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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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곧 도착하실 겁니다. 바로 뒤예요.”김도윤이 웃으며 답했다.강시우는 잔을 기울이며 낮게 말했다.“네 전남편, 해성에서는 이름값 하나 보네.”강지연이 눈을 흘기자 그는 솔직하게 덧붙였다.“객관적으로 말하면 이번 협력은 실력만 보면 그 회사가 제일 맞긴 해. 그래서 더 아쉽지.”“오빠, 설마 편드는 거예요?”강지연은 아무리 착해도 오빠의 돈을 온하준 회사 사람들에게 쓰게 할 생각은 없었다.강시우는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지연아, 그 회사의 생사는 네 말 한마디에 달렸어.”강지연은 연회장 한가운데서 빛나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높은 빌딩은 쌓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순간이야.”강시우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는 이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그 틈에서 조용히 속삭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그 평온도 오래가지는 않았다.다섯 사람 중 한 여자가 인사를 나누며 다가오다가 강지연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강지연 씨!”김도진의 아내, 안지유였다.강지연은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지유 씨.”사실 강지연은 안지유가 주아현보다도 더 낯설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거는지 잠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벌써 와 있었어요? 이쪽으로 와서 우리랑 같이 있어요.”안지유가 자연스럽게 손짓했다.강지연은 안지유라는 사람에 대해선 예전부터 이야기를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주아현과는 달리 성격이 화끈하고 직설적인 편이라 김도진이 은근히 기를 못 펴는, 소위 말해 아내 눈치 보는 남편을 만드는 타입이라고.강지연이 잠시 망설이자 안지유가 손을 내밀었다.“이쪽으로 와요. 온하준도 곧 올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끼리 있는 게 편하잖아요.”강지연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호의가 낯설었다. 무엇보다 온하준 회사 사람들은 이제 편한 사람도 아니었고 그들과 섞일 생각도 없었다.그런데 그때, 이하나가 굳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지유 언니...”“언니라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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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그러나 이하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눈물 작전이 통하지 않자 이번에는 말로라도 상처를 남기려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겁먹은 듯하면서도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가냘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그러면 새언니라고 부르는 건 안 될까요? 그건 괜찮을 것 같은데...”“아니요.”안지유는 다시 한번 이하나의 말을 자르더니 김도진을 돌아보며 물었다.“아버님께서 가족들 몰래 딸이라도 하나 낳으셨대?”김도진은 머리가 멍해진 얼굴로 얼빠진 듯 되물었다.“여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안지유는 차갑게 웃었다.“그러면 도대체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나한테 새언니래?”김도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하나가 예전에는 우리를 계속 오빠라고 불렀어요. 그래서...”“내 남편에 관한 호칭은 내가 정해요. 김도윤 씨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는데 내 남편은 안 돼요. 우리 집에는 저런 여동생 없어요. 김도윤 씨가 뭔데 참견이에요?”안지유의 화는 전혀 수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할 말을 잃은 김도윤이 말없이 김도진을 바라보자 김도진은 그제야 안지유 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여보, 제발 사람들도 많은데 그만해. 여기서 더 일이 커지면 창피하잖아.”안지유는 이를 악물었다.“창피해? 나는 당당하게 네 아내고 주아현 씨는 당당하게 김도윤 씨 아내고 강지연 씨도 당당한 온하준 씨의 아내야. 우린 떳떳한 신분으로 이 연회에 참석한 건데 뭐가 창피해? 창피해야 할 사람이 누군데?”“제발, 지유야...”김도진은 거의 굽신거리듯 애원했지만 안지유는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강지연의 손을 잡아끌었다.그런데도 이하나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늘 쓰던, 겁먹은 듯하면서도 억울한 표정을 다시 띄운 채 여전히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김도윤, 김도진, 그리고 두... 사모님들. 전 정말 다른 뜻은 없어요. 다들 친하니까 저도 회사 생각해서 나온 거예요. 