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Bab 341 - Bab 350

775 Bab

제341화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열기가 끓어올랐다.로시라는 이름은 누구나 자주 들었기에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실제 모습을 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이미 몇몇 최상위 권력자들의 시선이 조용히 강시우를 향하고 있었다.그가 해성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몇몇 가문들을 직접 찾아 먼저 인사를 마친 상태였다.이들은 신분상 오늘 같은 공개 석상에 나설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었고 그동안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웅성거리는 인파 속에는 각종 추측과 의론, 그리고 은근한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이하나의 일행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떠들어댔다.“하나야, 가브리엘이 곧 나온대.”“그래, 하나야. 네가 뺨 맞은 복수 오늘 제대로 할 수 있을 거야!”“맞아, 가브리엘이 네 편에 서서 저 인간들 전부 쫓아내 버릴 거라고!”온하준과 김도윤은 가브리엘과 이하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서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이하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듯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두가 숨을 죽인 채 무대 쪽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가브리엘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가 일부러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든 상황이었고 그 탓에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의론할 시간을 주고 있었을 뿐이었다.경호원들이 인파를 가르며 길을 내주자 그제야 강시우는 그 사이로 천천히 걸어 나올 수 있었다.물론 강지연의 손을 꼭 잡은 채였다.“야, 너희 어디 가는 거야?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 여긴 너희가...”뒤에서 이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시우는 이미 레드 원피스를 입은 강지연의 손을 잡은 채 기호범이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강지연!”온하준이 급히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치맛자락조차 닿지 못했다.“아니, 저 사람들 대체 뭐 하는 짓이야?”강시우는 강지연의 걸음에 맞춰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그 뒤에서는 이하나와 그녀의 일행뿐이 아니라 온하준, 김도윤, 김도진,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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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옆에 있던 주아현도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 버린 온하준의 귓가에는 오직 세 글자만 맴돌았다.‘끝났다!’이번에도 또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멀찍이 서 있는 강지연을 바라보는 순간 김도윤의 말이 귓가에 들려왔다.“매번 계약이 깨진 건 다 강지연 때문이었어. 이번이 세 번째야. 강지연만 없었으면 무조건 성사됐을 계약이라고.”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일기 시작했다.“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온하준 부인 아니야?”“온하준 부인은 거의 외출도 안 한다던데, 왜 가브리엘이랑 같이 있는 거지?”강시우가 잠시 말을 멈췄을 뿐이었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이미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제겐 현국어 이름도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많지 않겠지만 모친의 성을 따라 강 씨를 쓰고 있습니다. 강시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이는 제 여동생 강지연입니다.”강지연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타고난 체형에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그녀의 그 사소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연회장은 천둥 같은 박수로 뒤덮였다.그 박수가 그녀 자신을 향한 것이든 가브리엘 로시의 여동생이라는 이름 때문이든 상관없이 오늘 밤 이 연회장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가 강지연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강시우는 여동생의 손을 잡은 채 계속해서 환영사를 이어갔지만 온하준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고 머릿속은 이미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그때 조금 전까지 목걸이에 대해 수군거리던 여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와! 저 목걸이 어제 경매에서 낙찰된 거잖아! 가격이 무려 육백억이래. 전 세계에 하나뿐인 그 목걸이!”“대박! 그럼 경매 끝나자마자 바로 비행기로 운송해 온 거 아냐? 가브리엘이 여동생한테 선물한 거겠지? 동생을 많이 아끼시나 봐!”강지연의 목에 걸린 유난히 크고 선명한 루비 목걸이를 바라보는 이하나의 눈빛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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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온하준은 기계적으로 손을 저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제는 누구든 판을 뒤집을 수 있게 되었다.다만 협력 관계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람은 오직 온하준뿐이었다.“온 대표, 앞으로 잘 좀 부탁해. 남은 국물이라도 있으면 이 친구부터 좀 챙겨주시고. 그 정도만 해줘도 만족할게.”상대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분명 힘을 준 것도 아닌데 그 한 번의 손길이 마치 심장을 두드려 부수는 망치처럼 느껴졌다.그때 강시우가 환영사를 마치고 모두에게 자유롭게 즐기라는 말을 끝으로 강지연의 손을 잡은 채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이제 그들은 더 이상 찬밥 신세였던 어느 가문의 자식들이 아니었다.수많은 사람이 그들을 둘러싸기 시작했고 연회장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로 옮겨갔다.한편, 기호범의 주변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굳이 소란 속으로 뛰어들지 않아도 인맥을 만들기 위해 온 이들도 저마다 무리를 지어 수군거리고 있었다.