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Chapter 441 - Chapter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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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풀리지 않는 질문이었다.김도진은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다행히... 그래도 다행히야. 도윤이가 나한테 너 대신 서명해서 몇몇 외주 업체 대금을 처리해 달라고 했을 때 내가 거절했거든. 안 그랬으면...”여기까지 말하자 그는 또다시 울컥하며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왜냐고!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왜 자기 손으로 프런트 회사를 여러 개나 만들어서 회삿돈을 빼돌리려 한 거야? 회사 재산은 우리 공동 재산이잖아.”온하준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너 일단 집에 가서 좀 쉬어. 회사 일은 내가 정리할게.”김도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온하준의 얼굴에 드리운 피로와 압박을 읽어내고는 다시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나도... 나도 일하러 갈게. 하준아...”그는 말을 채 있지 못하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온하준이 위로하려 입을 열기도 전에 김도진이 먼저 말했다.“어쨌든 너한테는 아직 내가 있어. 우리가 했던 약속, 적어도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그 말에 온하준은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김도진은 회의실을 나섰지만 곧장 집으로 향하지는 않았다.그는 회사에 남아 하루 종일 업무를 처리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 듯했다.집에 들어선 그의 어두운 표정을 본 안지유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단번에 알아채고 이유를 캐물었다.김도진은 처음엔 말을 아끼려 했으나 임신 중인 그녀가 괜히 걱정할까 봐, 또 화를 낼 정도로 물어오자 결국 모든 일을 털어놓고 말았다.김도윤이 저지른 일을 들은 안지유는 그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난 진작부터 그 인간이 좋은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온하준이랑 당신 두 사람만 바보처럼 끝까지 형제라고 믿은 거지.”김도진의 걱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그는 무엇보다 회사의 앞날이 걱정되었다.안지유는 그런 그를 흘겨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게 뭐가 문제야? 회사가 망하면 나랑 집에 가서 차나 팔면 되지.”그녀의 담담한 태도에 김도진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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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사실 그들은 이미 기자회견장에서 누군가가 일을 벌일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오히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었다.다른 이를 부추겨 고의로 상해를 입히려다 미수에 그친 행위에 대한 형량은 법리상 그리 무겁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사회적 파장이 커질수록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여론이라는 이름의 도덕적 재판도 피할 수 없을 터였다.며칠째 온라인에서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이 사건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그러나 강지연이 끝내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은 이하나가 온하준까지 해치려 했다는 점이었다.그렇다면 그토록 입에 올렸던 진정한 사랑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하지만 이제 그 두 사람이 사랑을 하든 말든, 살든 죽든 그녀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이틀 정도만 더 기다려 강시우가 회사 일을 잘 정리하고 나면 그들은 곧 유럽으로 떠날 예정이었다.개학이 코앞이었고 더는 일정을 미룰 수도 없었다.강지연은 진경숙에게 앞으로도 이 집에 남아 계속 일할 의향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비록 상주하는 사람은 없지만 집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강시우가 해외로 오가며 지낼 예정이라 해성에 돌아오면 여전히 이 집에 머물 것이기 때문이었다.진경숙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특히 아이가 공립학교로 전학해 통학을 하게 되었음에도 강지연이 여전히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도록 허락해 준 점이 그녀에게는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큰 배려이자 감동이었다.그렇게 모든 일은 순리롭게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해성에서의 마지막 날, 강지연은 어디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물러 홍순자와 함께 자잘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다시 점검하며 시간을 보냈다.그녀는 매일 드나들던 한의원에도 가지 않았다.그 사실을 모른 채 온하준은 한의원에서 배우진이 퇴근해 진료실에서 나올 때까지 강지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는데...”그는 멍하니 서서 저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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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온하준은 일부러 강지연을 기다리기 위해 이곳에 와 있었다.여권 번호만 있으면 항공권 정보쯤은 어렵지 않게 조회할 수 있었다.한때 그들은 가장 가까운 사이였고 항공권 예매 앱에는 여전히 가족 관계로 묶여 있었던 것이다.구청에서의 혼인 관계는 이미 정리됐지만 앱으로 등록했던 관계만큼은 차마 지우지 못했다.마치 그 연결을 끊지 않는 한 자신과 그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실타래 하나가 영원히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았다.온하준은 강지연을 보자마자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는 억지로라도 웃어 보이고 싶었지만 그녀의 굳게 닫힌 표정을 마주하자 입가에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다.“나... 할머니 배웅하러...”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하지만 홍순자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가볍게 고개만 저었다.온하준이 왜 이곳에 왔는지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할머니...”