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206 챕터

제111화

말을 끝낸 중현은 외투를 고쳐 입으며 걸어 나갔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생각은 없는 듯했다.상진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이 복잡하게 뒤엉켰다.중현이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상진이 입을 열었다.“잠깐만.”중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그는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상진의 눈에 평소의 느슨한 태도는 전혀 없었다.지금은 오직 진지함만 남아 있었다.“그 사람 소식... 뜬 소문인지, 아니면 확실한 정보인지...” 중현이 또박또박 대답했다.“확실한 정보지.” 그리고 덧붙였다. “현재 직업, 거주지, 신분 등을 포함한 모든 사항.”상진은 양손을 살짝 움켜잡았다.중현은 그의 갈등을 읽어냈다.“성의를 보여주는 의미로, 정보 하나 알려 주지.”상진의 눈빛이 흔들렸다.“뭐?”“곧 약혼할 거야.” 중현은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상진의 가슴이 요동쳤다. 거의 순간적으로,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말도 안 돼!”“믿을지 말지는 유 대표가 판단해.” 중현은 점점 움켜쥐는 상진의 주먹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정보 유효 기간은 일주일. 일주일 뒤엔 자동으로 파기될 거야.”상진은 입술을 단단히 다물었다.머릿속에는 과거의 기억들이 뒤엉켜 떠올랐다.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자신이 그녀에게 저질렀던 일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중현이 떠난 뒤에도 상진은 한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핸드폰이 진동하며 울려댔다.그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화면에는 ‘하도현’의 이름이 떠 있었다.전화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고민 끝에 전화받았다.“도현.”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누가 들어도 감정이 흔들린 상태였다. 도현도 당연히 그걸 알아차렸다.[무슨 일 있어?]도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상진은 핸드폰을 움켜잡으며 입을 열지 못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되지 않았다.잠시 기다리던 도현이 먼저 말했다.[하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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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아니, 괜찮아요. 집에 일이 좀 있어서요.” 강솔은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그러고는 입술을 살짝 다물고 감정을 가다듬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상진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멋지게 대답했다. “뭐든지 물어보세요.”강솔은 가방을 든 손을 살짝 움직이며 물었다. “하중현이 여기 온 이유, 혹시 저를 해고하라고 하지 않던 가요?”강솔이 이 일을 계속하기로 한 이유, 단순히 수업료가 높은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더 중요한 건, 혹시 다른 일을 찾지 못해도 여기서는 해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중현과 상진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이 바닥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설령 하중현이 뭐라고 해도, 유상진이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까 거실에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난 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상진은 강솔의 순수한 눈을 한동안 바라보며 진지하게 답했다. “그렇긴 해요, 하지만 아직 확답은 주지 않았어요.”강솔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고마워요”그녀는 상진에게 짧게 인사하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강솔 씨.” 상진이 그녀를 불렀다.강솔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상진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하중현과 결혼한 후, 조씨 성을 가진 여자를 본 적 있어요?”강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상진의 눈빛에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강솔은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났다. 만약, 이 일도 하중현 때문에 틀어진다면, 또 수입이 줄어들 게 된다.‘그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그 생각을 하다, 강솔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중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속에서 화가 조금씩 커졌다.같은 시각, 중현은 병원에서 돌아와 워터사이드 리조트에 있었다. 강솔의 전화가 걸려 온 것을 보고, 손가락으로 아무렇지 않게 전화받았다. 시선은 여전히 컴퓨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야?”[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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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중현이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누군데?”“소담 아빠, 소태섭 대표.” 아연은 중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혹시라도 싫어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보일까 봐 긴장한 눈빛이었다.“소태섭?”중현이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연은 손가락을 비비며 말했다.“엄마가 말해주셨어.”중현은 처음에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시 평소처럼 차분해졌다.“그 사람이 너의 존재를 알고 있어?”“몰라.” 아연은 잠깐 망설이다가 중현이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결심한 듯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엄마 말로는... 