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비서

겉과 속이 다른 비서

By:  끝없는 한빛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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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짝사랑+여성 공포증+치명적인 이끌림+후회물+순수한 사랑] 음흉한 얀데레 카리스마 대표×겉과 속이 다른 매력적인 비서 건달들에게서 본인을 구해준 유준서를 사랑하게 된 정다름. 심리적인 문제로 여자와 가까이하지 않았던 유준서. 정다름은 온갖 노력 끝에 드디어 그의 여비서가 되지만... ‘마음을 드러내서는 안 돼... 여자가 본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 여비서를 두지 않는 그의 금기가 깨져버렸다! ‘거슬려...’ 쫓아낼 기회만 엿보던 그가 결국 그녀를 H시로 내쫓으면서 모든 것이 뒤바뀐다. “도대체 언제 올 거야?” 그녀의 차가운 태도, 그녀의 묵묵부답... “네가 돌아와서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그때 나한테 대들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할게. 응?” 그는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끌렸다... 7년 동안 그를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억누를 수 없는 역겨움, 분노, 두려움이 그를 미친 듯이 집어삼킨다. “짝사랑? 그동안 잘도 숨겼네! 역겨우니까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결국 해외로 떠날 것을 약속하고... 그 뒤로 반복되는 그리움에 미쳐가는 남자. 떠난 이상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란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여자. 3개월 후...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를 찾아간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고 있는 남자와 그녀였다. 분노가 이성을 집어삼키고, 마음이 세차게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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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이런 농염한 옷차림으로 비서 일을 하겠다고?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유준서는 대범한 자세로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파에 아무렇게 걸쳐 놓은 팔 주위로는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위험하고도 그윽한 눈빛으로 정다름을 쳐다봤다.

“그 풍만한 몸매로 하겠다는 건가?”

유준서는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한 얼굴로 모욕적인 말을 내뱉으며 눈앞에 서 있는 신입 비서를 공격했다.

그는 정다름이 개인 비서로 남아 늘 그와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표정 없이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순간 확신으로 가득 찼던 유준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벌떡 일어나 그녀가 열었던 문을 거칠게 눌러 닫으며 문 위로 몰아붙였다.

“어디 가려고?”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위압감이 가득했다.

정다름은 고개를 돌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 유준서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지난번처럼 기어올라봐! 설마 H시로 보냈다고 원망이라도 하는 거야?”

그의 질문에도 정다름은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준서는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집어삼킬 것 같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의 고집스럽고도 차가운 태도에 유준서는 조바심이 났다.

“도대체 언제 올 거야?”

유준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굶주린 눈빛은 그녀의 붉은 입술에 멈췄다. 그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보름이나 지났어. 네가 돌아와서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그때 나한테 대들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할게.”

말이 끝나는 순간 정다름은 갑자기 힘껏 그를 밀쳐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마터면 그녀를 놓칠 뻔했던 유준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녀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문 위에 고정했다.

날카롭고도 혼란스러운 그의 눈빛은 붉은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더욱 거세진 저항 속에 거칠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살점을 탐하는 두 마리의 짐승처럼 격렬하게 뒤엉켰고, 유준서는 본인의 손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에 정신이 흐릿해졌다.

그는 그녀의 뺨에 얼굴을 갖다 댔다. 본능을 억누르는 듯한 그윽하고도 가쁜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그냥 터뜨려버릴까? 그러면 넌 아파서 날 쳐다보겠지. 나에게 울며 용서를 구할 거고, 가여운 모습으로 사랑을 애원하고 놓아달라고 빌 거야.”

협박과 유혹에도 정다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준서는 모질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뜨거워진 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는 온몸이 불에 타는 것처럼 절박하고 다급했다. 이렇게 여자를 갈망한 적은 없었다. 그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대표님? 대표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왜 아직도 이렇게 뜨거운 거야?”

흐릿하게 들려오는 김태진의 목소리에 유준서는 눈을 번쩍 떴다.

“내가 들어오라고 허락했어? 나가!”

그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무거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근육이 붙은 단단한 두 팔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소중한 보물을 감싸듯 품 안의 물건을 무의식적으로 껴안았다.

고열 때문에 계속 무슨 말을 중얼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대표를 보던 김태진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대표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열이 심하게 나서 해열제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순간 정신을 차린 유준서는 품 안의 이불을 멍하니 쳐다봤다.

정다름, 그 망할 여자가 아니었다!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우울하고도 수치스러운 감정으로 뒤바뀌었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건 그런 우스운 꿈을 꾼 유준서 본인이었다!

꿈에서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애원하다 못해 그녀에게 키스까지 해?

순간 온몸이 뻣뻣해지고 머릿속의 끈 하나가 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내려오던 유준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김태진이 재빠르게 부축했지만, 유준서는 그의 손길을 힘껏 뿌리쳤다.