반면 온하준 일행의 주변은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여전히 온하준과 친분을 쌓아 보려는 몇몇 소기업 대표들만이 어정쩡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안지유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우리 이제 집에 가요. 더 볼 것도 없잖아요? 다 끝났어요.”온하준의 얼굴은 보기 흉할 정도로 어두워졌고 김도윤의 표정은 그보다도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내가 뭐랬어. 강지연 저 재앙만 끼면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고 했잖아. 하준아, 이게 세 번째야. 같은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되면 안 되는 거야! 강지연은 그냥 네 인생을 짓밟는 저주 같은 존재야.”원래 하고 싶은 말은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의 안지유는 옆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표정을 굳히더니 즉시 맞받아쳤다.“뭐라는 거예요! 능력도 실력도 없는 세 남자가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니까 여자를 재앙에 몰아붙여요? 머리에 똥만 들어찬 거 아니에요? 어디서 그런 상식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냐고요!”그녀의 목소리는 거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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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온하준까지 함께 싸잡아 욕하자 난감해진 김도진은 안지유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여보...”“이 손 치워! 너도 똑같아. 짐승만도 못한 인간.”그녀는 김도진이 이하나를 위해 해왔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자 가슴이 죄어 오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게...”이하나는 입을 가린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난 정말 좋은 뜻이었어. 그냥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야...”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몇몇 소기업 대표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더니 이내 시선을 온하준에게로 돌렸다.그때 참다못한 누군가가 멍하니 서 있던 온하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온 대표님, 지금 이 상황이 대체...”온하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그 순간 김도윤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자연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별일 아닙니다. 온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에 작은 말다툼이 있었을 뿐이에요. 부부싸움이야 흔한 일이잖습니까? 집에 가서 사과하면 될 일입니다.”소기업 대표들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죠. 집집이 다 있는 일이죠. 집에 가서 풀면 되는 거예요.”그 말에 김도윤은 눈빛이 번뜩이더니 주아현과 안지유를 번갈아 보며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여보, 이제 지유 씨랑 당신밖에 없어.”“그건 무슨 말이에요?”안지유가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우리 몇 명은 이미 강지연 쪽에서 블랙리스트잖아요. 하지만 지유 씨랑 제 아내는 아직 강지연이랑 친하잖아요. 그러니까 잘 좀 얘기해줘 봐요. 싸울 땐 싸우더라도 사적인 감정이랑 공적인 일은 구분해야죠. 아직 온하준의 아내인 이상, 이 프로젝트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게 둘 순 없잖아요.”김도윤의 말이 끝나자 안지유는 냉정하게 웃으며 맞받아쳤다.“저는 그 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아니거든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발걸음을 돌려 아직 멍하니 서 있는 김도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뭐 하고 있어! 안 가?”김도진은 온하준과 김도윤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숙인 채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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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한편,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강지연은 담담한 미소를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오늘 밤 연회에서 쏟아진 모든 칭찬과 축하에 대한 답변이었다.“지연아, 이리 와.”두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강시우가 그녀를 불렀다.강지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강지연!”그때 온하준이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소리쳤다.강지연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온하준 씨, 오늘은 저희 오빠가 해성의 친구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예요. 업무적으로 논의하실 게 있다면 근무 시간이 되면 호범 삼촌에게 연락해 주시길 바랄게요.”그녀의 태도는 지나치게 공적이었고 차갑고 단호했다.온하준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목이 멘 듯 더듬거리며 물었다.“너... 너 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 온하준 씨?”“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죠?”강지연은 무심한 눈빛으로 되물었다.온하준 씨라는 호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그렇다고 두 사람 사이에 다른 호칭이 남아 있지도 않았다.그녀는 늘 그를 온하준 씨, 혹은 온하준이라 불렀고 온하준 역시 그녀를 그저 강지연이라 불렀다.결혼 초반 다른 부부들처럼 애칭이 있는 것이 부러웠던 강지연이 어설프게 여보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지만 온하준은 몹시 어색한 표정으로 이름을 부르면 된다고 말했을 뿐이었다.그 이후로 두 사람은 늘 이름만 불러왔다.하지만 인제 와서 호칭에 불만을 보이는 온하준이 강지연에게는 오히려 의아하게 느껴질 뿐이었다.온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채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연아...”“잠깐만요.”강지연이 그의 말을 끊더니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지연이라는 이름은 가족들만 부르는 이름이에요. 외부인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온하준의 눈빛은 냉정하게 굳어 있었다.“외부인? 