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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쓸 운명: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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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설은영은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보약들을 보내주었다.그 집안 사람들에게 전지연의 배후에는 미래의 진국공 부인이 있다고 경고하는 셈이기도 했다.후대 때문에 나중에 첩실을 들이게 되더라도 아마 이 정도 했으면 전지연 모녀를 박대하진 않을 것이다.선묵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십시오, 아씨. 전 도령은 지금 불향거에서 도련님과 술 한잔하시고 계십니다. 소인이 잘 전달하겠습니다.”선묵을 보낸 후, 설은영은 눈앞의 물건들을 뜯어보았다.“수놓이 솜씨가 꽤 괜찮네요. 진심이 엿보여요.”최씨 어멈이 담담히 말했다.이 시대에 수놓이를 잘하는 여인은 매우 흔했다. 물론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귀족 아씨들이라 신변에 전문 재단사를 두기도 했다.최씨 어멈은 설은영의 바느질 솜씨를 꽤 높게 평가했다.나이가 어린 것에 반해 수놓이 실력은 십여 년 일한 재단사와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어멈은 앞으로는 국공을 위한 옷을 굳이 자신이 짓지 않아도 되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한편, 불향거.설민준과 전진수는 간단한 술안주를 차려 놓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돌아온 선묵이 설은영의 말을 전했다.전진수가 말했다.“며칠 전 꽃맞이 연회 때는 당직이 있어서 못 갔는데 듣기로 설 소저에게 눈독 들인 자들이 많았다고 하더군.”말을 마친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설민준은 그날의 일을 떠올리고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정식 연회에 참석한 것은 아마 처음일 게야. 폐하께서 점찍어 준 혼사이니 사람들 이목을 사는 것도 당연하지.”전진수는 술잔을 기울이며 빙그레 웃었다.“장공주께선 설 소저가 예전 강 부인의 젊었을 때보다도 더 화사하고 용모가 빼어나다고 칭찬이 자자하다더군.”설민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에게 물었다.“그건 또 누구한테 들었는가?”자세히 따져보면 설은영은 어머니인 강씨보다 용모가 더 빼어난 편이었다. 전에는 그저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영향도 있는 듯했다.전진수가 말했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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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깊은 밤.최진겸은 꿈을 꾸고 있었다.꿈속에서 그는 안개가 휩싸인 한 방안에 들어섰다.문을 연 순간 사람의 머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그는 가슴이 철렁하고 숨이 막혀왔다.형체를 알아본 그는 경악함을 금치 못하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게 뭐지?’한 사람이 산채로 단지 안에 들어 있었는데 눈동자가 없었다. 시간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눈 주변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그 사람은 귀도 없고 머리카락도 없이, 대머리 상태였는데 두피를 통째로 발라낸 듯했다.최진겸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광경도 이보다는 나았을 것이다.‘대체 누구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여기 있는 거지?’곧이어 상대가 야수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단지 속 사람은 누가 온 것을 눈치챘는지 입을 쩍 벌리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악에 받친 그 표정을 보자, 그 사람의 사무친 증오가 느껴졌다.단지 속 사람은 혀도 없었다.겁에 질린 최진겸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그는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헉!”마침내 눈을 뜬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어쩐 일인지 꿈에서 보았던 장면이 현실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했다.그는 떨리는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길게 심호흡 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그는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꿈속에 보았던 사람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렇게 잔인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인간돼지는 역대로 가장 잔혹하다고 평가된 형벌이었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몇백 년의 역사동안 실제로 그 형벌이 집행된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나와 관련이 있는 인물일까?’한편, 단잠을 자고 일어난 설은영은 취아와 함께 청람원으로 향했다.복도를 지나가던 중, 그녀는 함께 밖으로 나오는 설민준, 전진수와 마주쳤다.“오라버니를 뵙습니다. 