그는 홍순자 앞에 서서도 강지연의 시선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해외에 나가 계시는 동안 부디 건강 잘 챙기세요.”처음에는 강지연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홍순자에게 말을 건넸을 뿐이었지만 지난 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을 치는 바람에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할머니...”그는 목이 메어 힘겹게 말을 이었다.“그동안 저를 아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손자가 못나서 할머니 마음을 다치게 했고 강지연 마음에도 상처를 줬어요. 이제는 더 이상 효도할 기회조차 없네요...”강지연은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홍순자를 뒤로 감싸며 입을 열었다.“온하준, 이분은 내 할머니야. 내 할머니는 내가 모셔. 너랑 무슨 상관인데?”온하준은 여전히 눈시울만 붉히며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강지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이미 이혼한 이상 이제 그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었다.그리고 그녀의 바람은 분명했다.이혼 후에는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것, 설령 부득이하게 마주치더라도 서로를 완전히 모르는 타인처럼 대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온하준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는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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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강지연은 머지않아 완전히 새로운 삶의 문턱에 들어섰다.강희라의 집은 공원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주변 환경은 조용하고 쾌적했으며 공기도 맑았다.집 앞뒤로는 널찍한 마당이 딸려 있어 홍순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었다.그 집에 사는 사람은 강희라와 강시우, 그리고 몇몇 가사도우미뿐이었다.강지연과 홍순자의 방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홍순자의 방은 1층에 있었고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아침 햇살이 그대로 스며드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방이었다.강지연의 방은 2층이었고 널찍한 테라스가 딸려 있었다.테라스에는 커피 테이블과 생화가 놓여 있었고 심지어 작은 그네까지 장식되어 있었다.방 안의 인테리어 또한 세련되면서도 아늑해 그녀의 취향과 놀라울 만큼 잘 맞아떨어졌다.기분이 한껏 들뜬 강희라는 강지연의 팔을 끼고 집 안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다.“내가 오래전부터 딸을 하나 낳고 싶었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포기했거든. 이제야 됐네! 이제야 정말 공짜로 딸이 하나 생겨버렸잖아.”강지연은 그동안 강희라와 깊게 교류한 적은 없었다.강시우를 통해 자신과 할머니를 잘 대해 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세심할 줄은 미처 몰랐다.홍순자를 살뜰히 챙기는 건 당연하다지만 자신은 어디까지나 조카에 불과했다.게다가 학교 근처에 강지연이 살 만한 집 한 채까지 이미 마련해 두었다며 조용히 덧붙였다.“너한테 주는 거야. 오빠한테는 말하지 말고...”하필 그때 강시우가 그 말을 듣고 말았다.그는 웃으며 말했다.“왜요? 저한테 숨길 생각이었어요? 제가 동생을 질투라도 할까 봐요?”그러더니 강지연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우리 엄마는 편애가 진짜 심해. 내가 어렸을 때 방 좀 예쁘게 꾸미고 싶다고 하면 남자애는 깔끔하면 그만이지 뭐가 그렇게 필요한 게 많냐고 했거든. 대학 들어가서도 학교 근처에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스스로 벌어서 사라고 했던 분이야.”강희라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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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라호성이 댓글을 남겼다.[누가 빠졌다는 거야? 강지연? 넌 강지연을 우리 동창회에 데려온 적이 한 번도 없었잖아!]강지연은 화면을 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대변인이네.’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최아현이 곧바로 라호성의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대변인 말 인정!]강지연과 온하준의 일은 실제로 두 번이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그 여파는 최근까지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하여 동창생들도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고 댓글을 단 사람들 대부분의 태도 역시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다.[지금 와서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인데?][온하준, 네가 이렇게 가식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어!][난 강지연이 절대 네 곁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댓글 속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둘 강지연의 눈에 들어왔다.고등학교 시절 같은 기숙사 방을 썼던 친구도 있었고 얼굴은 흐릿하게 기억나지만 분명 같은 반이었던 남학생도 있었다.강지연은 그들이 오지랖을 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뜻밖의 따뜻함이 느껴졌다.그녀는 이렇게 많은 반 친구들이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강지연은 그동안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왔으니 이미 모두에게서 잊혔을 거로 생각했던 것이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최아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해외 생활은 어때? 괜찮아?]강지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장을 보냈다.[응. 너무 좋아. 걱정하지 마.]곧이어 최아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그럼 다행이네. 돌아오면 또 모이자.]강지연도 답장을 보냈다.[그래.]최아현과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이안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이안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고마워요, 언니. 노현우가 이제 정식으로 호범 삼촌 밑에서 일하게 됐어요.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부 언니 덕분이에요. 언니는 진짜 우리한테 은인이에요.]