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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411 - チャプター 420

775 チャプター

제411화

바람기가 다분한 김도윤을 온하준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딱히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그날 밤, 김도윤은 결국 이하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막상 도착해 보니 김도윤이 만나려던 사람은 이하나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었다.처음 보는 젊은 남자였는데 온하준이나 김도윤보다도 어려 보였고 유난히 앳된 얼굴을 한, 이른바 동안이었다.“이쪽은 노현우 씨.”김도윤이 소개했다.“그리고 이쪽은...”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노현우는 이하나를 보며 먼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아, 이분은 저도 알아요. 온 대표님의 여자 친구잖아요.”김도윤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잔머리 하나로 버텨 온 그였지만 이 말에는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그건...”그가 말을 잇기도 전에 이하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노현우가 자신을 비웃는 건지, 아니면 친해지려는 건지 의미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이건 자신이 설명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노현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온 대표님과 김 대표님과는 그냥 친한 친구...”그러나 노현우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을 생각이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전히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다.“김 대표님, 이 협상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순간, 김도윤과 이하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노현우 씨.”김도윤이 급히 나섰다.“아까까지만 해도 얘기가 잘됐잖습니까.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시는 겁니까?”노현우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무해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김 대표님, 혹시 상황 파악이 안 됩니까?”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우리는 애초에 로시 쪽과 손잡을 생각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서야 할 자리는 로시 앞이에요. 그럼에도 김 대표님과 협력하려 했던 이유는 나중에 로시가 알게 된다고 해도 사업은 원래 이익이 우선이라고 둘러대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김 대표님, 로시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누군지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그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이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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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노현우 씨...”김도윤이 한발 늦게 변명을 늘어놓았다.“저희가 동창인 건 사실입니다. 저랑 온하준 사이는 틀어졌지만 그래도 이하나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데 단칼에 완전히 선을 긋는 건 너무 냉정하지 않습니까?”노현우는 가볍게 웃었다.“말씀은 맞습니다. 다만 김 대표님, 이 말은 제게 하실 말이 아니라 로시에게 하셔야겠죠. 그 사람이 믿어 줄지 말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김도윤의 얼굴이 굳어졌다.“김 대표님,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도 이제 막 시작한 회사입니다. 로시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김 대표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예전 인연 때문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모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더해진다면 솔직히 그것까지 감당할 배짱은 없습니다.”노현우는 숨을 고르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죄송합니다, 김 대표님.”그 말만 남긴 채 그는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김도윤과 이하나만 남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김도윤...”이하나가 조심스럽게 부르자 김도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따라오지 말랬잖아. 왜 따라온 거야!”이하나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그러면 이제 어떡해?”김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저 노현우라는 사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이하나가 울먹이며 묻자 김도윤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로시가 점찍은 협력사 대표야. 회사 차린 지 얼마 안 됐어. 원래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가 사직하고 나가서 혼자 차린 거고.”“그러면 경쟁 회사 아니야?”이하나가 놀라 묻자 김도윤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경쟁은 무슨. 밑바닥 잡졸이었어. 변두리도 못 건드리던 놈이 사고 하나 쳐서 내가 한 번 구제해 줬지. 그 인연으로 엮인 거야. 인생 참 엿같아. 평생 발버둥 쳐도 결국 아버지 잘 둔 놈 하나 못 이긴다니까.”“뭐 하는 사람인데?”이하나는 김도윤의 화살을 노현우에게로 돌리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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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온하준의 그 진단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리고 누가 그것을 이하나에게 던졌는지 두 가지 질문 가운데 김도윤이 먼저 확인한 건 전자였다.돌고 돌아 여러 사람을 거쳐 알아낸 끝에 온하준이 최근 실제로 검사받은 건 사실이었고 검사 결과 역시 그 진단서에 적힌 결론과 일치했다.