전 공자도 계셨군요.”설은영은 공손히 예를 향했다.전진수의 눈이 반짝 빛났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참으로 청순하고 맑은 인상을 주는 소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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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전진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악의는 없었네. 자네도 내 성격 잘 알지 않나.”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강 부인에게 문안드리러 갔다.“어머니께 문안드립니다.”설은영은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고개를 돌렸다.“형님.”강 부인의 옆에는 설민준의 부인, 진씨가 앉아 있었다.아마 어젯밤에 막 도착한 듯했다.진월은 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안의 변고를 들었다.그녀는 두 자매와 딱히 원한을 진 적은 없었다.물론 사이를 따지면 설은비와 더 가깝게 지내기는 했었고 설은영과는 서로 지나가다가 눈인사나 하는 사이였다.하지만 지금부터 새롭게 친해져야 할 것이다.“은영 아씨는 어머님을 꼭 닮았네요. 한눈에 봐도 모녀인 걸 알아보겠어요.”진월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생긋 웃었다.“아버님도 한때는 탐화랑으로, 비범한 용모를 가진 분이셨죠. 은영 아가씨는 젊은 시절 어머님보다 더 어여쁘네요.”고부지간은 예전부터 사이가 좋았기에 강 부인은 전혀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다.또한 어미로서 딸이 자신의 외모를 초월했다는 말은 기분 좋은 칭찬이었다.“과찬이세요, 형님.”설은영은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언제 도착하셨어요?”진월이 말했다.“어제 성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했죠. 저택으로 돌아와 봤더니 부군은 전 도령과 술을 거하게 마시고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어머니 처소로 와서 하룻밤 보냈답니다.”강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나도 이미 잠에 들었는데 네가 와서 깼지 뭐니.”예전이었다면 설은비의 처소로 갔겠지만 지금은 그러기에 눈치가 보였다.“조금 더 빨리 오고 싶어서 밤새 달리다 보니 하루 전에 도착했네요. 부관한테 들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서재에서 쉬고 계신다고 하니, 어머님께 폐 끼치러 온 거죠.”고부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설민준과 전진수가 안으로 들어섰다.설민준은 어머니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인을 보고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언제 돌아왔소?”진월은 곱지 않게 그를 살짝 흘기며 말했다.“어젯밤에 집에 왔더니 술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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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다음날 이른 아침.취아와 함께 청람원으로 온 설은영은 대문 앞에서 설은비를 만났다.그녀는 한심한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았다.‘회귀했으면서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설마 이번 생에 최진겸과 혼인하면 부귀영화만 누릴 줄 알았을까?설은비의 성격에 설씨 가문에서 곱게만 자란 그녀가 각박한 최진겸의 시어머니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전생에 설은영과 최진겸의 부부사이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았다.그럼에도 시어머니는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시중을 들 때면 온갖 시비를 걸었다.최진겸이 설은비를 지금처럼 애지중지한다면 앞으로 그 각박한 노인네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그때가 되면 재밌어지겠네.’집안만 따지면 설은비가 훨씬 아까운데 그녀가 병든 시어머니의 수발을 드는 일을 달가워할 리 없었다.“들어가자.”설은비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오늘의 문안인사는 그리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설은비는 저택에 친우들을 초대했고 설은영은 밖에 외출할 일이 있었다.강 부인은 함께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지었다.“오늘 은비는 저택에서 연회를 연다는데 은영이 너는 어쩔 생각이니?”설은비는 기대에 찬 눈길로 설은영을 바라보았다.반면 설은영은 그 눈빛이 부담스럽고 불쾌했다.“은비와 친한 소저들끼리 모임인데 저는 그분들과 친분이 없기도 하고 굳이 끼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찻잔을 들었다.“오늘 외출 좀 하려 합니다.”강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무슨 일로?”“연지 점포에 가서 살 게 좀 있어서요.”설은영이 말했다.“점심에는 강민 언니와 선향루에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어요.”설은비는 선향루 얘기가 나오자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오늘 선향루에서 양고기 연회가 열릴 거예요. 어머니, 저희도 집으로 두 상 주문할까요?”