엄마가 임신 사실을 알리자, 그 사람이 돈을 주면서 아이를 지우라고 했대.”“엄마는 차마 지울 수 없어서 비밀로 하고 날 몰래 낳았다고.”사실 그때 아이를 지우지 않은 진짜 이유가 있었다.소태섭은 아이를 지우는 대가로 1억 원을 건넸다.소아연 엄마는 그걸 보고, 이 남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언젠가 ‘자식테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소태섭은 절대 이런 일에 관용을 베풀 사람이 아니라는 거. 만약 아이를 몰래 낳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때는 이미 소아연이 태어난 뒤였다.돌이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철저히 숨겨 왔다.“친부 만나고 싶어?” 중현은 아연의 표정을 보며 짐작했다.“가능할까?” 아연이 물었다.중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금 있다가 강 비서한테 말해서 친자 확인 검사 의뢰하라고 할게.”“결과 나오면 내가 직접 데려가서 만나게 해줄게.”아연이 망설이며 말문을 열었다. “솔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소담이 솔이랑 친한 친구잖아... 내가 갑자기 소씨 집안에 나타나면...”“신경 쓰지 마.” 중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한편, 강솔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곧 인생 최대의 충격을 맞게 될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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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뭐?”소담은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누구?!”강솔은 차분하게 말했다.“대학교 다닐 때 소아연이 아빠 얘기를 한 적 한 번도 없었어.” 강솔은 사실대로 말했다. “학교 서류에도 부친 칸은 항상 비어 있었고.”아연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다.학교에서 엄마가 자신에게 모질고 잔인하다고 거리낌없이 얘기했다.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모르거나,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거나.“설마.” 소담은 이를 갈았다. “진짜 소아연이라면, 내가 그년 패버릴 거야!”강솔도 아니기를 바랐다.하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겹쳤다.가장 중요한 건, 소아연의 성이 ‘소’라는 것.“안 돼, 나 집에 가봐야겠어.” 소담은 답을 듣기 전까지 마음이 불안했다. “확인하고 다시 연락할게. 만약 소아연이 맞다면, 내가 너 대신 처리할 거야!”강솔은 친구가 걱정되었다. “내가 같이 갈까?”소담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 네가 있으면 내가 미친 짓 제대로 못 해.” 소담은 무척 진지하게 말했다.강솔은 피식 웃었다.그리고 조용히 소담을 한 번 더 안아 주었다.만약 소아연이 정말로 소태섭의 딸이라면, 소씨 집안은 앞으로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지금까지는 각자 조용히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아연 뒤에는 중현이 있다. 그리고 갑자기 아연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밝힌 이유도 아마 딸 뒤에 있는 사람이 하중현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 생각이 들자, 강솔의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그 답은 다음 날 오후에 들었다.강솔이 그림 작업을 마칠 때쯤 소담이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미친!!!! 진짜 소아연 그년 맞아!]강솔이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전화가 바로 걸려 왔다.강솔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소담은 전화 너머로 분노에 찬 목소리를 쏟아냈다. [아, 진짜 열 받아 미치겠어! 그년이 우리 집 호적에 들어온대!]강솔의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아버지는 뭐라고 하셔?”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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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소담이 내려가자, 소태섭은 나오지 말고, 방 안에 잠시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하지만, 순순히 따를 소담이 아니었다.소담은 소태섭 옆에 자리를 잡고, 중현과 아연을 정면으로 마주했다.“소담...” 아연은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아니지, 이제는 언니라고 불러야겠네.”그녀는 얌전한 미소를 지었다.“대학 때 솔이가 언니 얘기 많이 했거든. 의리 있고, 좋은 사람이라고.”소담은 옆에 있는 사과를 하나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아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소담은 중현이 옆에 있다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말했다.“난 너 같은 내연녀를 자처하는 동생 둔 적 없는데...”“그나저나 유전자의 힘이 참 대단해.” 소담은 사과를 또 한입 베어 물며 다리를 꼬고 앉으며 말했다. “엄마도 내연녀, 딸도 내연녀. 역시 피는 못 속인다니까.”아연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지금 나랑 언니는...” 아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담은 시선이 아버지에게 향했다.그리고 조금도 거리낌없이 말했다. “어쨌든 내연녀가 있는 데는 꼭 인간쓰레기가 있기 마련.”“다행히 우리 엄마 유전자가 강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소태섭은 할 말을 잃고 잠자코 있었다.‘나까지 욕할 필요는 없잖아.’ “언니는 내가 싫은가 봐?” 아연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소담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눈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면, 내가 너 싫어하는 거 다 보이겠지?”“근데 말이야, 넌 인간성도 별로고, 시력도 개후져.”아연의 눈에 순간 살기가 스쳤다.하지만 곧 그 감정을 눌러 담았다. 아연은 입술을 깨물며 아쉬운 듯 중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그 장면을 본 소담은 방금 먹은 사과를 토할 뻔했다.“친자 확인도 끝났고, 아빠랑도 상봉했잖아.” 소담은 사과씨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불쾌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두 분 여기서 꺼져 주시죠.”