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한 여자가 금세 풀이 죽은 얼굴이 됐다.“그렇겠죠...”그때, 다른 한 명이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그런데 하나 씨, 그렇게 많은 여자가 달라붙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면서요. 그런데 하나 씨한테만은 달랐다는 건, 설마...”“맞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이하나 씨를 좋아했던 거 아니에요?”“아, 그게요...”이하나는 말끝을 흐렸다.“그땐 조금 그런 기류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저는 귀국해야 했고 그는 유럽에 기반이 있었잖아요. 결국 이뤄질 수는 없었죠.”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귀국하고 나서도 메일은 꽤 왔어요. 그래도 결과 없는 일에 희망을 남기는 건 잔인하잖아요. 그래서 답장은 안 했죠.”“세상에, 그런데 지금도 미혼이라던데요?”누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혹시 아직도 이하나 씨를 못 잊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와, 이런 건 진짜 소설에서나 보던 설정인데요.”그 순간, 강시우는 끝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가 웃음을 터뜨린 건 이하나의 말이 우스워서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강지연이 입 모양으로 그녀의 말을 하나하나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말의 길이도, 억양도 묘하게 흉내 낸 그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라 결국 강시우의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그 웃음에 안지유까지 견디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고 강지연은 웃음인지 냉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 순간, 그 웃음이 자신을 향한 조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하나는 굳은 얼굴로 강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뭐가 그렇게 웃겨요?”하찮은 인간이 감히 자신을 비웃느냐는 태도가 말끝마다 묻어 있었다.강시우는 여전히 부드러운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웃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가브리엘이랑 동문이시라길래요.”이하나는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오기 전에 가브리엘의 학력부터 확인해야 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물러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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