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아에게 음식을 들려 보내도록 할게.”설은영은 바보가 아니었다.“우리가 사적으로 사이가 어떻든, 사람들 앞에서 흠잡을 일을 해서는 안 돼.”설은비는 가슴이 철렁하여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어제 꽃맞이 연회에서 친한 지인들과 설은영의 험담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은 짓이었다.설은영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라, 언젠가 지인이 자신을 배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설은영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할 때,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봤을지도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었다.설은영은 그녀의 속내를 뻔히 알고 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전생에 설은비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결말을 맞지도 않았을 것이다.물론 최진겸에게 10년이나 속아 처참한 결말을 맞은 자신도 어리석었다.“그럼 이만 가볼게.”더 이상 앉아 있기 힘들어진 설은비는 대충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다.밖으로 멀어지는 설은비를 보며 설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연정?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게 없었을지도.’연정이란 어쩌면 최진겸의 핑계일지도 모른다.자신의 능력으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일 리가 없었다.조금만 알아보면 설은비가 왜 그를 내치고 연준에게 갔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따져보면 설씨 가문이 몰락하고 그 자신은 재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득을 가져다줄 수 없는 설씨 가문은 오히려 짐으로 느꼈을 것이다.설은비에게 약간의 호감은 있을 수 있어도 권세가 가져다준 미묘한 느낌과 비교하면 남녀간의 애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최진겸은 결국 그녀를 내칠 생각이었다.10여년간 집안에서 살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점점 건강 상태도 나빠져 늙어가는 그녀가 그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이다.고관으로 승진하고 부자가 되고 부인이 죽은 것, 그뿐이었다.한편, 설은비의 시녀 백주가 말했다.“아씨, 망서관 아씨는 참으로 무례하네요.”설은비가 직접 찾아와 초대까지 했는데 그렇게까지 대놓고 거절하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설은비가 웃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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