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연은 더 말하지 않고 단호한 얼굴로 등을 돌렸다.장시범이 온하준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자 강지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안 들어오고 뭐 해?”온하준은 눈 위에 그대로 주저앉은 채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봤다.들어오라는 말은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있던 말 아니었던가.“온하준, 집에 언제 들어와?”“온하준, 나 먼저 들어가 있을게.”“온하준, 집에 올 때 뭐 좀 사다 줄래?”“온하준, 들어오기 전에 연락해.”늘 자신을 부르던 그 말들을 이제 그녀는 다른 남자를 향해 하고 있었다.가슴을 움켜쥐는 통증이 밀려왔다. 보이지 않는 발톱이 심장을 할퀴고 지나가는 듯했다.‘아, 이런 게 심장이 아프다는 거구나. 강지연도 이랬을까? 이하나 때문에 매번 외면했을 때마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섰던 밤마다. 미안해, 강지연. 정말 미안해.’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온하준은 강지연의 집 안에서 빵 굽는 냄새가 흘러나오자 그제야 온몸이 젖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가 만든 눈사람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강지연은 늘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어 했다.고등학생 시절, 눈이 오면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눈을 던지며 웃고 장난쳤고 장난꾸러기들은 여자아이들 목덜미에 눈을 밀어 넣기도 했다.하지만 강지연은 언제나 창가에 앉아 조용히 눈을 바라봤다.친구들이 밖에 나가 놀자고 하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눈이 너무 적어. 해성에도 눈이 쌓이면 좋겠다. 눈사람 만들 수 있을 만큼.”그러나 해성의 눈은 늘 얇게 내려 금세 녹아버렸다.‘강지연, 우리는 결국 이렇게 큰 눈을 함께 맞이하게 됐네. 그런데 이제 내가 만든 눈사람은 필요 없겠구나.’집 안에서 퍼져 나오는 빵 냄새는 장시범이 만든 것이었다.강지연은 단단한 유럽식 빵보다 구름처럼 부드러운 식빵을 좋아했다.그렇게 자연스럽게 장시범은 강지연의 집에서 점심을 함께했고 오후에는 나란히 드라마를 봤다.강지연이 중간에 잠들자 그는 말없이 담요를 덮어주고 저녁을 준비했다.저녁에는 술을 마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