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351 - Chapitre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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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하지만 그 여자들은 이하나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오히려 머리채를 더 세게 움켜쥔 채 마구 잡아당겼다.분노가 폭발한 김도윤이 고함을 지르며 차에서 내려 달려들려는 순간 한 대의 차가 먼지를 휘날리며 거칠게 달려왔다.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문이 열리더니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그들은 김도윤의 앞을 가로막더니 말 한마디 없이 곧장 주먹을 날렸다.그는 순식간에 중심을 잃고 자기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처지가 되어버렸다.그 사이에도 누군가는 계속 이하나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차창 틈새로 손을 집어넣어 차 문을 억지로 열어젖혔다.차 문이 열리자 이하나는 그대로 차 안에서 끌려 나왔다.“내놔! 내 물건 돌려줘!”“돈 내놔, 이 사기꾼아!”욕설과 함께 무차별적인 발길질과 주먹질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김도윤도, 이하나도 도저히 반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마지막에는 누가 때렸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현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두 무리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두들겨 패고는 각자 차에 올라타 먼지 한 줄 남기지 않고 회오리바람처럼 사라졌다.그중 몇몇 여자들이 떠나며 한마디를 던졌다.“기억해 둬. 반드시 돌려줘. 안 그러면 또 맞을 줄 알아!”김도윤과 이하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한참 동안 일어서지도 못했다.졸업 이후 김도윤은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바로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하지만 이하나가 다급히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안 돼! 도윤아, 신고하지 마!”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얼굴은 퍼렇게 멍이 든 채 화장은 이미 번져 김도윤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입술이 퉁퉁 부은 상태로 울먹이며 겨우 말을 이었다.“신고하지 마. 신고하면 나한테도 문제가 될 수...”그녀는 이 외에 드러나서는 안 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무엇보다 가브리엘을 자극하면 자신의 밑바닥까지 모두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김도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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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강지연은 더 묻지 않았고 정리됐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강시우는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한 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은 일찍 자. 내일 또 해야 할 일이 있잖아. 내가 같이 가 줄게.”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괜히 온하준이 또 무슨 변수를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가 함께 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길고도 길었던 5년이라는 시간, 이제 정말 끝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았다.김도윤과 이하나는 병원에서 간단한 처치를 받은 뒤 이하나의 집으로 돌아왔다.상처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고 장기 출혈도 골절도 없었지만 몰골은 몹시 흉했다.특히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전부 얼굴만 집중적으로 공격했기에 두 사람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통증은 극심했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거의 없었다.“젠장, 그놈들 분명 가브리엘 쪽에서 보낸 놈들이야.”김도윤은 소파에 몸을 던지듯 앉으며 이를 갈았다.“전문가 수법이야. 아프기만 하고 상처는 안 남겼잖아.”하지만 너무 어두웠던 탓에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고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졌기에 차 번호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CCTV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정체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도로 CCTV를 볼 권한조차 없었다.이하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휴대전화를 켜고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했다.화면에 보이는 곳마다 그녀를 욕하는 글로 가득했고 블로그 계정은 순식간에 초토화되어 댓글 창마다 추잡한 말과 악의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다.이하나는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떡해... 전부 내 욕하는 댓글이야. 나 이제... 어떻게 살아?”그러다 문득 아파트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두 자리수가 넘게 쌓여 있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불길한 예감에 클릭하자 역시나 그녀에 관한 이야기였다.실시간 검색 링크가 채팅방에 뿌려져 있었다.[이 실시간 검색에 뜬 불륜녀, 우리 단지 사람 아니에요?][맞아요, 맞아요! 엘리베이터에서 저랑 싸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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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집으로 돌아온 온하준은 그대로 거실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인생이 이렇게까지 암울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그때, 고요한 밤의 정적을 가르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온하준은 몸을 벌떡 일으켜 사방을 더듬으며 휴대전화를 찾고 있었다.결국 테이블 밑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발신자를 확인한 온하준은 화면에 뜬 김도윤이라는 이름을 보더니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그는 어쩔 수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하준아! 