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준은 더 이상 자신을 변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면 강지연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최소한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그 생각뿐이었다.그는 나뭇잎을 한 아름 따 와 홍순자와 강희라 그리고 강시우에게 미리 말해 두었다.강지연이 잠든 뒤 조금이라도 불안해 보이면 바로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강시우는 그의 방법이 반신반의였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해볼 수밖에 없었다.밤 열 시. 강지연이 잠든 지 겨우 삼십 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집안 사람들은 혹여 그녀가 깰까 봐 숨소리조차 조심했고 발걸음도 죽였다.그런데 그때, 거리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지나갔다.잠들어 있던 강지연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꿈속에서 장시범의 얼굴이 끝없이 커지며 그녀를 향해 주문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어떻게 갚을 거야? 내가 너를 위해 그렇게 많은 걸 바쳤는데 어떻게 갚을 거야?”가슴이 조여 오고 호흡이 가빠졌다. 바로 그 순간, 나뭇잎으로 휘파람을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곡은 ‘아름다운 강산’이었는데 너무 못 불어서 장시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다.강지연의 꿈속 풍경은 곧 연습실로 바뀌었다. 지역 대회가 열린다며 하나의 작품을 준비해야 했고 그녀가 추는 춤은 바로 ‘아름다운 강산’이었다.그런데 저 남자애들은 왜 이렇게 얄미운지. 못 불기만 하면 다행일 텐데 소리가 너무 커서 음악 소리를 전부 덮어 버리고 있었다.‘박자가 안 들린단 말이야.’강지연은 창가로 달려갔다. 해가 지는 시간, 붉은 노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어디선가 치자꽃이 피었는지 향기가 밀려 들어왔다.초여름 저녁 공기에 맑은 향이 섞여 들었다.“야, 좀 그만 불면 안 돼? 음악이 안 들리잖아!”막 화를 내려던 순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 든 봉지를 흔들며 말했다.“강지연, 아이스크림 먹을래?”‘쳇, 아이스크림이니까 봐준다.’나뭇잎 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음악도 함께 흘렀다. 치자꽃 향기는 열린 창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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