강지연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아니에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는 인연을 믿어요. 우린 서로를 좋게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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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강지연은 입학 첫 주부터 무리 없이 교수들과 동기들 사이에 스며들었다.반에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그녀뿐이었다.혹시 이상한 시선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도 모두의 관심은 강지연의 다리에 있지 않았다.누군가는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입에 올리지는 않았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대했다.그 정도면 충분했다.둘째 주가 되던 날, 강희라의 집에서 학교로 향하는 아침이었다.교문 앞, 한 사람이 은방울꽃 한 다발을 품에 안은 채 그녀가 반드시 지나야 할 길목에 서 있었다.환하게 웃는 얼굴은 마치 이 도시의 음산한 날씨마저 순간 맑게 해 주는 것만 같았다.“장시범!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야?”강지연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정색하며 물었다.장시범의 미소는 오히려 더 환해졌다.“동생 등교도 시켜 줄 겸, 선배가 잘 지내는지 보러 왔죠.”그는 꽃다발을 내밀더니 말을 이었다.“새출발 진심으로 축하해요.”그제야 강지연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지금의 그녀에게 이곳은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었다.“선배, 제가 사는 곳이 여기서 멀지도 않아요.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요?”장시범은 귓불이 붉게 물든 채 웃으며 물었다.강지연은 그가 여동생을 위해 마련해 준 집일 거로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되물었다.“시연이는 무슨 전업으로 지원한거야?”“걔는 원래 관심사가 많아요. 춤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하고... 며칠만 지나면 또 바뀔 거예요. 지금은 미대 쪽으로 지원했어요.”그는 말을 덧붙였다.“먼저 들어가요. 수업 끝나면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선배가 여기 있다는 거 알고 시연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강지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꽃을 안고 교실로 향했다.오전 수업을 마친 강지연은 문득 빈손으로 남의 집에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학교 근처에서 평이 좋은 디저트 가게를 찾아 케이크를 주문하고 꽃다발도 함께 예약했다.그리고 오후 장시범이 오기 전에 미리 찾아 들고 교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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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강지연은 장시범의 웃는 얼굴을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녀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낀 그는 그제야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를 서서히 거두고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그 순간 장시연이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며 장난을 치자 장시범은 밀가루가 잔뜩 묻은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툭 건드렸다.그 바람에 장시연의 이마에는 하얀 밀가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두 남매가 투닥거리는 모습을 본 강지연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다 문득 동생 강태하가 떠올랐다.그녀는 가족과 함께 이렇게 따뜻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형제보다도 더 든든한 사촌 오빠가 곁에 있었다.강지연의 웃는 모습을 확인한 장시범은 그제야 안심한 듯 한 걸음 다가서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미안해요, 선배. 미리 말 안 한 건...”그는 끝내 말을 채 잇지 못했다.아마도 그녀가 화낼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괜찮아. 이건 네 선택이야. 나한테 말 안 해줘도 돼.”강지연은 장시범의 선택이 자신 때문이길 바라지 않았을 뿐이다.그건 그녀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마치 한 사람의 미래와 인생을 떠안은 듯한 막중한 책임이 덧씌워지는 기분이었다.그러자 장시범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정말 다른 이유는 없어요. 사실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땐 아버지가 사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면서 반대하셨어요. 그리고 전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해성으로 가서 춤을 배운 거죠. 제가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렸고 마침 시연이도 유학 가겠다고 하니까 아버지도 결국 허락하신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이웃이네요. 잘 부탁드려요, 선배.”강지연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그가 이곳에 온 이유를 분명히 말했기에 그녀는 굳이 자신 때문에 온 것을 인정하라고 몰아붙일 수도 없었다.강지연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알았어. 그럼 내가 뭐 도울 건 없어?”“없어요. 선배는 그냥 시연이랑 같이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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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말문이 막힌 장시범은 손에 쥔 포크와 나이프를 번쩍 들어 올리며 금방이라도 사람을 칠 기세를 보였다.“그럼 이 지역 인기 메뉴라는 요리를 내가 한번 제대로 맛볼게.”강지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장시범 집안의 이런 가족 분위기는 참으로 따뜻하고 편안했다.그리고 그가 만든 인기 메뉴는 딱 그 음식이 본래 가져야 할 맛이었다.누가 만들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생선튀김과 감자튀김에서 특별한 맛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맛있어요?”장시범은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시선을 보냈다.그러자 강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맛있어. 진짜 맛있어.”그녀의 극찬에 장시범의 어깨가 금세 으쓱해졌다.“제가 디저트로 애플파이도 만들어놨어요. 밥 다 먹고 정원에 나가서 먹죠.”강지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애플? 