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Kapitel 321 – Kapitel 330

775 Kapitel

제321화

온하준은 결국 홍순자 앞에 섰다.한때 누구보다도 그를 아끼고 감싸주던 홍순자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눈빛 어딘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체념과 피로가 얇게 깔려 있었다.그녀의 곁에는 강지연과 강시우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할머니...”온하준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퇴원하신다면서요. 제가 모시러 왔어요. 우리 집으로 가요.”홍순자는 예전처럼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아주 작은 한숨만 흘러나왔다.“할머니, 정말 죄송해요.”온하준은 고개를 숙였다.“제가 제때 구하지 못했어요.”그 반달 동안 홍순자가 어떤 시간을 견뎌냈을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안쪽이 찢어질 듯 아팠다.홍순자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하준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럼...”온하준은 다시 물었다.“우리 집으로 가면 안 돼요? 우리가 함께 살기로 했던 그 집으로요.”그는 마지막으로 강지연을 바라봤지만 강지연은 그 시선을 받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강시우와 경호원들 사이에 서서 홍순자를 부축했고 그대로 차로 향했다. 차 문이 닫히고 엔진 소리가 울렸다. 이내 차량은 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졌다.온하준은 그 자리에 남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강지연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둘러봤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큰 집을 준비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홍순자는 더했다. 대문 앞에 줄지어 선 경호원들을 보자 잠시 말을 잃었다.“시우야.”홍순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너는... 아니, 저 사람들은 다 뭐 하는 사람들이니?”설마 나쁜 사람들은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그대로 담긴 눈빛이었다. 그 표정에 강시우는 웃음을 터뜨렸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 좋은 사람들이고 저도 좋은 사람이에요.”홍순자는 괜히 민망해져 손을 내저었다.“그런 뜻은 아니고 나는 그냥...”말끝을 흐리자 강시우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할머
Mehr lesen

제322화

강지연은 홍순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며칠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퇴원하긴 했지만 아직 기력이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조용히 집에서 쉬는 게 가장 좋았다.그 사이 강시우는 눈에 띄게 바빠졌다. 새벽같이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날이 이어졌고 집에서 얼굴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였다.그러다 홍순자의 비자 면접이 있는 날 강지연은 오랜만에 그를 제대로 마주했다.“요즘 너무 정신없어서 미안해요.”강시우가 먼저 사과하자 홍순자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일이 우선이지.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강시우는 자연스럽게 회사 연회 이야기를 꺼냈다.“연회가 하나 있어요. 가보고 싶으시면 말씀 주세요. 원하시면 삼촌이 드레스랑 장신구를 먼저 보내드릴 거예요.”홍순자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됐어. 지연아, 네가 가보고 싶으면 다녀와.”강지연은 잠시 망설였다. 강시우가 국내에서 처음 여는 자리라면 혹시 문화나 관습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을지, 곁에 있어 주는 게 좋지 않을지 생각이 들었다.다만 자신의 다리가 혹시 짐이 될까 봐 그게 마음에 걸렸다.그러다 결국 마음을 정했다. 강시우가 직접 물었다는 건 함께 가주길 바란다는 뜻일 테니까.“갈게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시우의 얼굴이 환해졌다.“그러면 삼촌한테...”말하다 말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그냥 나랑 같이 나가서 드레스를 사자. 삼촌 패션 감각은 못 믿겠어.”강지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신동하 스튜디오에도 들러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들도 보고 싶었다.그 무렵, 온하준의 사무실에는 김도윤과 김도진이 함께 앉아 있었다. 화제는 크로시 그룹이 주최하는 해성 연회였다.“이번엔 진짜 큰 자리야.”김도윤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정 재계 인사들 다 온대. 우리도 초청 명단에 올라갔어.”온하준은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그런데 넌 요즘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김도진이 힐끗 보며 말했다.“첫사랑이랑 이별한 사람처럼.”김도윤이 한숨을 쉬었
Mehr lesen