지금 정말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김도윤은 들뜬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온하준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하준아, 너 지금 뭐 하고 있어? 실시간 검색어 안 봤어? 지금 완전 난리야! 강시우가 올린 글이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거든! 빨리 입장 밝혀야 해!”‘강시우? 1위?’온하준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김도윤의 목소리는 폭발음처럼 귀를 때렸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눌렀다.그러고 보니 온하준은 오늘 하루 실시간 검색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준아, 내 말 잘 들어.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어. 한시라도 빨리 네 입장을 밝혀야 해. 강지연이랑 이미 이혼했다는 걸 발표해. 그러면 넌 불륜을 저지른 적도 없는 게 되고 하나도 더 이상 불륜녀가 아니게 되는 거지. 하준아, 어찌 되든 회사 주가도 생각해야지. 이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면 우리 주식은 내일이면 폭락이야!”김도윤의 말은 멈추지 않았지만 온하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하준아!”김도윤은 답답한 마음에 고함을 질렀다.실시간 검색에 쏟아지는 자신을 향한 욕설을 확인하던 온하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짧게 말했다.“응.”“내 말 들었어?”김도윤이 높은 소리로 물었다.“들었어.”온하준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발표할게.”“그래! 바로 해! 지금 당장!”“알았어.”전화를 끊기도 전에 온하준의 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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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그런 걸까?”이하나는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물론이지.”김도윤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게다가 너한테는 자원봉사라는 안전장치가 있잖아. 그것만 내세워도 네가 뭘 했든 하준이는 결국 널 용서할 수밖에 없을 거야.”이하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하지만 그 안전장치도 어쩌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언제가 폭발하면 그녀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초라한 꼴이 될 수 있기에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왜 그래?”김도윤은 이하나의 불안한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사실 자원봉사 때 이하나는 병실에서 장난만 치며 시간을 보냈을 뿐 봉사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온하준은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그녀에게 선물까지 챙겨주었다.첫눈에 반해버린 이하나는 그가 준 고가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김도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하나를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잊지 마, 우리한테는 아직 마지막 카드가 남아 있어.”이하나는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온하준은 전날 밤 거실 바닥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그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새벽에 겨우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이었다.아침이 밝아오자 온하준이 알람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벌써 일곱 시가 돼 있었다.오늘 오전 아홉 시, 강지연과 구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에 알람을 맞춰둔 것이었다.이미 충분히 불편한 상황이었기에 지금 와서 약속까지 어길 수는 없었고 무슨 일이 있든 오늘은 반드시 가야만 했다.온하준은 샤워를 하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불과 하룻밤 사이에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초췌해져 있었다.이 상태로 강지연 앞에 설 수는 없었기에 그는 샤워를 마친 뒤 머리를 정리하고 옷차림을 단정히 가다듬었다.셔츠 소매를 여미는 순간 사파이어 커프스링이 눈부시게 반짝였다.온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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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그날의 결혼식을 이제 와 돌이켜보면 마음이 허전했을 사람은 둘뿐이었을 것이다.강지연, 그리고 홍순자.노인의 소박한 바람이란 다 비슷한 법이다.자기 손으로 키운 손주딸이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당당하고 화려하게 시집가는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조부모는 없을것이다.그 생각이 미치자 온하준은 가슴 한켠이 시큰하게 저려왔다.요즘 들어 이런 통증은 자주 예고 없이 그를 덮쳐왔다.그가 잡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한 대의 차가 다가와 그의 근처에 멈춰 섰다.백미러 너머로 강시우의 팔을 붙잡고 차에서 내리는 강지연의 모습을 보자 온하준도 차문을 열고 내려 그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른 아침, 눈부신 햇살 아래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쳤다.“강지연.”그는 걸음을 재촉해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강지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왔어? 가자.”사실 온하준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다.“강지연, 난 단 한 번도 너랑 이혼할 생각을 한 적이 없어. 평생 함께하겠다고 한 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고.”하지만 강지연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이제 와서 이런 말은 아무 의미도 없고 들을수록 마음만 지칠 뿐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이 감정이 끝날지, 그녀는 진심으로 더는 함께 살고 싶지 않았다.“여기까지 왔으면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어.”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결심을 행동으로 증명하듯 구청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강지연...”온하준이 서둘러 뒤따라가며 말했다.“어젯밤 일은 정말 미안해. 난 하나가 너한테 그렇게 많은 메시지를 보낸 줄 몰랐어.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해주지 그랬어.”