강 부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청연, 나으리께서 점심에 집에 오시는지 알아보고 오거라.”“예, 부인.”청연이 곧바로 자리를 뜨자, 강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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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왕원은 극구 거절했다.“아씨, 이런 건 필요 없습니다.”그녀가 취아의 계약서만 돌려준다면 왕원은 설은영을 위해 죽을 수도 있었다.설은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받거라. 이건 내가 자네에게 주는 것이야. 취아의 녹봉에서 까진 않을 테니 안심하고.”취아는 강제로 그의 손에 주머니를 쥐여주고는 곱게 눈을 접으며 웃었다.왕원은 헤벌쭉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감사합니다, 아씨.”“지금 취아의 계약서는 설씨 가문에 있지만 내 혼례를 마치고 나면 자유를 돌려줄 테니 혼례 준비나 철저히 하거라.”설은영이 말했다.“늦어서 내년 초 전에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그녀는 취아와 함께 연말을 한번 보내고 싶었다.혼례를 올리고 나면 국공부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에 자유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취아를 만날 수 없어 많이 아쉬울 것이다.“감사합니다, 아씨.”왕원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감격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준비는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표국에서 일하며 적지 않은 돈을 모아두었거든요. 경성에 집도 있으니 취아가 저에게 와서 거처도 없이 고생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설은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취아는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왕원의 뜨거운 시선이 부담스러워 살짝 고개를 돌렸다.설은영은 두 사람이 부러웠다.전생에 왕원은 취아의 복수를 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최진겸의 암살을 시도했다.하지만 나라의 재상을 상대로 일개 백성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최진겸이 부리는 호위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왕원은 너무도 쉽게 목숨을 잃었다.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 지금, 설은영은 두 사람이 혼례를 올리고 자식을 낳으며 행복하게 일생을 살기를 바랐다.“취아가 자네와 함께하면 행복할 거란 건 나도 알고 있어.”설은영은 감탄하듯 말하며 왕원에게 일어나라 명했다.“가서 볼일 보거라. 난 이만 가봐야겠으니.”왕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살펴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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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유청하가 웃으며 말했다.“오황자께서 양고기를 좋아하시거든요. 저는 이곳의 다른 요리를 좋아하고요.”그녀는 강민을 지나쳐 뒤에 서 있는 설은영을 바라보았다.눈웃음에서 어딘가 싸늘함이 느껴졌다.경성의 귀족들은 대부분 세습으로 물려받은 작위이지만 설씨 가문은 아직 세력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신인 귀족이었다.유청하는 장차 형님이 될 서유은과 꽤 돈독한 사이였다.“이쪽은….”그녀가 뭔가 말을 하려는데 또다른 목소리가 2층에서 들려왔다.“설 소저.”설은영이 고개를 들자 객방 입구에 바퀴 달린 의자를 타고 있는 연준이 보였다.그가 나타나면서 유청하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든 설은영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전생에 최진겸이 그녀에게 그런 잔인한 짓을 했는데 두 사람이 몰랐을 리 없었다.그녀는 조용히 계단을 올라가 연준의 앞에 섰다.“국공 나으리.”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 입구에 서 있는 서형욱 일행에게로 눈길을 돌렸다.오황자 서형욱은 혜귀비의 소생이었다.궁중 비빈들의 품계는 단순히 제왕의 총애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그녀가 귀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폐하의 신변을 지킨 햇수가 길어서였다.황자를 낳은 후궁은 입궁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품계가 올라간다.그러나 현 황제의 태도는 아주 명확했다. 그는 대업을 계승할 사람은 태자 서종이 유일하다고 못을 박았다.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연준이기에 서형욱은 굳이 그에게 밉보일 이유가 없었다.“진국공, 여기서 뵙는군요.”오황자가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설은영은 조용히 시선을 연준에게로 돌렸다.준수하고 귀티 나는 분위기를 따지자면 사고를 당하기 전 연준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그런 사람이 지금은 자신과 같은 시랑의 딸과 혼인할 수밖에 없으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예전이었다면 그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가 많았을 것이다.