제323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도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무슨 일 있었어?”최근 아내가 임신하면서 그는 두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었고 자연히 많은 사정을 알지 못했다.“별일은 아니야.”김도윤이 담담히 말했다.“강지연이 돌아왔거든. 하나가 괜히 오해 살까 봐 하준이랑 더는 엮이질 못하고 있어.”온하준은 잠시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필요까진 없어. 같이 가자. 회사 어시스턴트라고 하면 되잖아.”“알겠어.”김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하나 드레스도 준비할까?”“그래.”온하준은 짧게 답했다.“돈은 내가 보낼게.”김도윤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다음 날, 신디움 스튜디오.강지연은 미리 연회용 드레스를 보러 갈 예정이라고 연락을 해두었다.그래서 스튜디오에는 이미 그녀의 체형과 취향에 맞춘 드레스들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신동하 본인도 매장에 나와 있었다.강지연이 강시우의 팔을 잡고 들어서는 순간 신동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평소와 다른 반응에 강지연은 흠칫 놀라 어리둥절해졌지만 신동하의 시선은 그녀가 아니라 강시우에게 꽂혀 있었다.“야! 너 진짜 귀국한 거야?”신동하가 소리쳤다. 그러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걸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잠깐만. 너희 둘 혹시...”“맞아.”강시우가 웃으며 말했다.“내 동생.”“아니, 그걸 왜 이제 말해!”신동하는 곧바로 강지연을 돌아봤다.“그래서였구나.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디서 본 얼굴 같더라.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네 동생이었네. 그러고 보니 둘이 닮았어.”강지연은 이게 전생의 인연까지 나올 일인가 싶었다.“자자, 앉아.”신동하는 두 사람을 커피 바 앞으로 이끌며 직접 커피를 내렸다.“이번에 막 들여온 원두야. 아무한테나 안 줘.”알고 보니 신동하는 유학 시절 강희라와 인연이 있었고 사실상 강희라의 제자였다. 그래서 강시우와도 자연스럽게 알고 지낸 사이였다.“아, 진짜. 이 관계를 왜 이제야 알게
Mehr lesen

제324화

“응.”신동하는 강지연이 디자인했던 커프스 링 몇 개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전부 예약 끝났어. 예전엔 손님들이 그렇게 사겠다고 해도 절대 안 팔더라. 그런데 얼마 전에 갑자기 허락했어. 지금은 사겠다는 사람이 꽤 많은데 정체를 밝히지 않는 디자이너가 주문받지 않는다고 전부 거절했지. 마침 잘 됐다. 온 김에 커프스 링값은 정산해 줘야지.”신동하의 손에 들린 자줏빛 다이아몬드 커프스 링을 바라보는 강시우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그 시각, 강지연은 밖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지 못한 채 피팅 룸에서 나왔다.샴페인 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어시스턴트의 손을 빌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어때요, 오빠?”약간 긴장된 목소리였다. 부드럽고 단정한 색감.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강지연이 좋아하던 색이었다.“예쁘다.”강시우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곧 신동하를 흘겨보며 덧붙였다.“하지만 내 기준엔 아직 멀었어.”“알았어. 제일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신동하는 곧바로 어시스턴트를 불렀다.“레드 빈티지 드레스 가져와요.”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강지연은 숨을 삼켰다.붉었지만 요란하지 않았다. 살짝 어둡고 깊은 색감, 클래식한 선, 고급스러운 질감. 가슴선도 과하지 않게 열려 있었다. 여기에 루비 목걸이라도 더해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눈부실 것 같았다.강시우는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걸로...”강시우가 입어보라는 말을 꺼내려는 순간, 문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그 말을 끊었다.“어머, 이 드레스 너무 예쁘다. 아현 언니, 나 이거로 할까요?”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이하나.정말로 세상은 좁았다.이하나 역시 강지연을 보는 순간 잠깐 멈칫했지만 곧 표정을 정리하고 미소를 지었다.“강지연, 너도 여기 있었구나.”강지연의 시선은 그녀를 지나 그 뒤에 서 있던 사람에게 닿았다.주아현. 김도윤의 아내였다.이하나가 주아현과 함께 옷을 고르러 왔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강지연은 김도윤을 좋아하
Mehr lesen