오늘 이 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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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연회장 중심으로 발을 들이자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온하준의 회사는 역사가 깊은 재벌가나 명문가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강점이었다.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흥 기업이자 해당 분야에서는 이미 손에 꼽히는 선두 주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크로시 그룹이 찾고 있는 협력 파트너의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그래서인지 연회장 안에는 묘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이번 협력이 온하준의 회사로 기울고 있다는 암묵적인 확신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인사와 악수가 끊이지 않았다.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갈라졌고 김도윤과 김도진은 몇몇 남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자리를 옮겼다. 이하나는 어느새 또래의 여자들 무리에 섞여 있었고 강지연 쪽에는 네 사람만 남았다.“저 사람 누구예요? 여자들하고 붙어 다니네요.”이하나 쪽에 있던 누군가가 강시우를 힐끗 보며 물었다.이하나가 어떻게 이 자리에서까지 아는 사람들을 만들어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강시우를 한번 흘겨보더니 노골적인 경멸을 담아 말했다.“뭐 별거 있는 사람이겠어요. 여자 덕분에 이런 데 들어온 것 같은데 얼굴만 반반한 허수아비겠죠.”목소리는 절대 작지 않았다.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런 자리에서 피부가 좋다거나 잘생겼다는 말은 호의가 아니었다. 남자든 여자든 대개는 장식품이나 소비 대상으로 분류될 때 쓰이는 말이었다.강시우는 그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잔을 든 채 느긋하게 입꼬리만 올렸다.오늘의 강시우는 유난히 점잖고 단정해 보였다.지하실에서 보였던 날카롭고 위험한 인상과는 달리 지나치다 싶을 만큼 온화했고 문약해 보이기까지 했다.예전에 누군가 시력도 나쁘지 않은데 왜 늘 금테 안경을 쓰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그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점잖아 보이려고.”상대는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젊었을 때의 강시우는 지나치게 패기가 넘치고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안경은 그 안에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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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눈꼴셔서 못 봐주겠다니까요.”안지유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낮췄다.“이런 걸 두고 김도진은 형제자매 같은 사이라 서로 돕는 거라지만 다 헛소리죠. 그걸 진짜로 믿는 줄 아나 봐요. 자기가 멍청하다고 다 멍청한 줄 아는 건지.”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김도진이 저 여자한테 홀려서 도움이라 치고 뭘 얼마나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아챈 이상 그냥 넘길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두 사람도 조심해요.”강지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곰곰이 떠올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김도진은 예전처럼 이하나와 자주 어울리지 않았다.그저 온하준과 김도윤, 그 두 사람만이 아무 의심도 없이 여전히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었을 뿐이었다.김도진이라는 사람은 한때 김도윤과 함께 강지연을 비웃고 깎아내리던 쪽에 가까웠고 결과적으로는 분명 상처를 남긴 사람이었다.안지유와 김도진을 분리해서 볼 수는 있어도 그때의 모욕까지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하나는 이미 몇몇 여자들과 웃고 떠들고 있었다.“대부분 작은 테크 회사 사람들이에요.”안지유가 강지연에게 귀띔하듯 말하며 코웃음을 쳤다.“임원도 있고 사모님도 있고 평소에 온하준 회사랑 거래 있던 사람들이죠. 자기가 무슨 우리 회사 대변인이라도 된 줄 알고 저렇게 떠들어대잖아요.”중소기업 여자들은 이하나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있었고 칭찬과 아첨이 자연스럽게 오갔다.“저는 그냥 회사에서 총괄 비서 같은 역할이에요. 결정권은 없어요.”이하나는 몸을 살짝 비틀며 겸손한 척 말했다.그러나 말투와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우쭐함이 배어 있었다.강지연은 속으로 혀를 찼다.‘총괄 비서라니. 온하준의 전 재산이 내 앞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건가?’이하나 역시 그 부분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자랑을 늘어놓다 말고 슬쩍 강지연 쪽을 훑어보더니 별다른 반응이 없자 못 들은 줄 알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사실 이하나는 지하실에서 자신을 끌어냈던 그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낱낱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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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강시우는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고 있었는데 웃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애써 누르고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정말이지, 꾹 참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얼굴이었다.