누가 이하나에게 그것을 건넸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건 선의로 한 짓은 아니라는 점이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돌아갈 수 없는 선을 넘었기에 온하준을 등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고 단독으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노현우를 붙잡아야 했다.강시우가 해성에 발을 들인 이상 이 업계의 판도는 명확했다.머지않아 강시우 독주 체제가 될 게 분명했고 거기에 노현우라는 재벌 2세까지 얹히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노현우가 조금이라도 떡고물을 나눠 준다면 김도윤은 체면이든 자존심이든 가리지 않고 먼저 삼킬 생각이었다.서로 물고 뜯는 판에서 모두가 영악한 여우 같았지만 노현우만큼은 상대적으로 순진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멍청했던 온하준을 떠올리게 했다.“하, 웃기지 않냐.”김도윤이 이를 갈았다.“로시가 처음 왔을 때 다들 우리 회사가 유력 협력사라고 떠들었잖아. 그때 노현우 저 새끼, 하루가 멀다고 우리한테 붙어서 아부 떨던 거 기억나지? 지금은 완전히 판이 뒤집혔네. 진짜 풍수지리라는 게 있긴 있나 봐.”이하나는 그의 분노 앞에서 몸을 움츠렸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노현우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피하는 이상, 김도윤이 그 화살을 자신에게 돌릴까 봐 두려웠다.김도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앞으로 너는 좀 숨어서 살아. 여기저기 나타나지 말고. 그리고 네 계정들 있지? 거기 올리는 것도 전부 나랑 엮일 일 없게 정리해.”이하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지만 김도윤 앞에서는 감히 화를 낼 수 없었다. 방금 전의 위협이 아직 생생했기에 울음조차 제대로 터뜨리지 못한 채 눈만 붉혔다.“그러면 나는 사람도 못 만나? 난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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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주아현과 김도윤의 이혼 소송이 마침내 개정됐다. 안지유는 주아현과 나란히 법정에 들어섰다. 양측 모두 이미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였다.주아현은 이혼을 청구했고 사유는 명확했다. 김도윤이 수년간 여러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 왔다는 점이었다. 그녀 측은 그에 대한 증거들을 차분히 법정에 제출했다.김도윤은 애초에 주아현에게 매달릴 생각이 없었다. 고개 숙여 사과할 마음도, 체면을 버릴 생각도 없었다.그는 오래전부터 이혼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실제로도 이혼 자체에는 동의했다. 겉으로 보기엔 쌍방 합의 이혼처럼 보일 정도였고 차라리 구청에서 협의 이혼으로 끝내도 될 법한 분위기였다.문제는 재산 분할과 양육권이었다. 김도윤이 아이를 원한다는 사실은 주아현에게도 예상 밖이었다.그는 원래 냉정한 사람이었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적도 거의 없었다. 김윤후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그저 이름만 있는 먼 호칭에 불과했다.그럼에도 김도윤 측 변호사는 공격적으로 나왔다. 주아현이 오랜 기간 직업 없이 전업주부로 지냈다는 점을 들먹이며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주아현은 무방비로 나온 게 아니었다. 그녀의 변호사는 차분히 자료를 제출했다. 결혼 이후 아이를 사실상 주아현 혼자 키워 왔다는 점, 김도윤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기록들이었다.특히 결정적이었던 건 문자 기록이었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병원에 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김도윤은 번번이 답장하지 않거나 노골적으로 거절했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출된 증거 하나가 법정을 얼어붙게 했다.김도윤이 과거 병원에서 특정 성병 치료를 받은 진료 기록이었다. 사생활이 문란하고 감염병 이력이 있는 인물은 아이를 양육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김도윤은 그 자리에서 폭발할 뻔했다. 곧바로 양측 변호인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김도윤 측은 개인 의료 기록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위법 수집 증거라며 재판부에 증거 채택 불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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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결국 김도윤은 더 버티지 않았다. 그는 먼저 이혼에 동의했고 아이의 양육권 역시 주아현에게 넘기겠다고 했다.이하나에게 증여했던 부부 공동 재산도 전부 환수하는 데 동의했다. 아들의 양육비는 충분한 액수로, 그것도 일시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마지막으로는 부모에게 증여했던 돈 가운데 일부를 꺼내 주아현에게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애초에 재산 은닉이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었다.주아현의 처음 목표는 단 하나였다. 이혼과 동시에 이 남자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재산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녀는 바라던 것 이상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래서 더 바랄 것도 없었다. 그저 판결이 미뤄지지 않고 1차에서 기각되는 일만 없기를 바랐다.다행히도 이혼 의사만큼은 양측 모두 단호했고 재판은 예상외로 매끄럽게 마무리됐다. 주아현은 그렇게 김도윤과 완전히 헤어졌다.법원 밖으로 나왔을 때 주아현은 현실감이 들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안지유가 팔을 단단히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김도진이 차를 몰고 와 있었다.그런데 법원 앞에서 김도진과 김도윤은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싸운다기보다는 김도진이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형국이었다.친구의 결혼이 이런 결말로 끝난 것에 대해 김도진 역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주아현을 데리러 온 이 상황 자체가, 김도윤의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그래서 김도윤이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러도 김도진은 별다른 저항 없이 그대로 맞아 주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지유는 달랐다. 김도진이 바람을 피우라 한 것도 아니고 결혼을 망치라고 부추긴 것도 아니었다. 맞을 이유가 없었다. 안지유는 참지 못하고 옆에서 고함을 질렀다.“김도진, 왜 맞고만 있어! 병신이야? 맞지만 말고 때리라고!”이미 뒤엉킨 두 남자의 귀에 그 말이 들릴 리 없었다. 