제325화

이하나는 이 스튜디오가 단골만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한 번 찾아왔다가 체면을 구긴 기억도 또렷했다.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묘해서 손에 넣지 못한 것일수록 더 집착하게 되는 법이었다.명품도 아니고 고작 해성의 한 디자이너 스튜디오가 감히 사람을 가려 받는다는 사실이 이하나는 우습고도 불쾌했다.마침 김도윤의 아내가 이곳의 오래된 고객이었다. 그래서 이하나는 김도윤에게 부탁해 일부러 오늘 주아현과 함께 찾아왔다.자신은 단 한 번밖에 온 적 없으니 직원들이 기억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어시스턴트는 이하나를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봤다.그녀는 미소를 유지한 채 차분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이 드레스는 이미 예약된 제품입니다.”예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하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지연을 바라봤다.“강지연, 이 드레스 나한테 양보해 주면 안 돼?”그러고는 곧장 어시스턴트를 향해 덧붙였다.“저랑 강지연 친구예요. 아는 사이니까 저한테 양보해 줄 거예요.”강지연은 잠시 말을 잃었다.‘친구라니. 언제부터?’VIP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강시우는 더는 그런 장면을 눈 뜨고 보기 힘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지하실에 던져졌던 기억을 벌써 잊은 건가.’그러나 신동하가 그의 팔을 눌러 세웠다.“앉아, 이 동생 바보야. 여기 내 가게야. 이런 일에 네가 직접 나설 필요 없어.”강시우가 여전히 미덥지 않다는 눈빛을 보내자 신동하가 낮게 웃으며 덧붙였다.“네 동생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고 우리 어시스턴트는 더더욱 아니야. 조금만 지켜봐.”그 대화는 강지연 쪽에는 들리지 않았다.이하나는 강지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번엔 주아현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며 어시스턴트에게 말했다.“저 아현 언니랑 같이 왔어요. 언니는 여기 단골이잖아요. 그러면 이 드레스 한 번 입어보는 정도는 괜찮죠?”어시스턴트는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이 드레스는
Mehr lesen

제326화

강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입꼬리를 가볍게 올린 채 말했다.“그래. 주아현 씨가 부대표의 아내 자격으로 그런 중요한 만찬에 참석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 만약 주아현 씨가 이 드레스를 원했다면 아무 말 없이 드렸을 거야. 그런데 너는 뭔데? 너는 무슨 자격으로 온하준의 회사를 대표해서 그 자리에 참석하는 거야?”이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나, 나는...”말끝을 흐리며 주아현을 바라봤지만 주아현은 조용히 이하나의 팔을 빼내며 강지연을 향해 미소 지었다.“저는 괜찮아요. 이 드레스는 강지연 씨가 입는 게 더 잘 어울려요. 피부색이랑도 딱 맞고요. 저는 이미 맞춰 둔 게 있어요.”“아현 언니!”이하나는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분명 김도윤은 이하나를 챙겨 달라고 했을 텐데 주아현의 태도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제 드레스에 어울릴 구두 좀 봐주세요.”주아현은 이하나를 보지 않은 채 다른 어시스턴트를 불러 자리를 옮겼다.남겨진 이하나는 홀로 서서 강지연과 어시스턴트 앞에 놓인 붉은 드레스를 마주하고 있었다.이하나는 애써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강지연, 네가 나랑 하준이 그리고 김도윤, 김도진 사이의 오래된 우정을 질투하는 건 이해해. 하지만 사람을 그렇게 더럽게 보지는 마. 난 그냥 회사 어시스턴트로 참석하는 거야.”그녀는 스스로 정당성을 강조하듯 말을 이었다.“하준이 회사가 여기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는 모르잖아. 크로시 그룹이랑 협력하면 회사가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어. 그래서 이번 연회는 정말 중요해.”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러고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온하준의 번호를 찾아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다.“하준이한테는 왜 전화하는 거야?”이하나가 날카롭게 물었지만 강지연은 대꾸하지 않았다.이하나는 속으로 비웃었다.‘어차피 하준이는 내 편이야. 납치당하고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나를 선택한 사람이잖아. 네가 뭘 할 수 있겠어.’전화는 곧 연결됐다. 회의 중이었는지 주변에서
Mehr lesen