강지연은 태어나 처음 보는 장면 앞에서 스스로가 세상을 덜 보고 살아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옆에서 안지유가 콧방귀를 뀌며 낮게 말했다.“저 말 믿을 바엔 내가 대통령이라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겠어요?”강지연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받아쳤다.“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안지유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호탕하게 웃어 버렸다. 그와 달리 주아현은 혼자서만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저렇게까지 거짓말을 하면 혹시 회사에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요? 괜히 일이 커져서 이번 협력까지 틀어지는 건 아니겠죠?”안지유는 단칼에 잘라 말했다.“그러면 그건 다 자업자득이죠. 인과응보예요. 저 인간을 그렇게 떠받들어 온 사람들이 누군데요. 차라리 잘 됐어요.”네 사람은 마치 구경꾼처럼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이하나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느껴질수록 이하나는 더 신이 난 얼굴로 떠들어댔다.“어머,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 하나 씨, 정말 대단하네요. 완전 하이테크의 복덩이 아니에요?”“맞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성사되는 줄 알았는데 그 뒤에 이런 노력이 있었을 줄이야.”칭찬이 쏟아질수록 이하나는 고개를 더 낮췄다. 겸손한 척했지만 만족을 숨기지 못한 얼굴이었다.“어쩔 수 없죠. 하준이는 정말 혼자 힘으로 회사를 여기까지 끌어온 사람이잖아요.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 안 해도 다들 아시죠. 그런데 집에 있는 아내가 또...”그녀는 슬쩍 강지연 쪽으로 시선을 흘리며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절대 곱지 않은 말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곧바로 탄식이 흘러나왔다.“하나 씨, 그렇게 애써도 보답도 못 받으니 얼마나 힘들어요.”“그러게요. 괜히 사람들이 오해해서 내연녀니, 뭐니 그런 소리나 듣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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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그 말에 한 여자가 금세 풀이 죽은 얼굴이 됐다.“그렇겠죠...”그때, 다른 한 명이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그런데 하나 씨, 그렇게 많은 여자가 달라붙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면서요. 그런데 하나 씨한테만은 달랐다는 건, 설마...”“맞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이하나 씨를 좋아했던 거 아니에요?”“아, 그게요...”이하나는 말끝을 흐렸다.“그땐 조금 그런 기류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저는 귀국해야 했고 그는 유럽에 기반이 있었잖아요. 결국 이뤄질 수는 없었죠.”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귀국하고 나서도 메일은 꽤 왔어요. 그래도 결과 없는 일에 희망을 남기는 건 잔인하잖아요. 그래서 답장은 안 했죠.”“세상에, 그런데 지금도 미혼이라던데요?”누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혹시 아직도 이하나 씨를 못 잊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와, 이런 건 진짜 소설에서나 보던 설정인데요.”그 순간, 강시우는 끝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가 웃음을 터뜨린 건 이하나의 말이 우스워서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강지연이 입 모양으로 그녀의 말을 하나하나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말의 길이도, 억양도 묘하게 흉내 낸 그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라 결국 강시우의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그 웃음에 안지유까지 견디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고 강지연은 웃음인지 냉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 순간, 그 웃음이 자신을 향한 조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하나는 굳은 얼굴로 강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뭐가 그렇게 웃겨요?”하찮은 인간이 감히 자신을 비웃느냐는 태도가 말끝마다 묻어 있었다.강시우는 여전히 부드러운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웃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가브리엘이랑 동문이시라길래요.”