안지유는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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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그때 사법경찰관이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을 제지했다.야구방망이를 빼앗긴 주아현의 머리칼은 완전히 풀어헤쳐져 산발이 되어 있었고 몸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맞은편에 서 있던 김도윤은 곧바로 제압당했다. 그는 주아현을 원망이 서린 눈빛으로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주아현,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독하게 굴 수가 있어.”주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흥분으로 흐트러진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 설명 따위는 필요 없었다.천 마디, 만 마디를 쏟아부어도 그는 결국 자기 생각만 할 것이고 그 끝은 소귀에 경 읽기였다. 주아현은 이제 더 이상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김도윤은 이를 악문 채 말했다.“후회하지 마라.”그리고 시선을 김도진에게로 돌렸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도 노골적인 증오가 서려 있었다.“우리의 인연도 여기까지인 것 같네.”김도진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김도윤, 그래도 우리는 친구잖아. 그리고 주아현은 한때 너랑 부부로 살았던 사람이야.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냐?”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유가 그의 귀를 거칠게 잡아끌었다.“너 지금 누구랑 친구라는 거야? 잘 들어. 김도윤이랑 주아현 둘 중의 하나만 골라. 너도 김도윤 저 쓰레기 편을 들 거면 내 눈앞에서 같이 꺼져.”그 말은 곧, 우리도 끝이라는 뜻이었다. 김도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다.“지유야,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잖아.”“아니. 그럴 일이야.”안지유는 더 말하지 않고 단호하게 등을 돌려 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김도진은 허둥지둥 그녀의 뒤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이하나의 집은 다시 한번 회수 대상이 되었다. 그 사실을 들은 순간, 이하나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안 돼!”그녀는 전화기 너머로 소리쳤다.“그 집은 네 돈으로 산 것도 아니잖아. 하준이 돈이야!”“그러면 로시 불러서 직접 수거하라 그럴까?”김도윤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그 말에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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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문이 열리기도 전에 이하나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먼저 새어 나왔다.“도진아, 넌 나를 도와주러 온 거지? 나 진짜 너무 힘들었어. 역시 너야. 너밖에 없어. 하준이랑 도윤이 정말 너무 못됐어. 계속 나만 괴롭히고...”문을 열던 이하나는 김도진 옆에 서 있는 주아현을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그 뒤로는 덩치 큰 남자들이 십여 명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도진아...”그래도 그녀는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입술을 꾹 깨물더니 금세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로 다시 이름을 불렀다.“하나야, 그게...”김도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그는 안지유가 이하나를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온하준과 이하나 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꽤 애매한 관계라는 것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그럼에도 김도진은 이들을 여전히 오래된 친구로 인식하고 있었다.지금은 사이가 어떻게 되었든 그동안의 정이 있었기에 직접 이하나를 내쫓는 일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무엇보다 김도진은 친구들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고 여전히 과거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법원 앞에서 김도윤이 절교를 입에 올렸을 때도 그는 그저 김도윤이 홧김에 내뱉은 말쯤으로 여겼을 뿐 이미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이하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가엾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너무 노골적인 모습이었다.“도진아... 흑, 김도진...”그녀는 끈적하게 이름을 부르며 김도진 쪽으로 몸을 던졌다. 그 순간, 김도진의 귀에 안지유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울렸다.“이번에도 또 그 꽃뱀의 불쌍한 연기에 넘어가면 두 번 다시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 마!”김도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반사적으로 한 발짝 옆으로 비켰다. 미처 멈추지 못한 이하나는 중심이 앞으로 쏠려 몸을 휘청이며 이삿짐센터 직원의 가슴팍에 부딪혔다.“아, 괜찮으세요?”직원이 놀라 그녀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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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주아현은 피식 코웃음을 흘렸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하나가 여전히 울고 있자 김도진이 다급하게 재촉했다.“하나야, 빨리 챙길 것들 챙겨. 조금 있으면 저분들 다시 일 시작해야지.”이하나는 속으로 김도진을 쓸모없는 인간이라 욕하며 어떻게든 버텨 보려 했지만 주아현과 이삿짐센터 사람들 모두가 사신처럼 서 있는 얼굴을 보자 더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하나는 결국 흐느끼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신분증이나 중요한 서류부터 챙기기보다는 보석과 명품 가방, 값비싼 옷들을 닥치는 대로 캐리어에 쑤셔 넣었다. 그때 주아현이 다가와 그녀의 캐리어를 확 열어젖히며 날카롭게 말했다.“이것들 전부 꺼내.”주아현은 증명 서류를 제외한 안쪽을 가리켰다.“옷은 입었던 거니까 더러워서 됐고.”이하나는 마치 심장을 도려내라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캐리어 위로 엎드리며 목이 찢어질 듯 울부짖었다.