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종이학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할머니, 꼭 회복하셔야 해요. 온하준한테는 할머니밖에 없어요.]같은 글씨체였다. 온하준에게 너무도 익숙한 강지연의 글씨였다. 강지연의 글씨는 유독 개성이 뚜렷했다. 둥글고 통통하고 어딘가 귀여운 느낌이었는데 이하나의 날카로운 필체와는 완전히 달랐다.그 글자를 바라보는 순간 온하준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바닥이 어디인지도 모를,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처럼.그가 잃어버린 것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그는 두 장의 종이를 포개 쥔 채 마침내 소리를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강지연, 미안해.’사무실 안은 숨 막힐 만큼 고요했고 세상 전체가 멈춘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만약 지금이 시간의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온하준은 더 이상 내일을, 해가 뜨는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긴 밤이 지나가기를, 그저 견디며 기다릴 뿐이었다.하지만 그 밤은 너무도 길었다. 그의 인생에는 이제 밤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온하준은 사무실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다음 날, 김도윤과 이하나가 찾아왔다.“하준아, 어제 밤새 여기 있었어?”소리를 지르며 뛰어 들어오던 이하나는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보았다.아주 잠깐,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온하준은 곧바로 종이를 접어 치웠다.온하준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셔츠의 첫 단추는 풀려 있었고 턱과 양 볼에는 수염이 거칠게 올라와 있었으며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져 있었다.이하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싸늘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하준아...”이하나는 당황한 듯 말을 꺼냈다.“괜찮아? 어디 아픈 거 아니지?”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똑바로 집요하게 바라볼 뿐이었다.“하... 하준아...”이하나는 목소리까지 떨렸다.“너 왜 그래? 이혼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면 우리가 옆에 있어 줄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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