유준서는 화장실로 달려가 병적인 메스꺼움에 구역질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게워 내지 못하고 계속 올라오는 위산이 목구멍을 자극하며 구토감을 유발했다.

지옥 같은 악순환이었다.

유준서는 꿈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정다름과 진짜 키스를 한 것처럼 꿈속의 그 촉감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 여자랑 키스를 해?

상대가 여자라면 이건 꿈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 장면을 지우고 싶어 몸부림치던 순간, 또 다른 끔찍한 장면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구더기처럼 스멀스멀 떠올랐다.

부드럽고도 불결했던 육체적 교감, 그 일을 시작한 더러운 입술, 더러운 강제적인 입맞춤.

재앙과도 같은 장면들은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했다.

“우웩!”

역겨운 촉감과 기억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칫솔을 들고 미친 듯이 입술, 이빨, 혀를 닦아냈다.

더러워!

아무리 닦아도 더러워!

너무 더럽다고!

유준서의 모습에 김태진은 머리가 저릿해졌지만, 감히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다.

대표님의 상태가 왜 갑자기 심각해진 거지?

김태진은 빠르게 문 뒤로 숨어 정다름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 비서, 어디쯤이에요? 빨리 와줘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표님이 또 미친 듯이 양치질하고 있어요. 그대로 뒀다간 또 상처 날 것 같아요!」

문자 발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깥에서 다급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김태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검고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정다름이 다급히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포동포동한 편이었지만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였다. 뚱뚱한 몸매 때문에 늘 주눅이 들어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는 타입으로 위풍당당한 걸음걸이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목구비는 진한 편이고 포동포동한 얼굴에는 두 턱이 선명했지만, 그녀가 사람들에게 주는 첫인상은 차갑고도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였다.

지금 모습에서 조금만 더 살을 뺀다면 따라올 자가 없는 미인의 모습일 것이다.

정다름은 팔꿈치에 작은 약상자를 끼고 걸으면서 의료용 장갑을 꼈다. 김태진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미친 듯이 양치질하던 유준서의 콧속으로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그때 누군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손에 들린 피 묻은 칫솔을 낚아챘다.

유준서는 벌게진 두 눈으로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여자를 쳐다봤다. 이곳에 있을 리가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여자였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방금 꿈속에서 그녀에게 돌아와달라고 애원하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처럼 차가웠다.

아직 꿈꾸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는 달라.

꿈속이라고 해도 절대 돌아와달라고 애원하지 않을 거야!

“대표님, 고개를 돌려주세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차갑고 피곤한 기운이 배어있었다. 정다름은 가볍고도 단호한 손길로 그의 얼굴을 돌리더니 휴지를 꺼내 그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녀는 피범벅이 된 그의 입술만 응시했다. 새하얀 장갑은 어느새 빨갛게 물들었다.

유준서의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장갑에서 그녀의 얼굴로 옮겨졌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향기, 그녀의 온기가 가까이서 느껴졌다.

진짜 그녀가 돌아왔다.

꿈속의 그녀, 꿈속에서 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녀가 돌아온 것이었다.

유준서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결같이 차갑고도 도발적인 말을 내뱉었다.