제327화

온하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그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이하나에게 돈을 쓰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지연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강지연...”낮게 이름을 불렀지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강지연은 그의 망설임을 굳이 파고들지 않고 대신 화제를 돌렸다.“지금 내가 신디움 스튜디오에서 옷을 보고 있는데 이하나도 여기 있어. 여기 이 드레스 가격이 오천육백만이야. 일도 안 하고 가진 것도 없다던 이하나가 이 돈을 어디서 마련했는지 좀 궁금하네?”“강지연! 너무하는 거 아니야?”이하나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지만 강지연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신경은 오직 전화기 너머 온하준에게만 향해 있었다.“온하준, 대답해.”“강지연...”그는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지금 바로 신디움 스튜디오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필요 없다고 했잖아.”강지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너도 오래 사업한 사람이니 계약서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겠지. 나는 마지막까지 법정에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약속한 대로만 하면 돼.”“강지연, 잠깐만 기다려줘.”“기다려서 뭐 하게? 네 카드 명세라도 보여줄 거야?”“강지연...”그녀는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이하나를 바라봤다.“그래서, 드레스는 아직도 갖고 싶어?”이하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누가 하준이 돈이라고 했어? 나도 돈 빌릴 수 있는 사람이야.”“그래?”강지연은 여전히 평온했다.“알겠어. 그럼 이따 온하준 오면 카드 명세 한 번 보면 되겠네.”“카드 명세는 엄연히 사생활이야! 네가 무슨 권리로 그걸 봐?”이하나는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사실 그녀의 돈 대부분은 김도윤을 통해 들어온 것이었고 모든 거래에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게다가 주아현도 이 자리에 있었기에 김도윤이 자신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여기에 온하
Mehr lesen

제328화

강지연과 주아현은 드물게 몇 마디를 더 나누며 서로를 자연스럽게 칭찬했다.옷을 챙겨 나서기 직전 주아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미안해요. 강지연 씨가 여기 있는 줄 몰랐어요. 김도윤이 같이 데리고 가라고 해서...”강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환하게 웃었다.“미안하긴요. 아현 씨 잘못도 아니잖아요.”“나는...”주아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내일 연회에는 참석해요?”“네.”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온하준의 아내가 아니라 로시의 여동생으로 참석할 뿐이었다.“그러면 내일 봐요.”주아현은 어딘가 그늘진 미소를 남긴 채 떠났다. 강지연은 그 미소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주아현과 김도윤은 애초에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과 함께한다면 행복할 리 없었다.결혼 전의 주아현은 눈부셨고 능력도 뛰어났다. 김도윤은 그 빛에 이끌려 집요하게 그녀를 쫓았다.‘부대표라는 사람이 그렇게 쫓아다니는데 넘어가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어. 살아보니 그게 허울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겠지.’옷을 고르러 왔을 뿐인데 이렇게 소동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강지연은 애초에 이하나와 정면으로 맞붙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늘 먼저 선을 넘었다.오늘은 결과적으로 이긴 셈이었지만 그 승리가 조금도 자랑스럽지 않았다.거울 속 드레스를 입은 자신을 보며 강지연은 차마 강시우에게 다가가 묻지 못했다.남편의 내연녀와 이런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부딪힌 장면은 자신의 결혼이 얼마나 초라했는지를 다시 보여준 셈이었기 때문이다.그때 강시우가 뒤에서 다가와 스튜디오 중앙에 걸려 있던 목걸이를 집어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목걸이를 해야 완성이지. 머리는 전부 올리는 게 좋겠어. 귀걸이도 하나 필요하네. 삼촌에게 바로 연락하자. 보석 보는 눈은 확실하거든.”아까까지만 해도 기호범의 안목을 못 믿겠다던 사람이 말을 바꾸자 강지연은 피식 웃었다.강시우도 그 뜻을 알아챈 듯 웃으며 말했다.“옷은 몰라도 보석은 잘 알아. 그리
Mehr lesen

