯 아랫입술을 오므렸다.대체 뭘 기대한 거지?원래부터 그녀에게 전화를 안 하는 사람이었다.“짠, 네가 좋아하던 맛 맞지?”오재하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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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기사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봤다. 곧 9시였다. 그들은 정 비서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서 한 시간 넘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어두운 낯빛으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제가 정 비서님에게 전화라도 해볼까요?”유준서는 말없이 계속 아파트 대문을 쳐다봤다. 정다름이 나온다면 그가 못 봤을 리 없을 것이다.손목시계를 확인한 그는 조용히 시간을 계산했다.평소 그녀는 대표인 그보다 빨리 회사에 왔다. 이동 시간을 20분으로 계산한다면 일반적으로 8시 20분에 집을 나설 것이다.하지만 7시 50분부터 9시까지 기다렸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7시 50분 전에 출근했을 리는 없고, 이미 9시인데 대체 뭘 하는 거야?아픈가?늦잠을 잤나?아니면 화가 나서 출근하기 싫은가?왠지 모르게 뛰어 올라가 문을 부숴서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유준서는 손가락을 움켜잡았다. 팔찌를 쥐고 있던 손바닥에서 통증이 느껴졌다.그는 시선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출발해.”운전기사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마음속에 궁금증이 피어올랐다.아침 일찍 데리러 오라고 하고, 정 비서 집 밑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놓고도 전화 한 통을 못 하게 하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9시 20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유준서는 정다름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더욱 불쾌해졌다.어느새 일어나 있던 김태진이 그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정 비서는 몸이 좋지 않아서 방금 저에게 휴가 신청을 했습니다.”몸이 안 좋아?하, 진짜 몸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거야?일을 이대로 할 거면 그냥 때려치우는 게 낫지.유준서의 매서운 눈빛이 김태진의 얼굴에 떨어졌다.“네가 허락했어?”온몸에 소름이 끼친 김태진은 바로 대답했다.“정 비서는 그동안 휴가를 낸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정말 몸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H시에 돌아와서 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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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름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그렇다면 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이제 그만하는 건 어때? 너무 서먹해 보여.”오재하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따라서 가볍게 웃던 정다름은 마지막으로 진료소를 떠날 때처럼 오재하를 불렀다.“재하 오빠.”얼굴의 웃음기가 더욱 짙어진 오재하는 그녀의 기분이 한결 풀린 것 같아지자, 본론으로 들어갔다.“왜 기분이 안 좋았어?”맑은 공기를 마셔서일까 아니면 몇 번이나 우울한 감정에 빠져있던 그녀를 구해준 선생님 때문에 마음이 놓여서일까, 그녀는 전처럼 두렵거나 답답하지 않았다.“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여자를 싫어해서 저를 안 믿어요.”그녀의 말에 오재하 입꼬리의 웃음기가 굳어졌다.마음속에 세찬 파도가 요동치고 있어도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짝사랑하던 그 사람을 만난 거야?”정다름은 고개를 끄덕였다.오재하의 눈빛은 더욱 그윽해졌다. 그는 진즉에 알고 있었다. 이렇게 고집스러운 성격의 아이가 남몰래 한 사람을 몇 년 동안 짝사랑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한발 늦었다.하지만 모두가 짝사랑일 뿐이기에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결과는 운명과 행동에 달린 것이다.여러 감정을 간신히 억누른 오재하는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그렇다면 네가 슬프거나 무서운 게 뭐야?”정다름은 코끝이 시큰거렸다.“제가 여자여서 그 사람이 내쫓을까 봐 무서워요. 그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 제가 원망스럽기도 하고요.”이미 그 남자 곁으로 간 건가?오재하의 눈동자가 반짝였다.“그 사람은 왜 여자를 싫어하는 거야?”유준서의 개인적인 일을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았던 정다름은 두루뭉술하게 둘러댔다.“어디에서나 빛나는 사람이기에 수작을 부리는 여자들이 귀찮아서요.”잠깐 침묵에 빠진 오재하는 솔직하게 말했다.“조건이 뛰어난 남자라면 일반적으로 여자를 싫어하지 않아.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예외겠지.”그의 말에 정다름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그러자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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