“담아!” 소태섭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소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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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소담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중현의 시선이 그녀를 한 번 스쳤다.솔직히 말해, 소담은 강솔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중현은 일을 너무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 중현이 대답했다.아연은 몸이 잠시 굳은 듯했다.예전에 강솔이 사과하러 찾아갔을 때, 아연이 옆에서 말려도 꿈쩍하지 않았다.심지어 자기 의사와 반대되는 말도 했다.“네 기분 따윈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네가 아연을 다치게 했잖아.”하지만 지금은...소담은 아연의 표정만 봐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순진한 척, 착한 척 연기하려던 것이었는데, 중현이 정말 자기 말을 따르자 당황한 기색이었다.아연의 똥 씹은 표정을 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마워, 중현 씨.” 아연은 억지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연이 일은,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인가요?” 중현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호적 문제는 좀 어려울 듯합니다. 우리 집 세대주는 담이 엄마라서...” 소태섭은 사생아 하나 때문에 자신의 사업을 망칠 생각이 없다. “집사람은 절대로 아연을 우리 집에 들이지 않을 거예요.”중현의 눈이 살짝 올라갔다.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소태섭은 역시 언변이 좋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최대한 빨리 절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중현은 담담하게 그러라고 대답한 뒤, 실례했다는 얘기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아연을 데리고 집을 나서려고 했다.아연은 미련이 남은 듯 보였다. 마치 소담을 괴롭히기 위한 듯, 일어설 때 복잡한 표정으로 소태섭을 바라보았다. “아... 아빠, 나 한 번만 안아줄 수 있어요?”소담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그녀는 소태섭을 노려보며 눈빛으로 메시지를 전했다.‘안기만 해 봐...’“하 대표님도 계시는데... 너무 친밀한 접촉은 좀 그렇지 않나?” 소태섭은 소담이 보내는 압박을 느낀 듯 급히 생각을 바꿨다. “남들 보기에 좋지 않아.”아연은 반박하려 했지만, 중현이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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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네가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으면, 난 아마도 의심했을 거야.” 소담이 농담을 던졌다.그동안 쌓였던 좋은 기억들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게 아니었다.게다가 강솔은 본래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내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 나 자신을 그런 방식으로 다잡으려는 걸 거야.]강솔이 천천히 말했다. [혹은 나 자신을 속이는 거거나.]소담은 안심했다.이별 후 냉각기만 잘 이겨내면, 강솔이 새 인생을 살게 최대한 도와줄 생각이었다.하중현이 다시 끼어들면, 당당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왜냐하면, 그때쯤이면 두 사람은 부부가 아닐 테니까.둘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각자 할 일을 했다.소담은 집에서 아버지와 신경전을 벌였고, 강솔은 짬이 날 때마다 틈틈이 그림을 그려 알바비를 벌었다.주말은 그렇게 지나갔다.예전엔 집에 있으면, 주말이 금방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그때는 거의 매일 똑같은 생활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주말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시작하기도 전에 끝난 느낌이었다....월요일 아침, 소담이 아침 일찍 지안을 데리러 왔다.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할 일도 없고, 엄마 역할 체험도 해보고 싶어서. 만약 힘들면, 나중에 애 안 낳으려고.”강솔은 친구가 자기 부담을 덜어주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다.그래서 말없이 친구를 꼭 안아 주었다.회사에 도착한, 강솔은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일에 몰입했다.이번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성과급을 받고 싶었다.하지만 그 열정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깨졌다.오전 9시 반, 아연과 중현이 함께 회사에 나타났다. 아연은 꽤 격식을 차린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로 와서 전했다.“하 대표님께서 회의실로 오라고 하십니다.”월요일 아침 9시 30분, 금요일 오후 3시 30분, 이 두 시간은 회사의 고정 회의 시간이다.“저 사람 누구예요?”“몰라, 박 부장이 하 대표에게 붙여준 비서인가?”“그러게? 회의에서 소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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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그건 알아서 해.” 중현은 이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럼 다녀올게요.”“그래.”비록 화인게임즈에서 근무하지만, HS그룹 쪽 일도 처리해야 했다. 강 비서가 이쪽 업무를 다 잘 처리하고 있지만... 그래도 좀 더 있고 싶었다.10시 반쯤, 아연은 컵케이크와 커피를 사 들고 프로젝트팀에 도착했다.친절한 태도로 모든 사람에게 인사했다.사람들은 그녀가 다가가기 쉬운 성격이라고 느꼈다.“감사합니다, 소 비서님.”“아니에요. 신입인 제가 많이 배워야죠.” “혹시 제가 실수하는 게 있으면 바로 알려 주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컵케이크와 커피를 나눠 주었다.순식간에 아연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이 시간쯤이면, 슬슬 배가 출출해지는 시간이긴 했다.“솔아, 이건 네 몫이야.” 아연이 컵케이크와 커피를 강솔 앞에 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너 초콜릿 싫어하잖아. 