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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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김도윤은 주아현이 아이를 데리고 병든 어머니를 고향에 모셔다드린 줄로만 알고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옷만 갈아입고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하자 프런트에 서 있는 온하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준아, 여기서 뭐 해?”‘설마 대표가 직접 안내를 맡은 건 아니겠지...’김도윤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덧붙였다.“오늘 회의에서 중요하게 할 얘기라도 있는 거야?”“먼저 올라가.”온하준은 짧게 말하더니 주차장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곧 강지연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이자 그는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그 모습을 본 김도윤은 뒤돌아서며 당황스러운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진짜로... 직접 안내하려는 거였어?’강지연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온하준을 보고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온 대표님께서 무슨 일로 직접 여기까지 나오신 거죠?”그는 조금 어색한 듯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강지연...”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왜? 오는 길에 또 누군가 날 태워 죽이기라도 할까 봐 걱정한 거야?”그 말에 온하준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가 이내 핏기가 싹 가셨다.강지연은 다시 그를 외면한 채 곧장 회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프런트 직원은 이미 교체된 상태였고 강지연은 여전히 낯선 사람이었다.“안녕하세요...”프런트 직원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온하준이 뒤에서 다가오며 말했다.“날 찾으러 온 거야.”프런트 직원은 더 묻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었다.강지연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난 5년 동안 온하준은 늘 팽이처럼 바쁜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마중 나오기는커녕 메시지 하나에 답장하는 것조차도 힘겨워 보일 정도였다.그때 강지연은 혹시 자신이 보내는 메시지가 너무 사소하고 지루한 탓에 온하준의 업무를 방해하는 건 아닐지 혼자 반성까지 했었다.하지만 이하나가 돌아온 뒤에는 달랐다.메시지는 물론이고 그녀가 필요로 하면 그는 언제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달려가곤 했었다.사실 온하준은 정말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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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이혼? 지분 변경”그녀의 말에 회의실은 순간 술렁였다.강지연이 이사회에 참석한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첫 번째는 결혼으로 인한 지분 변경이었고, 두 번째는 이혼으로 인한 지분 변경이었다.같은 자리, 같은 절차였지만 이혼이라는 단어는 주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사실 회사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실시간 검색어와 여론의 파장도 모두 잘 알고 있었다.한 주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온 대표님, 이 시점에 이혼을 결정하신 건...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충분히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강지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주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온 대표님, 요즘 주가 변동이 큰 데에는 최근의 여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혼하시더라도 최소한 두 분이 함께 공식 입장을 내는 건 어떻겠습니까? 형식적으로라도 부부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전달한다면 주주들에게도 안정을 줄 수 있을 텐데요. 모든 건 악성 마케팅 계정의 왜곡이라는 식으로 말이죠.”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하준을 바라봤다.그 시선의 의미는 너무도 분명했다.온하준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하며 낮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이미 쉰 상태였다.“온 대표님...”주주가 다시 말을 잇자 온하준은 손을 들어 말을 잘랐다.“결혼과 이혼은 저와 강지연 사이의 사적인 문제입니다. 사적인 문제로 인해 여론이 생기고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습니다. 강지연은 이 일에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점에 대해서는 주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후 회사의 방향을 바로 잡고 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지 피해자에게 도덕적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 아닙니다.”김도윤도 말을 거들었다.“사업이라는 게 원래 오르락내리락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 회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순탄했던 적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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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역시나 그녀는 더 불쾌해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내리더니 말했다.“그럼 네가 타. 난 다음 거 탈게.”“강지연.”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냥...배웅만 하려고 그래.”“필요 없어.”그녀는 곧바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온하준은 곧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말했다.“그럼 블랙리스트에서만 풀어줘. 서류 보내야 하니까.”강지연은 그의 눈앞에서 바로 차단을 해제했다.“됐어? 업무 외에는 연락하지 마.”더 다가가면 미움만 더 남길 뿐이었다.그는 그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숫자가 하나씩 내려가는 동안 강지연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슴을 눌러 잡고 있었다.