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참 묘했다.온하준의 가게가 이 근처에 문을 연 지 얼마나 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전까지 강지연은 단 한 번도 그를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이상하리만치 자주 스쳤다.어떤 날은 마트에서 안나와 장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어떤 날은 자전거 뒤에 케이크 상자를 싣고 배달을 가는 모습을 보았다.그때마다 그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거나 아예 못 본 척 지나쳤다.정말로 강지연이 원했던 대로 다시 마주쳐도 그저 스쳐 가는 타인처럼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그의 옷차림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예전의 그는 늘 정장을 즐겨 입었다. 단추 하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흐트러짐이 없었고 빳빳한 정장과 각 잡힌 헤어스타일은 마치 갑옷처럼 느껴졌다.사람들 사이에 서 있기만 해도 저절로 차가운 기운을 풍겼고 날카로운 눈빛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을 만들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갑옷을 벗어 던진 모습이었다. 흰 티셔츠를 느슨하게 입고 비가 오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얇은 캐시미어 카디건을 걸쳤다.단추를 끝까지 잠근 날에도 분위기는 더 이상 딱딱하지 않았고 이마 위로 자연스럽게 내려온 짧은 머리카락이 인상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다. 눈빛 역시 예전보다 훨씬 온화해 보였다.한때 해성 CBD 빌딩을 누비던 온 대표는 더 이상 떠올리기 어려웠다.지금의 그는 옅은 햇살과 은은한 은방울꽃 향이 섞인 듯한 그런 온기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그날, 강지연의 무용단은 학교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삼국유사’ 중 한 편, ‘단군신화’를 정식 무대에 올렸다.안무는 강지연이 맡았고 남자 주인공은 장시범이었다. 그녀는 변두리 역할로 직접 무대에 섰다.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커튼콜이 이어졌고 무대 위로 꽃다발이 쏟아졌다.관객석을 바라보던 순간 강지연은 낯익은 얼굴들을 여럿 발견했다. 한의원 의료진들, 그곳에서 알게 된 환자들, 동네 이웃들, 그리고 온하준과 안나.공연이 끝나자 의료진과 환자들은 앞으로 나와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반면 온하준과 안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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