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아, 포도 떨어졌어!”이승우가 재빨리 달려와 대야를 그의 손에서 받아 들었다.“너무 많이 담아서 무거웠던 거야?”“응.”온하준은 대충 대답하고는 쪼그려 앉아 바닥에 떨어진 포도를 주워 담았다. 그러나 시선은 자꾸만 옆으로 흘렀다.어둠이 내려앉은 마당 한쪽, 차유준을 향해 웃고 있는 강지연의 얼굴이 유난히도 밝았다.온하준은 문득 그날 오후를 떠올렸다. 장뇌나무 아래에서 차유준에게 달려가 환하게 웃던 순간. 그때도 저런 표정이었다.“하준아, 이건 더러워졌으니까 버리자.”이승우가 그의 옆으로 다가서며 자연스럽게 시야를 가렸다.“그래.”온하준은 포도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리로 돌아왔다.다들 먹을 만큼 먹었는지 배가 부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이제 뭐 할래?”이승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카드놀이가 나왔다가, 끝말잇기, 사자성어 잇기, 심지어 시 낭송까지 제안이 오갔다.결국 선택된 건 진부한 진실게임이었다. 이승우의 강력 추천이었다.“놀러 나와서 또 머리 쓰는 거 할 거야? 그냥 단순하고 재밌는 거로 가자.”도구는 따로 없었다.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고 과일 대야에서 작은 참외 하나를 꺼내 돌리기로 했다.몇 차례는 참외가 이승우와 최아현 쪽에서만 맴돌았다. 질문은 점점 노골적으로 바뀌었다.이 나이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대부분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숨기기 마련이었다. 그래서인지 질문은 거의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최아현, 좋아하는 사람 있어?”“없어.”최아현은 단호했다.“그러면 이승우는?”이승우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외쳤다.“있어!”“누군데?”최아현이 재빨리 물었다.“질문은 한 번만 해야지! 이미 대답했으니까 넘어가!”이승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자 웃음이 터졌다.“야, 이승우도 얼굴 빨개지네?”“계속할 거야, 말 거야?”이승우가 복수를 다짐하듯 말했다.다시 음악이 흘렀고 멈추는 순간 참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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