“정 비서, 돌아왔네? H시에 있는 본가에서 평생 눌러 붙어살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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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이런 농염한 옷차림으로 비서 일을 하겠다고?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유준서는 대범한 자세로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파에 아무렇게 걸쳐 놓은 팔 주위로는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그는 위험하고도 그윽한 눈빛으로 정다름을 쳐다봤다.“그 풍만한 몸매로 하겠다는 건가?”유준서는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한 얼굴로 모욕적인 말을 내뱉으며 눈앞에 서 있는 신입 비서를 공격했다.그는 정다름이 개인 비서로 남아 늘 그와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러나 그녀는 아무 표정 없이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순간 확신으로 가득 찼던 유준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벌떡 일어나 그녀가 열었던 문을 거칠게 눌러 닫으며 문 위로 몰아붙였다.“어디 가려고?”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위압감이 가득했다.정다름은 고개를 돌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그녀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 유준서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지난번처럼 기어올라봐! 설마 H시로 보냈다고 원망이라도 하는 거야?”그의 질문에도 정다름은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유준서는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집어삼킬 것 같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의 고집스럽고도 차가운 태도에 유준서는 조바심이 났다.“도대체 언제 올 거야?”유준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굶주린 눈빛은 그녀의 붉은 입술에 멈췄다. 그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벌써 보름이나 지났어. 네가 돌아와서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그때 나한테 대들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할게.”말이 끝나는 순간 정다름은 갑자기 힘껏 그를 밀쳐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하마터면 그녀를 놓칠 뻔했던 유준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녀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문 위에 고정했다.날카롭고도 혼란스러운 그의 눈빛은 붉은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더욱 거세진 저항 속에 거칠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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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정다름은 멈칫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면봉에 특수 구강 소독제를 묻히며 말했다.“입 벌리세요.”그녀의 말에 유준서는 독사처럼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차갑게 웃었다.“명령하는 거야?”아래로 내리뜨린 정다름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대표님, 입 벌려주세요.”그러자 유준서는 불쾌한 얼굴을 드러냈다.“지금 한마디 했다고 그러는 거야? 짜증 난 얼굴로?”정다름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더니 마침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눈에는 난감함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대표님, 제가 치료해 드리는 게 싫다면 비서실장님이 문 앞에 계시니 비서실장님에게 부탁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을 본 유준서는 무의식으로 손을 뻗었다. 찰랑거리는 긴 머리가 그의 손에 잡혔다.“아!”낮은 신음이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기울인 채 몸을 돌렸다. 방금까지 차가웠던 눈동자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너무 세게 잡아당겼나?하지만 자업자득이야!유준서는 그녀의 긴 머리를 잡아당기며 거만하게 말했다.“네게 그런 결정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그의 말에 정다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돌아와 면봉을 상처 난 그의 입술에 갖다 댔다.그녀가 눈앞에 있다. 그가 애원하지 않아도 제 발로 얌전히 돌아왔다.유준서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부지 하나 갖고 뭘 그렇게 오래 꾸물댄 거야? 김태진이 갔으면 7일 만에 깔끔하게 끝냈을 일인데 정 비서는 보름이나 걸려? 정 비서, 능력이 그거밖에 안 돼?”정다름의 손이 살짝 떨렸다.“스읍!”갑작스러운 고통에 유준서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는 거의 품에 안긴 정다름을 보며 사납게 말했다.“정다름, 일부러 그랬지?”정다름은 신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두 손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흠.”낮은 신음과 함께 유준서의 숨소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매서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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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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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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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잠에서 깨어난 유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아픈 머리를 어루만지며 답답한 느낌에 연신 심호흡을 하자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맴돌았다.그는 순간 멈칫했다. 필름이 끊긴 사람처럼 머릿속에 자잘한 장면들이 연속으로 스쳐 지나갔다.그 장면들이 진짜로 일어난 일들인지 아니면 꿈꾼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은 듯 그의 낯빛이 극도로 어두워졌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정다름을 찾았다. 심지어는 정다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커녕 어두운 낯빛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거실, 식당, 주방 그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곳에 발을 들인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깔끔했다.설마 내가 진짜 어제 고열 때문에 착각했던 걸까?그 여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까?이런 생각에 유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모닝 성깔이 한발 늦게 찾아온 듯 그는 의자를 발로 걷어차더니 화가 잔뜩 나서 침실로 향했다. 그러다 현관을 지나치는 순간 눈길을 끄는 무언가에 홱 고개를 돌렸다.은회색의 트렁크였다.유준서는 트렁크를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손님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손님방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이며 조심스럽게 문손잡이를 돌려 손님방의 문을 열었다.그러나 상상과 달리 침대에 누워있는 포동포동한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 침대 역시 누군가가 잠을 잔 흔적이 없이 깔끔했다.“씨X!”유준서는 힘껏 문을 열고 들어가 믿기지 않는 듯 손님방의 욕실로 달려 들어갔다. 그는 노크도 없이 거칠게 문을 열었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유준서의 낯빛은 소름 끼칠 정도로 어두워졌다.이곳에 트렁크가 있는 것을 보아 그녀가 돌아온 것은 분명했다.어제 분명 내 곁을 지키라고 했는데 내 말을 무시해?