강지연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를 마주보며 말했다.“말하면 뭐가 달라졌을까?”“그래도 말해줬으면...”“내가 말했었지.”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내가 손님 많이 부르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넌 들어줬어? 너랑 나를 꼭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을 때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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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다만 재산 문제에서 온하준은 강지연의 기존 몫은 그대로 두고 오히려 더 많이 챙겨주겠다는 이의를 제기했다.강시우도 강희라도 곁에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몫은 챙겨야한다는 생각에 헤어지더라도 그녀만큼은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강지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그냥 현금으로 줘.”온하준은 씁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주식이 더 낫지 않아? 해마다 배당도 나오고... 장기적인 수익인데.”“아니, 싫어.”강지연은 단호하게 말했다.“너랑은 더 이상 어떤 관계도 남기고 싶지 않아. 빨리 끝내고 다시는 보지 말자. 게다가 주식을 들고 있다가 네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어떡해?”온하준은 억지로 웃어 보였지만 목소리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다시는 보지 말자는 거야? 우리 고등학교 동창이고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언젠가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는거잖아.”그녀는 속으로 그럴일은 절대 없을거라 생각했다.“됐어.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강시우와 함께 떠나려던 강지연은 뒤돌아보며 말을 덧붙였다.“참, 그리고 네가 그 뒤로 이하나한테 준 돈은 안 받아도 돼. 이혼하면 계약도 무효니까. 앞으로 누구랑 결혼하든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그렇게 아끼던 이하나랑 결혼해.”“난 단 한 번도...”온하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연은 강시우의 팔장을 끼고 빠르게 걸어가 차에 올랐다.차가 멀어져 가는 걸 바라보며 그는 혼잣말처럼 남은 말을 내뱉었다.“난 단 한 번도 하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하지만 강지연은 듣지도 못했고 설령 들었다 해도 아무런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그때 온하준의 휴대전화 소리가 울렸다.김도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하준아, 너희 어딨어? 왜 아무도 없어?”김도진이 다급하게 물었다.“우리?”그는 너희라는 말이 누구를 가리키는지조차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그래. 너랑 도윤이 말이야. 왜 둘 다 회사에 없어? 한시간 째 기다리고 있잖아. 회의하려고.”“회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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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결혼식 날, 사람들은 오가는 속도조차 빨라 대부분 잠시 머물렀다가 떠났고 결국 남은 사람은 온하준 뿐이었다.그날 내내 속이 편할 틈이 없었던 그는 끝내 차 옆에 놓인 쓰레기통 앞에서 구토하고 말았다.그때 주차장을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다가오더니 지저분해진 바닥을 보자마자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멀쩡하게 차려입고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공공장소에서 이런 짓을 해? 화장실이 없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어? 그야말로 쓰레기네! 그럴 거면 그냥 쓰레기통 안으로 기어들어 가지 그래!”말을 하면서도 바닥을 쓸고 있던 빗자루를 휘둘러 온하준의 발까지 함께 쓸어버렸다.그는 괴로운 자신의 마음을 차마 표현할 수 없었기에 메스꺼움을 억지로 참아가며 청소 아주머니의 빗자루를 받아 들었다.“죄송합니다... 웩! 정말 죄송... 웩! 아주머니, 제가... 제가 할게요.”“깨끗하게 쓸어놔! 쓸기만 하지 말고 닦기까지 해야 해!”청소 아주머니는 조금의 동정도 보이지 않았다.한쪽 벽 뒤에 숨어 있던 두 사람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를 떠났다.그들은 원래 온하준이 떠난 뒤 쓰레기를 치울 생각이었지만 그가 직접 치우고 있으니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다.온하준은 이 상태로 회사에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청소를 마친 뒤 직접 운전해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그는 다시 샤워하고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 의자는 예전에 강지연이 자주 앉던 자리였다.그녀는 그곳에 앉아 드라마도 보고 책도 읽고 또 영어 공부도 했을 것이다.책상 위에는 강지연이 쓰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연필꽂이에 꽂힌 펜들, 그리고 그녀가 읽던 책 몇 권.모두 예술사 관련 서적이었다.서랍을 열어보니 그 안에도 역시 책으로 가득했고 그중 하나를 꺼내 보자 IELTS 기출 문제집이었다.온하준의 기억 속에서 강지연은 외국어에 능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예술 전공이었고 고등학교 때 성적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전에도 한 번 강지연의 IELTS 문제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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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온하준의 생각은 단순했다.어차피 강지연은 그의 아내였고 그의 사람이었기에 자기가 언제 돌아오든 그녀는 늘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등학교 시절부터 온하준을 좋아해 왔던 강지연이었고 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던 사람이었다.그런 그녀가 이렇게 쉽게 자신을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정말 이혼 하겠다고? 정말로 이 가정을 버리겠다고?’그런데 온하준은 곧 강지연이 비자를 두 번이나 발급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순회공연을 떠나려면 비자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왜 두 번 한 거지? 설마 강시우가 데리고 해외로 떠나려는 건가? 아니면 강지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해왔던 걸까?’같은 해성에 살고 있는 한 그는 언젠가는 우연히라도 다시 마주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해외에 정착해 버린다면 그런 우연조차 더는 없을 터였다.그때,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지연!”