제329화

신동하라는 사람은 참 묘했다.전설처럼 전해지던 도도하고 냉담하며 사람 상대 안 하기로 유명한 디자이너는 강시우 앞에서만큼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날 스튜디오에서 신동하와 강시우는 끝까지 카페 좌석에만 앉아 있었고 한 번도 앞에 나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이하나는 결국 강시우를 보지 못한 채 떠났고 설령 마주쳤다 해도 마음속으로 ‘독사’라 부르던 바로 그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아볼 리 없었다.크로시 그룹의 만찬은 다음 날 저녁이었다.오후부터는 맞춤으로 준비된 루비 목걸이와 신동하의 전담 메이크업팀이 도착해 강지연을 거의 한나절 동안 붙잡아 두었다.그 시간 내내 강시우는 집에 머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지연은 이런 중요한 날이면 현장에 미리 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강시우는 느긋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삼촌이 있잖아. 내가 있으면 오히려 방해돼.”강지연이 선뜻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강시우는 제법 진지하게 덧붙였다.“정말이야. 내가 있으면 다들 내 눈치를 보느라 일이 더 느려져.”“다들 오빠를 그렇게 무서워해요?”강지연에게 강시우는 더없이 다정하고 부드럽고 세심한 사람이었기에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몰라. 내가 그렇게 무섭나?”강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강지연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만 말하고 얼른 가서 준비해. 머리도 아직이고 옷도 안 갈아입었잖아.”이번엔 강시우가 그녀를 재촉했다.강지연은 다시 탈의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정돈했다.그리고 화장대 위에 놓인 루비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눈부시도록 화려한 색이었지만 일부러 고풍스럽게 마감된 금세공이 그 빛을 절제하고 있었다.목걸이 중심에는 커다란 루비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주위를 금과 루비가 별처럼 둘러싸고 있었다.과하지 않으면서도 압도적인 위엄이 느껴지는 장신구였다.얼마나 비쌀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강시우 앞에 섰을 때 그는 한동안 말을 잃
Mehr lesen

제330화

기호범이 직접 나와 강시우와 강지연을 맞이했고 본 행사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며 귀빈실로 안내해 차를 마시며 쉬도록 배려했다.밖에서 차츰 웅성거림이 커졌고, 이제 나설 시간이라는 걸 두 사람도 느낄 수 있었다.“가자.”강시우가 자연스럽게 팔을 내밀었다.“네.”강지연은 조심스럽게 그의 팔을 끼고 발걸음을 옮겼다.어찌 됐든 결혼한 지 오 년 동안 이런 연회에 참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해성의 명문가 사람도, 온하준의 업계 인맥도 아는 얼굴이 거의 없었던지라 나서기 전까지는 긴장할 것 같았지만 막상 강시우의 팔을 끼고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마음이 놀라울 만큼 고요해졌다.연회장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말은 곧, 그녀를 아는 사람도 없다는 뜻이었다.그리고 오늘 이 자리의 진짜 주인을 알아보는 사람 역시 거의 없었다.그녀는 충분히 눈에 띄게 아름다웠고 곁에 선 사촌오빠 역시 훤칠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워낙 많은 장면을 본 이들이었다.사람들의 시선은 잠깐 머물렀다가 곧 각자의 목적을 찾아 흩어졌다. 필경 이 자리에서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인맥과 계산이었다.금테 안경을 쓴 강시우는 ‘아수라’라는 별명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온화하고 단정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여긴 별로 우리랑 상관없는 자리 같네. 저쪽 가서 뭐 좀 마실까?”그래서 그들은 귀빈실 대신 연회장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잔을 들었다.“오빠, 설마 오늘 주인공이 아닌 거예요?”강지연은 사실 강시우를 도와 이 연회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수십 번이나 연습해 왔다.하지만 강시우는 대답 대신 테이블 위를 훑어보다가 말했다.“저기 푸아그라 괜찮아 보인다. 삼촌이 어디서 얻어온 모양이네. 먹을래? 내가 가져다줄까?”강지연은 말문이 막혔다.이미 물을 많이 마신 상태였고 아직 공식적인 시작도 아니었다. 지금부터 음식을 집어 들면 괜히 더 눈에 띌 뿐이었다.그때 옆자리에서 젊은 여성들이 보석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요즘 그 루비 목걸이 소문 들었어요
Mehr lesen
ZURÜCK
1
...
3132333435
...
78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