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선이 다시 한번 장시범에게 쏠렸다.임유경은 긴장한 나머지 두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동안 장시범은 단 한 번도 그녀 편에 서 준 적이 없었다.그가 보여 준 것이라곤 늘 짜증과 회피, 그리고 애매한 침묵뿐이었다.그때 장시범이 갑자기 웃으며 입을 열었다.“조민서 선생님, 이 안무는 제 작품이 아니에요.”순간, 연회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임유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기쁨에 겨운 눈물을 글썽이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장시범을 바라보았다.반면 조민서는 얼굴에 핏기가 빠져나간 듯 잿빛으로 질린 표정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여보.”조민서는 옆에 있던 오정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난 아무리 가난해져서 거지가 되더라도 이런 사람들하고는 더 이상 친구로 지내지 않을 거야. 당신은 마음대로 해.”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방을 집어 들고 연회장을 나섰다.오정훈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따라 나갔다.연회에 참석하느라 하이힐을 신고 온 조민서는 걸음이 빠르고 급했기에 뒤에서 보면 금방이라도 휘청이며 넘어질 것처럼 보였다.오정훈은 서둘러 그녀를 따라잡아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걸어. 넘어지면 어떡해.”“천천히 가다간 화병 나서 심장병 걸리겠어.”조민서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당신은 왜 나왔어? 임씨 가문이랑 장씨 가문과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오정훈은 그녀를 부축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조용히 말했다.“내가 평생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관계는 우리 두 사람의 관계뿐이야.”조민서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당신은 강지연을 믿고 난 그런 당신을 믿어. 까짓거 가면 그만인 거지.”그는 짧게 말을 덧붙였다.조민서의 퇴장은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고 축하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이어졌다.임유경은 장시범 앞으로 다가가 감격에 찬 얼굴로 말했다.“오빠가 날 도와줄 줄은 몰랐어. 정말 고마워.”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녀는 진심으로 감동한 얼굴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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