그는 화들짝 놀라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로 뛰쳐나갔다.이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강지연 말고는 없었다.그러나 문이 열리자 들어온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이하나와 김도윤이었다.“뭐야? 왜 너희 둘이...”온하준은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서 있었다.그러고 보니 이하나도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누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맨발로 뛰어나온 거야?”김도윤은 들어오자마자 집 안쪽을 살피며 물었다.“혼자 있었어?”“응.”온하준은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강지연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이 집에 다른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왜 전화는 안 받았어? 하나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김도윤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이하나는 조심스럽게 온하준의 옆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하준아...”“너희 여기는 왜 온 거야?”온하준은 시선을 두 사람에게 제대로 머물지도 못한 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걱정돼서 왔지.”김도윤의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 묻어 있었다.“우린 이렇게 널 걱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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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하준아...”이하나는 울 듯 말 듯한 얼굴로 말했다.“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맞아. 사업 하나 엎어져도 괜찮아. 그래도 우리가 있잖아. 다시 행복하게 살면 돼. 맨손으로 시작했을 때보다 더 힘들겠어? 조금 덜 벌면 되는 거지.”김도윤이 옆에서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그래. 비록 이혼했지만 네 곁에는 우리가 있잖아. 우린 항상 네 곁에 머물러 있을 거야.”이하나도 눈시울을 붉힌 채 말을 덧붙였다.김도윤은 계속 그녀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이하나는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알아. 너희가 있다는 거 나도 알아.”온하준은 관자놀이를 세게 누르며 말했다.“지금은 좀 힘들어서...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우릴 내쫓는 거야?”김도윤이 불쾌한 듯 묻자 온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아직 정리가 안 된 게 있어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재산 문제 때문이지?”온하준은 더 설명하기 싫었기에 김도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너희 집...”김도윤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강지연을 소홀히 대하진 않을 거잖아. 휴식하고 있어. 우린 먼저 갈게. 며칠 뒤에 다시 보자. 힘들면 언제든 전화해. 형제는 평생 형제니까.”“응.”온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배웅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한 뒤 그는 집으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비밀번호를 바꿨다.그리고 다시 문을 닫아 자신을 이 밀폐된 공간 안에 가둬버렸다.테이블 위의 종이학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청춘의 감동을 주지 않았다.오히려 가슴을 더 짓눌러 숨조차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온하준의 집을 나온 이하나는 차에 올라탄 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도윤아, 하준이가 요즘 너무 냉정해진 거 아니야?”종이학은 그녀의 비장 카드였다.그런데도 온하준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이혼했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있나. 5년이나 함께 생활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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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온하준과 김도윤이 며칠째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김도진에게 쏠렸다.사흘째가 되던 날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이게 지금 며칠째야! 주식이 또 내려갔잖아! 회사를 말아먹을 생각이야?”주식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온하준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맞아! 주식이 있었지!’그는 곧바로 강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연결음이 울리자 그녀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강지연의 목소리는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도 더 냉정했다.“강지연...”그녀의 태도에 온하준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예전의 그녀는 결코 이렇지 않았다.전화기 너머에서도 늘 웃고 있을 것 같던 얼굴이 오늘따라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말해.”“나...”온하준은 쉰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지금 집인데... 아직 적응이 안 돼. 집이 너무 텅 비었어.”“그래.”강지연의 목소리는 더 냉정해졌다.“그럼 친구들 다 불러서 파티 열면 되겠네. 해방 기념으로.”“강지연, 아니야. 난 그런 일...”“왜 안 해? 오늘 밤 우리 오빠가 나 파티 열어주기로 했거든. 부부였던 사이인데 같이 축하하지 뭐.”온하준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강지연...”“할 말 없으면 끊어. 나 바빠.”“잠깐만, 끊지 마.”온하준이 급히 말을 이었다.“너 주식을 현금화하겠다고 했잖아. 우리 시간 맞춰서 절차를 밟아야 해. 네가 가진 주식은 나한테 넘겨야 하거든. 아니면 회사에 설명하기가 어려워.”“그래.”“그래서 어느 날이 편할지...”“이사회 열 때 말해 줘. 그때 가서 절차 밟으면 되잖아.”“응... 그래. 그럼 지금 바로 이사회 열게. 한 시간이면 되니까 그럼...”“그래.”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통화는 끊겨버렸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끊긴 신호음을 들으며 온하준은 ‘내가 데리러 갈게’라는 말은 끝내 삼켜버리고 말았다.그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정신을 다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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