지난 5년 동안 이곳은 수없이 많은 가시가 박힌 자리였다.늘 아프게 박혔고 때로는 대못처럼 깊이 찔러 피가 흐르기도 했다.그녀는 그 가시들을 하나하나 뽑아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지금은 다시 그 자리를 만져도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사실 사람은 사랑할 때에만 아픈 법이다.아픔이 없다는 건 사랑도 없다는 뜻이었다.‘온하준, 난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드디어 완전히 빠져나온 것 같아.’강지연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김도진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강지연.”그가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커피 한잔할 시간 있어?”“없어.”온하준의 친구들에게 그녀는 더 이상 친절을 베풀 이유가 없었다.말을 마치고 강지연은 바로 돌아섰다.그러자 김도진이 다시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강지연, 몇 마디만 하면 돼. 정말 몇 마디만.”강지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참 이상한 사람들이었다.온하준의 아내였을 때는 하루가 멀다고 험담하더니 이혼하자마자 왜 이렇게 달라붙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지연...”김도진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네가 우리를 싫어하는 거 알아. 우리가 뒤에서 너에 대한 험담도 많이 했고 그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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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그녀가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음악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커다란 케이크를 밀고 다가왔다.강지연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생일 노래 부를 줄 알았잖아요.”“부를 수도 있지.”강시우는 홍순자를 부축해 내려오며 말했다.홍순자는 아직 많이 쇠약해 보였지만 며칠 전보다는 얼굴빛이 훨씬 나아져 있었다.워낙 너무 큰 일을 겪은 터라 하루아침에 회복될 몸 상태는 아니었다.하지만 강지연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했다.정말로 즐거운 밤이었다.형식적인 연회장 만찬보다 훨씬 따뜻한 자리였다.식사를 마친 뒤, 강지연은 자연스럽게 홍순자 옆자리를 차지했고 친구들은 그 주위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네 사람은 모두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금세 가까워졌다.홍순자는 옆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장시범과 윤해정은 유럽 투어 이야기를 꺼냈고 강지연의 고등학교 친구인 최아현은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다.고등학교 이야기가 나오자 장시범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강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학교 시절엔 이랬었네요.”패션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이안이 자연스럽게 주도했다.강시우는 그 사이사이 음식을 챙겨 주느라 분주했다.이런 하루는 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속 태우던 나날보다 훨씬 편안했다.헤어질 시간이 되자 다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은 탓에 노인의 휴식을 방해할 수 없어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강시우는 차를 불러 모두를 배웅했다.그때 장시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형, 저 운전해서 왔어요. 근데 잠깐만 나와주실 수 있어요? 저랑 해정이가 선배한테 드릴 선물이 있는데 차에 두고 와서요.”강지연은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장시범은 강시우와 단둘이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그래.”강시우는 흔쾌히 따라나섰다.모두가 강지연에게는 따라 나오지 말고 할머니를 모시라고 했기에 그녀는 현관에서 인사를 마친 뒤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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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강지연은 최아현의 게시글 밑에 짧은 댓글을 남겼다.[즐거운 밤이야.]그러고는 곧바로 강시우를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장시범이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강시우가 막 거실로 들어오려는 순간 강지연은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그러자 강시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네가 물어볼 줄 알았어. 일단 앉아 봐.”강지연이 부드러운 슬리퍼를 신은 채 소파에 앉자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발목에 머물렀다.“왜 그래요, 오빠?”그곳은 그녀의 아픔이 남아 있는 자리였다.지난 5년 동안 강지연은 숨기는 데 익숙해졌고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도 싫었다.5년이 지난 지금, 비록 그녀는 스스로 이미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본능적으로 발을 움츠리고 있었다.강시우는 말없이 그녀 앞으로 다가오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고 다친 발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오빠...”강지연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당황스러웠다.“여기 맞아?”강시우는 그녀의 영구적 손상 부위를 살짝 눌러 보며 다시는 춤출 수 없게 된 근원이 맞는지 확인했다.강지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슬리퍼를 신겨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 그 장시범이라는 녀석이 내 앞에서 아부를 떨던데? 걔 마음 너도 알고 있었어?”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강지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강시우를 바라보았다.“지연아.”강시우의 눈빛에는 어른스러운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우리 방금 진흙탕에서 빠져나온 거야.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마.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야. 다른 감정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인생은 길고도 길어. 천천히 걸어도 돼. 서두를 필요 없어.”