파이?”“네!”장시범은 감자튀김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설마 우리 집 사과 훔쳐 쓴 거 아니지?”강지연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장시범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요리사가 하는 일을 어떻게 훔쳤다고 말해요? 따온 거죠, 따온 거...”강지연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식사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다.식사를 마친 뒤, 장시범은 직접 구운 애플파이와 갈아 만든 음료,그리고 강지연이 가져온 케이크까지 모두 정원으로 옮기고 야외 조명도 켜 두었다.세 사람은 정원에 앉아 수다를 떨며 식후 디저트를 즐겼다.그 사이에도 장시범과 장시연의 장난은 끊이지 않았다.시간이 훌쩍 지나 밤 열 시가 되어서야 강지연은 집으로 돌아갔다.바로 옆집이었다.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뒤에도 그녀는 저녁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았다.옆집에 장시범과 장시연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강지연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잠자리에 들려던 찰나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자 온하준에게서 친구 추가 요청이 와 있었다.그리고 덧붙은 메시지는 이랬다.[김도윤 사건과 관련해서 문의할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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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강지연은 문득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졌다.지금의 그녀는 몸도 마음도 모두 편안한 상태였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하여 굳이 온하준을 비웃으며 스스로를 치유할 필요도 없었다.다만 눈앞에 굴러온 수박 한 조각을 자연스럽게 집어 든 것뿐이었다.강지연은 더 이상 놀려 줄 생각도 없었기에 곧바로 다운로드 비밀번호를 보내주었다.알아서 받아 보라는 뜻이었다.온하준이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고마워.]강지연이 차단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그가 물음표만 잔뜩 찍힌 메시지를 보내왔다.그녀도 어리둥절해하며 물음표를 보냈다.그러자 온하준이 물었다.[왜 아무것도 없어?]강지연이 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나한테 증거가 있다고 한 적은 없었잖아.]한참 뜸을 들이던 온하준은 엄지손가락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왔다.[영리하네, 강지연. 이제야 널 제대로 알게 된 기분이야.]강지연은 반박하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삼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래서 뭐? 그럼 난 여태 네 눈엔 멍청이였다는 거야?’하지만 그녀를 더 화나게 할 메시지가 이어서 도착했다.[오늘은 왜 인스타에 안 올렸어?][무슨 말인데? 내가 인스타에 뭘 올려?]그때 온하준이 영상 하나를 보내왔다.영상 속에는 강지연이 옆집 정원에서 애플파이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장시범과 나란히 앉아 있었고, 장시범은 칼로 애플파이를 잘라 그녀의 접시에 담아 주며 디저트 포크까지 건네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촬영한 사람은 장시연이었기에 화면에는 강지연과 장시범의 모습만 담겨 있었다.온하준이 이런 영상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강지연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곧 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장시범이 직접 만들어준 거야? 갑자기 부러워지네.]강지연은 그의 부러움이 하찮게만 느껴졌다.‘장시범이 부럽다고? 디저트를 만들어 줄 수 있어서?’그녀는 귀찮다는 듯 답장을 보냈다.[365×5=1825. 넌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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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김도진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막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그때 프런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온 대표님, 이하나 씨의 변호사라고 하시는 분이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그 이름을 듣는 순간 김도진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와서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설마 보석금이라도 대신 내달라는 건 아니겠지?”김도진은 이미 가장 믿었던 형제와 여동생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상태였다.일단 받아들이고 나니 감정은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다.사랑이 증오로 뒤집혔고 그 증오는 회사 직원 중 누군가가 회사를 팔아넘겼을 때 느꼈던 분노보다도 훨씬 컸다.지금 김도진은 김도윤과 이하나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었다.온하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프런트 직원에게 말했다.“올라오라고 해.”“만나겠다고?”김도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무슨 말을 하려는 지나 들어보자.”온하준의 담담한 태도에 김도진은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온하준이 그를 흘끗 보며 물었다.“왜 아직도 안 가?”“네가 또 잘못된 판단이라도 할까 봐.”김도진이 당당하게 말했다.“내가 잘못 판단했던 대가가 아직도 부족해? 그럴 일 있겠어?”온하준은 다시 한번 쓴웃음을 지었다.“그래도 못 믿겠어. 내가 옆에서 지켜볼 거야.”김도진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때 마침 변호사가 들어왔다.그는 들어오자마자 온하준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온 대표님, 반가워요.”그리고 그의 뒤에 서 있는 김도진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제삼자가 있는 자리에서 말해도 될지 판단이 서지 않은 눈치였다.그때 김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말씀하세요. 온 대표가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돌아가서 이하나에게도 전하세요. 이 일은 나, 김도진이 책임지고 결정할 겁니다.”김도진은 비록 말주변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랜 사업 생활로 길러진 관찰력만큼은 날카로웠다.그는 변호사의 속내를 단번에 읽어낼 수 있었다.변호사는 그제야 그의 정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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