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차유준은 늘 헐렁한 옷을 좋아했다. 특히 봄가을이면 굵은 실로 짠 니트를 즐겨 입고 다녔다.강지연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몽롱한 상태로 맞은편을 바라보다가 말하고 있는 사람이 차유준처럼 보여 무심코 술기운에 섞여 끼어들듯 말했다.“차유준, 너 나중에 메뚜기도 잡아먹었어?”그 말에 온하준이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차유...”강지연은 눈을 비비다 말고 깨달았다.‘아, 온하준이었지.’그녀는 손을 내저었다.“미안. 사람 잘못 봤어.”“취했네.”온하준이 웃으며 말하자 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안 취했으면 사람을 헷갈릴 리 없지.’갑자기 흥이 가신 듯한 기분이 들어 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진짜 많이 마셨나 봐. 오늘은 일찍 쉬어야겠어.”강지연은 민다혜의 팔을 끌며 말했다.“가자. 이만 들어가 쉬자.”“네, 단장님.”민다혜는 강지연보다 술 주량이 셌다. 맥주는 그녀의 기분만 살짝 띄웠을 뿐 정신은 또렷했다. 민다혜는 강지연을 부축해 돌아서며 안나에게 손을 흔들었다.“바이.”온하준과 안나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바이.”그날 밤, 강지연은 꿈에 차유준을 만났다. 십이 년 만이었다.그중 몇 해는 그를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먼 나라의 어느 구석에서 다시 꿈에 나타나다니.꿈속에서 그는 개조된 오프로드 차량을 몰고 달려왔다. 낮고 묵직한 엔진 소리가 해안선의 고요를 찢었다.강지연은 동료들과 함께 부두에 서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멀리서 다가오던 차량이 점점 선명해지더니 그들 앞에 차분히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차유준이 뛰어내렸다.해진 워크 팬츠에 가죽 부츠, 위에는 커다란 니트 스웨터.바닷바람에 니트가 몸에 밀착되어 있었다.“다들 왔네. 내가 맛있는 거 가져왔어.”그가 트렁크에서 꺼낸 접시 위에는 튀긴 메뚜기가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최아현의 비명이 터졌고 그렇게 꿈은 끝났다.어둠 속에서 꿈속 차유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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