내가 너한테 외부인이야?”“그럼요?”강지연은 힘을 주어 자신의 손목을 빼내며 말을 이었다.“이런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할머니가 퇴원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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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아니야, 네 탓 아니야.”김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넌 왜 항상 모든 책임을 혼자서 다 뒤집어쓰려고 해? 괜히 혼자 생각하고 자책하지 마.”그러나 그의 말에도 이하나는 조금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듯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울기만 했다.김도윤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온하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하준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정말 이혼할 거야?”온하준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난 이혼하고 싶지 않아.”그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붙잡듯 김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도윤아, 이혼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네가 좀 생각해 줘.”김도윤은 잠시 이하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내일 안 가면 되잖아.”온하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양손을 머리카락 사이로 깊숙이 파묻고 몸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연회장은 엄청 넓었고 사방은 여전히 떠들썩했다.그러나 그 넓은 공간 한가운데서 오직 세 사람만이 세상에서 밀려난 듯 고립되어 있었다.그들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찬밥 신세가 된 건 처음이었다.강시우가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눈치 하나로 살아온 인간들이었다.그들은 구석구석을 오간 미세한 기류와 순간순간의 미묘한 변화를 모를 리 없었다.처음엔 그저 젊은 사람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쯤으로 여겼지만 강시우가 강지연을 데리고 무대에 올라 정체를 공개한 순간부터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이미 감을 잡고 있었다.김도윤이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뭐라도 좀 먹자. 여기까지 와서 프로젝트도 건지지 못했는데 배까지 곯을 순 없잖아.”온하준은 먹을 생각이 없다는 듯 그의 말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이하나는 멀리서 강시우를 바라보기만 할 뿐 다가갈 용기는 없었다.그녀는 그가 정말로 지하실에서 자신을 바다에 던져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했던 남자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날의 공포만큼은 아직도 머릿속 깊이 박혀있어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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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물론 이 일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돈을 쓴 흔적이 분명했다.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수십 개의 마케팅 계정에서 올라온 문구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똑같을 리 없었다.게다가 실시간 검색어까지 사들인 게 분명했다.그들은 연예인도, 대중적 인지도도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재벌가 아가씨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자 온라인의 여론은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폭주했다.직장인에 대한 집단적 공감이 폭발하며 비난의 화살은 전부 강시우와 강지연을 향했다.심지어 크로시 그룹의 해성 진출 자체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고 외국 자본을 흡혈귀에 비유하며 노골적인 욕설이 난무했다.최아현은 메시지로 현재 상황을 전해왔다.동기들이 댓글로 강지연을 변호해 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몰려든 욕설과 비난에 묻혀 거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강지연은 댓글을 대충 훑어보다가 팔로워 하나 없는 계정들이 그렇게 긴 문장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복사해 붙여 넣은 걸 보고 단번에 누군가의 조작임을 눈치챘다.그때 강시우가 다가오더니 그녀가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걸 보자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하지만 강지연이 손으로 눌러 막았다.강시우 역시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알고 있었으면서 말 안 해준 거예요?”그녀가 일부러 흘겨보자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건강에 해로운 일은 어린애들이 보면 안 돼.”“볼 거예요. 그리고 이거... 온하준한테도 보낼 거고요.”말을 마치자마자 강지연은 실시간 검색 링크를 그대로 전달했다.사실 그녀는 혹시라도 온하준이 내일 이혼을 거부하면 어쩔지 걱정부터 앞섰다.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이 상황을 보고도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라고 강지연은 확신했다.강시우는 전혀 흔들림 없는 그녀를 보며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난 네가 상처받을까 봐 그런 거야.”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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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네?”강시우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서로 같이 망하자는 거지. 어차피 프로젝트는 이미 물 건너갔으니까 차라리 아무도 잘 되지 말자는 심리인가 봐.”강지연은 그런 사고방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사람이 선택하는 가장 비겁한 방식일 뿐이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난 네가 신경 쓰여서 정말로 체면을 봐주면서 이번 연회를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어. 그런데 저쪽에서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나오잖아. 그리고 넌 상처도 안 받았다고 하니 그럼 나도 더 이상 체면을 봐줄 필요가 없지.”강시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상처받은 거 아니지?”