연준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오황자 전하.”짧은 인사를 마친 그는 설은영에게 손을 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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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어떤 이는 폐하께서 설 시랑의 딸을 선택하신 건 뽑기로 아무나 뽑은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서형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보단 더 듣기 거북했지.”그러나 황제는 진국공의 그런 태도를 꽤 마음에 들어했다.설충의 딸을 선택한 건 당연히 뽑기 같은 걸로 정한 것이 아니었다.광평 후작부는 나날이 세가 약해지고 설충은 집안이 복잡하지 않고 세가와 얽힌 관계도 없었다.황제가 연준에게 연민을 느낀 것도 있지만, 사실 상 강한 세력끼리 결합하는 것을 경계한 것도 있었다.유청하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진국공은 왜….”그녀는 연준이 왜 약혼녀에게 잘해주는지 궁금했다.서형욱이 웃으며 말했다.“설 소저는 폐하께서 점찍으신 진국공 부인이지.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진국공부를 대하는 태도와 같아.”“사적으로 사이가 어떻든, 대외적으로 두 사람은 부부가 될 사람들이니, 영광도 몰락도 함께한다고 봐야지.”“설 소저를 괴롭히는 것은 진국공의 체면을 짓밟는 것과 같다는 말이야.”유청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거였군요.”그녀는 조금 전에 결례를 범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한편.연준과의 몇번의 만남을 통해 설은영은 그가 단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식사를 할 때,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반면 강민은 눈에 띠게 초조해 하며 제대로 먹지 못했다.방 안은 매우 고요하고 수저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그녀는 설은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혹 귀하신 분의 심기를 거스를까, 감히 입도 열지 못했다.강민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히 사고를 당하기 전에 연준은 밝고 활기차고 귀티가 넘치는 인물이었고 무수히 많은 소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사람이 무섭게 변한 것일까.주변에 풍기는 음울한 기운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밥을 먹다가 수 틀리면 검을 빼서 누군가의 목을 칠 것만 같았다.“언니, 많이 먹어요.”갑자기 목소리를 낸 설은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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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만약 설은비와 잘 지낼 수 있다면 그녀를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설은영은 복수를 위해 미치고 싶지 않았다.전생에 최진겸의 음모에 당해 목숨을 잃었기에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싶지는 않았다.그렇게 된다면 복수가 끝났을 때, 아마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가능하다면 그녀는 이 세간의 아름다움을 더 경험해 보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와 함께 자멸하는 수밖에 없었다.점심식사가 끝난 후, 강민은 곧바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은영아, 성년례 날 보자.”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설은영은 서둘러 나가려는 언니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언니.”옆방, 강민의 시녀가 그녀와 함께 자리를 뜨자, 왕원은 연지 점포의 주인장 부부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여자 셋만 있었기에 상 위에는 아직 남은 음식들이 많았다.완전히 배를 불리기엔 부족해도 허기를 달랠 정도는 되었다.“도련님, 설 소저가 사람을 시켜 사람을 한명 조사하고 있더군요. 신무위 천호 이적의 딸이라고 합니다.”칸막이 방에서 연준의 부하가 다가와서 고했다.“그래.”연준은 여전히 시선을 서책에서 떼지 않고 덤덤히 답했다.부하가 계속해서 고했다.“제가 몰래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 천호는 오황자와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연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신무위의 천호라….”“예. 변방군에서 퇴역한 사람인데, 전장에서 용맹함을 인정받아 추천을 받고 경성으로 오게 된 자입니다.”부하가 답했다.잠깐의 침묵 후, 연준이 말했다.“그 소식을 전하께 알리거라.”“예.”명을 받은 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연준이 전하라 칭하는 사람은 태자뿐이었다.오황자 서형욱의 어머니 혜귀비의 아버지는 낙주에서 지부로 임하고 있었다.혜귀비를 제외하고도 완귀비도 있었는데 슬하에 삼황자와 육공주를 두고 있었다.누구나 황위를 바라지만 태자의 입지가 탄탄하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쟁취할 수 없을 것이다.