그제야 강지연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알겠어요, 오빠. 저도 알아요.”그녀는 장사범에 대해 이성적인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다른 관계를 시작할 생각도 없었다.강시우는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내일 발 상태 보러 한의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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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온하준이 곧이어 댓글을 달았다.[당장 위치 보내!]라호성이 또 댓글을 이었다.[와 보라고!]끝이 보이지 않는 유치한 반복이었다.강지연은 휴대전화를 들고 발끈하는 온하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이 상황이 그저 한심하다고 느껴졌다.그리고 다시 온하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자 그 생각은 더 짙어졌다.[오늘 진짜로 파티한 거야?][이혼하니까 그렇게 즐거웠어? 이날만을 오래 기다려 온 거야?]그는 사진까지 첨부해 보냈다.[네 표정 좀 봐. 너무 밝게 웃은 거 아니야? 나랑 있을 때 이렇게 웃은 적 있었어?][이혼이 급한 이유가 있었구나. 계획한 거였네.][이거 장사범이라는 그 새끼 때문이지? 언제부터 몰래 만나고 있었던 건데?][처음 이혼하자는 말을 꺼냈을 때부터야? 아니면 그놈한테서 꽃을 받은 그때부터?]강지연은 그의 이런 모습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온하준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고 꽃을 받았던 일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우린 그냥 친구야.]강지연은 장시범에게 쓸데없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답장을 보냈다.하지만 그 답장이 마치 무언가 잘못된 스위치를 건드린 듯 그의 메시지는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친구? 강지연, 결혼했고 남편도 있는데 그냥 친구인 남자가 꽃을 선물해?][그냥 친구가 해외 투어까지 같이 가?][그냥 친구가 성심껏 의사까지 찾아주며 네 발 치료에 신경을 써?][그냥 친구가 매일 회복 치료까지 같이해주고?]그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던 강지연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그녀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그러게. 왜 그냥 친구가 이런 일들을 다 해주는 걸까? 남편이 없어서 그런가?]그제야 온하준의 메시지는 드디어 멈췄다.하지만 강지연은 하려던 말을 계속했다.[내 남편은 누구한테 그냥 친구였는지도 모르겠네. 또 그 그냥 친구랑 뭘 하고 다녔는지도 모르고. 참, 아니지. 이젠 전 남편이지.]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그녀는 바로 한 줄을 덧붙여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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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한의원을 나선 뒤, 강시우는 강지연과 홍순자를 먼저 차에 태우고 다시 배우진을 찾으러 안으로 들어갔다.약 이십 분쯤 지나 다시 밖으로 나온 강시우는 강지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괜찮아. 배우진 선생님이랑 치료 방안을 조금 더 상의해 봤어. 아직 해성에 있을 시간이 한 달이나 남아 있으니까 그동안 매일 침구 치료도 하고 재활 치료도 병행해 보자. 한 달 뒤에 효과가 어떨지 보자고 하더라.”강지연은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홍순자와 강시우의 기대 어린 눈빛을 보자 그들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어 그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빠.”그날 이후 강지연은 거의 매일 한의원과 집만 오가며 지냈고 생활은 놀랄 만큼 규칙적으로 흘러갔다.그리고 일주일 뒤, 강시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이제 온하준과 정식으로 주식 지분 변경을 진행할 수 있어.”그는 그렇게 말하며 직접 강지연을 데리고 나섰다. 다만 강지연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만약 강시우의 변호사가 계속 재촉하지 않았다면 온하준은 이 일을 끝까지 미루고 싶어 했다는 점이었다.실제로 강지연이 할 일은 아주 간단했다.각종 서류와 변경 계약서는 이미 강시우가 모두 검토해 둔 상태였고 그녀는 가서 서명만 하면 됐다.등장부터 서명까지 모든 과정은 순식간에 끝났다.온하준과는 거의 말을 섞을 필요도 없었고 필요한 대화는 모두 강시우가 옆에서 대신했다.서류 작성을 마친 강지연이 곧장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온하준이 뒤따라 나오려 했다.그러나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벽에 가로막혀 도무지 다가올 수 없었다.고개를 들어보니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강시우였다. 온하준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형...”“함부로 부르지 마. 나한테 너 같은 동생은 없어.”강시우가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약속대로 정해진 기한 안에 돈은 강지연 계좌로 송금해. 나머지 일은 전부 변호사를 통해 처리하도록 하고.”강지연이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온하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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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온하준은 자신이 꼭 바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방금 던진 질문은 누가 들어도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고 할 말이 없으니 억지로 짜내어 붙인 말들이었다.강시우라는 사람은 겉보기엔 온화했고 금테 안경까지 쓰고 있어 점잖은 인상을 주었지만 선을 긋는 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분명한 사람이었다.강지연의 부모 쪽 집안은 이미 오래전에 그의 기준 밖으로 완전히 밀려난 존재들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정 같은 걸 들먹이다니, 우스운 일이었다.온하준은 이미 강지연의 부모가 지금 구치소에 있고 스스로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보석으로 풀어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강시우가 있는 이상 밖으로 나오는 편이 더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끝내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고 들었다.무엇보다 강시우는 일을 처리하면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응징은 하되 절대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 그것이 로시의 방식이었다.