그는 이를 갈며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좋아, 출장 한번 다녀왔다고 이제 내 말은 듣지도 않겠다는 거지!”그때 출입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유준서는 몸을 홱 돌려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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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유준서는 두 손을 식탁 위에 올려둔 채 그녀를 바라봤다.“다이어트도 안 하면서 왜 밥을 안 먹는 거야?”어제저녁에도 그녀에게 식사를 권했지만 먹지 않았던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돌아오면서 먹었어요.”정다름이 말했다.단둘이 밥을 먹는 것으로 인해 그가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굶고 싶지도 않았기에 돌아오면서 그녀는 이미 자기 몫을 먹었다.유준서는 고개를 숙여 눈앞의 음식을 바라봤다. 입맛이 없었다.정말 밥을 먹었나? 아니면 분풀이하는 건가?혹시 본인을 괴롭히고 H시의 엉망진창인 프로젝트를 그녀에게 떠맡겨서 원망하는 걸까?하지만 먼저 그에게 대든 것은 그녀였다. 게다가 제멋대로 H시에서 열흘 넘게 더 머물다 온 것에 대해서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화가 치밀어 오른 유준서는 젓가락을 내던지더니 외투를 갖고 밖으로 나갔다.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정다름은 홱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모습은 이미 모퉁이로 사라지고 있었다.“대표님?”그녀는 급히 쫓아가며 물었다.“아침 안 드세요?”화가 난 유준서는 대답도 없이 차가운 낯빛으로 신발을 갈아신었다.그 모습을 본 정다름도 급히 허리를 숙여 신발을 갈아신었다.유준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또다시 하얗고 보드라운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대체 저딴 치마를 왜 입는 거지?그는 참지 못하고 차갑게 비아냥거렸다.“정 비서, 지금 이대로 출근할 거야? 그렇다면 대표인 내게 의상 지적을 할 자격은 충분한데?”그러자 정다름이 대답했다.“출장 갈 때 유니폼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여벌이 있으니, 회사에 도착하면 바로 갈아입겠습니다.”그녀의 사정 따위 봐줄 생각이 없었던 유준서는 거침없이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회사가 네 집이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그가 또 기분이 상했다는 걸 눈치챈 정다름이었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럼 한 시간만 휴가를 내고 집에 가서 갈아입고 와도 될까요?”그녀는 인내심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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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정다름은 본인의 손을 보여줬다. 그리고 차갑게 목소리를 억누르며 부드러운 말투로 달랬다.“대표님, 보세요. 제가 그런 게 맞다니까요. 제 잇자국이잖아요. 보세요.”뻣뻣하게 굳은 유준서의 얼굴은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역시 잇자국이 일치했다.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야!얼어붙은 온몸에 피가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준서는 정다름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며 말했다.“왜 그랬어?”정다름은 거짓말을 했다.“어젯밤에 대표님의 곁을 지키는데 잠이 쏟아져서요. 혹시 대표님이 찾으시는데 못 들을까 봐 정신 차리라고 깨문 거예요.”그러자 유준서가 이상한 낯빛으로 물었다.“이렇게 내 걱정을 했어?”그의 말에 깜짝 놀란 정다름은 성실하게 대답했다.“대표님이 화가 나서 제 월급을 깎으면 안 되니까요.”얇은 입술을 꽉 오므리던 유준서는 정다름에게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서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정다름도 조용히 트렁크를 갖고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에 서서 그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했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정다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그의 모습에 그녀도 감히 엘리베이터를 나가지 못했다.엘리베이터 문은 빠르게 닫혔다. 정다름은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안 내리세요?”그녀의 목소리에 유준서는 마침내 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손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그러나 엘리베이터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다시 펜트하우스의 버튼이 눌려 있었다.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감히 묻지 못했다.“여기서 기다려.”펜트하우스에 도착하자 유준서는 이 한마디만 던져둔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정다름은 세게 손등을 내려쳤다. 고민과 후회가 쌓여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유준서는 그녀가 잘 챙겨놓은 약상자를 찾았다. 약상자를 한참 동안 뒤진 끝에 마침내 흐릿한 어젯밤 기억 속의 그 연고를 찾았다.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한참이나 연고를 쳐다봤다.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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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유준서는 기분이 더욱 불쾌해졌다. 머리가 아파 난 그는 아예 머리를 받쳐 들고 눈을 감았다. 짜증 나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을 조금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유준서의 옆에 올라탄 김태진은 낌새가 이상한 대표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그와 거리를 두었다.이미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운전기사는 그녀의 집 밑에 차를 세웠다.오는 길 내내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하던 김태진은 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기사님, 앉아계세요. 정 비서님의 짐은 제가 내릴게요.”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유준서는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차 창문을 내렸다.김태진은 작은 목소리로 정다름을 원망했다.“정 비서, 일부러 그랬죠?”정다름 역시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해요. 비서실장님은 3년 동안 대표님의 곁을 지키셨고 저는 겨우 반년밖에 안 된 신입이잖아요. 게다가 대표님은 여성 공포증이 있으시니까 월급쟁이인 저희가 지킬 건 지켜야죠. 안 그래요?”김태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화가 난 대표를 상대하는 건 3년 동안 대표의 곁을 지킨 그라도 두려웠다.하지만 진짜 정다름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을 하는 동안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그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종잡을 수 없는 대표를 지금까지 참고 견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즉에 그만뒀을 것이다.“트렁크를 위까지 올려다 드릴까요?”그러자 정다름은 트렁크를 받아 들며 말했다.“괜찮아요. 바로 내려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김태진은 그녀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에 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 비서, 오늘 정말 아름다워요.”그는 방금 하지 못한 칭찬을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다름이 자신감 넘치는 여자아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몸매 때문에 이런 예쁜 옷을 감히 입지 못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런 사복은 거의 입지 않았다.오늘 그녀의 의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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