오황자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는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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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설은영은 담담히 시선을 돌리고 취아의 부축을 받아 마차에 올랐다.멀어지는 마차를 보고 있자니, 최진겸은 어쩐 일인지 가슴이 갑갑했다.그날 꽃맞이 연회가 끝난 후, 경성에는 설은영과 관련된 많은 미담이 돌았다.용모가 단아하고 청순하여 강 부인의 젊은 시절보다 더 출중하다는 얘기가 가장 많았다.이는 장공주부에서 흘러나온 얘기였다.또 어떤 이는 만약 설가의 두 딸이 악의적으로 바뀌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찾아가서 혼담을 청했을 거라고 했다.마치, 설은비가 설은영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듯했다.그러나 적지 않은 청년들은 설은비가 더 낫다고 했다.화려한 용모는 갓 피어난 한 떨기 꽃처럼 빛이 났다.설은영의 용모가 뒤처지는 건 아니지만 설은비에 비해 요염함이 덜했다.그녀는 아마 많은 귀족 부인들이 좋아하는 유형일 것이다.최진겸은 설은비가 좋았지만 저도 모르게 설은영에게 관심이 갔다.만약 순서가 바뀌지 않았다면 그녀가 자신의 부인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한편, 설은영이 집으로 돌아오니 설은비의 연회도 거의 마무리 돼가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 정자에는 소녀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처소로 돌아오니 진주가 다급히 맞아주었다.“아씨, 드디어 돌아오셨네요.”설은영이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진주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별건 아니고 은비 아씨 신변의 시녀가 두 번이나 다녀갔어요. 아씨를 초대하고 싶다면서요. 작은 마님도 다녀가셨는데 아씨가 없는 걸 알고 그냥 가셨어요.”설은비가 이렇게 집요하게 찾아올 줄은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설은영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간식은 보내줬어?”“예, 오전에 보내드렸어요.”진주가 답했다.보내주기도 싫지만 설은영의 분부이니 최선을 다했다.진주는 그런 사람은 설은영이 직접 만든 간식을 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최씨 어멈이 차와 간식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아씨, 은비 아씨의 혼례식에 선물은 준비하셨나요?”설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좋아하는 걸 준비했죠. 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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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진월은 멈칫하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정말 마음이 통했나 보네요. 안에 치마저고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아가씨에게 주는 선물이에요.”가문의 작은 마님으로서 진월은 시집을 오자마자 절반의 집안 살림을 맡았다.강 부인이 권력을 잡고 놓기 싫어해서가 아니라, 혼인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경성 사람들과 친분도 없어서 시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진월을 배웅한 설은영은 방으로 돌아와 그녀가 가져온 선물을 펼처보았다.“눈썰미가 있고 사려 깊은 분이네.”소박한 색상의 치마저고리는 설은영이 좋아하는 유형이었다.관찰을 통해 알아낸 것이든, 그냥 우연이든 어쨌거나 형님과 사이가 불편해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잠시 후.“아씨, 망서관에서 선물을 보내왔네요.”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설은비는 침상 위에 놓여 있는 두 벌의 의복을 보았다.옷감이나 모양이나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화려한 형태였다.자매가 혼인하면 이 정도 격식은 갖춰주는 게 예의였다.“작은 마님께서는 머리 장신구를 보내오셨더라고요.”시녀가 상자를 열고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설은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 보관해 두렴.”이틀 후면 그녀의 혼례식이었다.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신랑 최진겸도 매우 만족스러웠다.전생에 그를 선택하지 않은 건 관직이 너무 낮아서였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가 장차 재상이 될 거라는 것을 알기에 잠시동안은 고생을 참을 수 있었다.비록 병든 시어머니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해도 시녀 한명을 보내 돌보게 하면 그만이었다.그녀 본인은 절대 병수발을 들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가문에서 사랑만 받으며 커왔다. 비록 지금은 서녀가 되었다지만 가문에서 그녀를 내칠 리 없었다.설은비는 이 모든 상황이 만족스러웠다.망서관 설은영은 외출을 싫어하고 줄곧 저택 안에서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다.국공부에 시집을 가도 적막함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아씨, 혼수도 다 준비되었어요. 총 80상자더군요.”시녀는 그녀의 머리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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