이하나는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오기 전에 가브리엘의 학력부터 확인해야 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물러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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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저런 허풍을 도대체 왜 부리는 걸까요? 그렇게 대단했으면 귀국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요. 저런다고 체면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잖아요.”강지연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의외로 꽤 있어.”강시우가 옆에서 낮게 말했다. 강지연은 예술의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이었기에 상업의 논리와 인간관계가 뒤엉킨 방식에는 여전히 낯선 부분이 많았다.그때 주아현이 차갑게 말을 보탰다.“밖에서 신분은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예요. 떠벌리기만 해도 믿는 사람은 반드시 생기죠. 반신반의하는 소기업들은 먼저 아부부터 하고요. 큰 이익은 없어도 가방 하나, 향수 몇 병쯤은 손에 들어와요. 일이 틀어져도 나중에 그걸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요.”강지연은 고개를 돌려 강시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었다.그 표정 하나만으로도 주아현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충분히 설명하고 있었다.안지유는 대놓고 비웃으며 음료를 들고 돌아온 그 무리를 바라봤다.“정말 뻔뻔하고 염치도 없네.”그때 음료를 받아 든 이하나는 강지연 앞을 지나가다가 멈춰 서더니 마치 주최자라도 된 듯 사람들을 소개했다.“강지연, 이분들은 전부 하준의 회사랑 거래하는 파트너들이야. 그리고 이쪽이 바로 하준의 아내, 강지연이에요.”인사를 건네는 동안에도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강지연의 다리에 머물렀고 곧 킥킥거리는 웃음이 흘러나왔다.그 순간, 강지연의 어깨 위로 강시우의 손이 얹혔다. 나서겠다는 신호였다.강지연은 아직은 아니라는 뜻으로 재빨리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가면을 벗긴다면 반드시 온하준이 보는 앞이어야 했다.마침 입구 쪽에서 온하준이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을 헤치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이하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오히려 더 의기양양한 얼굴로 강지연을 위하는 척 말을 이어갔다.“하준의 아내는 다리가 불편해서 평소에 거의 외출을 안 해요. 그래서 이런 자리는 익숙하지 않죠. 오늘은 정말 중요한 자리라서 어렵게 모시고 나온 거예요. 여러분이 좀 챙겨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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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이하나는 다시 강지연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훑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그 목걸이도 그래. 이런 자리에 참석한다는 건 하준의 얼굴을 대표하는 건데 그런 유리 목걸이를 하고 나와서 어쩌자는 거야. 옆 금속도 다 녹슨 것 같고... 에휴, 진짜 하준이 체면 깎일까 봐 무섭다.”강지연은 무의식적으로 목걸이를 만졌다.‘유리? 녹슨 금속?’강지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애초에 이 목걸이가 얼마짜리인지 떠들 생각도, 자랑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그때, 온하준이 이미 몇 걸음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강지연의 목걸이에 머물렀다.하지만 이하나는 멈추지 않았다.“그래도 뭐, 괜찮아. 강지연, 네가 이런 방면에 무식하다는 건 애당초 알고 있었어. 원래 춤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었잖아. 지금은 다리까지 그렇게 돼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 하준이 일도 도와줄 수 없었으니 밖에 나와 봤자 네가 뭘 알겠어. 내가 다 이해해.”그녀는 말끝을 가볍게 흐리더니 손을 뻗었다.“자, 가자. 내가 사람들 좀 소개해 줄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하나는 강지연의 손목을 잡아끌었다.거친 힘이었다. 그대로 끌려갔다면 강지연은 틀림없이 넘어졌을 것이다.그러나 옆에서 강시우가 단단히 받치고 있었기에 강지연의 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강지연은 손을 뿌리치고 옆으로 두 걸음 물러섰다.그 두 걸음은 놀랍도록 안정적이었고 비틀림도, 흔들림도 없었다.“어? 저 사람, 다리가 멀쩡해 보이는데?”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 순간, 이하나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오더니 강지연의 치맛자락을 확 들어 올렸다.치마 아래로 한쪽은 평평하고 한쪽은 미세하게 보정된 신발이 그대로 드러났다.강지연의 머릿속에서 쿵 하고 무언가가 울리는 것 같았다.그와 동시에 강시우가 강지연의 손을 잡아 힘껏 휘둘렀다. 