강시우가 창피해질 일은 없었다.창피해질 건 그저 온하준과 이하나뿐이었다.그는 강지연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그게 두려웠던 것이다.그녀에게 온하준은 정말로 최악의 인간이었다.강지연은 담담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오빠, 얼른 다녀와요. 그리고 제 휴대전화도 가지고 가요. 방금 폴더 하나 정리해 놨거든요. 안에 있는 내용 필요한지 보고 사용해도 돼요.”그녀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강시우는 잠시 자리를 떴다가 곧 돌아와 휴대전화를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회장 대형 스크린에 문제의 그 편집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화면이 클수록 편집자의 의도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강지연의 오만함은 극대화되어 있었고 이하나의 연약함은 과장되게 드러나 있었다.뺨을 때린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그저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속으로 의심만 품고 있었다.‘누가 말을 잘못 전달한 건가?’‘왜 우리가 들은 거랑 반대인 거지?’하지만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고 그저 구경거리처럼 한 발 떨어져 바라볼 뿐이었다.그때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고함이 터져 나왔다.“저렇게 오만한 자본가는 우리 해성에 필요 없어! 투자도, 협력도 다 필요 없다고!”그 외침에 연회장에는 수군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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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화면에 재생된 것은 채팅 기록이었다.이하나가 과거에 강지연에게 보냈던 사진과 메시지들.[빨리 이혼해. 껌딱지처럼 그 사람한테 달라붙어 있지 말고.][네가 그 사람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잠자리는 할 수 있어? 아이는 낳아줄 수 있고?][우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 하준이가 나한테 사 준 새집이야. 비싼 가방도 있고 더 비싼 시계도 있거든. 누가 사줬는지 맞혀 볼래?]그뿐만이 아니었다.과거 강지연이 의도적으로 대화를 요청했던 기록들도 함께였다.메시지 속에서 강지연은 자신과 온하준은 결혼한 사이이고 5년 동안 혼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 부부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이에 대한 이하나의 답변은 적나라하게 자신이 내연녀임을 드러내고 있었다.[하준이가 사랑하는 건 나야.][내가 아무리 오래 떠나 있어도 언제나 하준이 마음속에 있는 중요한 사람이거든.][회사에서도 다들 날 사모님이라 부르잖아. 그리고 하준이 친구들도 날 형수님이라고 해주거든.][그래. 하준이한테 보여줘 봐. 그래도 하준이는 내 탓 안 해. 항상 날 이해해 주거든. 절대 날 원망하는 일은 없을 거야.]강지연은 이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녹화 화면으로 저장해 뒀었고 지금 이 순간 대형 스크린과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그대로 공개했다.이 채팅 기록들은 원래 강지연이 이혼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법적 증거로만 보관해 두었던 것들이었다.이혼이 순리로웠다면 세상에 드러날 일조차 없었을 증거들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곧이어 이하나가 강지연에게 보냈던 사진들까지 공개됐다.상반신이 드러난 채 잠든 온하준과 그의 어깨에 기대 섹시한 잠옷 차림으로 누워 있는 이하나의 사진이었다.남들이 마케팅 계정을 살 수 있으면 강시우 역시 할 수 있는 일이었다.남들이 실시간 검색을 산다면 강시우도 똑같이 할 수 있었다.이 반격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치솟았고 여론은 급속도로 뒤집혔다.불과 반 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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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말을 마친 온하준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얼굴을 들고 있을 수 없었기에 서둘러 연회장을 빠져나갔다.“하준아! 하준아!”이하나와 김도윤이 급히 뒤쫓아 나갔지만 온하준은 이미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뒤였다.연회장 안에서 문제의 영상은 이미 멈춰 있었고 기호범이 나서서 짧게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그 누구도 이 작은 소동에 크게 마음을 쓰지 않은 듯했다.오늘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로시였고 사람들 역시 그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을 뿐이었다.강지연은 연회장 밖을 잠시 내다보더니 곁에 있던 강시우에게 조용하게 말했다.“오빠, 가져가면 안 될 돈을 굳이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럼 다시 돌려받아야 하지 않을까요?”강시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당연하지.”연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이어졌다.하지만 연회장 밖에 서 있던 김도윤과 이하나는 밝게 빛나는 내부를 그저 바라만 볼 뿐 다시 들어갈 수는 없었다.이하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중얼거렸다.“도윤아, 나 그날 정말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해서...”“알아.”김도윤이 말을 이었다.“넌 그냥 하준이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잖아. 우리도 네가 다시 하준이랑 함께하길 바랐고. 자리를 차지하고 끝까지 놓지 않은 건 강지연 그 탐욕스러운 여자야.”이하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울기만 했다.그때, 김도윤의 휴대전화 소리가 울렸다.발신자는 아내인 주아현이었다.그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속으로 중얼거렸다.‘메시지 보낼 때는 답도 없더니 인제 와서 전화해?’김도윤은 전화를 받지 않고 그대로 끊어 버렸다.주아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그는 받지 않았을 뿐더러 더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이제 김도윤의 시야에는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이하나만 보였다.“가자. 집에 가자. 이 쓰레기 같은 연회는 더 있을 가치도 없어.”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그는 주아현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김도윤, 병원에 잠깐 와 줄 수 있어? 우리 엄마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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