가브리엘 로시.그는 젊은 나이에 거대한 가문 안에서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뚫고 가문의 수장이 된 인물이었고 그 존재 자체가 전설에 가까웠다.그런데 그 사람이 강시우일 거라는 건,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온하준은 쓴웃음을 지었다.요즘 들어 왜 이렇게 모든 것이 쓰기만 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입에 넣는 음식도 썼고 마시는 물조차 썼으며 들이마시는 공기마저 어딘가 쌉쌀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그날 오후, 김도진이 그의 사무실로 찾아와 이하나와 김도윤과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던 온하준은 문득 아무 의미도 느껴지지 않았다.“됐어. 너무 피곤해. 너희끼리 가. 계산은 내가 할게.”“하준아, 내가 밥값 낼 돈이 없어서 너를 부른 줄 알아?”김도진이 말했다.“네가 요즘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그래. 형제끼리 좀 모여서 기분 풀자고.”온하준은 고개를 저었다.“사람 많은 게 싫어. 됐어.”“하준아, 너 왜 이래?”김도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예전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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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온하준은 이 문제 앞에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김도진,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언제 하나랑 결혼할 생각을 했다고 그래? 하나가 돌아왔어도 난 애초에 결혼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어!”김도진은 뜻밖이라는 듯 어리둥절해하며 되물었다.“예전에는 강지연이 있었으니까 그런 거 아니었어? 지금은 이혼했잖아. 그럼 하나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온하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김도진, 나랑 하나 사이는 이미 지나간 일이야.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김도진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더듬거리며 물었다.“그... 그럼 왜 하나한테 그렇게까지 잘해줬어?”“내가 너랑 도윤이한테는 잘해주지 않았어?”온하준이 당황한 듯 되물었다.“그... 그게... 어떻게 같아?”그의 물음에 김도진은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뭐가 다른데? 지금 나한테는 다 똑같이 제일 가까운 친구들이야. 게다가 너랑 도윤이는 회사 이익도 같이 봤잖아. 하나가 예전에 우리랑 어울릴 때 우린 한창 창업하느라 아무것도 없었어. 그리고 하나는 해외에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왔고. 그러니까 더 챙겨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한테는 막내잖아. 그리고 나랑은 예전에 봉사활동 때 인연도 있었고. 너희 둘 다 아는 일이잖아.”“그래도...”김도진은 여전히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물론 다르지!”그때 갑자기 뒤에서 폭죽이 터진 듯한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지유였다.김도진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여보, 여기는 어쩐 일이야...”“바보 같은 당신이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보러 왔지!”안지유는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을 이었다.“당신들은 모이기만 하면 그 두 얼굴을 가진 여자 말 말고는 할 얘기가 그렇게도 없어?”“아니야, 여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하나는 그런 사람 아니야.”김도진은 본능적으로 온하준의 표정을 살폈다.“한마디만 더 해봐!”안지유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더니 당장 뺨이라도 후려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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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온하준은 얼굴이 잿빛으로 가라앉은 채 입을 열었다.“아니, 저랑 하나는 전혀 그런 적이...”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애초에 자신은 이런 말을 꺼낼 필요조차 없는 처지였다.하지만 안지유는 이미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고 온하준의 얼굴에 스친 그 미세한 흔들림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그녀는 그동안 쌓아 두었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온하준 씨가 이하나랑 잤는지 아닌지는 솔직히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난 김도진만 신경 쓰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건 두 사람이 잤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안지유의 말에 당황한 김도진은 문득 여기가 회사라는 사실이 떠올라 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가볍게 막았다.“그냥 내버려둬.”온하준의 표정도 일그러졌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가 어디까지 말할지 듣고 싶어졌다.“그럼 계속할게요.”안지유는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김도진의 손을 세게 쳐내며 말했다.“온하준 씨! 당신은 쓰레기예요. 그냥 쓰레기도 아니고 쓰레기 중에서도 제일 악취 나는 쓰레기요. 강지연 씨의 모든 사랑을 당연한 것처럼 누리면서 친구라는 핑계를 댔을 뿐 이하나한테 호감을 느낀 건 사실이잖아요! 인정하기 싫으면 이하나 블로그나 직접 들어가 봐요. 세상에 어떤 친구가 한 침대에서 옷 벗고 같이 자요?”“여보, 아니야. 그날은 사진 찍으려고 포즈 잡은 거였고 나도 거기...”찰싹!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김도진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안지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냉정하게 말했다.“이제 보니 너도 같이 있었다는 거네? 자백이나 다를 바 없잖아. 쓰레기 같은 놈! 집에 가서 봐!”김도진을 한 번 쓸어버리듯 처리한 뒤, 그녀는 다시 온하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누가 친구한테 집을 사주고 명품 가방에 비싼 물건들까지 서슴없이 사줘요? 그럴 거면 김도진한테도 하나 사주지 그랬어요. 그리고 친구끼리 여행 가서 같은 방을 쓴다는 게 가능해요?”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이건 김도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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