“이건 다 내 거야. 내 물건이라고. 네가 뭔데 가져가. 안 돼. 전부 내 거야!”“네 거?”주아현은 준비해 온 서류 한 묶음을 바닥에 내던졌다.“이거 똑바로 봐. 김도윤 카드 최근 두 달 사용 내용이야.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너한테 얼마를 보냈는지 전부 나와 있어. 이 물건이 네 거라는 걸 증명하고 싶으면 영수증부터 가져와.”이하나는 캐리어 위에 엎드린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영수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문제는 영수증에 찍힌 결제 카드 대부분이 그녀 명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설령 그녀 카드로 결제한 것이라 해도 그 돈은 전부 김도윤이 보내 준 돈이었다.김도진은 그 돈이 김도윤의 것도 아니고 사실은 온하준의 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걸 지금 꺼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하나 본인조차 입을 열지 않는데 그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게다가 따지고 들어가면 일은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온하준은 이미 이혼했고 김도윤에게 넘어간 돈은 반기 배당 형식으로 처리된 자금이었다.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진 김도진은 고개를 저었다.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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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그러나 이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김도윤이 욕을 퍼부을 대상이 자기 자신일 줄은.“뭔 대단한 일인 줄 알았네. 내가 너한테 요즘 연락하지 말라 그랬지? 귀에 똥이라도 들었어? 나 바쁘니까 방해하지 말고 끊어.”김도윤은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어 버렸다.“너!”휴대전화를 쥔 이하나의 손이 덜덜 떨렸다. 김도진은 더는 보고 있기 힘들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하나야, 그만하고 이만 나가자.”이제는 정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 버티면 주아현이 정말로 경찰을 부를 것 같았다.“두고 봐. 김도윤도 마찬가지야.”이하나는 이를 악물고 주아현을 노려봤다.“너희 전부 절대 좋은 결과 없을 거야.”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밖으로 나갔고 김도진은 말없이 캐리어를 들어 주었다.주아현은 곧바로 문을 잠갔고 그녀의 뒤에는 이삿짐센터 직원 둘이 박스를 안고 서 있었다.엘리베이터 앞.주아현 쪽 엘리베이터가 먼저 도착하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이하나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탈 리는 없었다.주아현은 문이 닫히기 직전 김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먼저 갈게요. 자중하세요. 지유 씨가 나한테 무슨 일 있었냐고 묻게 만들지 말고.”“아, 나 진짜 아무것도...”김도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아현 씨, 지유한테 쓸데없는 말 하지 마세요!”김도진은 답답한 듯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주아현은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고 김도진과 이하나는 1층으로 향했다.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도로가 펼쳐졌다.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보고 있자니 이하나는 갑자기 허무와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나 이제 어떡해.”그녀에게는 이제 갈 곳도, 머물 곳도 없었다.김도진 역시 옆에 쪼그려 앉아 연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그들이 미처 눈치채지 못한 맞은편 도로에는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고 조금 열려 있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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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아니야. 아니야. 지유를 그렇게 말하지 마. 돈은 내가 스스로 지유한테 맡긴 거야. 난 원래 돈을 막 쓰는 성격이거든. 그래서 연애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지유가 관리했어.”그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리고 난 이걸 창피하다고 생각 안 해. 지유 말대로 이건 전부 가정을 위하는 일이잖아. 솔직히 나도 가끔은 밖에서 하준이랑 오래 놀고 싶을 때도 있어. 그런데 지유가 집에 오라고 하면 그건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인 거잖아. 내가 일 때문에 늘 늦는데 퇴근하고도 밖에 있으면 서운한 게 당연하지.”김도진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가끔 투덜대긴 해도 지유가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사실 나도 밖에서 놀면서도 집에 있는 지유 생각이 계속 나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그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거래처 만나서 밥 사거나 필요한 지출 같은 건 지유도 다 이해해. 돈 나갔다는 문자 받아도 아무 말 안 해. 지유 말로는 아내로서 내 돈에 대해 알 권리가 있는 거고 그건 사랑해서 그러는 거래. 여자가 남자 일에 아무 관심도 없으면 그건 이미 마음이 없는 거라고.”이하나는 김도진을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을 보듯 멍하니 바라봤다.“너 진짜 바보 아니야? 완전히 세뇌당했네.”김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웃었다.“맞아.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어. 지유가 성격이 세고 나는 자유가 너무 없다고. 그런데 지금 하준이랑 김도윤을 보면 난 지유가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조용히 덧붙였다.“하준이랑 강지연이 예전에 어땠는지는 잘 몰라. 난 강지연이랑 친하지도 않았고. 그런데 김도윤이랑 주아현은 계속 지켜봤거든. 결혼 초반엔 주아현도 싸우고 울고 매달렸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화도 안 내고 울지도 않더라.”김도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리고 강지연도 마찬가지야. 올해 들어서야 가까이서 보게 됐는데 하준이한테 완전히 무심해. 늦게 들어오던 누구랑 뭘 하든 전혀 신경 안 써. 그게 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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