그래서, 초콜릿 없는 케이크로 준비했어.”말하면서 상자 안의 케이크와 커피를 그녀 앞에 놓았다.친밀한 호칭과 세심한 말투,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봤다.“강솔 씨, 혹시 소 비서님이랑 아는 사이예요?”“둘이 예전에 함께 일했었어?”주변 사람들은 틈틈이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강솔은 아연의 웃는 얼굴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모르는 사이입니다.”가끔 강솔은 소아연의 뻔뻔함에 감탄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당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내가 내연녀라는 사실을 폭로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 ‘아니면 하중현이 뒤에 있다고 전혀 개의치 않는 건가?’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래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린 모르는 사이야.” 아연은 마치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연이 엄청 다정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언젠가 네가 하고 싶을 때, 그때 다시 인사하자.”강솔은 아연을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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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작은 소동이 지나가고, 강솔은 다시 자기 일에 집중했다. 사람은 집중하면, 잠시 불쾌한 일들을 잊을 수 있다. 결국 백지연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할 때까지, 강솔은 업무에 몰두한 채 시간을 보냈다.“밥 먹으러 가요.”백지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백지연은 항상 가장 단순한 색상과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사람 자체도 차분하고 담백한 느낌이었다.강솔은 잠시 멈칫했다.백지연은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밥 먹으면서 잠깐 할 얘기도 있어요.”“네.”강솔은 백지연을 따라나섰다. 평소엔 늘 혼자 일 끝내고 먹으러 가곤 했는데, 갑자기 누군가와 함께 먹으려니 어색했다.두 사람은 회사 맞은편에 있는 식당에서 요리를 주문했다.“소 비서랑 사이 안 좋아요?” 백지연이 직설적으로 물었다.강솔은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네.”백지연은 물 한 잔을 따라 건넸다. “소 비서는 지금 하 대표 비서예요. 우리 업무도 다 그 사람을 거쳐 전달될 텐데,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너무 티 내지 않는 게 좋아요.”강솔은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했던 일들까지, 모든 행동이 점점 그녀를 더 싫어하게 했다. 심지어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고 불쾌했다.만약 그 막대한 계약 위약금만 없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를 떠나고 싶었다.“게다가 지금 소 비서는 부서 다른 사람들과 친분을 잘 쌓고 있어요.”“그런데 강솔 씨가 너무 대놓고 적대시하면,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 강솔 씨를 ‘문제아’로 생각할 거예요.” “상관없어요.”겉보기에는 온화해 보이지만, 강솔은 사실 타인의 평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백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강솔은 당황한 듯 그녀를 쳐다봤다. “왜요?”“강솔 씨, 회사 생활 많이 안 해 봤죠?” 백지연은 강솔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이제는 확신이 들었다.강솔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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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나도 직장 생활을 거의 10년 가까이하다 보니, 어떤 일들은 한눈에 보여요.”백지연은 늘 평온한 표정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더구나 강솔 씨는 얼굴에 모든 감정이 다 드러나는 타입이잖아요.”강솔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백지연이 마치 동생을 대하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직장에선 가끔 자신을 숨기는 법도 배워야 해요.”“숨긴다고요?” 강솔은 처음 듣는 말에 의아해했다.백지연은 담담하게 한 마디 했다. “응.”강솔의 맑은 눈빛에 조금의 혼란이 스쳤다.어릴 때부터 엄마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이것이었다.“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으로 살면 돼. 걱정 마, 모든 건 엄마가 지켜 줄게.’결혼 후에는 남편이 그랬다.“굳이 감출 필요 없어. 난 솔직하고 직설적인 당신 성격이 좋아.”그런데 지금 누군가는 말하고 있다.적당히 자신을 숨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직장에서 사적인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소 비서와의 갈등도 마찬가지고요.”강솔은 고개를 들었다.백지연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그냥 구경거리, 가십거리로 소비할 뿐이거든요.”그 말을 듣고 강솔은 마치 깨달음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동안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나 직장 내 정치질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한 번도 사회적인 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오늘 오전, 아연이 커피와 케이크를 줬을 때, 강솔이 아연의 내연녀 신분을 밝혔다고 해도, 아무도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동료일 뿐, 친구가 아니었다.동료 간의 관계는 결국 이익을 바탕으로 형성된다.“팀장님... 아니, 지영 언니...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강솔은 마음속 깊이 고마움을 담아 새로운 호칭을 쓰며 말했다. “이런 얘기해줘서 정말 고마워요.”백지연은 평소처럼 차분한 얼굴을 유지했지만, 그 눈빛 속에는 미묘한 부드러움이 스쳤다. “고마운 거 알면 일 열심히 해요. 다른 일로 기분 상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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