그 손은 정확히 이하나의 뺨을 향했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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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그는 점점 모여드는 시선을 의식한 듯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강지연, 무슨 말이든 돌아가서 하자. 여기서 이렇게 떠들면 다들 불편해하잖아.”그때, 강시우가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 동생은 여기 있는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 자격이 있는 사람인데.”온하준은 그 말을 허세쯤으로 치부하고 아예 상대하지 않았다. 그 순간, 뒤에서 이하나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다시 끼어들었다.“하준아, 저 사람이야. 여기서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예의도 없고 규칙도 모르고... 나는 저런 사람 때문에 강지연이 괜히 휘말려서 회사에 피해 갈까 봐 말리려고 했던 거야. 그래서 데리고 나가려던 것뿐인데 이렇게...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뺨을 맞고... 나 정말 살고 싶지 않아, 하준아.”그 말에 김도윤과 김도진이 도착해 상황을 훑어보며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응?”안지유도 한 박자 늦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김도진은 반사적으로 안지유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여보, 조심해. 애 생각해야지.”안지유는 콧방귀를 뀌었다. 김도윤은 그런 김도진을 꼴 좋다는 듯한 눈빛으로 흘겨봤다.“하준아, 그만해.”김도윤은 노골적인 경멸을 담은 시선으로 강지연을 보며 말했다.“일 키우지 말고 강지연한테 사과 한마디하라고 해. 하나도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잖아. 하준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손해쯤은 감수해야지.”그 말을 듣는 순간, 강시우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지금 내 동생더러 저 여자한테 사과하라고 한 거야? 목숨이 아깝지 않나 보네.”신경이 곤두서 있던 김도윤은 곧장 강시우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너 뭐야?”강시우는 강지연을 품 안으로 감싸며 느긋하게 웃었다.“그러는 너는 뭔데?”안경 너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분명 웃고 있었지만 웃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김도윤은 온하준을 향해 소리쳤다.“하준아, 넌 이런 놈을 왜 여기에 데려온 거야? 보안요원 불러서 내보내!”김도윤은 강시우가 온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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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온하준의 머리가 지끈거렸다.“강지연, 넌 내 아내야. 나랑 같이 있어야지 무슨 남이나 다를 바 없는 사촌 오빠랑 어울리고 있어?”강지연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남이 누군데? 적어도 우리 오빠는 나더러 남한테 사과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거든. 우리 오빠는 누가 나를 괴롭혀도 그냥 넘어가지도 않고 무엇보다 남을 위해 칼 든 사람 앞에 나를 내세우지는 않아.”“강지연!”온하준은 얼굴이 굳어지며 낮은 목소리로 윽박질렀다.“지금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알아? 이런 말을 왜 여기서 해? 고의로 사람들 들으라고 이런 얘기 꺼내는 거야?”강지연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아, 너도 그게 다 잘못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는 거네. 다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거네?”온하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틈을 타 김도윤이 분노를 터뜨렸다.“하준아! 이런 인간이랑 뭐 하러 말 섞어! 이럴 시간에 보안요원이나 불러!”사태가 커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강지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사모님, 그만하시죠. 부부 싸움은 집에 가서 하셔야죠. 이런 자리에서는 그래도 온 대표님 체면을 좀 세워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맞아요. 오늘 이 자리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데요. 온 대표님이 이번 협상을 위해 얼마나 공들였는지 아시잖아요. 큰일을 생각하셔야죠, 사모님.”“그래요.”강지연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안도하는 그 순간, 그녀가 말을 이었다.“그러면 저 사람더러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저 사람은 물론 이하나였다.“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김도윤이 가장 먼저 소리쳤다.“사람은 네가 때려놓고 사과를 왜 하라는 건데? 아무리 하준이 아내라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그러게요. 하나 씨는 순수하게 도와주려던 거잖아요. 사모님이 사회생활을 잘 모르셔서 친구를 소개해 주려던 것뿐인데요.”“맞아요. 이하나 씨는 온 대표님과 회사 생각만 했어요. 로시를 해성으로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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